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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제재국면, 인도주의·사회문화 중심의 교류협력 진전해야 2018년 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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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남북정상회담 초읽기 … 대전환의 기로에 섰다!

제재국면, 인도주의·사회문화 중심의 교류협력 진전해야

임수호 /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북한 김정숙평양방직공장원들이 지난해 1월 3일 평양에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연합

북한 김정숙평양방직공장원들이 지난해 1월 3일 평양에서 첫 출근을 하고 있다. ⓒ연합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4월 27일 판문점에서 개최된다. 이번 정상회담이 2000년 6월이나 2007년 10월의 남북정상회담과 다른 점은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불과 한 달 앞두고 진행된다는 데 있다.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은 한반도 냉전해체 프로세스에 시동을 걸었지만 그 과정을 완성시킬 북·미정상회담으로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미정상회담을 둘러싼 탐색에 1년 6개월가량이 소요되면서 미국 내 정권교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2007년 10월의 남북정상회담은 불과 몇 달 후 한국 내 정권교체가 이루어지면서 합의 이행의 동력을 상실하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은 한·미 양국 모두 대통령 임기 초반에 이루어진다. 유의미한 합의가 나온다면 그것을 이행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는 의미다.

한편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국제사회의 유례없는 대북 경제제재 국면 속에서 진행된다. 과거에도 대북제재는 있었지만 2006년 이전의 대북제재는 주로 미국의 독자제재이거나 미국의 수출관리령이 주도하는 국제전략물자통제체제(바세나르체제)에 따른 제재였다. 2006년 제1차 북한 핵실험 이후 일본, 2010년 천안함 폭침 이후 한국의 독자제재가 추가되었지만 현재 대북제재를 주도하는 것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이다. 이는 대북제재 완화에 대한 안보리 상임이사국(P5) 모두의 동의가 확보되지 않는 한 어느 한 두 나라의 정치적 결단에 의해 제재가 완화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경협, 4월 남북정상회담 중요 의제 될 수 없어

2016년 11월 30일 안보리 제재결의안 2321호 이후 대북제재의 효과는 중국의 적극적 동참에 의해 확보되었다. 북핵문제 해결의 전망이 확고하지 않는 상황에서 한국이나 미국의 일방적 대북제재 완화 시도는 중국과 일본의 대북정책을 뒤흔들게 될 것이고 이는 다시 비핵화에 대한 북한의 비타협적 태도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 고로 이번 4월 남북정상회담에서는 남북한 경제협력이 중요 의제가 될 수 없음을 의미한다.

북·미정상회담의 결과는 비단 핵문제만이 아니라 남북관계를 포함한 한반도의 운명을 판가름 짓게 될 것이다. 이번 정상회담의 초점은 비핵화를 포함한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에 대한 원칙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이를 한 달 뒤 북·미정상회담으로 연계시키는 데 있다고 할 수 있다. 만일 북·미정상회담이 나름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한다면 빠르면 연내 제4차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남북경협에 대한 구체적 협상은 이 단계에서 시작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 역시 남북한 간 협상과 합의만으로 진행될 수는 없으며, 대북제재 완화 로드맵과 관련하여 미국, 일본, 중국을 포함한 관련국 간 사전 조율이 있어야 할 것이다. 만일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경협 관련 합의를 도출한다면 그것은 2007년 ‘10·4선언’ 수준의 구체적 합의가 아니라 2000년 ‘6·15선언’ 수준의 원칙에 대한 표명이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

향후 남북한 교류협력은 비핵화 및 남북관계 및 북·미관계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크게 3단계로 구분하여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현 대북제재 국면 속에서의 교류협력이다. 주지하듯 현 제재 국면에서는 본격적인 의미의 남북한 경제협력은 불가능하다. 사실상 모든 남북경협 아이템이 유엔 제재에 의해 막혀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 국면에서는 대북 인도주의적 지원이나 사회·문화적 교류를 중심으로 교류협력을 진전시켜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르면 올해 상반기나 늦어도 하반기 중에는 대북제재에 따른 경제적 피해가 북한 주민들에게 나타날 개연성이 높다. 따라서 식량이나 보건의료를 중심으로 한 대북 인도적 지원은 유엔 헌장이 보장하는 인도적 견지만이 아니라 우리 정부의 대북기조인 제재와 대화의 병행을 위해서도 긴요한 문제로 부각될 것이다. 최소한 인도주의 문제에 대해서는 한국은 과감한 접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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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인도주의 문제 관련해선 과감하게 접근해야

남북한 간 이산가족 상봉이나 스포츠를 포함한 사회·문화교류 역시 제재에 위배되지 않는 한도 내에서 확대해 나가는 것이 가능하다. 특히 이번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확인되었듯이 스포츠 교류는 상대적으로 적은 정치적, 외교적 부담으로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점에서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을 남북한이 공동 개최하는 것 역시 적극 검토해 볼 가치가 있다.

한국을 중심으로 한 다자간 대북 지식공유 사업(Knowledge Sharing Program)이나 공동조사 사업 역시 북한만 수용한다면 현 제재 국면에서도 추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한과 유엔이 공동으로 북한 인구센서스를 실시한다든지, 북한의 미비한 통계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 남북한 접경지역 환경조사 사업, 두만강 등 북·중·러 접경지역 환경조사 사업 등을 들 수 있다. 과거 이러한 사업은 북한의 반대로 추진이 어려웠는데, 최근 북한의 과감한 행보로 미뤄볼 때 반드시 북한이 거부할 것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음으로, 대북제재가 완화된 국면에서의 교류협력이다. 유엔 제재는 2016년 3월 2일 안보리 결의안 2270호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 2270호 이전의 제재는 대량살상무기(WMD) 이전 통제에 초점을 두었다면, 2270호부터는 북한의 경제 일반을 타격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따라서 비핵화 과정이 일정 단계에 도달하면 관련국 간 합의를 통해 유엔 제재를 2270호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는 새로운 안보리 결의안을 도출하는 것이 가능하다.

유엔 제재가 2270호 이전 수준으로 완화되면 2010년 5·24 제재 이전 수준으로 남북경협을 복원할 수 있다. 이 경우 위탁가공 사업, 일반교역, 경제협력(개성공단, 금강산, 경공업-광물 교역, 기타 투자 사업)이 복원될 것이다. 물론 5·24 제재와 금강산관광 중단은 유엔 제재와 별개로 부과된 한국의 독자적 제재이므로 관련한 남북한 간 별도의 협의가 필요하다.

그런데 남북경협의 복원은 과거로의 회귀가 아니라 발전적 복원 형태를 띠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선 기존 남북경협이 가진 문제점을 극복하는 새로운 형태의 경협을 추진해야 한다. 고질적인 3통(통신·통관·통행) 문제를 개선해야 할 뿐 아니라, 한국 기업이 북한 시장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의 경협이 필요하다. 기존에는 남북경협이 ‘민(南)-관(北)’, ‘관(南)-관(北)’ 형태로만 진행되었다면 이제는 ‘민(南)-민(北)’ 형태의 남북경협이 도입되어야 한다.

남북경협 발전적 복원, ‘()-()’ 형태 도입되어야

아울러 개성공단 국제화를 포함하여 남북경협에 글로벌 스탠더드를 도입하는 문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존 남북한 간 합의의 문제점과 미비점을 보완하고 새로운 방식의 남북경협을 규율할 포괄적인 경협 합의도 필요하다. 필자는 이를 중국-홍콩, 중국-대만의 사례를 따라 남북한 FTA의 일종인 경제협력강화약정(CEPA : Closer Economic Partnership Arrangement)이라고 부르고 싶다.

마지막으로 비핵화가 완성되는 단계의 교류협력이다. 이 단계는 남북경협이 본격적 궤도에 올라서는 단계이며 사실상 북·미수교 프로세스와 중첩된다. 남북경협이 본 궤도에 올라서는 것과 북·미수교가 중첩되는 이유는 본격적 남북경협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1950년 이후 미국이 북한에 가해온 독자제재와 미국 수출관리령이 주도하는 바세나르 제재의 대북적용이 해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2007년 10·4선언의 개성공단 2단계 공사의 경우 바세나르 제재가 해제되지 않으면 실행되기 어렵다. 오히려 한국이 제재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한반도 신경제지도’의 대북 인프라 건설 및 산업협력 프로젝트 역시 바세나르 제재 하에서는 추진되기 어렵다. 또한 대북 인프라 건설 및 산업협력을 위해서는 한국만이 아니라 국제사회의 동참이 필요한데, 이를 위해서는 북한이 국제금융기구에 가입해야 한다.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 역시 IMF 및 세계은행에 최대지분을 가진 미국의 대북제재가 완화되어야 가능하다.

현재 미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 안보위협, 비시장경제, 인권탄압 등의 이유로 약 16개의 국내법을 적용하여 북한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들 제재는 서로 중첩되어 있어 어느 하나가 해제된다고 북한의 국제사회 진입이 허용되지는 않는다. 오직 북·미수교만이 모든 제재를 한꺼번에 해결할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

이 단계에 도달하면 남북경협은 대북 개발협력을 한 축으로 하고, 시장협력을 다른 한 축으로 하여 확고한 토대 위에 올라서게 될 것이다. 이것은 사실상 남북한 경제통합 과정이 시작됨을 의미한다. 그러나 여기에 이르기까지 남북한과 국제사회는 비핵화라는 지난한 과정을 거치게 될 것이다. 4월 남북정상회담과 5월 북·미정상회담은 그 단초를 여는 시작에 불과하다. 비관도 낙관도 아닌 냉정한 현실주의만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유일한 열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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