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7년 8월 1일

특집 | 북핵 ‘모라토리엄-협상’ 옵션 고려해볼만 2017년 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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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레드라인 넘는 북한, 대북정책 ‘주도권’은?

북핵 모라토리엄협상옵션 고려해볼만

김정은 시대, 북한 핵·미사일 도발 빈도는? ⓒ평화문제연구소

김정은 시대, 북한 핵·미사일 도발 빈도는? ⓒ평화문제연구소

문재인 정부는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 문제 해법의 주도권을 한국이 어느 정도 가져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동맹의 신뢰 재확인에 공을 들인 결과이고, 공동성명서의 북한 관련 합의 내용은 현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 문제에 있어서 미국에게 받아올 수 있는 최대치를 받아 온 것으로 보인다. 이제 우리가 ‘운전석’에 앉게 되었다는 평가가 있는데, 한·미정상회담에서 생성된 추동력을 살려 남북관계 개선과 비핵화의 진전을 도모하고 궁극적으로 통일이라는 목적지를 향해 운전해 가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시작이라는 마음을 가지고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제 해결보다 상황 관리가 긴요한 시점이다

정작 북한은 아예 승차 자체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북한의 ICBM 시험발사 이후 한·미·일은 일단 제재를 강화할 시점이라는 입장이고, 중·러는 북한 체제를 위협할 수 있는 더 이상의 제재는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한·미·중 해양세력과 북·중·러 대륙세력의 입장 차이는 G20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다. 이러한 지정학적 지형 위에서 운전대를 잡았지만 소위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교통체증이 쉽게 해결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 것이 사실이다.

경쟁관계에 있는 강대국들은 전략적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해 있지만 그러한 이익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지역에서는 오히려 현상유지를 선호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한반도는 본격적인 경쟁구도에 진입한 미·중의 이익이 첨예하게 대립해 있지만 이익이 균형을 이루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미·중의 한반도 정책이 현상유지를 지향해 왔던 구조적 이유 중 하나다. 그런데 전략적 이익의 균형에 변화를 초래하는 중대 사건이 발생했다. 핵탄두를 탑재해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 있는 북한의 ICBM 개발이 그것이다. 미국은 이로 인해 제재 강화는 물론 여태껏 자제해왔던 군사행동과 전면적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까지 모두 동원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는 대북정책 옵션들은 과연 얼마나 실현 가능성이 있을까?

우선 대북 선제공격은 정권 수뇌부를 제거하기 위한 참수작전이든 핵시설을 겨냥한 정밀타격이든 실행 가능성이 낮다. 전면적인 세컨더리 보이콧도 실현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과도한 ‘중국 때리기’로 미·중 갈등이 증폭될수록 북한의 전략적 가치는 제고될 것이고, 북한을 감싸 안으려는 동력 역시 강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제재강화는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중국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한 결국 북한의 근본적인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할 것임은 물론 그들을 협상장으로 불러내지도 못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 과거 북한을 아프게 했던 방코델타아시아(BDA)급의 금융제재와 인권압박, 김정은의 실상에 관한 정보를 투입하는 것 등 다양한 압박 기제를 동원할 수 있는 한 모두 동원해야 한다. 이러한 압박으로 북한의 일정한 태도변화를 유도해 협상장에 불러 낼 수 있다면 이 방안이 최선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현 상황에서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정책 옵션은 무엇이 있을까? 억제력과 방어력, 그리고 공격력의 제고 등에 대한 정책적 제안을 제외하고 ‘2단계 해결책’을 실현시키기 위한 방안 위주로 논의를 전개해 보려한다.

첫째, 단기적으로는 제재강화에 무게를 두어야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협상의 틀을 만들어 주변국과 조율해 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한 준비로 북한의 ‘모라토리엄’ 선언을 매개로 한 협상이 상당한 가능성이 있는 방안이다. 일단 북한의 경우 기존의 능력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전제조건이 받아들여진다면,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더 많은 전략적 이득을 취하려고 할 수 있다. 쌍중단과 쌍궤병행을 주장해온 중국은 ‘모라토리엄–협상’ 옵션을 적극 지지할 것이고, 미국 또한 다른 정책 수단이 여의치 않다는 판단이 든다면 ‘모라토리엄–협상’으로 상황을 관리하려 할 수 있다.

둘째, 이 경우 중요한 것은 어떠한 협상을 할 것인지에 대한, 즉 협상조건에 대한 논의를 조속히 전개해야 할 필요가 있다. 현재 북·미 관계는 오토 웜비어의 사망과 북한의 ICBM 시험발사로 당분간 대북 강공책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미국 조야에서도 비핵화를 협상의 요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비현실적이고 북한의 모라토리엄 선언으로 협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시각이 있는 것 또한 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도 다른 정책수단이 고갈되거나 제재가 일정한 효력을 발휘할 경우 협상으로 선회할 수 있다.

대북 주도권은 운전자보다 조정자 역할에서 발휘될 것

지금은 문제의 해결보다 상황의 관리가 긴요한 시점이다. 한·미 양국이 단계적 해법을 가동할 때 어떠한 단계에서 어떠한 보상을 할 것인지에 대한 의견 조율을 시작해야 한다. 핵미사일 활동의 동결 또한 어떠한 동결이어야 하는지 양국이 의견을 맞춰나가야 한다. 북한이 현시점에서 동일한 조건으로 핵·미사일 ‘활동 동결’을 할 가능성은 낮아 보이지만 소형 핵탄두를 탑재한 탄도미사일이 미국에 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한 후에는 기존의 능력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전제조건 아래 동결과 보상을 교환할 가능성도 있다.

셋째, 한국은 한·미 간의 의견조율과 동시에 한·미·중 협의 채널 가동에 대한 부분도 타진해야 한다. 중국은 5자회담 수용 불가 입장에서 쌍중단과 쌍궤병행에 관한 논의라면 양자든 3자든 5자든 만나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북한 문제 해결의 주도권은 운전자보다 ‘매치 메이커(match maker)’ 또는 조정자의 역할을 할 때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전략적 이익이 거부당하고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다면, 해양봉쇄 등 진정 ‘가보지 않은 길’을 갈 준비 역시 해야 할 것이다.

김재천 /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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