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10월 1일

브라운관 속 북한 직업 이야기 | 당과 인민을 위한 요리를 개발하라!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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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운관 속 북한 직업 이야기8 <우리 요리사> | 요리사

당과 인민을 위한

요리를 개발하라!

전영선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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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조선중앙TV>에서 제작한 <우리 요리사>는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요리사에 대한 이야기다. 그러나 요리사 앞에 붙은 ‘우리’라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우리 요리사’란 ‘우리 시대’에 맞고, ‘우리 입맛’에 맞고, ‘우리 상황’에 맞는 요리를 개발하는 요리사를 말한다. 1990년대 중·후반 소위 ‘고난의 행군기’를 거치면서 북한은 심각한 식량난에 봉착했고, 이후 문제 해결을 위한 작물로 ‘감자’를 집중 강조했다. 이후 감자 생산량이 늘어나면서 감자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가 개발되었다.

아울러 ‘감자’는 북한의 1990년대 중반 이후 영화의 주요 소재 가운데 하나로 다뤄졌다. <가정의 재부(2000)>에서 ‘지선희’의 아버지는 감자 농사에 대한 연구를 하고, <옥류풍경(2000)>의 옥류관 요리사 ‘무한기’는 녹말을 이용한 국수 개발에 온몸을 바친다. <엄마를 깨우지 말아(2002)>에서 ‘연순’은 감자를 이용한 아기젖 영양가루 개발을 위해 밤을 새우기도 하는 한편, 영화 <우리 요리사>에서는 북한이 식량난 해결책으로 제시한 감자를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선보임으로써 감자의 우수성을 대중적으로 홍보한다.

청류관 명요리사 박장수의 승부수, ‘감자

<우리 요리사>의 주인공 ‘박장수’는 제7차 전국요리 축전에서 당당히 1등을 차지한 명요리사다. 제8차 전국요리 축전을 준비하던 청류관 요리사 장수는 ‘현실에 맞는 요리’ 개발을 고민하면서 주재료로 ‘감자’를 선택한다. 장수의 아내 ‘향금’은 요리 연구사로, 새로운 요리를 개발해 학위를 받기 위한 준비 중에 있었다. 향금은 장수가 주 전공 분야인 쌀요리를 버리고 감자요리를 개발하려는 것이 못마땅하여 “전공을 살려서 쌀요리를 개발하라”고 한다. 하지만 장수는 감자요리가 중요하다며 고집을 꺾지 않는다.

장수가 감자요리 개발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영광식당에서는 쌀음식 품평회가 열렸다. 향금이 출품한 요리도 나왔다. 그때 품평회를 돌아보던 박장수의 후배이자 청류관에서 동료 요리사로 근무하던 ‘신기택’이 문제를 지적하였다. 기택은 “지금 같은 시기에 인민들이 즐길 수 없는 쌀로 만든 음식은 현실성이 없는 요리”라고 비판하고, “새로 개발한 쌀요리가 기준량보다 1.3배를 초과한다”며 “이처럼 낭비적인 음식이 무슨 소용이냐?”고 따졌다. 그리고는 “개발한 음식은 일반 인민들이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특별한 날이나 가능한 음식”이라고 비판하였다. 장수도 향금이 잘못된 요리를 개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는 봉사과장으로 있는 향금의 삼촌을 만나 향금이 인민들에게 필요한 감자요리를 만들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하였다.

한편 감자요리를 연구하던 박장수는 인민대학습당에 가서 감자에 대해 다시 한 번 학습하였다. 장수는 감자가 영양가가 매우 높으면서도 주식과 부식으로 활용할 수 있는 식품이고, 감자를 주식으로 하는 것이 당의 중요한 사업이며, 식량 문제는 먹는 문제일 뿐만 아니라 ‘국가의 존망이 걸린 절체절명의 사업’이라는 사실을 되새긴다.

하루는 감자요리 개발에 몰두하던 장수가 밀가루와 녹말가루의 비율(밀가루 섞임 비율)을 떨어뜨리면서 형태미를 보장하는 방법을 착안했다. 하지만 새로운 요리의 개발을 위해서는 새로운 감자 가공기계가 필요했다. 장수는 공장을 찾아갔다. 공장원들은 인민을 위한 일이라면서 흔쾌히 나섰다. 공장원들의 도움으로 장수는 마침내 새로운 감자 가공기계는 물론 밀가루 비율은 절반으로 줄이고, 녹말가루의 함유량을 35%에서 70%로 높인 빵을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다.

정수의 아내 향금은 정수가 개발한 감자요리를 보면서, 모두를 위한 감자요리의 절박성을 잘 알면서도 학위라는 개인의 명예 때문에 망설였던 자신을 반성한다. 향금은 이제라도 당의 배려 속에 터득한 지식과 기술을 무엇을 위해 쓸 것인가를 고민한다. 이내 향금은 자신을 위해 지식과 기술을 쓰지 말고 인민을 위해 감자요리를 개발하겠다고 다짐한다.

식량 문제는 국가 존망 걸린 절체절명 사업

북한에서는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한 여러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우선 쌀농사 이외의 대체작물로 권장되는 것이 감자와 콩이다. 또한 단백질 보충을 위한 풀먹이 동물 사육과 함께 질병에 강하고 알과 고기, 가죽을 얻을 수 있는 타조 등을 사육하고 있으며 열대메기를 중심으로 한 민물고기 양식 등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가운데 특히 감자는 고산지대가 많은 북한의 지형적 특성과도 잘 어울리는 대용작물로 주목받고 있다. 감자는 예부터 함경도와 강원도 등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재배되었는데,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자라고 영양소도 높으며 다양한 요리로 개발할 수 있는 장점이 있기에 산악이 많은 북한에서는 대체식량으로 적합한 작물로 평가받았다. 무엇보다 감자는 쌀을 대체해 주식 겸 부식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고난의 행군기’ 이후 국가적 차원에서 대홍단군을 비롯한 각지에서 재배가 권장되었다.

한편 <우리 요리사>에서는 주인공이 전국요리축전에 출품할 요리를 두고 고민한다. 북한의 ‘요리축전’은 요리경연대회다. 북한에서는 음식문화의 개선을 위하여 된장요리, 두부요리, 국수요리, 메기요리 등 분야별로 요리경연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1993년부터는 김일성의 생일인 4월의 명절을 맞이하여 ‘4월의 명절 요리축전’을 개최한 이후 전국적인 요리경연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전국적인 요리축전은 ‘조선요리협회’ 산하의 지역 요리협회와 각 부분 협회 산하의 수십개 단체들이 참가하여 신개발 요리와 특산 요리로 경연을 벌인다. ‘4월의 명절 요리축전’은 평양과 각 도별로 축전을 여는데 <우리 요리사>에서 박장수의 직장이었던 청류관을 비롯하여 고려호텔, 송산식당 등 내로라하는 식당의 요리사들이 참가한다. 요리축전에서 인기를 모은 요리로는 ‘평양냉면’, ‘신선로’, ‘잣죽’, ‘잉어청주냉찜’, ‘내포탕(내장탕)’, ‘닭인삼찜’, ‘오리구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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