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1월 3일

북한法 통일LAW | 북한산(産) 두고 법정에 선 각양각색 분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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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통일LAW

북한산(産) 두고 법정에 선 각양각색 분쟁사

최은석 / 통일교육원 교수

의류 완제품, 냉동 수산물, 라디오 등 컨테이너 화물 33TEU를 싣고 북한 남포항을 출발한 화물선 트레이드포춘호가 지난 2010년 5월 29일 인천항에 입항해 하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

의류 완제품, 냉동 수산물, 라디오 등 컨테이너 화물 33TEU를 싣고 북한 남포항을 출발한 화물선 트레이드포춘호가 지난 2010년 5월 29일 인천항에 입항해 하역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연합

피고인 구상득 등은 테두리 봉제 작업만 제외한 사각형 면 타올을 북한에 보냈다. 피고인들은 중국에서 생산된 미완성 면 타올과 사각 테두리에 사용될 봉제용 실, 원산지 표시 라벨(MADE IN D.P.R. KOREA), 포장용기 등 원·부자재 일체를 북한으로 반출, 테두리 봉제 작업을 하여 면 타올을 완성한 후 완성품을 중국의 단둥 세관의 보세구역을 통해 다롄항을 거쳐 부산항으로 반입했다. 피고인들은 중국산 면 타올의 원산지를 북한산(産)으로 허위 표시하여 마치 북한산 면 타올인 것처럼 위장 수입,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하 남북교류협력법) 제26조 제2항에 따라 관세를 면제받아 이를 포탈하였다는 이유로 피소되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남북교류협력법, 대외무역법, 대외무역법시행령, 통상산업부고시, 산업자원부고시 및 대외무역관리규정에 따라 원산지 판정의 기준에 관하여, 수입물품의 생산, 제조, 가공과정에 2개 이상의 국가가 관련된 경우 최종적으로 실질적 변형을 행하여 그 물품의 본질적 특성을 부여하는 활동(이하 ‘실질적 변형’)을 수행한 국가를 당해 물품의 원산지로 법적 판단을 했다.

타올 실질적 변형은 북한에서 이뤄져 북한산 맞다

여기서 실질적 변형이라 함은 당해 국에서 제조, 가공 과정을 통하여 원재료로부터 3번의 상이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그 결과 대법원은 3번의 변경을 가져오는 실질적 변형이 북한에서 이루어졌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위 면 타올의 원산지는 북한이라 할 것이고, 따라서 피고인들이 원산지를 허위로 표시하였다거나 관세율 등에 관한 허위신고를 한 것이라고 할 수 없으며, 이를 달리 인정하기에 족한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형사소송법에 의하여 피고인들에 대하여 각 무죄를 선고하였던 것이다.

또한 남북교류가 활성화되기 이전인 1995년 통일부 장관(당시 통일원 장관)의 반입승인 없이 북한으로부터 수입하여 보세장치장에 장치한 물건이 몰수의 대상이 되는지 여부와 관련하여 대법원은 흥미로운 판결을 내린 바 있다. 통일부 장관의 반입승인 없이 수입한 물건이 항만에 도착하여 이를 인수, 취득해 보세장치장에 장치하였다면, 그 물건은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의 미수에 그친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것으로 형법의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본 것이다.

남북교류협력법은 남북한 간의 왕래, 교역, 협력사업 및 통신역무의 제공 등 남북교류와 협력을 목적으로 하는 행위에 관하여 정당하다고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하도록 되어 있어 이 요건을 충족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동법의 적용은 배제되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원심판결 이유에 의하면, 원심은 남북교류협력법 제13조에 의한 통일부 장관의 반입승인을 받지 않고 수입제한 품목인 북한산 물건을 반입한 범죄행위에 대해 동법 제28조의 양벌규정에 따라 피고인 회사를 유죄로 인정하였다. 또한 피고인 회사는 북한으로부터 수입한 이 사건 물건이 인천항에 도착하자 이를 인수, 취득하여 보세장치장에 장치한 사실을 알 수 있고, 따라서 이 사건 물건은 피고인 회사가 통일부 장관의 반입승인을 받지 읺고 반입하려다 미수에 그친 범죄행위로 인하여 취득한 것으로 형법상 몰수의 대상이 된다고 판단했다.

한편 지난 2010년 ‘5·24조치’로 인해 남북교역이 중단되면서 북한산 물품의 반입이 전면 금지되자 북한 무연탄을 수출입하는 피고인들이 중국 또는 러시아에서 생산된 무연탄인 것처럼 가장하여 국내에 반입하기로 공모하고, 북한산 무연탄을 키리바시국 선적의 화물선에 선적, 인천항으로 반입하면서 세관 반입신고 시 원산지를 중국산 또는 러시아산으로 거짓 표시하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남북교류협력법, 대외무역법, 관세법 위반죄로 이들을 기소하였는데, 수입한 물품의 원가가 5억 원 이상이었기 때문에 관세법 위반행위의 가중처벌 조항인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적용되었다.

북한산 무연탄, 원산지 거짓 표시해 반입 유죄 인정

북한산 물품의 반입 내지 수입신고 행위에 대해 미승인 물품 반입, 원산지 거짓 표시, 관세포탈 범죄로 기소한 사안이어서 남북교류, 무역, 통관 등을 규율하는 법령 상호 간의 규정 체계가 문제된 사안이었다. 법원은 남북교류협력법 위반죄(미승인 물품 반입)와 대외무역법 위반죄(원산지 거짓 표시)는 유죄로 인정하면서 관세법 위반죄(관세포탈)는 무죄로 판단하였다. 무죄의 논거는 남북교류협력법 제26조 제1항이 위 법에서 특별히 규정되지 아니한 사항에 대하여 대외무역법 등 무역에 관한 법률을 준용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통일부 장관의 승인을 받지 아니한 물품 등의 반입행위에 대하여는 남북교류협력법 제27조 제1항 제3호에서 이미 규정하고 있으므로 같은 행위에 대한 처벌규정인 관세법 제270조 제2항은 준용되는 조항에 해당되지 아니한다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여러 사례처럼 남북관계와 관련된 다양한 법적 쟁점에 대해서는 누구도 명쾌한 해답을 제시하기 어렵다. 결국 사안의 분야와 유형별, 그리고 규범의 영역별로 접근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연구가 축적되어 가면서 개별적인 분쟁의 해결뿐만 아니라 종국적으로는 향후 입법적인 해결 방안 모색에도 시사점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

오래전 일이지만, 문득 접경지역의 어느 가판대에서 있었던 일이 생각난다. 콩을 담은 농산물 용기에 ‘북한산’이라는 푯말로 원산지 표시가 되어 있었다. 그런데 그 밑에 작은 글씨가 유독 눈에 들어 왔다. ‘통일되면 국내산’이라는 글씨였다. 법원의 입장에서 보면, 남북교류 과정에서의 분쟁은 법과 현실의 간극이 엄연히 존재하는 긴장관계를 수반하는 경우가 많다. 남북관계 상황에 따라 그러한 특수성을 고려해야만 하는 현실이 때로는 안타깝게만 느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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