자세히보기 2017년 4월 1일

특집 | 미·중 사이 한쪽 편승은 위험하다 … 글로벌 동맹 추진에 적극 나서야 2017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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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권 400호 기념 특집 | 위기도 기회다 … 새정부, 돌파구를 찾아라!

·중 사이 한쪽 편승은 위험하다

글로벌 동맹 추진에 적극 나서야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3월 18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미·중 외교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을 마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부 장관과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지난 3월 18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釣魚臺) 국빈관에서 미·중 외교장관회담 공동기자회견을 마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이미 5개월 가까이 지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대외정책은 여전히 불확실하고 심지어 불안감을 안겨주기까지 한다. 세계경제는 2008~2009년 초유의 미국발 불확실성과 불안정을 겪었다. 미국 자신이 야기한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스스로의 힘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올해 국제정치 분야에서도 초유의 미국발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드러나고 있다. 이러한 미국의 혼란과 흔들림이 아직 국제관계에 충분히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이제 후폭풍이 우리에게 밀려오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당선을 “역사의 부활과 복수”로 규정하였다. 냉전붕괴 이후 득세하던 단일패권 미국에 의한 역사종말론이 환상으로 막을 내리고, 지정학의 부활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미국 중심의 국제자유주의적 헤게모니 질서를 유지하던 주요 축, 즉 개방적 시장과 국제통화금융 질서가 혼돈에 빠지고 있다. 미국은 심각한 소프트파워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고, 트럼프의 미국은 더 이상 자국 중심의 세계질서 유지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다.

트럼프 시대 외교의 기조는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즉 오바마 식의 절충적 실리주의가 아니라 ‘미국 우선(America First)’의 귀환주의적 경향을 보여준다. 이로써 국제적 개입과 역할을 축소할 가능성이 증가하고 있다. ‘트럼프 독트린’의 기조는 로널드 레이건의 구상에 연결되며, 그 핵심은 ‘힘에 의한 평화’를 추구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갈수록 위험스러워지는 세계에서 미국의 안전을 지키는 최상의 방법에 대해 ‘위대한 미국의 재건(Make America Great Again)’이라고 생각하며, 그것은 국내의 경제 부흥에서 출발한다고 인식하고 있다. 그에 따라 해외 군사개입 축소, 동맹 및 우방의 방위분담 확대, 세계경찰의 역할 대신 미국의 국익에 집중하는 노선을 시사하고 있다. 대외경제 정책도 같은 맥락에서 미국의 경제이익 극대화에 초점을 두고 보호무역주의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이 중국과 전면적 갈등 국면을 감내할 수 있을까?

기존의 세계질서 역시 미·중 양강체제의 구도에서 러시아를 끌어들여 중국을 견제하게 하면서 미국의 주도권을 유지하려는, 이른바 G3체제로의 전환을 추진하는 듯 보인다. 이는 미국의 역량 한계를 인지하면서 ‘최소비용과 최대효과’의 원칙을 적용한 것이다. 다만 그 결과는 불확실하다. 러시아의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의도대로 대(對)중국 견제에 집중하기보다는 미·중 양쪽에서 이익최대화 전략으로 가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은 자신들의 핵심이익이라 여기는 분야에서 만큼은 미국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다. 중국과의 전면적인 갈등을 미국이 감내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트럼프가 후보 시절과 집권 초기 보여준 대중 정책은 일단 적대적이다. 미국의 대중 정책은 오바마 시기를 제외하고는 대선 당시에는 중국과 갈등을 고조시키다가 집권 중반 이후에는 협력관계를 강화하는 것이 대체적인 흐름이었다. 그만큼 국제무대에서 중국과의 협력이 거의 필수가 되어가고 있다. 중국을 막대한 미국 무역적자의 주범으로 공격하고 중국에 대해 다양한 무역장벽 해제 요구, 45%의 관세 부가, 환율조작국 지정 등으로 위협하고 있다. 곧 철회하기는 하였지만 당선자 신분으로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 통화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 파기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중국이 북핵 문제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고 비판하면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론을 흘리고 있고 북핵 위협을 빌미로 한국 내 사드 배치를 신속하게 강행하고 있다.

물론 트럼프 정권은 기존의 미국 대외정책 관행과 묵계를 무시하는 행보를 보이며 향후를 예측하기 어렵게 만드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전문적인 지식은 결여한 채 즉흥적으로 대응하는 듯 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국내 지지층이 취약한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 수사적인 공격성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정책을 관철시킬 수단이 대단히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 지난 2월 9일 트럼프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전화 통화에서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기로 한 것도 이러한 비전문성의 발로다.

지난 3월 말 렉스 틸러슨 국무부 장관은 중국을 방문했을 당시 “대항하지 않고, 충돌하지 않으며, 상호존중하고, 공동번영을 추구하자.”라는 ‘신형대국관계’의 핵심 내용을 중국에 그대로 제안하였다. 중국 측에는 희색이 만면에 가득했다. 트럼프 정부가 얼마나 대외정책 분야와 기존의 대중 정책에 대해 리뷰조차도 제대로 되어 있지 않는지 그대로 노출된 상황이었다. 중국은 트럼프 일가가 신청한 9천억 원의 가치에 달하는 중국 내 상표권 35여 개를 허용해 무척 기쁘게 해주었다. 미·중 간 무역전쟁은 불가피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의 상황으로 봐서는 미국 측이 오히려 제대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 폐해는 미국, 특히 트럼프의 핵심 지지층인 중하층의 백인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판단된다.

트럼프가 지난 2월 8일 시진핑에 전한 메시지에서는 ‘건설적 관계’를 희망하고 있었다. 이 표현은 갈등 상황에서 협력을 희망할 때 쓰는 외교적 수사다. 미 국방장관 매티스 역시 미·중 간의 ‘상황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트럼프의 최측근들 가운데 대중 강경파가 적지 않고, 트럼프 행정부도 국내정치상 무역·통상·환율 등에서 중국의 큰 양보를 얻어내야 할 상황이다. 단기적으로는 다차원적인 강한 압박과 갈등을 위주로 대중관계를 형성하면서 협상할 개연성이 존재한다. 오는 4월 6일로 예정된 미·중정상회담에서 이러한 의제들을 조기에 종결할 수 있을지 주목할 만하다. 다만 중기적으로는 타협이 불가피할 것이다.

트럼프가 강력한 반공주의자였다가 극적으로 중국과 타협한 리처드 닉슨류의 정치가일지, 아니면 미·소 간 탄도미사일요격제한(ABM) 조약과 같은 기존의 관행과 합의를 무시하고 소련과 대결정책을 격화시켜 결국 소련을 굴복시키고 냉전시대의 종언을 촉진한 로널드 레이건류의 지도자일지 아무도 예측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안 브레머가 예측한 트럼프 시기는 이른바 ‘G-Zero’의 시기로 귀결되거나 혹은 중국의 영향력 확대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높으며, 적어도 또 다른 레이건이 되지는 못할 듯 싶다.

·, 기존 경제적 상호의존보다 독립적 관계로 나아갈 것

중국은 시진핑 들어 외교 3.0의 시기로 들어서고 있다. 마오쩌둥 시기의 혁명외교와 개혁·개방시기의 개발도상국론적인 도광양회(韜光養晦), 그리고 경제발전 중시 외교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이제는 강대국이라는 정체성을 바탕으로 ‘중국의 꿈(中國夢)’ 달성 외교를 추진하고 있다. 이는 수동적이거나 반응적이지 않고, 과거보다 적극적이고 능동적이며 타개적인 외교를 의미한다. 이러한 중국의 새로운 외교 방향은 국력에 대한 자신감, 자기완결적인 시장구조의 강화 등에 기반하고 있다.

트럼프에 대한 중국의 대응은 일단 관망과 신중한 대응으로 발현되고 있다. 다만, 실제 압박이 가해져올 때는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도 보여주고 있다. 중국 측은 트럼프가 ‘하나의 중국’ 원칙을 깨는 행동을 했을 때도 신중히 반응하면서 스스로 철회하도록 하였다. 시진핑은 자신의 트레이드 마크인 ‘신형대국관계’에 대해 트럼프와 통화했을 당시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불필요하게 갈등국면을 야기하지 않으려는 고육지책이었다.

동북아 상황은 이제 미국 중심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위계적으로 작동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 중국은 독립적인 시장경제의 운용을 위한 사회주의 경제체제의 제도화를 추진하고 있다. 국내적으로 중국 고유의 질서를 만들어 나아가겠다는 의지가 강한 것이다. 결국 국내 경제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 보호주의로 가는 모양새다. 일본은 경제적 회복의 시기를 맞고 있지만 그 지속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든다. 현재의 대중견제 정책을 일본 경제가 어느 정도 지속가능하게 지원할 수 있을까?

지금까지 우리는 경제적 상호의존의 세계를 전제로 하고 있었는데, 이제는 중국도 미국에 대해 상대적인 민감성과 취약성을 약화시키며 미국으로부터 훨씬 자유로워지는 상황이 될 것이다. 그리고 트럼프의 대외정책 자체가 중국에 운용 가능한 공간을 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이제부터는 우리가 지금까지 패턴화한 미·중 관계와는 다른 의미의 새로운 관계가 형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중 양국관계는 앞으로 경제적 상호의존의 방향으로 진전되기보다는 훨씬 더 독립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 중국이 2018년 이후 오히려 더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한반도 해법을 추구할 개연성도 높아지고 있다. 미국도 이러한 중국의 주도적 노력에 부응할 개연성이 커 보인다. ‘전략적 인내’ 정책은 이미 폐기처분되었고, 선제타격은 트럼프 정부의 옵션으로 맞지 않다. 그 비용을 감당하려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박근혜 정부의 대외정책은 친미편승 정책의 강화로 현재 직면한 외교·안보적 어려움에 대응하겠다는 복안이었다. 제3차 핵실험 이후 정부의 정책기조는 연미·화중·견일·포북(聯美·和中·譴日·包北)이었다고 평가되었다. 그러나 북한의 제4차 핵실험을 계기로 1월 13일 박근혜 대통령이 사드 도입 검토 발언을 하고, 7월 8일 사드 도입을 결정함으로써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는 맹미·견중·협일·압북(盟美·牽中·協日·壓北)으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이제 우리가 직면하는 새로운 국제질서는 미국 중심의 단일 우주가 아니라, 두 개의 타이탄이 상이한 우주를 형성하기 위해 우리 주변에서 크게 부딪치고 있는 형국이다. 단기적으로는 이러한 질서가 신생하는 과정에서 파편들이 쏟아지고 있어 우리에게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 따라서 미국이나 중국 중 어느 누가 더 강한가를 논의하면서 편승하려는 사고는 안이하기 짝이 없다.

·미동맹 강화하되 대중국 지역동맹으로 가선 안 돼

현재 한국 외교에 제안하는 16자 방침은 ‘도광양회, 면밀관찰, 전략점검, 신중행동’이다. 성급하게 트럼프에 접근하거나 미리 트럼프의 정책을 예단하여 정책을 추진하는 것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트럼프 정부는 혼란스럽고, 정합적인 전략과 정책구상을 할 때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우선 상황의 변화를 면밀히 지켜보는 것이 중요하다.

차기 정부에서 중요한 것은 대외정책 결정에서 국내 숙의의 과정을 충분히 갖는 것이다. 현재 국민적으로 분출되는 에너지를 외교에도 활용해서 우리에게 불리하게 다가오는 압박을 완화시키는 계기로 만드는 현명함이 필요하다. 민주주의의 실천이 곧 안보인 상황이다. 당면한 사드(THAAD) 체계 주한미군 배치 문제에 있어서는 그 배치와 용도를 한반도에 한정 짓는 프레임을 유지하고 이를 제도화하는 것이 대안일 것이다. 미국과 타결한 ‘북핵대응용, 1개 포대 배치, 종말단계 레이더 고정배치’의 원칙은 분명히 하는 한편, 추가적인 용도의 변경이나 배치 및 비용의 발생은 새롭게 들어설 정부가 진행할 협상의 영역으로 남겨 두어야 한다. 한·미동맹을 한국 안보의 축으로 삼고 강화하되 대중국 지역동맹화는 반대하고, 다만 글로벌 동맹은 적극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금은 사자의 만용보다는 여우의 지혜가 더 필요하다. 새정부 들어 우리의 전반적인 역량을 강화할 새로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다.

김흥규 / 아주대 중국정책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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