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신뢰프로세스 성공 요체는 공존공생의 타협 관행 축적” 2014년 1월호
<편집자주>
박근혜 정부의 출범 2년차가 밝았다. 지난해 정부는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즉 남북 간 신뢰 형성으로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착 및 통일기반을 구축하겠다는 원칙을 대북정책의 기조로 삼아왔다. 그러나 북한은 신뢰구축과는 거리가 먼 행태를 보이고 있다. 특히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숙청 이후 북한 내부 정치상황도 불안정성이 커지고 있다. 한반도 주변에서도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화재개가 여전히 불확실한 가운데 미·중, 일·중, 한·일 간에 긴장이 잦아들지 않고 있다. 올해도 한반도 정세는 여전히 우리 정부에 쉽지 않은 도전이 될 전망이다. 지난 한 해 남북관계의 총체적인 평가와 함께 집권 2년차를 맞은 박근혜 정부가 새해 추진할 바람직한 대북정책 방향성에 대해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봤다.
특집 | 2014년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 중점과제 점검
“신뢰프로세스 성공 요체는 공존공생의 타협 관행 축적”
박근혜 정부의 지난 1년간 외교·안보정책, 총체적 평가는?
| 남성욱 | 남북관계에 원칙을 강조하여 관철시킨 한 해였습니다. 집권 직전인 지난해 2월 13일, 3차 핵실험으로 남북관계가 경색되고 한반도가 불안한 정세 속에서도 원칙을 잘 준수하였고요. 아쉬운 점은 아직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본격적으로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과 북측의 불안정성, 남북관계의 힘겨루기 등으로 정책이 안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들 수 있겠죠.
| 김연수 |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전쟁위협 등 전례 없는 도발적 행동에 대해서 원칙 있고, 뚝심 있는 대응으로 북한의 강압적 행동을 차단하는 성과가 있었어요. 주변국 외교도 높이 평가할 만하다고 사료돼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북핵문제 등 만성화된 난제인 북한문제를 풀어나갈 수 있는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행보들을 찾아보기 쉽지 않았어요. 새정부 출범 후 잇따른 북한의 도전과 국내정치 여건의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으나 전체적으로 적극적이며 통합적이고 전략적인 외교·안보정책의 지도력 부분이 아쉬웠습니다.
| 김근식 | 현상 유지와 위기 완화라는 차원에서는 긍정적 평가를 받을 수 있지만, 조금 더 적극적으로, 전향적으로, 주도적으로 동북아 불안정성과 남북관계 교착상태를 돌파하고 극복하기 위한 노력은 부족했다고 생각해요. 적극적 차원에서 중·일, 미·중 간 갈등을 완화시키고 중재하려는 평화촉진자의 역할과 남북의 경색국면을 우리가 먼저 돌파하려는 적극적 역할이 미흡했다고 할 수 있죠.
| 차문석 | 한·미관계를 안정적으로 진화시킴과 동시에 한·중관계도 전례 없이 안정적으로 발전시켰다는 점은 가장 커다란 성과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특히 대북정책과 북핵문제, 한국의 동북아외교 기조에 대해서 적극적인 지지를 이끌어 냄과 동시에 주변국들과의 관계에서 현안문제를 잘 처리하였다고 생각되며, 한국의 지위에 걸맞는 외교적 역할을 실행함으로써 그 인식을 높였다고 봅니다. 반면 미국과 중국 간, 그리고 중국과 일본 간의 매개 역할을 한국이 적극적으로 하지 못함으로써 한국의 긍정적 존재감을 드러내는 부분에서는 미흡한 점이 있었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겠습니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지난 1년간의 남북관계?
| 남성욱 | 상반기 김정은 체제와 박근혜 정부 간에 힘겨루기가 진행됐는데 소모적인 논란이 지속되었죠. 어느 한쪽의 제안을 일방적으로 수용하거나 거부하는 대신 일정기간 탐색전을 거친 후 당초의 제의를 뒤집어 역제의를 하거나, 자신의 입맛에 맞게끔 수정하는 과정이 정례화되고 있어요. 남북대화 초기 국면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양측의 수 싸움이 치열하다는 의미죠. 특히 지난해 9월 20일 정부의 금강산관광 회담 수용은 핑퐁식 공방전의 결과입니다. 남북이 한 목소리로 금강산관광 재개를 위한 회담을 갖자고 한 것은 의미가 있지만, 실제 성사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음을 시사하죠. 남북회담의 역사는 어느 일방이 타협의 모든 성과를 독점하는 ‘제로섬(zero sum)’ 게임일 수 없고 오히려 과실을 균점하는 ‘논 제로섬(non-zero sum)’ 게임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줍니다. 공존과 공생원리를 통한 상생적 타협에 도달하는 합리적 관행을 축적해 나가는 것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성공 요체가 될 것입니다.
| 김연수 | 3대세습의 과도기적 정통성 구축과정에 있는 북한 정권의 정책적 과제 초점이 세습정권의 정통성 구축이라고 하는 대내정치적 과제에 집중되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남북관계를 풀어나가기 쉽지 않은 환경이 조성되었다고 생각됩니다. 지난해는 남북관계의 불안정성과 불가측성이 고조되었던 시기였으며, 위기관리 차원의 접근노력이 부각되었던 시기였던 것으로 평가할 수 있어요. 이러한 국면의 지속 여부는 북한 내부정세의 변화와 정책적 선택에 크게 좌우될 것으로 사료됩니다. 남북관계에서 정책적 과제의 기본은 안정성 확보와 변화인 바, 남북관계의 안정적 변화를 모색할 수 있는 정책적 노력과 함께 기타 북한 정세의 변화에도 능동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적 통합역량 리더십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 김근식 | 전반적 갈등 국면이 지속되는 가운데 간헐적 대화 국면이 열렸다고 요약할 수 있어요. 상반기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군사적 긴장고조와 전쟁위협이 지속되었고, 여기에 한국의 군사적 맞대응과 미국의 군사적 시위가 결합되면서 위기는 고조되었죠. 개성공단의 사실상 폐쇄 상황에서 남북의 대결은 심화되었지만, 우역곡절 끝에 공단 정상화를 위한 실무회담이 개최되었고 7차 회담에서 극적 타결이 도출되었어요. 이후 공단 정상화와 함께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회담 개최가 합의되었지만 9월 21일 북한의 일방적 중단조치로 이산가족 상봉 무산과 함께 이후 남북대화는 중단되었고 지금까지 상호 비난과 경색국면을 지속하고 있죠. 2014년 남북관계는 경색 국면을 해소하고 중단된 남북대화를 재개할 뿐 아니라 이미 합의했던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관광 회담을 속개하고 동시에 다양한 교류협력 사업도 재개함으로써 신뢰에 바탕한 남북관계가 진전되는 계기가 마련되어야 할 것입니다.
| 차문석 | 남북관계는 기대한 것만큼 좋아지지 않았지만 그것은 한국 대북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북한 내부의 부정적 역동성에 기인한 바가 크다고 봐요. 향후 북한은 한국 정부가 이니셔티브를 쥐는 과정을 거칠게 흔들어 댈 것이며, 남북관계를 다시 불규칙성의 세계로 진입시켜 자신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시도를 할 것입니다. 앞으로는 큰 틀에서 북한의 대남 위협이나 도발 행위를 중지시킴으로써 한반도에 평화 분위기를 점차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고요. 북한이 최소한의 유화적인 대남 시그널을 보낸다면 이를 수용하면서 남북경협 체제를 근본적으로 변화시켜 새로운 평화 구조 프레임 속에서 경협 작업을 진행시키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는 방안 중의 하나죠.
‘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 한반도 주변국 외교 평가는?

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5월 7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있다. 아래 사진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공식환영 행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의장대를 사열하고 있는 모습
| 남성욱 |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미국을 국빈 방문하였고 한·미동맹의 의미를 재확인하는 등 한·미관계를 굳건히 하였죠. 또한 6월에는 중국을 방문하여 전략적협력동반자 관계의 업그레이드를 추진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었어요. 한·중 수교 21주년을 맞이하면서 6월 양국 새정부의 새로운 지도자들인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회담에서 도출된 ‘한·중 미래비전 공동성명’을 발표하여 질적인 발전의 계기를 만든 것은 참으로 긍정적입니다. 다만 중국의 ‘두 개의 한국 정책’이 여전히 변화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북한 문제의 처리는 양국의 이견이 존재하는 사항이에요. 또한 일본의 역사인식 및 과거사 문제, 영토문제 등으로 한·일관계가 냉각되고 있는 것은 바람직 않습니다. 러시아와의 관계는 유라시아 철도 프로젝트 등으로 협력 범위가 확대되고 있어 고무적이고요. 박근혜 정부의 4강 외교는 일본을 제외하고는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김연수 | 지난해 한·미, 한·중 정상회담 등을 통해서 우리 정부의 동북아 평화협력구상을 설명하고, 이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낸 것은 성과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 구상이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서 한·미동맹의 견실한 지속성을 유지하는 가운데 추진될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은 바람직했다고 사료되고요. 또한, 한·중 정상회담을 통해서 한·중 전략대화를 한 층 제도화시킨 것도 동북아평화협력구상 실현을 위한 환경조성의 측면에서 성과였다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한·일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의 제도적 실천방안 등 구체적 실행 로드맵 등 구체성 있는 대안 제시 노력이 조금 아쉬웠어요. 유의미한 정책적 실행을 위해서는 우리의 중장기 안보전략 구상 하에서 이에 대한 접근법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며, 당면해서는 범정부적 특별기획단을 구성하여 동북아평화협력 구상의 실현을 위한 주요 의제를 지속적으로 발굴하고, 이에 대한 범정부 차원의 통합적인 접근 노력을 일관하여 시도할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 김근식 | 대통령 취임 이후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해 한·중, 한·러 정상회담을 가졌고 비교적 성공적으로 현안과 미래 비전을 공유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그러나 여전히 일본의 우경화와 망언으로 인해 한·일 정상회담은 개최가 불분명할 뿐만 아니라 군사대국화와 평화헌법 개정 등으로 치닫고 있는 일본에 대해 박근혜 정부는 감정적 비난과 감정적 대응으로 일관할 뿐, 뚜렷한 조치를 얻어내지도 못하고 있고, 그렇다고 한·일관계가 공백인 상태에서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현실적으로 온전하게 작동하기 어려운 구조에요. 특히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미국이 적극 지지함으로써 박근혜 정부는 한·미동맹을 저버리기도, 그렇다고 일본의 우경화를 공인하기도 어려운 난처한 입장에 처해있죠.
| 차문석 | 동북아시아의 지속가능한 평화 발전을 목표로 하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의 취지는 주변국들에게 적극적으로 설명되었다고 봐요. 미국과는 글로벌 차원으로 확대된 ‘나눔과 배려’의 관계로 진화하였고, 중국과의 관계에서는 ‘인문유대’를 통한 동반자 관계로 진화하였죠. 한국의 대미·중 관계가 동시에 성숙기의 정점을 이룬 적은 전례가 없던 일이에요. 다만 미국과 중국을 한 배에 태우는 문제에서는 우리는 지금까지 상상력을 발휘하는 데 매우 취약했어요. 미국의 한반도 및 대북 입장이나 중국의 한반도 및 대북 입장이 종국적으로 일치하도록 한국의 역할을 적절히 설정하여야 하며, 결국 미국과 중국이 한반도문제와 북핵문제에서는 한 배에 탔다는 입장을 갖도록 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영향력을 가장 극대화할 수 있는 대안이며, 지금으로서는 유일한 해법이라 할 수 있죠.
장성택 숙청 이유와 북한의 향후 행보는?
| 남성욱 | 김정은이 마지막 선대권력의 하나인 장성택을 배제하면서 체제 굳히기에 들어가고 있습니다. 사회주의에서 수령 권력은 분할될 수 없고, 집권 후 5년간은 종신권력으로 가는 1단계 정착기라 할 수 있습니다. 북한에서 김씨의 3대 세습은 유일사상 체계와 확고한 수령제 덕택에 무난하게 진행되고 있어요. 시간이 갈수록 당과 군부 간에 충성경쟁이 가열된 가운데 당의 역할을 강조한 장성택의 퇴장은 김정은의 정책이 점차 보수화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은 최룡해를 비롯한 군부의 강한 입김으로 균형을 상실할 것으로 보이고요. 장성택의 실각으로 인해 북한은 개방보다는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대남관계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 김연수 | 장성택 사건은 김정은의 권력 장악력 측면에서 보면 3단계에 걸친 군권장악 이후 장성택 숙청을 통한 당에 대한 유일영도체계 강화의 의미 외에도 현재 김정은의 유일영도체계가 권력분산적 성격과 함께 여전히 김정일의 유훈에 의지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또한 김정은 정권의 대내외 정책에서 뚜렷한 성과가 없는 가운데 안팎의 정책적 신뢰를 어느 정도 받고 있는 장성택의 숙청사건이 발생했다는 점에서 대남정책을 포함한 북한의 대내외 정책의 균형잡기에서 어려움이 뒤따를 수도 있다는 판단도 가능할 것으로 보여요. 장성택 숙청 사건 이후 김정은의 현지지도가 군사부문에 집중되고 있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있죠. 남북관계에서 실용적 접근의 흐름에 한 축을 형성했던 것으로 간주되었던 장성택의 숙청은 그 만큼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차원에서 보면 좋은 신호는 아닌 것으로 해석됩니다.
| 김근식 | 장성택 숙청의 원인으로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주어진 권력을 제 발로 홀로서기 위한 김정은의 유일영도체계 구축작업의 마지막 작업으로 당내 최대파벌인 장성택 세력을 제거하려는 정치적 필요성이 근본원인이고요. 여기에 더하여 당 행정부의 전횡과 세도에 불만을 가지고 호시탐탐 반전을 노리던 조직지도부와 군부 및 보위부와 내각 등이 연합해서 장성택 세력 제거를 지지했고, 극적 처형까지 치달은 것은 장 일당의 부정부패와 이권장악이 빌미가 되어 결국은 당의 총노선인 병진노선에 대한 장애를 조성하고 공공연히 반대한 것이 유일영도를 거부하고 수령에 불충한 죄로 목숨까지 잃은 것으로 판단됩니다. 장성택 세력 제거 이후 김정은의 행보와 북한의 대내 권력동향에서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고 있고, 12월 12일 처형 이후 김정은의 민심 다독이기와 경제현장 지도 및 광폭정치 등을 보면 김정은 권력체제는 단기적으로 이상이 없는 것으로 보여요. 따라서 장성택 숙청 이후 향후 대남관계에서 김정은은 단기적 저강도 비난전과 신경전은 벌이겠지만 직접적인 군사도발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손에 묻은 피를 씻기 위해 자신감에 토대한 적극적 유화국면을 주도하고 대화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있어요.
| 차문석 | 장성택 사건으로 공세에 있게 된 집단은 군부를 중심으로 한 엘리트 그룹인 것으로 보입니다. 북한의 경제상황이 대단히 위급한 상황이라는 것을 반증하고 있죠. 따라서 북한 체제의 총체적인 상황도 매우 다급하고 불안정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번에 공세적인 입장에 서게 된 세력 측에서는 최고지도자 김정은을 모양새 좋게 아우르면서 향후 정세를 주도해 나갈 것입니다. 향후 남북관계에서 가장 결정적인 변수는 북한 내부의 상황입니다. 북한은 계속 도발적 위협을 통해서 남북관계를 관리하려고 할 것입니다. 북한 체제에서는 엘리트 그룹들의 사적 이익 추구경향이 국가권력을 매개로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남북관계가 대승적인 차원에서 잘 진행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요. 따라서 북한의 행보는 사적 이해 엘리트 그룹의 사적 이익 추구 행위에 따라 갈팡질팡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대해 잘 대응하지 않으면 한반도는 매우 비극적인 과정으로 진입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북핵문제 전망과 제언?
| 남성욱 | 최근 핵 협상에서 성과가 있었던 이란의 경우 북핵보다 역사도 일천하고 협상의 불신이 존재하지 않았죠. 따라서 해결에 4년여의 시간이 필요하였지만 합의 도출이 가능하였습니다. 반대로 북핵은 지난 1994년 제네바 합의에서 미국과 북한이 합의를 도출하였으나 이행이 되지 않았어요. 이러한 불신의 역사는 문제 해결을 어렵게 하고 있죠. 미국은 “같은 말을 속아서 두 번 사지 않는다.”는 속담을 강조하며 북한의 진정성을 강조해요. 반대로 북한은 3차 핵실험을 통해 핵무기의 경량화, 소형화를 추구하며 핵무기 보유를 기정사실화하고 있죠. 현재로서는 북핵문제는 6자회담이 차선의 선택이에요. 해결이 불완전하지만 동결 수준에서 합의를 이루어나가며 중국의 보증(guarantee)을 확고히 하는 방식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죠.
| 김연수 | 북한이 핵과 경제건설의 병진노선을 선언하고 헌법상 제도적으로 핵 무력 보유국가임을 공식화하는 한편, 군사적으로도 전략로켓군 편제를 출범시키고 핵 무력을 질·양적으로 증강시킬 것임을 선언했는 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대북정책의 실효적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러한 북한 변수 외에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실효적인 대북압박 국제적 공조체계가 효과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죠. 우리 정부로서는 일괄해결의 방법이 최선이고, 실효적 측면에서는 단계적 접근이 우선시 될 수밖에 없다는 현실인식 속에서 북한 핵 능력 확장시도를 차단하고 단계적으로 ‘북한의 변화’라는 맥락에서 북한의 비핵화 수준을 높여가는 점진적 접근법을 시도할 필요가 있어요. 다만, 군사적, 외교적, 그리고 남북관계 차원 등을 고려한 복합적 접근법이 요구된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죠.
| 김근식 | 북핵문제는 해결이 어렵고 복잡하더라도 6자회담 재개를 통해 상황 악화를 막고 북핵이슈를 통제가능한 영역에 있도록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반기 들어 북한과 중국이 조건 없이 회담 재개를 요구하는 상황에 한국과 미국이 소극적으로 거부한 것은 북핵문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입니다. 북한이 이미 6월 16일 대미 고위급 군사회담을 제의해놓은 만큼 미·북협상도 진행하고 동시에
6자회담도 재개해서 북핵문제 악화를 방지하고 핵문제 해결을 위한 재시작이 필요합니다. 사실 미·북협상과 6자회담 재개에서 가장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하는 게 바로 한국 정부이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가 소극적으로 있지 말고 적극적으로 나서서 협상의 동력을 추동해내는 게 필요합니다.
| 차문석 | 북핵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북한으로 하여금 국가미래비전을 바꾸도록 하는 것에 다름이 아니라는 점을 반드시 이해해야 합니다. 이것은 미국이든 중국이든 외부 국가들이 좀처럼 성공하기 힘든 문제임에 틀림없죠. 미국과 중국 등 각국의 대북정책은 오랫동안 북한의 비핵화 부분에 초점을 맞추어 왔지만, 북한의 내부 상황은 핵무기 혹은 핵보유국을 국가권력의 정체성이자 내부 정치 동학의 지대한 목표로 삼아 왔잖아요. 따라서 북한의 미래비전을 비핵화 국가로 긍정적으로 전환시키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여야 함과 동시에 북한이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남북관계를 통해서 해소되도록 지혜를 발휘해야 합니다. 북한이 핵에서 경제 문제로 무게중심을 이동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남북관계에서 제공해야만 하는 것이죠. 어떤 상황이든 공세의 입장에 있는 북한의 엘리트 집단이 핵문제를 제기하는 대신에 남북관계를 긍정적으로 가져가지 않으면 내부 정치 동학에서 그들이 엄청난 수세에 직면할 것이라는 예측이 명명백백하도록 확실한 전망을 제공하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
남북경협 프로젝트에 대한 전망?
| 남성욱 | 박근혜 대통령은 개성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책의 하나로서 개성의 국제화에 강한 의지를 보여 왔어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위해 러시아를 방문하였던 박 대통령은 이탈리아 레타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이탈리아의 개성공단 참여를 요청했어요. 한국의 대통령이 외국 정상에 개성공단에 투자 참여를 요청한 것은 처음입니다. 개성의 국제화는 남북 양측에 긍정적 요인이에요. 한국으로서는 북한이 다른 해외투자 국가를 의식하고 통행차단 및 조업중단 등의 자의적인 조치를 취할 수 없게 하는 안전판의 역할을 기대할 수 있는 반면, 북한으로서는 개방적 의미를 내포하는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수단이 됩니다.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을 국제적 표준이 통하는, 즉 경제적 논리만으로도 기업이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공단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뜻을 갖고 있어요. 그동안 개성공단은 통행·통신·통관 등 3통 문제가 완벽히 해결되지 않고 정치적 긴장이 상존한 상태에서 경제적 논리만으로는 해외기업이 참여할 가능성이 낮았죠. 이제 대통령까지 국제회의에서 기업유치에 나선 만큼 공단의 국제화는 당면과제가 되었습니다. 공단의 국제화를 가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공단의 여건과 제도를 국제화시키는 것이 중요하고, 이는 수익성 확보와 사업의 안정성 조건을 충족함으로써 달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 김연수 | 집권 3년차를 맞은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정통성 제고 차원에서 주민들의 실생활 개선을 위한 경제재건 노력도 한층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죠. 중요 정책과제들이 순조롭게 풀려나가기 위해서는 핵문제와 관련된 협상국면 조성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만약 북한이 북핵 협상국면 재개와 관련된 전략적 선택을 하게 된다면, 남북관계에서는 남북경협 문제의 활성화를 포함한 전반적인 남북관계 개선 노력이 뒤따를 수 있을 것이에요. 우리 정부로서는 북한의 전략적 선택과 북한정세 변화에 유의하면서 경협을 포함한 대북정책을 추진하되, 남북관계에서의 정세변화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통합적인 정책능력을 시스템적으로 완비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북한 정세의 전개상황 여하에 따라서는 보다 능동적인 대북정책 추진 노력도 필요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 김근식 | 개성공단 정상화가 진행되고 있고 최근 공동위가 다시 열리는 등 진전되는 모습은 매우 고무적이에요. 지난해 9월 이산가족 상봉이 일방 중단된 배경에는 북한의 금강산관광 재개 요구에 박근혜 정부가 주저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죠. 따라서 향후 공단 정상화뿐 아니라 경협 전반을 활성화하고 진전시키기 위해서는 북한이 절실하게 필요로 하는 금강산관광 재개 회담을 속히 개최해서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경협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정부가 내세우는 3대 조건도 미리 전제조건화하면서 요구할 게 아니라, 일단 회담을 열어서 회담을 통해 우리의 요구를 관철시키는 것이 훨씬 현실적이죠. 신뢰프로세스를 위해서는 북한의 신뢰형성을 마냥 기다릴 게 아니라 박근혜 정부가 먼저 신뢰의 손을 내미는 적극적 주도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 차문석 | 북한에 대한 채찍도 중요하지만, 선행에 대한 보상이 훨씬 더 중요해집니다. 가령, 2014년에는 북한이 매우 규모가 작고 사소하지만 긍정적인 행동을 보였을 때 적어도 초기에는 그에 대해 엄청난 보상을 제공하는 것이 당분간 필요할 것으로 봐요. 긍정적 행동에 대한 보상이 크면 클수록 좋을 것입니다. 2014년은 북한에게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이에요. 이러한 상황에서는 남북경협 등을 통해서 북한을 관리할 수 있다면 매우 좋은 일이죠. 한국과의 남북경협 사업이 제대로 가동되지 않거나 악화된 상황에서 북한이 내부 불안정과 급변 상황 등 나쁜 상황으로 빠지게 되는 것은 우리에게 대단히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다 줄 것입니다. 향후 이니셔티브를 한국이 쥐고 상황을 주도하기가 힘들게 될 것을 의미하죠.
|좌담 참여자|
남성욱 /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김연수 / 국방대 안보정책학부 교수
김근식 /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차문석 / 통일부 통일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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