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북한 내 온건한 대외협상노선 약화될 수 있어 2014년 1월호
기획 | 장성택 숙청 … 안개 속 북한
북한 내 온건한 대외협상노선 약화될 수 있어
북한 김정은의 후견자이자 정권의 2인자로 여겨졌던 장성택이 처형됨에 따라 북한 체제가 수직적인 유일 영도체제로 급속히 개편되고 있어 북한의 대외정책도 변화할 것인지가 주목되고 있다. 특히 관심을 끄는 사항은 북한이 선군의 군사국가 또는 선경정치를 채택할 것인지와 핵과 미사일 등 대량살상무기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대남 도발을 감행할 것인지 아니면 타협을 모색할 것인지이다.
여러 가지 변수들이 영향을 미칠 것이다. 처형이라는 극단적인 방식으로 장성택이 퇴진하였기 때문에 우리는 이로 인한 북한의 정권 구조와 인적 변동을 가장 큰 변수로 보기 쉽다. 그러나 주변국들의 대북 정책이 북한의 대외정책에 더 큰 영향을 줄 수 있다. 이러한 변수들을 순차적으로 검토하여 향후 북한의 대외정책 방향을 전망하고 한국의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중국, 김정은 초청 개혁·개방 권유 가능성

북·중 경협을 주도해왔다고 알려진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이 실각됨에 따라 북한 외교정책의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은 지난 2012년 8월 장성택 부위원장이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을 면담하는 모습
우선 장성택이 2012년 8월 중국 방문 이후 권세가 약화되어 2013년 최룡해가 특사로 중국을 방문하고 장성택의 김정은 수행 횟수가 반감한 데서 알 수 있듯이 이미 장성택의 지위나 정책에 미치는 영향력이 약화되었으므로 그의 실각이 북한의 국가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
특히 장성택의 제거와 숙청과정은 북한 권력구조에서 김정은의 독재적 권력을 강화시켜 수직적인 유일 영도체제 수립을 촉진하고 김정은의 우상화 작업을 가속화시켜 정권의 안정을 가져올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김정은의 신변에 문제가 생길 경우 등 정권 자체가 붕괴할 가능성은 커졌지만, 중단기적으로 정권의 안정성이 커졌으므로 내부 결속 강화를 위한 대외 도발의 필요성은 역설적으로 작아졌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그간 장성택이 맡아왔던 북·중 경협과 북·중 우호관계는 후퇴하고 대외정책에서의 온건 협상 노선은 약화될 수 있다. 무엇보다 장성택 판결문에서 광물의 헐값 수출과 나진지구의 장기 임대가 규탄되었으므로 대중 광물 수출과 나선지구 개발에 대한 단기적인 타격과 중국 지도부의 대북 정서 악화는 불가피할 것이다.
또한 북한이 단기적으로 남북관계 정상화나 금강산관광 재개 및 5·24조치 해제를 겨냥한 남북 대화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고 여겨지지만, 그것이 소기의 목적 달성으로 이어지지 않을 경우 대외 온건책을 주장해온 장성택이 사라졌으므로 젊고 혈기왕성한 김정은이 과격한 대남 도발이나 핵 및 미사일 시험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은 작지 않다고 평가된다.
장성택의 처형 그 자체보다는 주변국의 대북정책이 북한의 대외정책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고 여겨진다. 먼저 핵과 미사일에 관심이 많은 미국은 현재 ‘전략적 인내’ 기조의 북한문제 경시정책을 추진해왔다. 북한이 이미 핵 보유에 근접했고 강력한 핵 보유 의지를 갖고 있으며, 미국의 동맹국이자 북한의 핵 보유에 가장 큰 피해를 받을 한국이 북·미 대화에 불편함을 보여왔으므로, 대북 정책에 적극성을 보일 당위성을 갖지 않아 왔다. 더구나 2010년 이후 미국은 아태지역 중시정책을 내걸고 중국을 포위·견제하기 위해 한·미·일 3각동맹 구축을 모색해왔는데, 북핵문제가 해결되면 이의 실현이 어려우므로 적극적인 해결을 모색할 필요가 없었다.
따라서 미국이 갑자기 북한과의 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물론 미국이 요구하는 6자회담 재개 선행조건인 핵 및 미사일 활동 유예와 IAEA 사찰단 복귀를 북한이 받아들이면, 북·미 대화와 6자회담이 재개되겠지만 북한이 반대급부 없이 이런 양보를 행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한·미·중 공동의 창의적 대북제안 만들자
기대를 걸 수 있는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 지도부는 인내심을 가지고 실용주의적인 대북 정책을 펼쳐왔기 때문이다. 물론 현재 중국 지도부는 김정은이 친중파의 거두인 장성택을 처형하고 정상적인 북·중 사업을 매도한 것에 대해 분격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다양한 도발이 감행될 경우 미국의 대중 압박 및 포위 강화를 유발할 것이므로, 냉철한 현실 인식하에 정상적인 북·중 경협 구도 회복과 함께 올 봄쯤에는 김정은을 중국으로 초청하여 정상회담을 가지면서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고 개혁·개방을 권유할 가능성도 있다.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핵 실전능력 보유가 임박하고 젊은 독재자의 유일 영도체제 확립으로 각종 도발과 위협을 감행할 가능성이 커질 것이므로, 북한의 핵 위협에 대한 확실한 억지책을 확보하고 각종 도발을 예방하며 한반도의 지속적인 평화와 안정을 회복할 뿐 아니라 제도화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북한의 급변사태에 대한 현명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막대한 통일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통일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가장 지혜로운 정책 방향은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고 북핵 해결을 주도적으로 선도하며 호혜적인 남북 경협을 진흥하는 것이다. 먼저 남북 간 기존합의 중 서로에게 이익을 주는 사업을 선별적으로 이행하여 상호 신뢰를 조성하고 남북관계를 정상화해야 한다. 또한 미래를 지향하고 창의적이며 주도적이고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펼쳐야 한다. 북한이 수용할만한 창의적인 대북 제안을 작성하고 한·미·중 3국 공동으로 제안하여 북핵문제를 주도적으로 해결하고 이를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으로 연결하는 동시에 호혜적인 남북 경협을 진흥하여 통일비용을 최소화하면서 평화통일로 나아가야 한다.
홍현익 /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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