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 동북아 세력 각축의 엄중함을 이해하고 있는가? 2014년 1월호
포커스 | 동북아 세력 각축의 엄중함을 이해하고 있는가?

중국의 핵잠수함(왼쪽)이 산둥성 칭다오에서 훈련에 참가하고 있는 모습. <신화통신>을 비롯한 <인민일보>, , <해방군보>, <광명일보> 등 중국의 주요 관영매체들은 지난해 10월 28일 중국의 첫 핵잠수함 부대의 훈련 모습 등을 일제히 보도했다. 중국이 핵잠수함 부대를 언론에 대대적으로 공개한 것은 다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열도) 영유권 분쟁이 심화하고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추진하는 등 군사 영향력 강화를 꾀하자 이에 대한 경고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방공식별구역(防空識別區域, ADIZ : Air Defense Identification Zone)을 둘러싼 갈등이 한 때 동북아시아 정세를 흔들었다. 2013년 11월 23일 일본과 분쟁 중인 센카쿠(중국명 댜오위다오)열도와 이어도를 포함하여 중국이 새 구역(CADIZ)을 일방적으로 선포하였기 때문이다. 한국, 일본, 미국은 이의 철회를 요구하였고, 미국은 B-52H 전략폭격기 2대를 의도적으로 비행시키기도 하였다. 한국도 지난해 12월 8일 이어도 상공을 포함한 새 방공식별구역(KADIZ)을 발표하였다.
방공식별구역은 항공기 공습에 미리 대응하고자 영공 바깥에 설정한 편의의 선으로서, 국제법적 근거는 없다. 한국의 방공식별구역은 6·25전쟁 때 설정되었다. 동북아시아에는 한·미·일 3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되면서 국가의 영향력이 충돌하게 되었다. 한국이 선포한 방공식별구역에 대하여 중국과 일본이 반대하지 않음에 따라 이 문제는 수면 하에 잠복하고 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조치해야 할 몇 가지 교훈은 발견되었다.
중국, CADIZ 일방적 선포 … 미국 B-52H 비행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일련의 사태에서 동북아시아는 힘에 의한 정치, 즉 세력정치(power politics)로 이행하고 있음이 드러났다.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동북아시아에서 점점 영향력이 커지는 것은 국력 또는 이를 투사하는 직접적인 수단인 군사력이다. 이렇게 되면 상대적으로 국토나 인구가 적은 한국이 불리해지기 때문에 조선말(朝鮮末)과 같이 되지 않도록 군사력을 증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에 정부가 새 방공식별구역을 단호하게 선포함으로써 주권수호에 관한 강력한 의지를 대내외에 과시할 수 있었다. 주변국들을 자극할까봐 과단성 있는 조치를 자제해왔던 과거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그 의지를 알았기에 주변국들도 반발하지 못하였다. 앞으로도 한국은 국익수호에는 한 치의 양보도 없다는 점을 명백하게 할 필요가 있다.
차제에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싼 논란을 종식하고, 조기에 완성해야 할 것이다. 이어도 상공에서 한·중·일 3국의 방공식별구역이 중첩되어 있듯이 이 지역이 분쟁의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분쟁시 해군의 적절한 대응을 보장하려면 제주도 해군기지는 필수적이다. 이번 사태로 김영삼 정부 때부터 추진해온 제주도 해군기지 사업의 필요성이 충분히 입증된 셈이다. 미국의 기지로 사용될 수 있다거나 중국을 자극할 수 있다는 추상적인 이유로 더 이상 지체되어서는 곤란하다.
나아가 한국은 세력정치가 중심이 되는 동북아시아에서 어떻게 하면 국가의 안전과 번영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인가를 깊게 고민하고, 다양한 방책을 검토하여 최선의 대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그러한 대전략하에서 어떤 때는 균형자의 역할을, 어떤 상황에서는 동맹관계를, 어떤 경우에는 중립의 위치를 견지함으로써 국익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정부는 세력정치에 부합되도록 적극적이면서 균형된 외교정책을 구사하고, 지역 내 갈등에 대하여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 미국과의 동맹관계, 중국과의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일본과의 우방관계를 지혜롭게 활용해야 한다. 국민들도 엄중한 현 동북아시아 상황을 냉철하게 인식하고, 국익중심의 외교정책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감정보다는 이성에 기반한 여론으로 정부의 올바른 정책과 대응을 주문해야 할 것이다.
북한과의 대화와 평화공존 노력도 하지 않을 수 없다. 남북한이 대치하는 상태로는 지역정세 변화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핵무기를 포함하여 확고한 대북한 억제태세를 구축한 바탕 위에서, 민족공영의 명분으로 북한을 설득하여 동북아시아의 세력 각축에 공동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
동북아시아의 세력 각축에서 조선말과 같은 희생양이 되지 않고자 한다면 한국은 한·미동맹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한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국력, 외교력,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고,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와 핵우산을 약속하고 있으며, 영토적 야심을 보인 적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과 동맹관계로 있는 한 중국과 일본이 한국을 가볍게 볼 수는 없다. 용미(用美) 차원에서 한국은 2015년 12월 1일부로 예정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재검토하여 한·미연합사를 존속시킬 필요가 있다.
정치권, 국가안보 적극 논의하고 있는가?
역사적 피해, 독도문제, 최근의 감정악화로 쉽지는 않지만, 일본과 협력관계도 재개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을 함께하고 있고, 한·미동맹 및 미·일동맹으로 간접적인 동맹관계를 형성하고 있으며, 중국 대응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별적인 한·미·일 공조도 추구해야 할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국가의 생존과 번영을 위한 필수적인 요소는 국익 수호가 가능한 충분한 군사력이다. 한국은 전체적으로는 열세하더라도 상대국의 결정적인 급소를 공격할 수 있는 전략적 수단을 구비해야 하고, 창의적인 전략과 전술을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우수한 장교를 비롯하여 질적인 군대를 건설해 나가야 할 것이다.
조선말 중국의 외교관이었던 황준헌(1848~1905)은 <조선책략>이라는 책으로 우리의 외교방향을 충고한 적이 있다. 그는 ‘연작처당(燕雀處堂)’이라는 말로 당시의 조선을 “(집이 불타고 있는 것도 모르고 즐겁게 지저귀는) 집에 사는 제비나 참새와 같다.”고 묘사하여 조선을 꾸짖기도 하였다. 현재의 한국은 그렇지 않은가?
한국의 대전략은 무엇인가? 정치권에서 국가안보가 적극적으로 논의되고 있는가? 국민들이 현 세력 각축 상황의 엄중함을 이해하고 있는가? 모든 국민들이 일치단결하여 조선말과 같은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음은 물론, 동북아시아 세력정치에서 수혜자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박휘락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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