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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통일교육 | 둥글게 앉아 조잘조잘 … 소통과 공감을 나눠요 2018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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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밖에서 만난 통일교육

둥글게 앉아 조잘조잘 … 소통과 공감을 나눠요

변준희 / 통일드림 사무총장

토킹 피스(Talking Piece)를 활용한 마음 열기 활동 모습

토킹 피스(Talking Piece)를 활용한 마음 열기 활동 모습

필자가 현재 활동하고 있는 ‘통일드림’은 2012년 학교통일교육강사협회로 출발하여 2014년 통일부 인가를 받은 비영리 민간단체로, 다양한 교육 및 문화 사업을 기획·진행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통일드림의 다양한 활동 중 필자가 가장 애착을 갖고 있는 프로그램인 자기 주도적 참여 활동 중심의 통일교육, ‘공감 통일동아리’ 활동에 대해 소개해보고자 한다.

필자는 2010년부터 전국에 있는 초·중·고등학교 청소년들을 만나며 통일교육을 진행해왔고, 통일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기는 것을 보며 나름의 보람을 느껴왔다. 하지만 늘 아쉬움이 남았다. 일회성 교육이라는 시간적인 한계 속에서 수업시간 내에 다룰 수 있는 내용이 너무 한정적이었고, 학습자의 수동적 수업참여 방식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을 기회조차 없을 때가 많았다.

그러던 중 필자가 강사로서 배운 것이 더 많았던 2013년과 2014년, 서울 해성여자고등학교와 서울 영란여자중학교에서의 2년 동안의 현장경험을 바탕으로 ‘공감통일동아리’라는 활동을 기획하게 되었다. ‘공감 통일동아리’는 경기도 ‘공감 통일교육’ 민간공모 지원 사업에

3년 연속으로 선정되어 현재 수행 중에 있으며, 학생들이 화해·평화·통합역량을 갖추어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감통일동아리, ‘집어넣는교육 아닌 꺼내는교육

기존의 강의식 통일교육과 달리 ‘공감 통일동아리’는 ‘집어넣는(주입식)’ 교육이 아닌 ‘꺼내는’ 교육을 지향하고, 단기적이 아닌 장기적 관점의 교육으로 학생들이 능동적, 자기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체험하는 방식이다. 또한, 통일이라는 목적 자체보다 통일을 이루는 과정에서 갖추어야 할 가치, 태도, 역량 등을 키우는 데 중점을 둔다. 나아가 더불어 살아가는 공동체의식을 함양할 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해를 통해 통합적인 관점 속에서 자신의 진로를 설계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방향성은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자유학기제, 창의적 체험활동의 취지 및 성격과도 많은 유사성을 갖는다.

공감통일동아리의 세부 프로그램은 함께 사업을 진행한 강사들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매년 수정·보완되었고, 본지의 기고를 통해 공감 통일동아리의 주제별 활동 프로그램들을 부분적으로나마 소개하려고 한다. 첫 번째 프로그램의 주제는 ‘소통과 공감’이다. 강사가 첫 시간부터 무리하게 진도를 나가려고 한다거나, 통일동아리라고 해서 국가적·사회적 차원의 이야기만 다루려고 하는 것은 금물이다. 한반도 문제를 민족적인 차원으로 보기 이전에 오히려 개인적 차원의 일상생활로 끌어들여 출발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필자의 경우 ‘해성여고 통일동아리’ 첫날, 통일에 관심이 있어서 온 학생은 11명 중 2명뿐이었고, 나머지는 친구를 따라왔거나 1지망으로 신청한 동아리에 떨어져서 온 경우였다. 이듬해 영란여중의 경우에는 회원이 20명 가까이 되었지만 이 역시 담임선생님이 동아리를 개설했기 때문에 모인 것으로, 통일문제에 관심이 있어서 모인 친구들은 많지 않았다.

이처럼 다양한 동기와 사연을 가지고 모인 친구들과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자리배치를 원형으로 하는 것이 좋다. 원형의 자리배치에서 대화를 나누는 방법을 ‘서클 프로세스’라고 하는데, 이는 구성원 모두가 서로의 눈을 마주 볼 수 있도록 하고, 참여자가 동일한 거리에 위치하여 원 안에서 우리 모두가 평등하다는 의미를 갖는다.

진행자는 원 가운데 서서 이야기하거나, 원의 한자리에 앉아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이야기를 하면 된다. 이때 말하기 도구인 ‘토킹 피스(Talking Piece)’를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토킹 피스는 만졌을 때 부스럭거리거나 소리가 나서 집중력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면 무엇이든 괜찮다. 귀여운 봉제인형이나 나에게 의미 있는 물건, 또는 마이크 느낌을 주는 소품도 좋다.

토킹 피스(Talking Piece) 샘플

토킹 피스(Talking Piece) 샘플

토킹 피스는 누가 말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장치로, 토킹 피스를 들고 있는 사람만 말할 수 있고, 강사는 다른 사람들이 끼어들거나 말을 끊어서는 안 되며 경청해 들어주어야 한다는 규칙을 안내한다. 이러한 대화방식은 말하기와 듣기, 존중하기, 상호이해 등을 증진시키고, 소수에게 독점될 수 있는 발언 기회를 모두에게 제공함으로써 더불어 살아가는 태도 확립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토킹 피스경청의 미덕을 배우다

첫날 토킹 피스 발언 순서는 진행자(교수자)부터 시작하는 것이 좋다. 어떻게 하는 것인지 진행자가 먼저 예시를 보이면 참여자들도 조금씩 긴장을 풀 수 있다. 시작을 여는 활동으로는 서로를 조금 더 알아가고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놀이나 나눔이 좋다. 한 가지 예로 ‘이름표 만들기’ 활동이 있는데, 각자에게 이름표와 네임펜을 나눠주고 성명과 함께 자신이 지은 별명을 적도록 한다. 성과 이름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별명은 나 자신이 만들 수 있기에 원하는 별명으로 짓도록 한다. 다 적은 후에는 진행자부터 토킹 피스를 들고 자기 이름은 누가 어떤 뜻으로 지었는지, 별명은 내가 왜 이렇게 지었는지 설명한다. 이 활동은 1년간의 동아리 프로그램을 모두 마친 후 마무리 시간에, 자신의 평화 염원을 담은 새로운 예명을 짓고 소개하는 방식으로도 응용할 수 있다.

드림 카드(Dream Card)

드림 카드(Dream Card)

이 밖에 통일드림 교구재 중 하나인 ‘드림 카드(Dream Card)’를 활용하면 얼마든지 다양한 주제의 나눔이 가능하다. 드림 카드란 자신의 꿈과 바람을 적어볼 수 있는 카드이며 적으면 꿈이 이루어지는 카드라고 설명하기도 한다. 자신의 간절한 소원이 있다면 무엇인지, 동아리 활동에서 바라는 점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네임펜이나 매직으로 적을 수 있는 시간을 준 다음, 자신이 적은 카드 내용을 보여주는 활동을 통해 서로의 생각을 공유할 수 있다. 이 밖에도 활동 주제에 따라 드림 카드는 무궁무진하게 활용될 수 있고, 노끈과 집게로 고정시켜 전시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진행자는 아직 여러 사람 앞에서 말하는 것을 어색하게 느끼는 친구들이 용기 내어 말할 수 있도록 따뜻한 눈빛과 기다림, 고개를 끄덕이는 행동 등을 통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첫 시간 동안 ‘통일’이라는 말이 전혀 언급되지 않아도 괜찮다. 이러한 활동 자체가 이미 소통하고 공감하며 마음을 열어가는 매우 중요한 학습 과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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