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이방인 눈에 비친 북한 인민들 모습 2014년 1월호
영화 리뷰 | 〈속삭임의 땅(The Land of Whispers)〉
이방인 눈에 비친 북한 인민들 모습
요즘 신문지면은 온통 북한소식으로 도배되어 있다. 그동안 북한소식이 우리 언론의 주목을 받는 경우는 딱 두 가지 형태였다. 하나는 지도자의 사망소식이고 또 하나는 도발소식이다. 이 두 가지 뉴스는 적어도 일주일 이상의 여진을 갖고 우리 사회를 뒤 흔들었다.
최근 장성택 처형을 둘러싼 북한의 보도는 다른 형태로 전 세계 여론의 귀추를 한반도로 끌어 모았다. 이번 장성택 처형소식이 알려지는 과정에서 이전의 김정일 체제와는 판이하게 다른 공개형식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정치국 회의에서의 숙청결정과정과 재판과정까지 공개됐다. 하여간 이번 장성택 처형사건은 향후 상당한 후폭풍을 남기며 요동칠 것이 분명해 보인다.
현재 북한이 한반도 정세에 이렇게 시끄러운 파문을 일으키고 있지만 서양인의 눈에 비친 북한 내부는 매우 조용해 보였던가 보다. 물론 2년 전쯤의 이야기다. 올해 중반 인터넷 동영상 공유사이트인 유튜브에 공개된 한편의 북한 다큐멘터리가 세계 네티즌들의 관심을 끌며 영상공개 2달 만에 80만 조회수를 기록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北속살 드러낸 ‘리얼 영상’
영화 〈속삭임의 땅〉은 실상 다큐 영화라고는 하지만 형식이나 영상적 측면에서 2% 이상 부족한 영상물이다. 차라리 북한여행 ‘몰카’라고 하는 편이 맞을 것이다. 영상이 투박하고 분량도 1시간 남짓 된다. 그래도 이 영상물이 유튜브에서 인기를 끌었던 이유는 요즘 유행하는 방송형태인 ‘리얼 영상’이라는 측면이 많이 작용했을 것이다.
북한이 자체 제작한 영상물은 100% 선전으로 도배되어 있고 외부세계에서 찍은 영상물은 리얼리티가 떨어진다. 반면 영화 〈속삭임의 땅〉은 정제되지 않은 북한 내부의 속살이 비교적 그대로 드러나 있다.
이 영상의 촬영자인 크리스티안 코헨은 관광객의 신분으로 중국 단둥을 거쳐 북한으로 들어갔다. 2013년에 제작 및 유포되었으니 방문 일시는 대략 2012년 8월 전후 시기다. 북한이 2005년부터 제정하기 시작한 선군절(8월 25일)을 전후로 평양과 청진, 원산지역을 관광하며 북한 지역의 ‘민낯’을 카메라에 담았다.
영상의 시작은 중국지역 단둥에서 열차를 타고 출발하기 직전 객차 내에서 몇몇의 북한사람들과 맥주를 마시는 장면이다. 코헨 일행과 같이 여흥을 즐기는 북한사람들은 행색이나 말투의 자유분방함에서 좋은 집안이거나 권력기관에서 근무하는 사람들로 추정되는 인물들이다.
이들과의 유쾌한 대화와 함께 열차는 단둥의 철길을 통과해 ‘속삭임의 땅’으로 들어선다. 세계에서 가장 신비로운 곳인 북한을 방문하는 서양관광객들은 들뜬 마음으로 창 밖을 바라본다. 이들 옆에 안내를 맡은 통역사는 연신 큰 소리로 이방인들에게 주의사항을 전달한다. 차창 밖을 통해 들어오는 북한 시골길의 모습과 도심을 걷는 시민들의 표정에는 호기심이 잔뜩 묻어 있다.
속삭이듯 말하며 지나가는 北주민들
코헨 일행은 투숙한 호텔의 구석구석도 캠코더에 담았다. 원래는 촬영이 금지되었다는 설명과 함께 이들의 호기심어린 시선은 구석구석을 영상으로 담아냈다. 영상 중간 중간에는 북한 혁명가요와 코헨 감독의 나레이션이 삽입되어 있다. 주로 ‘반체제적인’ 발언들인데 내용을 보면 코헨 감독 일행은 처음부터 북한에 대한 사전지식이 있었고 다큐를 찍으려는 목적이 있었음이 분명하다.
백두산 밀영을 방문해서 김정일의 탄생지는 백두산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상점 진열대의 물건이 가짜라고 속삭이듯 말한다. 북한 안내원에게 들켰다면 압수는 물론 간첩혐의로 억류되었을 수도 있을 만한 내용들이다. 그러나 코헨 감독의 내레이션이 온통 북한체제에 대한 비난으로 차 있지는 않다.
코헨 감독은 북한사회의 모습이 낙후되고 거짓 선전으로 가득 찼다고 말하면서도 인민들의 노동력과 성실함을 잘 살리면 잘사는 국가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보여주고 있다. 영화 〈속삭임의 땅〉의 제목은 이방인의 눈에 비친 북한 인민들의 모습이다.
이들이 외국인들 앞에서 속삭일 수밖에 없는 이유를 떠올리면 아이러니하지만 작명은 참 기가 막히게 했다. 영화 〈속삭임의 땅〉에 관심 있는 분들은 유튜브 검색을 통해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다. 상영시간도 59분으로 부담이 없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