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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북한 동계스포츠 정체된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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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62

북한 동계스포츠, 정체된 이유는?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남과 북이 함께하는 평화와 화합의 평창동계올림픽이 실현되고 있다. 감격스럽다. 한반도에서 지리적으로나 기후적으로 동계스포츠에 가장 적합한 양강도에서 온 탈북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 기회에 북한의 동계체육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북한에서 동계체육을 장려할 수 있는 지역은 양강도, 함경북도, 자강도이다. 특히 해발 1,000m 이상 되는 지역이 대부분인 양강도는 자연지리적 환경으로 인해 동계체육의 메카라 할 수 있다. 10월 말부터 눈이 오기 시작해 이듬해 4월까지 눈이 쌓여 있는 백암과 삼지연 지역은 스키와 쇼트트랙, 아이스하키를 연습하기에 딱 좋다.

하지만 현실은 삼지연에 하나뿐인 스키장이 제대로 운영되지 않고 있고, 기온이 영하 20도를 내려가는 날이 많다 보니 하루 훈련이 끝나면 선수들은 지친 몸을 끌고 다시 야외 빙상장 관리를 해야 한다. 스케이트장이든, 아이스하키장이든 빗자루로 눈가루를 다 쓸어내고, 길고 무거운 호스를 끌고 큰 빙상장에 골고루 물을 뿌리며 북한식 표현으로

‘전투’를 한다.

낮에는 훈련, 밤에는 시설관리? 기피 종목 중 하나

조건이 이렇다 보니 북한에서 동계스포츠 종목을 하려는 선수도 부족하다. 실례로 스키 선수들은 북쪽 지역 출신들이 대부분이다. 평양에서 곱게 자란 학생들 중에 엄동설한에 손발이 얼어가며 밖에서 훈련하는 동계 종목을 하려는 학생은 드물다. 학교에서 겨울철 체육을 하는 소조도 없다. 예외가 있다면 북한에 단 하나뿐인 평양의 빙상관에서 훈련하는 아이스하키나, 쇼트트랙이 전부일 것이다.

언제인가 학생들을 데리고 삼지연 답사를 갔을 때였다. 체육단 간부인 모 학부형의 도움으로 4·25체육단 숙소에서 하룻밤을 보낸 적이 있었다. 삼지연에 4·25체육단이 있다는 말이 놀라워 알아봤더니 4·25체육단 스키 선수들의 숙소라 했다. 평양뿐만 아니라 북한에서 제일 유명한 4·25체육단 스키 선수들은 전부 양강도와 함경북도 출신들이었다. 당시 6월이었는데 양강도 대홍단 출신 선수 한 명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겨울철에 날씨가 춥고 눈이 너무 많이 내려 훈련을 제대로 못한다고 했다. 다른 선수들은 어디에 있는지 물으니 파종철에 집에 갔는데 아직 오지 않았다고 했다.

동계체육 종목은 양강도나 함경북도에서도 농촌 지역 농장원 자녀들이나 하는 종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욱이 국가에서 배급을 주지 않으니 파종철부터 집에 가야 한다. 그나마 체육 부문엔 배급이라도 주는데 그것마저도 공급이 제대로 되지 않고 수송이 늦어 집에서 강냉이(옥수수 알맹이)를 가져다 먹는 것이다.

여름철에는 눈이 없어 기술 및 전술훈련과 체력훈련을 주로 진행하는데 감독들이 잘 참여하지 않아 형식에 그친다고 한다. 감독들 역시 북쪽 지역 출신들이다 보니 집에 갔다가는 핑계를 대고 잘 올라오지 않는다고 한다. 북한의 동계스포츠 성장이 더딜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내에서 할 수 있는 종목도 별반 다를 게 없다. 빙상관이 평양에 하나뿐이어서 4·25체육단조차도 제대로 훈련하기 어렵다. 빙상관에서 아이스하키 선수들만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쇼트트랙, 피겨 등 다양한 종목의 선수들이 훈련해야 되니 훈련 시간을 받으려 저마다 빙상관 일꾼들에게 뇌물을 준다. 또 국제 경기가 있게 되면 각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빙상관을 독차지하게 되어 국내 경기는 지방에서 치른다. 훈련을 제대로 못한 북한 선수들이 실력을 키우기란 환경적으로 어렵다. 그렇다고 돈을 들여 해외에서 전지훈련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한다. 엘리트 체육 선수들의 환경이나 조건이 이 정도니 주민들의 겨울철 생활체육은 생각지도 못한다.

학교에서의 동계체육 활동도 심각하다. 1970~1980년대만 하더라도 학교마다 겨울철 체육 소조가 있었고 겨울철이면 마당에 물을 뿌리고 스케이트장을 만들었으며 과외 시간이면 스케이트를 타는 학생들이 많이 보였는데 최근에는 이마저도 없어졌다.

지방의 전문 선수, 중국에서 밀수한 중고 장비 착용해

북한에서 동계체육이 위축된 이유에는 고질적인 경제 불안과 물자난도 원인으로 지목된다. 일례로 북한에서는 스케이트를 제대로 생산하지 못하고 있다. 이전엔 함경남도 단천시에 있는 모 공장에서 스케이트를 전문으로 생산했다. 당시 단천 스케이트라면 북한에서 독보적인 브랜드이자 웬만한 체육선수들이 다 사용하는 체육용품이었다. 하지만 경제난으로 공장은 문을 닫았다. 국내 생산이 없으니 시장에서도 스케이트를 파는 장사꾼이 없다. 평양에서 활동하고 있는 전문 선수들은 어떻게 해결하는지 모르겠지만 지방의 전문 선수들은 필요한 스케이트를 중국에서 중고품을 밀수로 들여와 쓰는 형편이다. 최근에는 중고 동계체육 용품을 중국에서 전문 밀수해 체육단체에 파는 장사꾼도 생겨났다고 한다.

또 다른 이유는 기후온난화 때문이다. 겨울철 온도가 점점 올라가 한창 훈련해야 될 한낮에도 얼음이 녹는 날이 많아져 훈련하기가 어려워졌다고 한다. 하지만 북쪽 지역보다 해발이 낮은 서울에서도 야외 빙상장이 운영된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실상은 북한의 경제가 어려우니 동계체육에 신경 쓸 여력조차 없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경제난으로 인한 국가적 무능력과 무관심이 북한 동계스포츠를 변방으로 내몰았다. 바라건대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북한 동계체육도 한 단계 발전하고 더불어 한반도에 평화와 통일의 바람이 불어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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