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한국, 편성·집행 투명성 제고 … 거시 공동기획 토대 확보 2014년 2월호
기획 |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타결 … 어떻게 책정됐나?
한국, 편성·집행 투명성 제고 … 거시 공동기획 토대 확보

우리 측 황준국 외교부 한·미 방위비분담 협상 대사와 미국 측 에릭 존 국무부 방위비 분담협상 대사 등 한·미 대표단이 지난 1월 9일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방이비 분담 특별협정(SMA) 체결을 위한 제10차 고위급 협의를 하고 있다.
지난 1월 11일 한·미 양국은 2014년부터 적용될 9차 한·미 방위비분담 특별협정(Special Measures Agreement, SMA)에 대한 최종 타결을 이루었다. 동 협정에 따르면 2014년 한국 측은 주한미군 주둔에 드는 직접 비용 중 9,200억원을 분담하게 되며, 이 액수는 향후 물가상승률과 연동하여 조정되지만, 그 인상폭은 최대 4.0%를 넘지 못하게 규정되었다. 또한 8차 협정 당시와 동일하게 유효기간은 5년으로 설정되었다.
협정 타결 이후에도 국내적으로는 이 협상 결과에 따라 다양한 시각이 등장하고 있다. 대체로 우리 측의 입장이 적절히 반영된 성공적 협정이라는 시각이 존재하는 반면, 또 한 번 미국의 압력에 사실상 굴복한 것이라는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전자는 9,200억원이 적지 않은 액수이기는 하지만, 이는 2013년 방위비 분담금 8,695억원에 비해 5.8% 인상된 결과로 역대 세 번째로 낮은 인상률이 적용된 것이라는 점을 먼저 지적한다. 또한 애초 미국이 1조원 이상 규모로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전에 없이 강경한 입장을 보였던 점을, 그리고 향후 방위비 분담액의 사용에 있어 더욱 철저한 투명성이 제도적으로 보장되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오히려 우리 측 입장이 보다 강하게 반영되었다는 점을 강조한다.
방위비 분담금 9천200억원 … 작년보다 5.8% 증가
반면, 이를 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쪽에서는 SMA에 입각한 방위비 분담이 시작된 이래 주한미군의 주둔규모는 줄어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방위비 분담액은 최초 협정 당시(1991년 기준 1억5천달러)보다 8배 가까이 증가하였다고 지적한다. 주한미군이 미처 사용하지 않고 축적된 상당수의 기존 분담액이 있는 상황에서 또 한 번 분담금을 증액하는 것이 타당한가를 비판하기도 한다. 양 측의 주장 모두 나름대로의 논리를 가지고 있으며, 어느 일방이 전적으로 옳다는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다. 다만, 이 문제를 접근하는 데 있어서는 SMA라는 특별한 제도적 장치가 왜 생겼는가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SMA 협정에 의거한 방위비 분담이 시작되기 이전에도 토지 임대라든지 인력 제공 등을 통한 간접적 방위비 분담은 이미 존재하고 있었다.
1991년 SMA 협정이 시작될 당시 한·미 양국 간에 존재하고 있었던 공통인식은 한국의 국력이 이제는 직접적 현금 분담을 시작해도 될 만큼 성장하였으며, 이러한 조치가 한·미동맹이 진정한 동반자 관계로 진화하는 데 있어 필요한 수순이라는 것이었다. 즉, 주한미군과 한·미동맹이 한반도 안보를 위해 긴요한 존재하는 것을 인정하는 기반 위(물론, 미국의 대아시아·태평양 전략의 측면에서도 주둔은 필요하다)에서 양측이 수혜에 걸맞은 기여를 행하자는 것이 방위비 ‘분담’의 기본 정신이었다. 21세기에 들어 미국이 동맹 및 우방국들의 더 많은 기여를 요구하기 시작했으며, 오바마 행정부의 “Pivot Asia” 역시 그 속내는 부담 및 비용 분담 폭의 확대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
이 전제가 성립하는 한, 그리고 우리의 수혜가 여전히 9,200억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본다면 방위비 분담액의 증가 자체를 문제 삼기는 어렵다. 실제로, 주한미군의 장비나 전력을 그대로 현금가로 대체한다고 할 경우, 20조~30조 가량의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는 것이 그동안의 각종 연구결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결과이다. 한반도 유사시 동원될 미군의 전시증원까지를 고려하면 그 액수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방위비 분담액 중 적지 않은 액수가 국내 물품의 구매나 고용 등으로 환원된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물론, 복지 수요가 점차 증대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9,200억에 이르는 돈이 결코 적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일본, 독일 등 미국의 다른 양자 동맹국들이 미군 주둔에 드는 직접 비용의 60~70% 가량을 분담하고 있는 현실, 그리고 우리 스스로가 ‘중견국’ 혹은 ‘G-20’의 국가위상을 강조해 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이에 대해 지나치게 인색한 접근은 안보상의 편승(band-wagon)이나 무임승차(free-riding)를 고집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협상에는 상대가 있다. 우리 입장에서 최선의 방안은 방위비 분담액은 가능한 억제 또는 삭감하는 한편, 주한미군 측의 분담액 사용에 대한 우리의 통제 폭은 더욱 넓히는 방향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측이 1조 이상의 분담액을 이미 강조해 왔고, 다른 동맹국들과의 형평성을 지속적으로 문제 제기해 왔다는 점에서 9,200억원 선에서의 타결은 어떤 면에서 양측 모두에게 Win-Win의 결과를 안겨주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실제로, 5년간의 적용 과정에서 물가상승률을 2%로만 잡아도 협정 기간 중 미국 측 요구액인 1조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 9차 협정을 통해 미국 측이 분담액 증가라는 면을 얻었다면, 우리는 분담액 편성에서 집행에 이르는 과정에서 투명성 강화를 요구할 수 있는 소득을 얻었다. 또한 5년간의 중기적 적용기간을 적용함으로써 보다 거시적인 공동기획이 가능한 토대를 얻었다.
한국 기여 낮게 산정된 건 아닌지 돌아봐야
물론, 협상 과정에서 아쉬운 점이 전혀 없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우리 측은 애초 동결 혹은 최소 액수로의 인상을 주장하면서도 방위비 분담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전시 작전통제권 전환시기 재연기” 의견을 여러 경로를 통해 표출하였다. 주한미군 전력이 당분간 우리에게 매우 긴요하며, 이것이 우리의 안보전략 구사에 있어 매우 높은 우선순위에 있다는 점을 스스로 강조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 하에서 방위비 분담액의 인상을 거절한다면 논리적 자가당착이라는 지적을 면할 길이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긴밀한 동맹관계라고 해도 협상에 앞서 상대방에 속내를 먼저 보이고 시작한 것이 현명한 전략이었는가에 대한 지적을 피하기 힘든 대목이다.
여타 동맹국들이 미군 주둔 비용의 60~70%를 분담하고 있다는 미국의 논거에 대해서도 우리 측의 기여가 지나치게 작게 산정된 것은 없는지(예를 들어 토지 공여분과 같은), 여타 동맹국의 분담 항목을 공동 검증하자는 주장을 해 볼 필요는 없는지도 향후의 협상에 대비해서는 되돌아보아야 할 항목이다.
투명성을 요구하는 일에도 매우 정교한 접근이 요구된다. 동맹은 매우 높은 수준의 신뢰에 기초한 양자 관계이다. 동맹을 제외하고는 그 어떤 관계도 상대방에 대한 공격을 나에 대한 침해와 동일시하여 자동적으로 군사적 기여를 제공하겠다는 약속을 이끌어낼 수 없다. 즉, 동맹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이며, 이는 정치적 측면에서 실제 기술적·실무적 측면까지 광범위하게 공유될 수 있어야 한다. 이 신뢰를 다치지 않으면서도 나의 주장과 논리를 합리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안, 이것이 앞으로 우리가 미래의 한·미관계를 위해 집중적으로 발전시켜야 할 분야이다.
차두현 / 한국국제교류재단 교류협력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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