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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 파격에 또 파격 … 세상으로 나오는 북한 지도자 201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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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파격에 또 파격

세상으로 나오는 북한 지도자

장용훈 / <연합뉴스> 북한전문기자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포텔에서 개최된 북‧미확대정상회담 ⓒ연합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 카펠라포텔에서 개최된 북‧미확대정상회담 ⓒ연합

‘세기의 회담’이 끝났다. 그리고 그 회담은 한반도에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갈 주춧돌을 놓았다. 지난 6월 12일 오전 9시 싱가포르 센토사 섬의 카펠라호텔에는 한국전쟁 이후 70년 가까이 적대관계를 이어온 북한과 미국의 두 정상이 마주 앉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1984년생인 김 위원장과 1946년생인 트럼프 대통령은 38살이라는 나이 차이가 있지만 국가 대 국가의 정상으로 마주 앉아 한반도의 새로운 역사를 만들었다.

두 정상은 카펠라호텔 회담장 입구 레드카펫에서 비로소 한 자리에 섰다. 양국 정상은 미소를 머금고 걸어 나와 12초간 악수를 하며 가벼운 담소를 주고받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양국 정상은 성조기와 인공기를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마쳤고 이후 단독회담장으로 향했다. 회담장에 들어서기 전 두 정상은 다시 손을 맞잡았고 이어진 모두발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회담이 엄청나게 성공할 것”이라고 했고, 김 위원장은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배석자 없이 통역만 대동하고 이뤄진 단독정상회담은 오전 9시 16분께부터 9시 52분까지 약 36분간 진행됐다. 단독정상회담을 마친 두 정상은 2층 옥외 통로를 따라 확대정상회담 장소로 함께 이동했는데 잠시 발코니 앞에서 담소를 나누며 손을 흔드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히기도 했다.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

두 정상은 곧이어 배석자들이 함께하는 확대정상회담에 들어갔다. 확대정상회담에 들어가기에 앞서 김 위원장은 “우리의 발목을 지루하게 붙잡던 과거를 과감하게 이겨냄으로써 대외적인 시선과 이런 것들을 다 짓누르고 우리가 이 자리에 모여 마주앉은 것은 평화의 전주곡”이라고 말했다. 이어 “다른 사람들이 해보지 못한, 물론 그 와중에 어려움이 있겠지만 훌륭한 출발을 한 오늘을 기회로 함께 거대한 사업을 시작해 볼 결심은 서 있다”며 새로운 북·미관계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그것(도전들)을 해결할 것이고 나는 당신(김 위원장)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를 고대한다”고 화답했다.

확대정상회담에는 미국 측에서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 존 켈리 비서실장이, 북한 측에서는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이수용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이용호 외무상이 배석했다. 100여 분간 진행된 확대정상회담은 오전 11시 34분께 끝났다.

이어진 업무 오찬에는 미국 측에서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 의제 실무회담 미국 측 대표 성 김 주필리핀 미국대사, 매슈 포틴저 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합류했다. 북측에서는 노광철 인민무력상, 최선희 외무성 부상,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 한광상 당 중앙위원회 부장이 오찬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백악관에 따르면 오찬 메뉴에 햄버거는 포함되지 않아 기대를 모았던 양국 정상의 ‘햄버거 대좌’는 불발됐다. 하지만 정상회담의 의미를 살려 미국과 북한, 싱가포르 현지 음식이 어우러졌다.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과 50여 분간의 오찬까지 함께한 두 정상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오찬장을 나섰고 통역 없이 잠시 건물 밖으로 나와 카펠라호텔 정원을 1분여 동안 산책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에 “(공동성명에) 서명하러 이동 중”이라며 “정말 환상적인 회담”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두 정상은 다시 서명 장소로 이동했다. 이후 이날 오후 1시 39분께 서명식장의 육중한 문을 열고 함께 나란히 걸어 나온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대형 원목 테이블 앞에 앉았고 이어 각자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여정 제1부부장이 건네는 공동성명 서류를 받아들고 서명했다.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중요한 문서에 서명한다”라고 했으며, 김 위원장은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양국 정상은 오후 1시 43분께 자리에서 일어나 좌중의 박수 속에 세계가 기다려온 북·미 정상의 공동성명을 교환하고 악수를 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서명식이 시작된 지 6분여 만인 오후 1시 45분께 자리에서 일어나 재차 악수하고 환하게 웃으며 서명식장을 나섰다.

북·미 양국의 정상은 공동성명을 채택해 적대와 대결의 관계를 공존과 협력의 관계로 바꿀 위대한 첫걸음을 뗐다. 지난해 11월까지 북한은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이어가며 미국령인 괌에 대한 직접적인 포위사격을 하겠다고 위협했고, 이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화염과 분노’를 거론하면서 강력대응 의지를 밝혀 북·미 대립이 절정에 달했던 것을 고려하면 말 그대로 급반전이다.

6·12 ·미정상회담, 신뢰 기반 구축한 것에 큰 의미

우선 이번 북·미정상회담은 적대관계에 있는 양국의 최고지도자가 만나 상대방의 생각과 의중을 직접 들음으로써 신뢰의 기반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개최 자체에 적잖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공동성명을 통해 앞으로 양국 관계뿐만 아니라 한반도 평화 만들기의 이정표를 세운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성명에는 ▲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등 북한과 미국의 대결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해 무엇을 해나갈 것인지에 대해 명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대북 체제안전보장의 하나로 “조만간 실제로 종전선언이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더군다나 두 사람은 공동성명의 서문에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새로운 조(북)·미관계 수립이 조선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이바지할 것이라는 것을 확신하면서, 상호 신뢰구축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추동할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명시했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북·미 양국 간의 신뢰 쌓기가 먼저임을 강조한 셈이다.

정상회담 후 신뢰 쌓기의 첫 걸음은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떼었다. 그는 센토사 섬 카펠라호텔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군사연습(war games)을 중단할 것”이라며 “그것은 우리에게 엄청난 비용을 절감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것(한·미연합군사훈련)은 매우 도발적”이라며 “이러한 환경 아래에서 우리는 완전한 거래를 협상하고 있다”고 밝힌 뒤 “연합훈련을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한·미 군 당국은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을 공식 발표했다.

이제 눈은 북한이 내놓을 비핵화 조치에 모아지고 있다. 북·미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비핵화와 관련 대목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고 불가역적인 비핵화)’라는 언급이 포함되지 못하고 ‘완전한 비핵화’라는 표현에 머물렀다. 그런데도 트럼프 대통령은 사찰과 검증은 철두철미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해 차후 관련 작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주목된다.

앞서 함경남도 길주군 풍계리의 핵실험장을 폭파하기도 한 것처럼 향후 북한이 미사일 발사 시험장 폐기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북한이 합의문에 ‘CVID’라는 표현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자발적이고 주동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함으로써 미국과 ‘행동 대 행동’을 주고받을 생각임을 보여준다.

공동성명에서 합의한 미군 유해 송환 움직임이 북한에서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연장선에서 이해할 수 있다. 한국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 유해를 북한으로부터 넘겨받기 위한 나무 상자 100여 개가 23일 판문점에 도착했다. 또 오산에는 미군 유해를 미국으로 이송하기 위한 금속관 158개가 준비됐다. 유해 송환이 임박했음을 보여주는 조치로, 관이 158개라는 사실은 유해도 158구에 달하는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다. 북한이 합의를 성실히 이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북한의 이러한 행동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위원장의 결심을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 과연 그는 무엇을 꿈꾸는가. ‘은둔의 왕국’에서 성장한 젊은 지도자는 많은 과거 관행들과 결별을 원하는 것 같다. 장거리 비행을 피하지 않고 대중들이 모이는 장소에서 거침없으며 새로운 문물에도 거부감이 없다. 지난 6월 10일 싱가포르에 도착해 2박3일간 머물며 세계 초강대국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역사상 첫 북·미정상회담을 가진 김정은 국무위원장 이야기다.

그는 6월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단독회담을 앞두고 모두 발언에서 “우리한테는 우리 발목을 잡는 과거가 있고 그릇된 편견과 관행들이 우리 때로는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말했다. 대결과 반목의 북·미관계를 염두에 둔 발언이겠지만 과거와 결별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읽힌다.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주체’와 ‘선군’의 이름으로 남긴 가난과 폐쇄, 고립이라는 유산을 벗어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주체와 선군이 낳은 가난과 고립, 벗어나고 싶을 수도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를 찾았다는 사실 자체가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절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다. 고소공포증을 앓는 부친은 기차로만 이동했지만 젊은 지도자는 항공기를 타는 데 주저함이 없다. 더군다나 국가의 체면을 내세우는 북한에서 중국의 항공기를 빌려 타고 정상회담 길에 오르는 파격까지 눈길을 끈다. <노동신문>은 중국의 오성홍기가 선명한 에어차이나 항공기에 오르는 김정은 위원장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1면에 실어 주민들에게 알려지는 것도 괘념치 않았다.

싱가포르 도착 첫날 리셴룽 총리와 회담 외에는 별다른 일정이 없었던 김 위원장은 이튿날 한밤중 싱가포르의 명소로 향했다. 한밤 나들이였던 셈이다. 싱가포르 동남부의 마리나베이에 있는 초대형 식물원 가든바이더베이에서는 비비안 발라크리쉬난 외무장관과 여당 유력정치인인 옹 예 쿵 교육부 장관과 함께 웃음을 지으며 ‘셀카’를 찍었다. 전 세계 대부분의 30대가 셀카를 찍으며 즐거워하는 모습이 김 위원장의 해맑은 웃음 속에서도 그대로 읽혔다. 또 김 위원장 일행을 보기 위해 몰려들어 휴대전화로 사진을 찍어대는 군중을 향해서는 손을 흔들어주는 여유도 보여줬다. 한 국가의 최고지도자로 움직일 때마다 엄청난 경호원을 대동하지만 어쩌면 30대의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그것이 불편할지도 모를 일이다.

또 한밤의 나들이를 하면서도 김 위원장은 북한의 과거와 결별하고 싶은 욕망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싱가포르의 대표적 상징물인 마리나베이샌즈 호텔 전망대에 올라 야경을 보고 “싱가포르가 듣던 바대로 깨끗하고 아름다우며 건물마다 특색이 있다”며 “앞으로 여러 분야에서 귀국의 훌륭한 지식과 경험들을 많이 배우려고 한다”고 말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전했다. 정치적으로 독재와 권위주의 통치를 유지하면서도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세계 10위 수준인 6만1,766달러에 이르는 싱가포르는 김 위원장이 꿈꾸는 ‘북한몽’일 수도 있다.

세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나서며 국제사회의 일원이 되고자 하는 김 위원장의 의지는 6월 12일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더 크게 드러났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과 공동성명에 서명하고 “우리는 오늘 역사적인 이 만남에서 지난 과거를 걷고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역사적인 서명을 하게 된다”라며 “세상은 아마 중대한 변화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확대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훌륭한 출발을 한 오늘을 기회로 해서 함께 거대한 사업을 시작해볼 결심은 서 있다”고도 했다. 할아버지나 아버지 때의 북한과는 다른 모습을 행동으로 보여주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가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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