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방위비분담, 세계와 동맹에 대한 성숙된 책임공유 2014년 2월호
기획 |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 타결 … ?
방위비분담, 세계와 동맹에 대한 성숙된 책임공유

한·미 양국이 올해 적용되는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총액을 9,200억원으로 합의했다. 당초 우리 전망보다는 높지만 미국 요구에 비해서는 낮은 금액으로 절충됐다. 사진은 경기도 동두천 지역의 주한미군 기지
미국은 냉전의 종식에 즈음하여 ‘공동방위(common defense)’ 개념 하에 ‘책임분담(responsibility sharing)’이라는 용어로 세계의 안전을 위한 동맹국들의 기여를 촉구하였다. 1995년부터 〈공동방위에 대한 동맹국 기여(Allied Contributions to the Common Defense)〉라는 책자를 발간하여 그 현황을 공개하기도 하였다. 최근에 미국은 부담분담(burden sharing)이라는 용어로 전환하면서, 미군의 해외주둔에 따른 비용의 분담(cost sharing)을 동맹국에게 강조하고 있다. 한국에서 논의되는 ‘방위비분담’이 이 비용분담이다.
독일·일본의 사례로부터 학습 필요
납세자인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방위비분담금은 아까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1조원 정도의 비용으로 28,500명의 주한미군과 그 전력, 그리고 그것을 매개로 한 미군의 증원을 보장한다고 보면 대가 없는 비용은 아니다. 학자들은 주한미군이 보유하고 있는 장비의 가치만 200억달러(20조원) 이상으로 보고 있고, 주한미군의 전쟁억제에 대한 기여는 계산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동맹국의 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국가는 상당한 방위비분담을 할 수밖에 없다.
독일에는 2013년 현재 육군 35,200명, 해군 485명, 공군 14,450명, 해병대 365명 등 50,500여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 과거에는 점령군에게 상당한 지원을 제공하였으나, 통일 후에는 대폭적으로 감소되어 현재는 주로 NATO 공동예산만 부담하고 있다. 독일은 NATO 총 예산의 약 15%를 부담하는데, 2013년의 경우 3억5,132만유로(약 5,070억원)로서 22%인 미국 다음으로 높다.
이와 같이 독일의 부담이 줄어든 것은 현재 독일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국가가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독일은 1945년 패전 이후 1950년대 중반에 이르기까지 연합군에게, 그리고 서베를린 주둔 병력에 대해서는 1994년까지 점령비용을 지불하였는데, 그 규모가 국방비의 20%에 달할 정도였다. 1950년부터 1994년까지 독일이 지원한 연합군 주둔 비용은 총 298억7,022만마르크(약 177억달러)로서, 43년 동안 연평균 4.17억달러(4,500억원)를 지출하였다.
독일은 패전국을 동맹국으로 편입시켜주고 지켜준 감사의 표시로 연합국들이 필요하다고 요구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모습을 보여왔고, 이로써 통일에 대한 지원도 획득할 수 있었다.
한편, 한국과 상황이 유사한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에는 육군, 해군, 공군, 해병대 등 총 36,700여 명의 미군이 80여 개의 지상기지와 해상에 분산되어 있다. 주일미군은 육군 2,500명, 해군 6,750명, 공군 12,500명, 해병 14,950명 정도이고, 상당한 민간인력도 고용되어 있다.
일본은 미국과 체결한 주둔군지위협정(SOFA), 그리고 특별협정(SMA)에 따라 방위비를 분담해 오고 있다. 한국처럼 총액으로 지급하지 않고, 소요 항목별로 지급함으로써 미군의 필요성을 더욱 세부적으로 충족시키고 있다. 일본의 2012년 회계연도 미군지원 예산(비용)은 총 6,540억엔(약 6.6조원)이고, 한국의 방위비분담액에 해당하는 SOFA와 특별협정에 근거한 직접지원비만을 계산하면 3,741억엔(약 3.8조원)으로서 한국의 4배에 해당한다.
일본은 그들의 재건과 경제회생을 가능하게 해준 대가(代價)로 인식하여 미군의 경비를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북한의 핵무기 및 중국과의 갈등 등 최근 위협이 증대됨에 따라 일본의 적극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미국이 일본을 아시아전략의 초석으로 삼고 있는 것은 우연한 것이 아니다.
한국은 위협이 커서 방위비분담을 줄이기는 어렵다. 북한과 휴전상태로 대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북한은 10개 정도의 핵무기를 개발하였고, 그것을 미사일에 탑재하여 발사할 정도로 소형화하는 데도 성공한 상태이다. 북한이 핵무기로 위협할 경우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extended deterrence)나 핵우산(nuclear umbrella)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일본처럼 미국이 필요로 하는 항목별로 지원하는 방식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하는 국민들도 적지 않다. 이것은 논리적으로는 타당하나 미군의 활동이 활발한 한국의 경우 방위비분담액이 현재보다 더욱 커질 확률이 높다. 미군이 요구하는 항목별로 그 타당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현재보다 동맹관계가 더욱 손상될 수 있다.
방위비분담에 대한 오해에서 벗어나야
방위비분담이 SOFA에 근거가 없다고 하여 폐기되어야 한다고 일부에서 주장하지만, 독일이나 일본의 경우에도 규정 이전에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적극적으로 지원해주고 있다. 방위비분담은 거래가 아니라 동맹국 간의 호혜성에 관한 것이고 신뢰가 더욱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왕 지원할 것 같으면 수혜국이 감사해할 정도로 너그러울 필요가 있다.
정부가 2015년 12월로 예정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및 한·미연합사 해체를 연기할 것을 미국에 요구하자 일부에서는 미국의 방위비분담 요구가 급격히 증대될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번의 협상결과로 보면 그러한 억측은 맞지 않았다. 방위비분담을 반미의식을 확산시키는 명분으로 악용해서는 곤란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1조원 가까운 예산을 매년 지불하고도 필요할 때 지원을 획득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른 국가를 위하여 세금을 사용하는 것을 좋아할 국가나 국민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독일과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이 미국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그로 인하여 얻는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미국을 활용하는 지렛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한국은 G20에 들어갈 정도로 경제력과 국격이 성장한 상태이다. 무조건 지출을 아까워하는 유아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성숙된 모습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인 이익을 위하여 단기적으로는 조건없이 동맹국을 지원할 줄도 알아야 할 것이다.
박휘락 / 국민대 정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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