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8년 10월 4일

특집좌담 | “공동선언 조건문 충족할 과감한 역할 수행 긴요” 2018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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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집좌담 | 9월 남북정상회담 … 한반도의 가을, 평화의 시동 다시 걸다

공동선언 조건문 충족할

과감한 역할 수행 긴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9월 18~20일 평양에서 남북정상회담을 갖고 19일 ‘평양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평양공동선언문에는 군사적 적대관계 종식, 남북 경제협력, 이산가족 상설면회소 개소, 10월 중 평양예술단 서울공연, 2032년 하계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유치 협력, 3·1운동 100주년 공동 기념행사가 포함됐다. 특히 김 위원장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국제사회 전문가들 참관 아래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미국의 상응조치가 있다면 영변 핵시설 영구폐기 등의 추가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또한 문 대통령의 초청으로 연내에 서울을 방문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9월 평양공동선언은 다양한 분야에서 평화구축과 교류협력을 위한 실천적 과제를 담고 있다. 그러나 향후 북·미협상의 전개 양상과 국내여론의 통합, 국제사회와 공조 등 원활한 이행을 위한 과정에서 변수로 작용할 장애물은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총체적으로 분석해보고 앞으로 한반도 정세와 평화를 견인하기 위한 우리 정부의 바람직한 전략 방향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점검해본다. ※편집자주

(왼쪽부터)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봉영식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위원

(왼쪽부터)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봉영식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위원

군사적 긴장완화와 적대관계 해소

불가역적 평화 구축의 중요한 첫 걸음봉영식

남북 군축, 장기적으로 비핵화와 함께 가야임수호

적대시 중단 관련 감시검증체계 보완해야이호령

군사분야 합의, 비핵화 촉진에 긍정적 역할홍현익

홍현익 지난 9월 18~20일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 중 처음으로 평양을 방문해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가졌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는 남북 최고지도자가 최초로 백두산에 함께 오르는 것을 비롯해 이정표적인 여러 행사가 이뤄져 적어도 남북관계 측면에서는 아주 뜻깊은 시간이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두 차례의 회담을 마친 후 두 정상이 9월 19일 서명한 ‘9월 평양공동선언’에 대해서는 발표 이후 다양한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세 번째로 진행된 평양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하여 5가지 주제로 의견을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칭찬할 점이나 비판할 점 또 향후 우리 정부의 보다 나은 대응 방법과 취해야 할 정책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기탄없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첫 번째 주제는 군사 분야입니다. 남북 군사적 긴장완화와 적대관계 해소에 대한 내용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남북 간에 포괄적인 군사합의서가 체결됐는데요. 합의 내용을 어떻게 평가하시고, 개선점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시죠.

봉영식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는 3가지 아젠다, 즉 한반도에서 남북 간 협력,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완화와 적대관계 해소가 논의되었습니다. 이중 저는 군사적 긴장완화와 적대관계 해소 부문에서 가장 큰 진전이 있었다고 봅니다. 물론 안보적 측면에서 일정 부분 불안요소가 생겼다고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냉전 기간 동안에 유지했던 군사태세에 큰 변화가 왔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이 아니면 또 언제 할 수 있겠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죠. 지금 이 상황이 아니면 과연 북한과 실질적인 군비통제와 군축 문제를 협의하고 실행해볼 수 있을 기회가 언제 있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정부로서는 이 타이밍을 잡아야 했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처음으로 2000년에 제1차 남북정상회담을 했을 때 1인당 GDP로 남북 간의 격차는 약 12:1이었고, 2018년 현재는 약 21:1 수준입니다. 경제력이 군사력을 뒷받침한다는 가정 아래 이야기한다면, 이제 군비통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조금 과감한 실험을 해볼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또한 이러한 군비통제를 통해서 한반도의 긴장완화를 시도한다면 북한이 이제까지 내세웠던 입장, 즉 ‘한국과 미국의 호전적인 정책과 대립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핵미사일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따라서 이를 포기할 수는 없다’는 식의 주장을 약화시키는 효과도 있습니다.

또한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다고 해서 우리가 손 놓고 그냥 있을 수는 없죠. 비핵화와 별도로 국익을 다른 방법으로 추구해야 하는 시기라는 점에서, 이번 합의가 문재인 대통령이 말한 불가역적인 평화를 구축하는 데 중요한 첫걸음으로 볼 수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앞으로 유의하여 추진해야 할 과제는 미국과의 협의가 되겠죠. 남북 간 군비통제도 그렇고, 비핵화와 관련한 부분에서도 합의문에 담아내지 않은 많은 것이 있다고 대통령과 국가안보실장 모두 언급한 상황이니, 향후 한·미 간의 협의와 입장 정리는 원만하게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임수호 저도 군사적 합의와 관련해서는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편입니다. 사실 이번 회담의 핵심 의제는 비핵화였는데요. 비핵화 추진은 ‘투-트랙’으로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앞서 봉영식 연구원이 지적했듯이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대응하기 위해 핵을 개발했다는 논리가 있고요. 그래서 북한의 대미관계가 개선되고 향후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결국 북한 입장에서 남는 것은 남북한 간의 재래식 불균형 문제거든요. 이 부분이 굉장히 중요한 것이 어떻게 보면 핵개발의 근본적 요인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죠.

따라서 비핵화는 장기적으로 남북한 군축과 병행해서 함께 가야 하는 것이고요.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이번에 그 첫발을 뗐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다만 국내적으로 매우 예민하고 정치화되어 있는 부분이 많아서, 앞으로 이번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의 군사적 분야에 대한 합의를 구체적으로 이뤄나가는 과정에서는 여러 난제가 많이 도출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20181004_151334이호령 일단 남북 간에 군사적인 신뢰구축 조치를 위한 하나의 장을 마련했다는 것에 의의가 있습니다. 특히 과거 남북기본합의서에 담겨 있었던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한다는 점에서는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있겠죠.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남북기본합의서가 채택되어 남북군사공동위원회를 가동하고자 했던 시점은 1991년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때는 북한의 핵문제가 매우 초보적인 단계였죠. 소위 북한이 본격적으로 핵개발의 문턱을 넘기 전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때도 남북 간의 군사적인 신뢰구축, 운영·구조적 군비통제에 대한 부분을 다 담았는데요.

27년이 지난 지금 시점에서 보면 북한의 핵능력은 굉장히 고도화되어 있습니다. 지금 비핵화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 핵동결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한의 핵생산능력은 유지된다고 볼 수 있죠. 이러한 가운데 비핵화를 위한 노력과 더불어 재래식전력분야에서의 군사적인 신뢰구축, 즉 군사분계선을 중심으로 육·해·공의 적대시 정책을 중지하겠다는 것은 맥락상 큰 의미가 있습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북한의 위협이 적대시 정책을 중지한다고 한 것만큼 과거에 비해 줄어들었는지를 생각해보면 그렇지는 않습니다. 북한 주요 전략자산의 70%가 여전히 평양 이남에 배치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이번 남북정상회담 기간 중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에 보면 군사분계선으로부터 서부 지역 20km, 동부 지역 40km 지역에 대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지만 우리로서는 가장 위협적인 북한 방사포를 비롯한 주요 비행체가 이 지역을 넘나드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어 있지 않습니다.

남북 간 적대시 정책을 중단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 조치가 현재 육·해·공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우리가 북한의 위협이라고 할 때 제일 많이 언급하고 있는 북한 도발 문제를 차단시키는 것과 관련한 조치사항은 세밀하게 담겨 있지 않아서 앞으로 향후 이 문제에 대한 부분은 계속해서 노력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이 들고요.

또 하나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은 ‘판문점선언 군사분야 이행합의서’ 제1조 제1항부터 제5항까지 내용 중 시행 날짜에 대한 부분입니다. GP 철수부터 시작해서 적대시 정책을 중단시키고자 하는 조치에 대해 11월 1일부터 전면 시행한다고 되어있는데요.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적대시 정책을 중단하기로 합의한 부분에 대한 ‘모니터링’입니다. 진정으로 합의사항을 준수하고 이행해 나갔는지에 대한 ‘감시검증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인데요.

이에 대해서는 이행합의서 제5조 가장 마지막 항에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운영 등을 논의한다고 합니다만 일정은 명시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죠. 즉 오는 11월 1일부터 적대시 정책을 중단하는 것과 관련하여 어떻게 검증체계를 작동시킬 것인지에 대한 내용이 부재합니다. 유럽의 재래식 군비통제 문제나 신뢰구축 과정을 보면 이러한 조치에 합의하면 반드시 검증체계를 병기해 놓았거든요. 이 부분이 지금 남북 간 합의서에 반영되어 있지 않은 점은 향후 신속한 보완사항이라고 생각됩니다.

앞으로 우선적으로 취해야할 조치는 남북군사공동위원회 운영과 적대시 정책 관련 합의사항 이행을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그리고 합의사항 이행을 어겼을 경우 어떠한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 명확하게 나와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래야 실질적인 평화를 위한 노력이 의미 있는 성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봅니다.

홍현익 패널분들이 자세하게 말씀해 주셨는데요. 저는 기본적으로 북한이 느끼고 있는 안보위험 요소를 축소해 주는 것이 북한의 비핵화를 촉진하는 효과가 있고 이것이 결국 우리 국가안보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우리의 최대 인구밀집 지역인 수도권이 휴전선에서 가까운 곳에 위치하므로 주민들이 안심하면서 일상생활에 전념할 수 있게 해주는 조치가 필요한데요.

이번 남북 간 합의에 대해 일부 비판하는 쪽에서는 해상 완충지역이 서해 NLL에서부터 등거리가 아니기 때문에 우리가 군사행위를 중단해야 하는 지역이 북한보다 더 넓다는 지적을 합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해안선의 길이로 보면 북한이 오히려 더 길고 포구를 덮어둬야 하는 해안포도 북한이 우리보다 4배 정도 더 많다고 해명합니다. 해당 분야 군사전문가들이 합의의 내용에 대한 부분을 놓고 실질적인 논의를 한번 해봐야 한다고 생각되고요.

또한 이번 합의는 대통령이 방문했을 때 서명했으니 정부에서는 이의가 없을 테지만 국회 등에서 전문적 지식을 반영한 의견, 예를 들면 북한은 실제로 공중정찰 행위를 거의 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우리는 공중정찰로 북한의 군사정보를 많이 얻고 있었는데 이번에 ‘비행금지구역’을 확대하면서 서울 이북 상공은 군용기가 갈 수 없게 되었고 이로써 우리 군의 정찰비행 구역이 좁아지게 된 것이 아닌지 등에 대한 지적에 대해서도 안보적 관점에서 차후 검증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이호령 덧붙이자면, 육군과 공군의 입장이 다릅니다. 정보 획득과 부대 운영의 측면에 있어서 공군의 경우 보다 넓은 구역을 보는 정찰기를 통해 정보를 획득하기 때문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겠지만 육군의 경우에는 각자 부대를 중심으로 해서 접경지대에 위치한 상대방의 부대 움직임을 보고 종합적인 정보의 판단 아래 대응을 해야 되기 때문에 무인기 등의 정찰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상황이 조금 다를 수 있거든요. 육군의 경우 이번 군사분야 합의로 인해 후방으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상대, 즉 북한의 카운터파트 부대의 동향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제약 요소가 있다는 지적을 하기도 합니다.

또 거론되는 문제 중 하나는 비행금지 구역의 확대로 인해 정찰기가 기존보다 뒤로 빠져서 정찰해야 되기 때문에 쉽게 말하면 동일한 정보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과거보다 더 좋은 성능의 정찰기가 필요하다는 것이고 이로 인해 또 다른 군사비 증액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죠.

봉영식 국방부의 공식 입장은 우리가 북한군의 동향을 다층적으로 관찰하고 있기 때문에 대응능력이 크게 훼손된 것은 아니라는 것인데요. 만약 이러한 전략자산에 대한 부분을 양보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주한미군 의존도가 심화되는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정부가 지향하고 있는 ‘자주국방’이라든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측면에서 오히려 미국의 협상력을 높여주는 상황이 전개될 수 있는 것이고, 물론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방위비 분담 문제 등에서 미국에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게 할 근거를 준 것이 아닌지에 대한 부분도 검토가 필요하겠죠.

홍현익 국가안보 측면에서 만약 우리가 훨씬 더 비대칭적인 손해를 보는 부분이 있다면 정부는 이를 충분히 반영하여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는 것이 좋지 않을까 판단합니다. 과거 NLL 논란처럼 또 다시 안보를 둘러싼 국내 갈등과 국론의 분열로 인한 여러 낭비적 폐해를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죠. 군사 분야 전문가가 검토해볼 때 만약 우리 안보에 상당한 위해요소가 있다고 판단된다면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논의를 거쳐 시정할 부분은 문구를 수정해서 다시 합의하여 시행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저는 이번 남북 간 군사 부문 합의서의 추가적인 의미로 미국에 대한 메시지라는 점을 평가하고 싶어요. 사실 미국은 이번 9월 평양 남북정상회담 전까지 종전선언에 대하여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였는데, 이번 남북 간 합의로 상당한 압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공개적으로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저는 이번 군사 분야 합의서가 미국이 북한의 비핵화 이행 촉진을 위해 종전선언을 수용하도록 견인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할 측면이 있다고 봅니다.

지난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과 북한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

지난 9월 19일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임석한 가운데 송영무 당시 국방부 장관과 북한 노광철 인민무력상이 ‘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 분야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연합

민족경제 균형발전과 대북제재

제재 선 넘지 않는 합의에 대미압박 성격도이호령

자율성 최대 활용해 경제 외연 더욱 확장해야홍현익

본격 경협 대비 글로벌 표준장치 마련해야임수호

글로벌 경제체제진입 대비 지원방안 협력봉영식

홍현익 이제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가겠습니다. 경제 부분인데요. 민족경제 균형발전과 국제사회 대북제재의 영향에 대한 내용입니다. 이 부분에서는 지금 대북제재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안으로 여러 경협 관련 분야에 대한 조치를 취해 나가기로 합의한 것이 논쟁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어떻게 평가하는지 궁금합니다. 개성공단 재개나 금강산관광은 조건을 붙였기 때문에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판단하지만, 동·서해에 공동특구 조성을 새로 넣은 것을 포함해 이번 9월 평양 남북공동선언의 경제협력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 평가해주시고, 개선방향 등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봉영식 이번 9월 평양공동선언문 경제협력 조항을 보면 조건부 문장이 대부분입니다. 예를 들면 ‘조건이 마련된 때에 따라’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을 우선 정상화하고, 서해에는 경제, 동해에는 관광을 통한 공동특구를 조성하는 문제에 대해 협의한다고 되어 있습니다. 모두 ‘조건이 마련된 때에 따라’ 진행한다고 되어 있다는 것은 결국 비핵화의 진전 없이 경제협력은 시작되지 않는다는 것이죠. 비핵화의 진전이 없으면 국제사회 대북제재 조치가 완화되거나 해제될 수 없고, 그렇다면 한국 정부가 남북 경제협력에서 국제사회와 공동보조를 취하면서 전진할 수 있는 가능성은 사실 없다고 봐야 하거든요.

만약 이를 무릅쓰고 남북 간 합의를 고집해서 실행한다면 한국으로서는 미국과의 향후 관계에 있어 큰 타격을 입을 뿐만 아니라 한국 정부가 과연 북한 비핵화에 대한 진정한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국제적 의심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중재자 및 당사국으로서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유엔 연설에서 북·미관계 개선과 북한 김정은 정권이 취한 조치들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대북 경제제재는 비핵화가 일어나기 전까지는 지속될 것이라는 점을 확인한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20181004_151406임수호 조건을 붙여놨기 때문에 정부가 대북제재를 뛰어넘어서 추진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개성공단, 금강산관광, 동·서해 공동특구 등의 문제들은 제재에 명백히 위반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정부가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움직임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분위기를 무시하고 단독적으로 행동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고요. 또한 우리 정부가 이를 단독적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의지도 없다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제가 주목하는 포인트는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진행된 남북정상회담에서 남측이 북측에 USB에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을 담아서 전달했는데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된 경제 관련 합의들은 판문점에서 제시된 우리의 제안에 대한 북측의 답변 성격이라고 봅니다.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이라는 것은 한반도의 서쪽인 환황해, 동쪽인 환동해 그리고 비무장지대의 3개 축으로 경제벨트를 구축하는 것이잖아요. 남북 간 경제협력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동·서해에 철도 및 도로를 연결하는 동시에 서쪽은 주로 산업단지 특구를 개발한다는 구상이 담겼고 동쪽은 관광물류특구를 구성한다는 내용이었죠. 이러한 구상에 대해 북측이 원칙적으로 받아들인 의미가 있는 것이라 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환황해벨트는 과거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이미 나왔던 해주특구가 주된 내용이었고요. 환동해벨트는 북한이 김정은 정권의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원산갈마지구 특구를 남쪽특구와 연결하겠다는 것이니까 큰 틀에서 보면 남북한이 한반도 신경제지도 구상에 대해서 일정한 합의점을 도출해냈다는 의미는 있습니다. 단, 이를 추진하는 것은 국제사회 대북제재가 풀리는 한에서 진행하겠다는 조건과 단서를 달아놓은 것이고요.

다음으로 남북 철도 및 도로 연결을 위한 착공식은 일종의 세리머니, 즉 형식이기 때문에 남북한이 별도로 할 수 있는 것이고 현재의 제재국면에 영향을 받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봅니다. 철도와 도로연결 사업도 이번 합의 내용에 보면 현대화라는 표현보다는 단순히 도로연결이라고 되어 있거든요. 사실 남북 간 철도 및 도로연결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핵심적인 문제는 북측이 아니라 남측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지금 우리 동해선 철도가 북한 지역에 맞닿도록 연결되지 않은 상황이고, 본격적으로 공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거든요. 해당지역에 이미 상업 및 주거시설이 위치해 있기 때문에 공사를 추진하려면 보상부분에 대해서도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고요. 따라서 전반적으로 이번 경제협력 차원의 합의를 판단해보면 크게 무리하지 않은 수준의 표현으로 충분한 의지를 담아 합의를 이뤄냈다고 봅니다.

이호령 남북관계 개선과 관련된 9월 평양공동선언 제2조의 내용을 보면, 대북제재와 관련된 사항들에 대해서는 모두 조건문의 형식으로 담았습니다. 실질적인 비핵화와 남북관계의 경협 부분이 연계되어 있다는 점을 북측에 잘 인식시켜준 것 같고요. 그렇다면 합의 사항에 왜 미국이 그리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에 대한 부분을 포함시켰는지가 주목됩니다.

앞서 홍현익 위원께서 미국을 견인하기 위한 우리의 의지 피력에 대해 언급했듯이 이 부분 역시 비핵화와 관련된 부분에 있어서 미국에도 속도를 내라는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고 봐요. 동·서해선 철도 및 도로 연결에 대해서도 단순히 올해 안에 ‘착공식’을 개최한다는 것이지, 국면전환이 전제되지 않은 상황에서 그 이상을 바라보고 추진하는 것은 아닌 것 같고요.

그러나 그 아래 조항에 나오는 산림·보건·의료 분야에서 보다 적극적인 협력을 하겠다는 것은 대북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해서는 강하게 협력을 추진해 나간다고 명시함으로써 제재를 받는 것과 받지 않는 것을 구분해서 합의 내용을 구성한 것 같습니다.

또한 비핵화에 대한 부분에서 북측에 ‘제대로 추진되면 앞으로 더 큰 결실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실질적으로 담아준 것이 바로 이번에 군사분야 합의서에 나와 있는데요. 서해 지역은 135km, 동해 지역에는 80km의 이른바 완충수역을 만들었잖아요. 합의문에 따라 상황이 조성되면 서해는 경제공동특구, 동해에는 관광공동특구를 조성하겠다고 하면서 일종의 군사안보적 사전 조치를 취한 셈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양쪽의 바다를 ‘분쟁의 바다’에서 ‘평화의 바다’로 만들고, 이어서 만약 북한이 비핵화를 확실히 이행해서 성과를 낸다면 그 평화의 바다가 ‘번영의 바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함께 암시해 준 부분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홍현익 저도 그 의견에 적극 동의합니다. 군사안보 측면에서는 한·미동맹이 우리를 상당히 제약하고 있지만 경제부분에 있어서는 우리가 자율성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서 유엔과 미국의 제재 아래에서 가능한 모든 남북협력 방안을 합의한 것은 상당히 잘했다고 생각됩니다. 한국의 국가안보 측면에서 한·미동맹이 매우 유용한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이로 인해서 우리가 군사안보 부문의 자율성을 어느 정도 양보해야 하는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면 경제부분에서는 조금 더 외연을 확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합의의 경제협력 부분에 있어서는 우리 나름의 자율성을 상당히 발휘하면서 남북 간에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확대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싶습니다.

중국·러시아·일본 모두 북한이 아직 본격적인 비핵화 모드로 돌입하지 않아서 그렇지만 실제 비핵화 체제로 들어가게 되면 곧바로 북한에 진출하기 위해 적극적인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반면 우리는 남북협력기금이 1조원 내외밖에 안 됩니다. 기타 주변국과 비교해 준비가 미비한 상황이라 할 수 있는데요. 차후 북한이 비핵화 되었을 때 북한 경제를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투자하고 발전시키는 데 우리가 소위 ‘알짜’, 즉 유리한 경협투자를 실시하는 측면에서 자칫 주변국들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됩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방북에 우리 정부가 4대 그룹 총수 및 민간경제기관장들이 동행했다는 것은 매우 잘한 것입니다. 아직은 국제사회 대북제재 아래에서 남북경협이 본격적으로 실행되지는 못하고 있지만 제재가 풀리면 할 수 있는 부분을 점검하고, 협의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구성해 놓았다는 것은 비핵화 시대에 남북경협을 준비한다는 측면에서 상당히 지혜로운 부분이 있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임수호 홍현익 위원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북한의 개방에 맞춰 주변국들의 ‘대북 러시’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그림입니다. 그리고 향후 남북경협은 이번 대기업 총수들이 방북에 동행한 것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이 중소기업 중심이 아니라 큰 물량을 움직이는 경협의 모습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거든요.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볼 때 대북제재가 해제되고 북한 경제의 문이 열리기 전에 먼저 해야 할 일이 있습니다. 지금 단계에서는 남북경협이 그동안 남북의 특수관계에 따라서 해왔던 수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소위 말하는 ‘글로벌 표준’에 맞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할 시기입니다. 실제로 이것이 지금 시기에 할 수 있는 본격화될 남북경협을 맞을 준비거든요.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9월 평양공동합의문에 빠져있다는 사실은 향후 극복해야 할 과제가 될 것입니다.

우리가 대북 투자개발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려면 우선 표준에 대한 협력을 하고 남북한이 구성한 표준이 경협의 중심이 되도록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예를 들어 제가 항상 주장하는 것은 남북한이 FTA를 체결해서 한국이 북한에 투자할 때를 대비하여 우대와 특혜 등에 대한 부분을 합의서에 명시적으로 보장하는 것이 전략적으로 볼 때는 무척 중요하다는 것이죠.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문 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피력해서 문서에 담겼으면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운 점으로 남습니다.

실제로 과거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에는 포함된 내용인데, 민족경협 균형발전을 이야기하면서 한국의 상대방에 대한 우대와 특혜 문구가 들어가 있기도 했거든요.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부분을 구체화하면서 FTA나 투장보장과 연계하여 조금 더 미래를 대비하는 식으로 풀어갈 수 있었다면 더욱 좋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봉영식 여기에 덧붙여서 지난 2000년 제1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담론으로 떠오르는 것이 바로 북한을 국제금융기구에 회원으로 가입하도록 지원하는 문제였습니다. 그래야 북한이 국제자본의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되잖아요. 그런데 문제는 북한 경제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통계자료가 현재로서는 없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기본적인 회원가입 신청요건을 맞추지 못한 것입니다. 이러한 부분에서 우리가 북한과 손을 잡고, 거대 국제금융체제나 무역체제에 진입할 수 있는 실질적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봅니다. 문재인 대통령께서 이번 유엔총회 방문 기간 동안에 언급하셨듯이 북한의 국제금융기구 가입은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구축의 동력을 장기적으로 확보하는 데 필요한 조치입니다.

홍현익 좋은 지적입니다. 북한에 투자할 생각만 하지 말고 투자할 수 있는 북한의 환경 조성을 유도하자는 것이죠. 여건을 마련하도록 미리미리 준비해 놓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와 전혀 관계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이를 준비하려면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부터 북한의 비핵화가 진행될 때 바로 투자가 실행될 수 있도록 준비하는 부분에 대해서 정부가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특히 이번에 남북 정상이 안보나 핵문제를 두고 많이 논의한 것 같은데 미래 대비 차원에서는 경제협력이나 투자유치 여건 조성도 못지 않게 매우 중요한 점이라는 것을 제언하고 싶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6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북핵 협상 타결 도달에 2~3년이 걸리든 5개월이 걸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9월 26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안전보장이사회 회의를 주재한 뒤 기자회견을 갖고 “북핵 협상 타결 도달에 2~3년이 걸리든 5개월이 걸리든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합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협상 전망

비핵화 조치, 전략적 고려 개입 여지 많아이호령

트럼프 임기 내 정치적 불가역성 만들어야임수호

비핵화 당사자 위치 확인, 상당한 성과홍현익

신뢰 얻을 의 적극적·선제적 조치 긴요봉영식

홍현익 이제 가장 시급하고 중대하면서도 복잡한 갈등을 보이고 있는 사안인 한반도 비핵화와 북·미협상 전망에 대해서 논의해보겠습니다. 남북정상회담 직후 미국도 북한과 협상을 다시 추진하는 쪽으로 움직이는 등 남북 간의 합의가 좋은 결과로 나타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사항이 향후 어떠한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앞으로 우리 정부는 비핵화 전략 측면에서 어떻게 추진해 나가야 할 것인지 등에 대해 논의해 보겠습니다.

이호령 이번 합의에서 비핵화 부분은 제5조에 3개항으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각 항목별로 봤을 때 저는 3개 항목 중에 3번째 항목이 우리에게 가장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살펴보면 지난 4·27 판문점선언에서는 비핵화와 관련된 남북의 노력을 제3조 마지막 항에 “남과 북은 완전한 비핵화를 통해 핵 없는 한반도를 실현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했고 앞으로 각기 자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기로 했다”고 합의했죠. 즉 비핵화와 관련된 남과 북 각자의 역할을 주장한 반면, 이번 9월 평양공동선언의 제5조 제3항에서는 “남과 북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추진해 나가는 과정에서 함께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라고 했습니다. 이는 비핵화 문제에 대해 한국이 더 이상 북·미 간의 문제에 중재와 협상을 위주로 하는 제한적 역할자가 아니라 남북이 함께 풀어나가는 문제라는 점을 문서화했다는 것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고 봐요.

그 다음 제5조 첫 번째와 두 번째 조항은 보기에 따라 이전보다 나아졌다고 볼 수는 있습니다만 군사 분야 측면을 연구한 입장으로 봤을 때는 북한이 또 한 번의 살라미 전술을 쓰고 있지 않았는지에 대한 염려가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 결국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와 동창리 미사일엔진시험 발사장 폐기인데요. 이 조치를 통해 상대에게 믿음을 주겠다고 한다면 사실 관련국 전문가를 두 군데 모두 파견해야 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것을 분리하여 다룸으로써 북한의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과 신뢰성에 의문을 품게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미국이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ICBM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어떻게 보면 매우 정치적인 제스처가 아닌 것인지 우려가 됩니다. 핵심 초점은 비핵화인데 지금은 투발수단인 ICBM의 발사대 폐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요.

두 번째 항, 즉 “북측은 미국이 6·12 북·미공동성명의 정신에 따라 상응조치를 취하면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음을 표명하였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물론 북한이 과거와는 달리 이런 언급을 실제로 했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합니다. 하지만 이 부분 역시 뒤집어보면 북한이 또 한 번의 살라미 전술을 썼다고 볼 수도 있는 측면이 있어요.

북한의 핵시설은 영변 지역 이외에 다른 지역에도 있죠. 그런데 이를 영변의 핵시설과 기타 지역으로 이분화해 놓았고요. 그 다음 추가적인 조치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또 하나의 살라미 전술이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을 만들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비핵화의 이르는 과정까지 앞으로도 그 안에서 또 다른 전략적 고려가 상당히 많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는 것이죠. 따라서 그동안 비핵화와 관련하여 오랜 기간 북한의 전략을 살펴온 인사들의 시각에서 봤을 때는 이를 과연 북한의 신뢰성 있는 조치로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봅니다.

임수호 비핵화 관련해서는 여러 가지 점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우선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한·미, 북·미 간에 일정 부분 교감이 생성된 이후에 나온 것이잖아요. 9월 초 대북특사가 방북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났고요. 남북정상회담 이전에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찰을 보낸 일련의 과정이 있었죠. 이를 기반으로 형성된 소통을 통해 이번 합의가 나왔다는 것에 의미를 둘 수 있겠습니다. 평양공동선언문에 비핵화와 관련하여 이러한 수준의 구체적인 내용을 담은 것은 처음이고 사실 이것 이상 담는 것도 어렵다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공개되지 않은 부분, 물론 현재까지는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이른바 비핵화와 관련해 향후 북·미협상을 추동할 수 있는 논의가 확실하게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요.

종전선언 보상 문제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맥락은 풍계리 핵시험장과 동창리 미사일발사장 등을 북한이 선제적으로 폐쇄했으니 이에 대한 보상으로 미국이 종전선언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었잖아요. 그런데 이번 합의문의 맥락을 살펴보면 풍계리 핵시험장은 북한이 선제적으로 한 것이고, 향후 종전선언과 추가적 조치를 영변 핵시설 영구 폐기와 연결하는 것이 아닌지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북한이 기존 스탠스에서 일정 부분 후퇴한 것으로 느껴지는 뉘앙스가 있다는 것이고요.

제일 아쉬운 내용은 ‘현재핵’ 부분입니다. 이미 만들어놓은 핵무기에 대한 것인데요. 우리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 내에 비핵화와 관련한 조치를 이루고, 비핵화 프로세스를 정치적으로 되돌리지 못하게 하려면 굉장히 중요한 조치들을 취해야 하잖아요. 북한이 또 한 번의 살라미 전술을 쓰고 있다는 의혹을 받게 하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돌이킬 수 없는 전략적 결단을 했다는 것, 이 신뢰를 미국한테 줘야 하는데요. 그렇게 하려면 이제 영변과 그 외 지역의 핵시설을 구분해서 접근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북한이 보유하고 있는 핵무기의 상당량을 드러내는 조치들이 먼저 선행되고 그 이후에 검증절차 등 기술적인 부분들이 실행되면 트럼프 임기 내에 최소한 정치적 불가역성은 만들어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부분에 대한 언급이나 암시가 전혀 없었고, 따라서 북·미 간의 협상에서 이 부분을 되살릴 수 있을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라 할 수 있죠. 이른바 핵무기 일부와 ICBM 등의 해외반출과 같은 프런트-로딩(front-loading)에 대한 협상의 불씨를 향후 북·미 간 대화에서 되살릴 수 있을지에 대해 상당히 불투명한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호령 덧붙여 말씀드리자면, 우리가 지금 ‘현재핵’과 ‘미래핵’으로 나눠서 보는 것은 사실 북한 입장에서 나오는 표현입니다. 미래핵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하지만 현재핵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동안에는 이것이 곧 미래핵이 될 수 있는 것이죠. 이는 북한이 이른바 ‘핵문턱’을 넘기 전인 과거에 통용되는 개념이었고 당시에는 ‘과거핵’, ‘현재핵’, ‘미래핵’이라고 명명하면서 동결에 초점을 둔 개념이었다면, 지금은 이미 6차까지 핵실험을 하고 상당한 핵능력을 가진 북한에게 ‘현재핵’과 ‘미래핵’을 나누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는 생각이 들고요. 제가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 바로 ‘동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북한의 핵무기 일부를 반출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먼저 동결을 하고 반출하는 과정이 올바른 수순이라고 봅니다.

20181004_151430봉영식 북한이 진정으로 비핵화를 실행할 의지가 있는지에 대해서 현재로서는 우선 합의문의 내용으로, 다른 하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육성 발언으로 가늠할 수 있겠죠. 그런데 9월 대북특사단이 전한 김 위원장의 발언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트럼프 행정부 임기 말까지 실현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는 것 아닙니까. 실제로 그 이야기를 이번에 김 위원장이 남북정상회담 기간 동안 육성으로 반복했다면 의미가 있었겠죠. 북한이 먼저 비핵화의 시간표를 제시하고, 최고지도자가 완전한 비핵화라는 단어를 직접 언급하였으며, 이를 미국과의 협상에 연결시켰다는 점에서 말이죠.

그런데 끝내 김 위원장의 그러한 발언은 없었기 때문에 우리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에 대해서 최종적 평가를 내리는 것이 아직도 어렵습니다. 북한 정권의 진정한 비핵화 의지 확인은 향후 북·미 간의 협상 결과를 보고 나서 판단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 신중히 전망해 봅니다. 물론 평양공동선언문의 이면, 즉 협의 과정에서 문서에 담지 못한 여러 가지 진전이 있다고 알려졌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위원장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 않는 부분을 외부에서 관찰하는 입장에서 보면 북한이 아직 비핵화 관련한 전향적 추가조치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볼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선언문만 보더라도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 아래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하겠다는 것은 사실 새로운 조치라고 보기 힘듭니다. 동창리 엔진시험장은 6월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이 벌써 폐기하기로 한 대상이거든요. 이것을 이제 와서 다시 새로운 조치로 인정하라는 메시지는 북한이 향후 미국과의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전략적 행동으로 보입니다.

홍현익 저는 일단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다만 지금 알려진 정보만 가지고 전모를 논의하고 판단하기에는 부족하다고 봐요. 왜냐하면 지금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됐는데 그 내용 중에 트럼프 대통령을 상당히 고무시킨 내용이 있었다고 보고요. 그중에 핵 관련 사찰도 받겠다는 내용이 들어있을 수 있다는 예상도 해봅니다. 이번 평양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된 공동선언문에 그 내용이 없었기 때문에 사찰과 관련한 부분이 이면에서 협의되었고 일정 부분 합의에 이르렀다면 그것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 들어갈만한 내용이라고 생각되고요.

또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17시간이 넘는 시간을 함께 보냈기 때문에 그 대화 중에 문서화되지 않은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 부분은 9월 25일 뉴욕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직접 전달했죠. 이번 평양공동선언은 그 자체만으로도 일정한 진전이 있는데다 이렇게 진전을 이룰 수 있는 추가적인 내용들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북·미협상은 긍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전망합니다.

다음으로 북한이 통미봉남 정책을 펼치던 시기에는 남북 간에 핵문제를 아예 건드리지도 않으려고 했었잖아요. 반면 이번 회담에서는 핵과 관련한 진지한 논의를 했고요. 이미 대북특사단에게 남북 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해보자고 우리의 당사자적 위치를 인정한 데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의 결과로 핵문제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인 내용까지 포함한 합의를 이뤘다고 하는 것은 북핵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당사자 입장을 강화했다는 의미가 있어서 역시 긍정적으로 평가됩니다.

한편 풍계리 핵시험장 폐기에는 언론인들을 참관시킨 반면 동창리 엔진시험장 폐기와 관련해서는 전문가들을 참관시키겠다고 했는데요. 동창리 엔진시험장 시설은 사실 외부에 돌출되었고 은닉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기 때문에 전문가들이 현장에 가서 참관하면 상당 수준의 신뢰할 수 있을 만한 검증이 되는 것으로 볼 수 있어요. 물론 북한이 ‘조건 없이’ 동창리 엔진시험장 폐기에 전문가 검증을 받겠다는 것 자체로도 긍정적이고요.

두 번째 항에 나온 영변 핵시험장 폐기 부분은 영변의 핵시설이 사실 북한 핵시설의 전부는 아니지만 그래도 원자로 및 재처리시설, 우라늄농축을 위한 원심분리기까지 포함해 핵 시설의 절반 이상이라 여겨집니다. 따라서 비록 미국의 상응조치라는 조건이 달려 있기는 하지만 핵심적인 북한 핵시설에 대한 영구적 폐기를 문서로 남겼다고 하는 것이 조건만 해결되면 괄목할 만한 핵폐기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나름의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이런 사안들을 종합해 볼 때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비핵화의 진전을 거둔 것은 분명하고, 북한의 비핵화의 단계가 예를 들어 총 20단계라고 한다면 9월 평양공동선언 이전에는 대략 3단계까지 진전이 되었는데 여기서 최소한 3단계는 더 진전을 시킨 것이라고 봅니다. 추가적으로 북·미협상, 또 남북협상 및 남·북·미협상을 계속 이어가면서 점진적으로라도 진행을 해나가면 궁극적으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이룰 수도 있다는 측면에서 볼 때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합니다.

임수호 실제로 이번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관련한 육성 발언을 보면, ‘핵무기도 없고 핵위협도 없는 조선반도’라는 표현을 썼잖아요. 그런데 지난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는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해서 북한이 노력한다’고 되어 있거든요. 그러니까 6·12 북·미정상회담은 ‘북한 비핵화’를 북한이 수용한 것이라고 해석된 반면 이번에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육성 발언만 보면 오히려 과거의 ‘조선반도 비핵지대화’ 논의로 되돌아간 것 아닌지에 대한 뉘앙스를 줄 수가 있거든요.

따라서 핵시설 사찰의 수용 여부, 핵폐기를 하겠다는 구체적인 발언, 핵폐기의 구체적 시한이 제시되지 않은 부분들을 주목해봐야 합니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번 9월 남북정상회담의 중요한 청중이 미국과 중국 등 대외적인 부분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북한 주민 역시 매우 중요한 고려 요소이기 때문에 이러한 점도 감안해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봉영식 그런 면에서 본다면 지난 9월 19일 대집단체조 관람 후 평양시민 15만명 앞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아무 제약 없이 발언을 하도록 한 것은 북한이 굉장히 공을 들였다고 판단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지금 시간이 꼭 북한 편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목표가 굉장히 높은 것 같아요. 김정일 국방위원장 시대처럼 그저 해결책 없이 그럭저럭 버티면서 현안을 극복해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국가의 번영을 이루고, 핵무기 완성에 버금가는 혹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국가의 체제안전보장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같거든요. 그렇다면 국제사회 대북제재에서 벗어나야 하고 이를 위한 큰 결단을 해야 하는 것이죠.

북한도 지금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개혁·개방의 모델 대상인 원산갈마지구를 포함해 더 큰 번영과 북·미관계 정상화를 원한다면 과거 역사에서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공산당 서기장이 했던 것처럼 미국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적극적이며 선제적인 초기 조치를 취해야 하는데 아직도 주저한다면 결국에는 북한이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의 손해가 더 클 것인지를 북한 지도부가 깊이 생각해야 될 것입니다.

인도주의 문제와 교류협력 확대

한민족 정체성 회복 위한 중대한 의의 지녀이호령

제재는 현실 교류협력 확대 속 세심한 주의해야임수호

흔들의자 신드롬 경계 안보 조치와 선순환해야봉영식

긍정적 합의 평가 이산가족 문제 더 속도내야홍현익

홍현익 그러면 이제 네 번째 주제, 인도주의 협력과 교류협력 확대 분야로 넘어가겠습니다. 이 분야에서는 여러 다양한 교류협력이 합의되었죠.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 큰 진전이 있었고, 올림픽 공동개최 노력 등 스포츠 분야에서도 가시적 성과를 거뒀고요. 어떻게 평가하며 향후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우리에게 바람직한 방향인지 논의해 보겠습니다.

이호령 저는 이번 평양공동선언 중에서 가장 하이라이트가 바로 이산가족 문제라고 봐요. 우리가 그동안 북한에 요구해왔던 것을 그대로 다 담아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금 아쉬운 것은 날짜가 적시되어 있는 기타 합의 사항과 달리 명확한 일정이 명시되지 않았다는 점인데요. 날짜까지 정확히 제시되었다면 매우 완벽한 조항이 아니었을까 생각하고요. 특히 이산가족들은 지금 굉장히 고령이잖아요. 그리고 그동안 100명씩 선정해서 금강산 면회소 지역에 직접 가서 상봉해야 했고 또한 1회성 상봉으로 끝나 그 다음에는 다시 보지 못하는 상황이었는데요. 바늘구멍 같은 기회를 얻어 딱 한 번 볼 수 있었고 그 이후에는 다시 보고 싶음과 그리움을 또 참고 지내야 되는 그런 삶이었죠.

이번에 상시면회소가 설치되고, 화상면회와 영상편지를 주고받을 수 있게끔 했다는 것은 많은 분들이 고령의 나이라는 신체적인 제약요소에도 불구하고, 북쪽에 흩어진 가족들과 연결만 된다면 상시적으로 연락채널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인도주의적인 목적을 충실히 담아낸 합의사항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다음에는 교류협력 부분과 관련해서 문화·예술·스포츠 분야의 상호교류 부분을 넣었는데요. 여기서 눈에 띄는 부분이 바로 ‘민족의 하나됨’을 굉장히 강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부분은 남북한 한민족의 회복성을 추구하고자 한 목적성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생각됩니다. 구체적으로 이전에는 올림픽에 공동으로 참가하는 수준이었는데 이번에는 올림픽 개최를 함께 유치해 나가자는 합의를 이뤄냄으로써 ‘미래에 하나됨’을 위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요.

3·1절 100주년 공동기념식을 하자고 하는 것은 과거에 우리가 분단되기 이전에 함께 겪은 3·1절이었잖아요. 그래서 의미를 붙이자면 ‘과거의 하나됨’과 ‘미래의 하나됨’을 위한 것을 이번 합의문 교류협력 내용에 담은 것이 아닐까 생각되고 나아가 한민족의 정체성을 만들어 나가고자 한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담은 조항이라고 판단됩니다.

임수호 인도주의 협력과 교류협력의 경우 저는 전적으로 찬성합니다. 또한 많이 할수록 좋은 영향을 가져온다고 생각하고요. 하지만 조금 냉정하게 봐야 될 것이 역시 대북제재와 관련된 부분입니다. 제재와 전혀 무관한 부분은 별다른 장애 없이 진행하면 됩니다. 또한 지난 8월 이산가족상봉에서 남북물자가 오가는 부분을 유엔에 포괄적 예외를 신청해 가능하게 했던 것처럼 가능한 조치를 적극적으로 취해서 교류하는 것도 좋다고 보고요.

그런데 조금 애매하고 민감할 수 있는 부분들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행동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면, 지난 9월 14일 개성에 개소한 남북공동연락사무소의 경우 물자가 북으로 가는데 남측 공무원들이 쓰는 것이니까 제재 대상이 아니라고 밝힌 부분이라든지, 철도와 도로 연결을 위한 협의 과정에서도 남측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여기는 경우가 있었어요. 그런데 이런 부분들에 대해 우리 외교부를 통해서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의 이견이 계속 들어온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교류협력을 위한 일을 하는데 자칫 이러한 사소한 부분을 세밀하게 관리하지 못하고 놓쳐 의의가 깎이는 수도 있거든요. 제재는 엄연한 현실입니다. 돌다리도 두드리면서 건너라는 말이 있듯이 세심하게 관리하여 추진해 나가는 것이 필요해요.

봉영식 저는 ‘흔들의자 신드롬’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흔들의자에 앉아있으면 분명 앞뒤로 오가며 뭔가 진전이 있는 것 같지만 실상 앞으로는 나가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말이죠. 민족동질성 확보라든지 스포츠와 문화예술 분야에서 교류를 확대해 나가는 것은 좋은데 이것이 실제로 남북 간 군사적 긴장완화나 북한 비핵화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나도록 진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비핵화와 한반도 군사적 긴장완화 문제에서 진전이 없다면 남북의 교류협력 확대는 결국 착시현상만을 불러일으킬 수 있어요. 남북정상회담 같은 행사도 감동 만들기에 지나치게 주력한다면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작용할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남북 양쪽이 더 실망하게 될 겁니다. 실질적인 결과가 없는 교류협력은 비핵화뿐만 아니라 군사적인 긴장완화 조치라든지 심지어 남북협력 사안에서도 국민적인 공감대가 장기적으로 점차 약화될 것입니다. 문재인 정부는 이러한 부분을 경계해야 한다고 봅니다.

20181004_151456홍현익 남북교류협력 합의 부분에 대해 긍정적으로 봅니다. 반드시 민족주의적인 관점이 아니더라도 남북 간에는 최소한의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명하죠. 그런 측면에서 보면 국제정치 무대에서 우리가 자율성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분야가 바로 남북 교류협력 및 이산가족상봉 등 인도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서는 남북이 최대한 협력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특히 3·1운동 100주년 남북공동기념행사는 남북이 처음으로 시도해 보는 행사인데요. 사실 일본 입장에서는 여태껏 남북한을 이이제이(以夷制夷)하는 전략을 취했다고 보는데, 일본에 대한 자주성을 드높이는 방향으로 국제관계를 재조정하는 측면에서 굉장히 의미가 깊다고 여겨지고요.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를 위한 노력도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지원해주겠다고 의사를 표명한 만큼 성공 가능성이 클 것으로 예상되어 바람직한 합의라고 봅니다.

이산가족 문제는 일단 진전을 이루었지만 조금 더 진일보한 차원으로 나아갈 수 있었는데 아쉽다고 생각되는 부분이 있죠. 전면적 생사확인 부분을 관철했으면 매우 좋았을텐데 남북 정상이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20시간 이상을 함께 보내고도 이 부분에 합의하지 못했다는 점이 안타깝고요. 아울러 화상상봉과 영상편지 교환만 합의가 되었는데 서신상봉이 빠져서 아쉽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고령의 이산가족들은 신체적 제약이 크죠. 실제로 상봉대상자에 선정되어도 금강산이 멀어서 못 가는 분들도 있었죠. 때문에 파주나 서해 등지에 간이면회소라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종합해볼 때 저는 이산가족 문제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방향으로 해결해 나가고는 있지만 조금 더 속도를 높여야 할 필요가 있다고 보고요. 더불어 정부가 북한에 합리적인 수준의 지원을 하더라도 대규모 상봉이 가능하도록 추진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인 지난 8월 26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을 마친 이산가족이 버스 창문 너머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마지막날인 지난 8월 26일 북한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작별상봉 및 공동중식을 마친 이산가족이 버스 창문 너머 작별인사를 나누고 있다. ⓒ연합

향후 정세 전망과 한국의 역할

종전선언비핵화 빅딜 후 김정은 답방 이상적봉영식

평양공동선언 조건문 형태 만족시켜 결실 이뤄야이호령

중국과 일본 등 주변국 변수 제대로 관리할 필요임수호

·미 간 긴밀한 채널유지 및 협상조율 주력해야홍현익

홍현익 이제 좌담의 마지막 논의 내용입니다. 제3차 남북정상회담 이후 향후 전망과 함께 우리의 역할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 것인지 논의해보죠.

봉영식 김정은 위원장의 연내 서울 방문 성사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를 살펴야 하겠죠. 결국에는 이것이 물리적인 날짜에 따라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상황과 여건이 어떻게 형성될 것인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점에는 모두 다 공감할 것입니다. 그러면 현재 시점에서 그 가능성을 어떻게 판단해 볼 수 있을까요? 결국 북한이 비핵화에 대한 큰 결단을 내려야 된다는 것을 재차 강조하고 싶습니다.

왜냐하면 북한이 ‘2018년이 지나가기 전에’라고 단서를 달고 이야기한 것이 몇 가지 있어요. 하나는 존 볼튼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018년 끝나기 전에 북한이 핵물질과 핵탄두 및 미사일 부품을 일부 반출하거나 폐기하기로 약속했고 한국이 이에 대한 보증을 섰다는 식으로 발언한 적이 있었습니다. 두 번째는 지난 4월 27일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2018년 말까지 종전선언을 실현하겠다고 합의했죠. 그리고 또 하나 나온 것이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 즉 특별한 상황이 없는 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연내에 추진한다는 것입니다. 이 3가지가 모두 ‘2018년이 지나가기 전’이라는 단서와 연결되어 있어요.

그렇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은 여러 위험성이 있다고는 하지만 실현될 수 있는 여건이라고 한다면 북한과 미국 간 종전선언과 비핵화라는 빅딜이 성사되고, 좋은 분위기 속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서울에 와서 종전선언 기념행사에 참여하는 형식이 된다면 이상적인 모습이라고 할 수 있겠죠. 더불어 종전선언의 유관국 지도자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함께 온다면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방문이 굉장히 긍정적인 모습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이호령 올해가 매우 중요한 시기입니다. 지금 9월 평양공동선언이 나오고 나서 남은 시간은 3개월 남짓이죠. 남은 3개월 동안 비핵화와 관련된 엄청난 진전을 보여줘야 되고, 또 그러한 과정에서 종전선언에 해당하는 부분이 나와야 비로소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의미가 있을 것입니다. 비핵화 및 종전선언도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은 실질적 의미와 성과가 퇴색된다고 봅니다.

특히 저는 실질적으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의 여부가 앞으로 향후 한 달 반 시점의 진전 상황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봅니다. 우선 9월 말 유엔총회가 있고 한·미정상회담이 있습니다. 그 다음 북·미 간 고위급회담이 있을 것이고, 이 과정에서 괄목할만한 성과가 이어진다면 북·미 정상 간에 두 번째 회담을 가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촘촘히 짜인 한 달 반의 시간표 안에서 외교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실질적인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간은 많이 남아있지 않다고 볼 수 있어요. 이러한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서울 답방 부분은 어떻게 보면 ‘신의 한 수’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비핵화와 관련해서 미국에 북·미회담의 선언을 이행해나가라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북한과 미국에 동시에 시그널을 준 측면이 있지 않은지 생각됩니다.

평양 남북정상회담 이후 앞으로 정부는 그동안의 물밑 접촉을 통해 중재자 및 촉진자의 역할을 했지만 이제는 보다 더 과감한 역할을 해야 된다고 봅니다.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지 않았고, 평양공동선언은 아직 사실상의 결실이라기보다는 조건문의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진정한 결실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김정은 위원장이 말한 ‘속도를 내야 한다’는 부분과 같이 결합되어 연내에 성과를 이뤄내기 위한 차원의 노력을 해야 됩니다.

임수호 올해 4월 판문점 정상회담 이후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5월에 한 번 위기가 있었고, 이번에 또 한 번 있었죠. 그런데 과정을 복기해보면 우리가 중국과 일본이라는 변수를 제대로 고려하지 못했다는 점이 있었어요. 정부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될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이것이 잘 드러난 것이 종전선언 주체와 관련해서 처음에는 3자로 정했다가 나중에 4자로, 이번에는 시진핑 주석이 빠지면서 다시 3자로 가는 ‘갈팡질팡’하는 모습을 보였거든요. 대외적으로 비치는 이러한 혼선이 중국 변수를 우리가 어떻게 다뤄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생각 없이 준비하지 않았는지 지적하고 싶고요.

일본 역시 미국의 의회나 정치에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습니다. 격변하는 지금의 정세 속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기 위해 물밑에서 여전히 꾸준하게 움직이고 있는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이기 때문에 이 부분을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보고요. 우리가 이러한 주변국 변수를 제대로 관리해 나가지 않으면 결정적인 순간에 발목을 잡힐 수 있기 때문에 세밀하게 관리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호령 하나 덧붙이자면, 우리가 동북아 지역에서의 평화체제와 평화협정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서 비중을 덜 두고 있는 두 나라가 있잖아요. 일본과 러시아의 역할이죠. 그런데 이번에 유엔 안보리에서 러시아가 미국의 대북제재 조치와 관련하여 굉장히 강하게 발언하는 모습을 보면서, 북한의 비핵화 이행 및 평화체제 진입에 속도를 내는 과정 중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방해요소가 작동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러시아 변수에 대해서도 충분히 고려해봐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대북제재 문제와 관련해서 일정 기간 동안에는 국제적 공조가 굉장히 중요해요. 북한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 있어서 공조를 잘 유지하는 동시에 어떤 타이밍에 러시아의 지금과 같은 강경한 언행이 필요한 것일지는 우리가 보다 큰 전략과 그림 속에서 협조를 요구해야 합니다.

홍현익 이번에 문재인 대통령과 방북길에 올랐던 한 정당대표가 최근 라디오 방송에서 한 증언에 의하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에 대해 ‘환영하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닐 수 있다’고 말했더니 김 위원장이 ‘서울에서 환영받을 만큼 아직 많은 일을 하지 못 했다’고 대답했다는데요. 이것이 사실이라면 김 위원장은 서울에 와서 본인이 많은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려면 지금 시점에서 무엇인가 큰 결단을 해야 된다는 걸 의식하고 있다는 것이죠. 바꿔 말하면 문 대통령이 말한 것처럼 올해 안으로 김 위원장이 서울에 온다면 그때는 결단을 하고 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라 자못 기대가 됩니다.

여기에 김 위원장이 미국에 보낸 친서 내용에 트럼프 대통령이 고무되었다고 하는 상황은 물론 지금 시점에서는 우리가 그 정확한 내용을 알 수는 없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협상을 재개할 수 있을만한 동력, 이 부분에 대해 북한이 무엇인가를 줬다고 추정해볼 수 있는 것이죠. 특히 비핵화 로드맵이라든지 완료 시점에 대해 친서에 밝혔을 수도 있고요. 그렇다면 종전선언까지는 일단 무난하게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그리고 또 하나 긍정적으로 보는 것은 이번에 문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확실히 들었다고 기자회견장에서 밝힌 것 중 하나가 종전선언을 하더라도 유엔사의 지위도 보장된다는 것, 즉 종전선언이 정전체제를 바꾸지 않는다는 것에 대해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생각이 같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었어요. 종전선언의 의미를 상당히 축소시키는 것에 대해 김 위원장이 동의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의외로 종전선언에 선뜻 응할 가능성을 전망해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종전선언이 연내에 될 수 있다고 보고요. 설사 종전선언 목적이 아니더라도 김 위원장이 올해 안으로 서울에 올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매우 높다는 생각을 합니다.

대신 이것을 이뤄내기 위해서 우리 정부는 지속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종전선언이 북한의 비핵화 조치를 가속화함으로써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설득하는 한편, 북한과도 긴밀하게 채널을 유지해야 할 것입니다. 북한에게는 현 시점이 주는 기회를 최대한 부각시켜 설명하고, 미국 중간선거 때까지 북핵문제에 진전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후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책으로 되돌아갈 위험성이 상당하다는 점을 진솔하게 알려서 김 위원장이 긍정적인 방향에서 큰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할 것입니다.

(왼쪽부터)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봉영식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위원,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

(왼쪽부터) 임수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봉영식 연세대학교 통일연구원 전문연구위원,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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