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1월 1일

기획 | 최룡해 총정치국장 휘하 신군부 약진 2014년 1월호

기획 | 장성택 숙청 … 안개 속 북한
최룡해 총정치국장 휘하 신군부 약진

‘국가전복음모죄’로 처형된 장성택은 40년간 북한의 2인자였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후계자로 내정된 1970년대부터 그는 최고 지도자의 바로 곁에서 권력 공고화에 힘을 써온 책사이자 행동가였다. 특히 김정은 정권 출범과정에서는 산파역까지 맡았다. 김정일 위원장이 2008년 8월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졌다가 회복된 직후인 2009년 1월 후계자 내정이 필요하다고 건의하며 김정은을 후계자로 천거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고 나서는 부인이자 김씨 혈통의 큰 어른인 김경희 당비서와 함께 김정은 체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북·중 간의 경제협력을 이끌었고 국가체육지도위원장으로 북한 사회에 불고 있는 체육 열풍을 주도하기도 했다.

조연준, 당 장악 … 김원홍, 공안기관 세력화

지난해 12월 8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모습. 이날 열린 회의에서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현장에서 끌려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12월 8일 평양에서 열린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확대회의 모습. 이날 열린 회의에서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현장에서 끌려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장성택은 이처럼 김정일과 김정은 체제에서 2인자였지만 그는 국가운영 전반에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노동당과 내각, 국방위원회, 군부 등 곳곳에 자기 사람을 포진시켰고 하나의 세력이 됐다. 그런 장성택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결정에 의해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닌 존재가 됐다. 김정일 위원장과 더불어 지난 40여 년간 북한을 이끌어온 장성택의 부재는 새로운 북한의 시작을 알리고 있다. 2인자 장성택의 부재와 그가 구축한 세력의 몰락은 새로운 세력의 부상을 예고하고 있다. 권력서열이 정연한 북한 사회의 특성상 2인자의 몰락은 3인자와 4인자의 부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북한의 권력변화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장성택이 없는 김정은 체제에서 2인자가 될 인물로는 이번 사건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첫 손가락에 꼽힌다. 최 총정치국장은 장성택과 호형호제했던 사이로 그의 후원으로 김정은 다음가는 군부 실세 지위에 오르며 김정은 체제의 양대축으로 성장했지만 영향력이 커지면서 장성택과 마찰을 빚기 시작했다. 특히 장거리 로켓 발사와 개성공단 폐쇄 등 현안을 놓고 장성택과 갈등을 거듭하는 과정에 ‘김정은 백두혈통’ 고수를 외치면서 장성택을 눈엣가시로 여기고 견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갈등 속에서 장성택의 비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최 총정치국장이 그를 제거할 준비를 은밀하게 총괄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룡해는 1980년대부터 청년동맹 위원장으로 재직하면서 권력욕이 강했던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이미 자기 세력을 구축한 것으로도 평가된다. 특히 군부 인사를 총괄적으로 책임지는 총정치국장으로 군부 내에 최룡해 사람 심기 작업을 해온 것으로 관측된다. 리영길 군 총참모장과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은 대표적인 최룡해 계열의 군부 인물로 꼽힌다. 리영길 총참모장은 작년 5월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제1위원장의 특사로 중국을 방문할 때 동행했고 장정남 인민무력부장은 작년 김정일 위원장의 1주기 행사 때 5군단장 자격으로 최 총정치국장과 함께 금수산기념궁전에서 김정은에 대한 충성맹세를 하기도 했다.

김정일 위원장의 최고사령관 추대 기념일을 맞아 지난해 12월 24일 김 제1위원장과 함께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한 군부 인사도 대표적인 최룡해 계열 인사로 분류된다. 변인선 총참모부 작전국장, 서홍찬 인민무력부 제1부부장, 김수길 총정치국 조직부국장, 렴철성 총정치국 선전부국장 등으로, 이들은 최룡해가 총정치국장에 오른 재작년 4월 이후 약진한 신군부 인사들이다.

2012년 4월 제4차 당 대표자회에서 노동당 정치국 후보위원에 오른 조연준 당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도 앞으로 약진이 점쳐진다. 조 제1부부장은 평생을 당 조직지도부에 몸담은 검열 전문가로 중앙당 내 당조직인 ‘본부당’ 책임비서도 겸하고 있어 모든 중앙당 간부들을 통제하는 위치에 있다. 원칙주의자로 알려진 그는 장성택이 당 행정부장으로 인민보안부와 국가안전보위부 등 공안기구를 총괄하면서 조직지도부의 입지를 흔드는 데 대해 불만을 가졌을 것으로 보인다. 최룡해 총정치국장이 군부 내에 세력을 구축했다면 조연준 제1부부장은 앞으로 노동당을 장악하면서 자기 세력을 만들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장성택과 그의 세력에 대한 숙청작업을 통해 생겨나는 빈자리에 자신과 친분이 있는 인물들을 채워나갈 것으로 보인다.

김양건, 북·중·남북관계 컨트롤 타워 맡을 듯

또 이번 장성택 제거과정에서 행동대장 역할은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 도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에 대한 조사와 재판, 처형을 직접 진행한 것으로 보이는 김 부장은 장성택에 의해 승승장구했으나 최룡해 쪽으로 줄을 바꿔서며 장성택 숙청에 앞장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김원홍 보위부장도 인민보안부와 국가안전보위부 등 북한의 주요 공안기관에 자기 세력을 만들어가며 영향력 확장에 나설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이외에도 장성택 처형에 앞서 2012년 11월 30일 김 제1위원장이 삼지연 지역을 방문했을 때 수행한 김양건 당 통일전선부장과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 박태성·황병서·김병호·홍영칠·마원춘 당 부부장도 주목할 인물이다. 김양건 부장은 장성택의 부재 속에서 북·중관계와 남북관계를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이며 당 자금과 재산을 관리하는 핵심부서인 재정경리부의 수장인 한광상 부장은 장성택의 부재 속에서 외화벌이를 통한 자금관리를 책임지게 될 전망이다.

박태성은 북한 매체에서 당 조직지도부 군 담당 부부장인 황병서의 앞자리에 호명되고 있어 같은 조직지도부 소속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박태성과 황병서 부부장은 앞으로 조직지도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김병호 선전선동부 부부장은 장성택 숙청 이후 민심의 동요를 막고 장성택을 ‘반혁명 종파분자’로 규정하는 등의 선동사업을 담당했을 것으로 보인다. 홍영칠 당 기계공업부 부부장은 올해 85세인 주규창 당 기계공업부장을 대신해 김정은 시대의 군수공업 발전을 책임질 인물이며, 유능한 건축가 출신인 마원춘 당 재정경리부 부부장은 한광상 당 재정경리부장과 함께 김정은 업적 쌓기를 위한 대규모 건설사업을 총지휘하고 있다.
앞으로 장성택 세력의 빈 공간을 이들이 채워나가며 힘을 키워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장용훈 / 〈연합뉴스〉 기자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