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5월 1일

집중분석 | 마라라고의 대반전 … 트럼프와 시진핑의 브로맨스 2017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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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분석

마라라고의 대반전 … 트럼프와 시진핑의 브로맨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월 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함께 걷고 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4월 7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함께 걷고 있다. ⓒ연합

이제 한반도 정세에서 미·중관계가 중대 변수라는 것은 상식이다. 지난 2011년 2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워싱턴 회담은 극적인 사례였다. 당시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과 같은 해 11월 연평도 포격 사건으로 남과 북의 군사적 긴장이 고도로 격화한 상황이었다. 두 정상은 한반도 긴장 완화 필요성에 공감했고, 이후 한반도 정세는 두 정상이 원하는 방향대로 흘러갔다. 2013년 6월에 있었던 오바마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의 정상회담도 중요한 계기였다. 미국이 이미 제시한 ‘아시아재균형’ 개념에 중국이 말하는 ‘신형대국관계’ 개념이 등장하면서 미·중 간 상호존중 인식이 형성됐다. 북핵문제의 성격 규정과 대응 방식 마련도 두 개념의 범위 속에서 처리하는 양상이 나타났다.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 역시 한반도 정세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 행사로 기록될 것이다. 4월 1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트럼프 대통령 인터뷰 기사를 보면 한반도 문제가 폭넓고 심도 있게 다뤄졌음을 알 수 있다. 동북아 문제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회담 이전과 이후에 극적으로 변화한 것은 이번 회담의 의미와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 결과를 정확하게 이해하고 분석하는 것은 향후 몇 년 동안 한반도 정세를 전망하고 관리하는 데 필수적인 작업이 될 것이다.

마라라고 결투, 승자는 누구?

마라라고 미·중 정상회담이 개막하기 직전인 지난 4월 5일 새벽 북한은 함경남도 신포 일대에서 탄도미사일 시험발사를 감행했다. 회담은 북한 핵과 미사일 문제에 대한 긴박감, 북한에 대한 불쾌감이 증폭한 조건에서 열렸다. 두 정상은 4월 6일 만찬과 7일 오전 확대 정상회담, 실무 오찬 등 세 차례의 공식 면담과 두 차례의 장시간 환담을 가졌다. 6일 저녁 6시 30분, 만찬이 시작됐지만 분위기를 압도한 것은 시리아 폭격이었다. 4월 4일 화학무기 사건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공군기지 폭격을 승인했고, 그 사실을 만찬 도중에 시 주석에게 알려준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이 그 소식을 듣고 10초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국이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심리적 압박 차원에서 시리아 폭격을 결정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했다.

7일 오전 10시 30분, 공식 회담인 확대 정상회담이 열렸고 12시에 실무 오찬이 이어졌다. 오찬을 끝으로 정상회담 행사는 종료됐지만, 공동기자회견이나 공동성명 발표가 없었다. 대신 국무, 재무, 상무 장관 세 명이 각각 브리핑을 통해 회담 결과를 기자들에게 설명했다.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 브리핑 중에 북한문제가 언급됐다. 틸러슨 장관은 두 정상이 북핵문제가 심각한 단계라는 점에 인식을 함께 했고, 북핵 억제를 위한 협력 강화에 합의했다고 전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북핵문제에 역할을 담당하기를 원하지만, 그렇게 못한다면 미국이 독자 행보에 나설 것이라는 점도 밝혔다.

미국 언론의 평가는 부정적이었다. 시리아 문제로 빛이 바랬고, 회담 내용도 빈약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그렇지만 회담이 끝난 직후 기자들을 만난 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의 관계가 훌륭하게 발전했고, 미·중관계가 엄청나게 진전했다.”면서 만족감을 표명했다. 시진핑 주석도 “양국 친선관계가 심화했고, 양국이 많은 공통의 이해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회담 이전에는 두 명 모두 이른바 ‘스트롱 맨’으로 세기의 담판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실제로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우호와 협력을 확인한 일종의 파티였다는 분석이 나오기 시작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12일자 <WSJ> 인터뷰에서 시진핑 주석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우리는 매우 좋은 관계를 갖게 됐다. 서로 통하는 것이 많다. 서로 좋아한다. 나는 그를 매우 좋아한다. 그의 부인도 굉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첫날 15분 정도 예정된 환담 일정이 3시간으로 연장됐고, 둘째 날도 10분 환담 일정이 2시간으로 늘어날 정도로 말이 잘 통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시 주석이 북한 핵 위협을 중단시켜주면, 어렵고 복잡한 통상 문제에서 훨씬 좋은 대우를 해주겠다는 내용의 빅딜, 대형 거래를 제안했다면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어 시 주석이 이미 북한의 석탄수송선을 회항시키는 등 북한에 대한 압박을 시작했고, 이것은 굉장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예전에는 중국이 북한에 대해 강한 압박 수단, 경제나 국경 관리나 상품 거래 등에서 수단이 많다고 생각했지만, 중국과 북한 관계에 대해 10분 동안 시 주석 설명을 들은 이후에는 실제로 그렇지 않고, 문제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단지 북한이 아니라 한국과 중국의 수천 년 역사에 대해 말했고, 과거에는 한국이 중국의 일부였던 적도 있다는 설명도 했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대면 회담을 마친 뒤 4일 뒤인 11일 전화로 다시 대화를 이어갔다. 싱가포르 주변 해역에 있던 항공모함 칼빈슨 함이 8일 날짜로 한반도 해역으로 이동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한반도 위기설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WSJ>은 두 정상의 우정을 세계에서 가장 놀라운 브로맨스(bromance)라고 표현했다.

북핵문제, 새로운 해결사 등장하다

마라라고 회담을 계기로 새롭게 등장한 현상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은 시진핑 주석이 북핵문제 해결사로 등장했다는 것이다. 이로써 지난 2008년 12월 마지막 6자회담 이후 관리 부재 상태에 놓여 있었던 북핵문제는 8년 여 만에 시진핑 주석의 관리 대상으로 변경됐다. 참고로 북핵문제는 남과 북의 비핵화공동선언이 채택된 1992년 1월부터 남과 북이 관리하는 문제였으나, 이듬해인 1993년 초 한국 정부가 핵을 가진 자와는 손을 잡지 않는다면서 북한과의 대화를 거부한 것을 계기로 북한과 미국의 협상 주제로 넘어갔다. 2003년 8월 6자회담이 출범한 이후에는 남과 북,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6개국이 관여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2009년 5월 북한이 제2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오바마 행정부는 ‘전략적 인내’ 정책을 채택했다. 그러나 실제로 6자회담은 재개되지 못했고, 대북제재와 압박도 효과를 거두지 못한 채 북핵문제는 방치되는 결과가 나타났다. 북한은 아무런 견제도 받지 않고 핵과 미사일 개발에 총력을 기울였다. 지난 4월 미·중 정상회담은 북핵 방치가 8년 만에 종료되고, 시진핑 주석이 새로운 북핵문제 해결사로 등장했음을 의미한다.

쌍궤병행(雙軌竝行)과 쌍중단(雙中斷)은 중국이 주장하는 북핵문제 해결 방안의 요점이다. 중국은 당초 북핵문제 해결 방안으로 비핵화 대화와 평화협정 협상을 병행할 것을 주장했지만, 한·미연합군사훈련 중단과 북한의 도발 중단, 즉 쌍중단 개념을 추가하면서 쌍궤병행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시진핑 주석이 북핵문제 해결사로 등장함에 따라 앞으로 북핵 문제는 쌍궤론을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군사훈련을 중단할 생각이 전혀 없겠지만, 4월 훈련이 끝나고 다음 훈련이 8월에 시작하는 만큼 3달 정도의 기한 동안 훈련 중단과 관련한 논의에 참가할 가능성은 열어 놓을 수 있을 것이다. 시 주석은 북한도 미국이 군사훈련 중단에 대해 협의할 수 있다면 협상에 관심을 보일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 기대를 가질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중 정상회담 결과 시 주석이 북핵문제 해결의 주역으로 떠오른 것에 대해 빅딜의 결과라고 설명하고 있다. 시 주석을 압박한 결과 시 주석이 북핵문제 해결에 나서게 됐다는 인식이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중국도 북핵문제 해결을 간절히 원한다는 점을 이해하지 못한 결과일 뿐이다. 중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대화와 협상이 필요한데, 이에 대해 북한도 비협조적이었지만 미국도 꺼려했기 때문에 문제가 악화했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 북핵문제 해결사 지위를 확보하는 것은 시 주석 입장에서는 ‘울고 싶은데 뺨 맞는’ 수준을 넘어서 ‘꿩 먹고 알 먹는’ 상황으로 볼 수 있다. 시 주석이 만족한다는 평가를 한 것은 과장이 아닐 것이다.

·중의 빅딜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중국이 미국 후원 속에서 북핵문제 관리자가 되는 것은 동북아와 한반도 문제에서 미국 역할과 위상이 줄고, 중국의 존재감이 커지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의 역할 축소는 더 빠른 속도로 이뤄질 수도 있다.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정치적 요소와 경제와 통상 면에서 더 많은 이익을 보장한다는 요소를 국가 간 거래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발상은 미국과 같은 초강대국 차원에서는 치명적인 오류가 될 가능성이 있다. 초강대국은 동맹국 관리를 잘해야만 하는데, 약소 동맹국의 신뢰를 상실한다면 재앙이 될 수 있다. 오바마 대통령 시기 ‘전략적 인내’는 북핵문제를 악화하는 결과가 돼버렸지만, 중국 영향력이 커지는 것을 억제하는 노력이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공식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이 줄고 중국의 영향력이 확대된 것이다.

미국과 중국이 북핵문제 해결과 관련해 빅딜을 추진하는 상황은 우리나라 처지에서 보면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가 혼재한다. 한국이 북핵문제 논의 구조에서 제외되는 것은 치명적인 문제점이다. 사실 북핵문제에서 한국의 자리는 지난 2008년 2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대북제재와 압박정책을 채택하면서 꾸준하게 축소되고 있다. 대북 강경정책은 미국이나 일본 지지를 받았지만, 북한의 반발과 중국의 불만을 초래했다. 북한은 아무런 견제를 받지 않고 핵무기 개발과 미사일 개발에 매진했다. 북한의 군사 위협이 커지면 한·미동맹 체제에서 미국에 대한 군사 의존도는 획기적으로 커지게 된다. 미국에 대한 의존은 미·일동맹 체제에 따라 한·미·일 3국 군사협력으로 귀결되고, 미·중 간, 중·일 간 갈등구조에 영향을 받아 한·중 관계에서도 적대적 요소가 커지게 된다. 그러나 정작 미국은 북핵문제 해결을 중국에 떠넘기면서 한국의 외교 열차가 막다른 골목으로 들어와 버린 셈이다.

반대로 미국과 중국의 빅딜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도 있다.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가질 수 있고, 북핵문제 방치로 인한 상황 악화가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지금이라도 한국 정부가 대화와 협상 국면을 적극 추진한다면 국제적 논의 구조에서 소외되는 일 없이 우리가 원하는 방향대로 북핵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제라도 제재 일변도가 아니라 제재와 협상을 병행하는 방향의 효과적인 대북정책을 전개한다면, 우리는 2017년 4월 마라라고 미·중 정상회담을 의외의 순풍으로 기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왕선택 / <YTN> 통일외교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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