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2월 1일

장용훈의 취재수첩 | 남북, 이산상봉 합의 평양발 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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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 남북, 이산상봉 합의 평양발 해빙?

새해부터 남북관계의 변화를 향한 남북한의 발걸음이 분주하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은 지난 1월 1일 발표한 육성 신년사에서 “북남사이 관계개선을 위한 분위기를 마련해야 한다.”며 “백해무익한 비방중상을 끝낼 때가 됐으며 화해와 단합에 저해를 주는 일을 더 이상 해서는 안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민족을 중시하고 통일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든 과거를 불문하고 함께 나갈 것이고 북남관계 개선을 위해 앞으로도 적극 노력할 것”이라며 “남조선 당국은 북남관계 개선으로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北 국방위 ‘중대제안’ … 군사적 적대행위 중지 요구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월 6일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라고 생각한다.”며 “이번 설을 맞아 이제 지난 60년을 기다려온 연로하신 이산가족들이 상봉하도록 하자.”며 이산가족 상봉을 북한에 제안했다. 또 남북 정상회담 개최 여부에 대해 “북한 지도자를 언제든 만날 수 있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지만 회담을 위한 회담이 돼서는 안 된다.”고도 말했다.

이어 우리 정부의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을 하자는 대북제안이 이어졌고 북한은 “남측에서 다른 일이 벌어지는 것이 없고 우리의 제안도 다 같이 협의할 의사가 있다면 좋은 계절에 마주앉을 수 있을 것”이라며 비교적 정중히 남측의 제안을 거부했다. 겨울철이라는 점과 금강산관광 재개라는 북한의 관심사항도 함께 논의되길 바란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이어 북한은 1월 16일 최고 권력기구인 국방위원회 이름으로 남한 당국에 보내는 ‘중대제안’을 발표하고 “오는 1월 30일부터 음력 설 명절을 계기로 서로를 자극하고 비방중상하는 모든 행위부터 전면중지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취하자는 것을 남조선 당국에 정식으로 제의한다.”고 밝혔다. 또 “상대방에 대한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를 전면중지하는 실제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제안한다.”며 남한 정부에 2월 말 시작할 ‘키 리졸브’와 ‘독수리 연습’ 등의 한·미 군사연습을 중단하는 결단을 내릴 것을 거듭 촉구했다. 특히 서해 5개 섬의 ‘열점지역’을 포함해 지상, 해상, 공중에서 상대를 자극하는 행위를 전면중지할 것을 강조한다며 “이 제안의 실현을 위하여 우리는 실천적인 행동을 먼저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방위는 이어 한반도 비핵화 문제와 관련해 “이 땅에 초래할 핵 재난을 막기 위한 현실적인 조치도 호상 취해나갈 것을 제안한다.”며 남한 정부가 미국과 함께 ‘핵타격 수단’을 한반도에 끌어들이는 행위에 매달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남한 정부는 북한 국방위원회의 중대제안을 거부했다. 정부는 북한의 제안 다음날인 1월 17일 통일부 대변인의 입장 설명과 브리핑을 통해 “북한이 사실을 왜곡하고 터무니없는 주장을 계속하면서 여론을 호도하려는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북한 국방위원회가 전날 발표한 소위 ‘중대제안’을 사실상 거부했다. 북한의 상호비방 중단 제안과 관련, “남북 간 비방중상 중지 합의를 위반하면서 그동안 비방중상을 지속해 온 것은 바로 북한”이라면서 “비방중상을 설 전후해서 멈출 것이 아니라 일단 자기들이 비방중상 중지 제의를 한 이후부터 멈춰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북한의 즉각적인 비방중상 중지를 요구했다. 한·미 군사연습 중단 요구에 대해서는 “우리의 군사훈련은 주권국가가 행하는 연례적인 방어 훈련이며, 매년 국제적 관례 및 합의에 따라 북한은 물론 주변국에 공식적으로 통보하고 있다.”면서 “북한은 우리의 정당한 군사훈련을 시비할 것이 아니라 과거 도발 행위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를 먼저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北 “설 계기 이산상봉” … 南 “2월 중순 금강산 개최”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이 지난 1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이 동의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다음 달인 2월 17~22일 금강산에서 갖자고 북한에 공식 제의하고 있다.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이 지난 1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북한이 동의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다음 달인 2월 17~22일 금강산에서 갖자고 북한에 공식 제의하고 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거부 입장 표명에 국방위원회 제안에 대한 설명을 담은 공개서한으로 대응했다. 국방위는 이날 김정은 제1위원장 특명에 따라 남한 당국과 여러 정당, 사회단체, 각계층 인민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하고 “우리의 중대제안은 결코 위장평화공세도, 동족을 대상으로 벌이는 선전심리전도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공개서한은 “우리는 이미 일방적으로 상대방에 대한 자극이나 비방중상을 전면중지하는 길에 들어섰다.”고 밝히면서 “우리는 벌써 서해 5개섬 열점수역을 포함한 최전연(최전선)의 지상과 해상, 공중에서 상대방을 자극하는 모든 군사적 적대행위까지 전면중지하는 실천적인 조치들을 먼저 취하기로 했다.”고 밝혀 후속 군사조치가 이어질 것임을 시사했다.

정부는 북한의 공개서한에 대해 “북한이 진정 남북관계 발전을 원한다면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가 진심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행동을 보여주기 바란다.”며 북한 국방위가 이날 발표한 ‘공개서한’을 반박했다. 정부는 이날 김의도 통일부 대변인이 발표한 ‘정부 입장’을 통해 북한 주장의 모순점을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북한은 소위 중대제안이 위장 평화공세가 아니라고 하지만 위장 평화공세인지 아닌지는 한 번의 말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북한은 지금부터라도 행동으로 진정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방중상의 즉각 중단 ▲비핵화 실천에 관한 분명한 입장 천명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 도발에 대한 책임있는 조치 ▲이산가족 상봉 호응 등을 요구했다. 정부는 키 리졸브 훈련 등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계획대로 실시해나가겠다는 뜻도 재차 천명했다.

그러자 이날 저녁 늦게 북한은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하는 전통문을 전격적으로 전달해 왔다. 북한 적십자회 중앙위원회는 대한적십자사에 보낸 통지문에서 “북남관계 개선의 길을 실천적으로 열어나갈 일념으로부터 우선 올해 설명절을 계기로 북남 사이의 흩어진 가족, 친척 상봉행사를 진행하자.”라고 제의했다. 이어 “상봉행사는 이미 북남 적십자단체들이 합의하였던대로 금강산에서 진행하되 날짜는 준비기간을 고려하여 설이 지나 날씨가 좀 풀린 다음 남측이 편리한대로 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며 “기타 제기되는 문제들에 대하여 판문점 적십자 연락통로를 통하여 협의 해결하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이라는 실천적 조치를 내놓자 정부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정부는 1월 27일 북한에 보낸 통지문에서 “우리 측의 설 계기 이산가족 상봉 제안에 북측이 호응한 데 대해 환영한다.”면서 “이산가족들의 염원을 고려하여 2월 17일부터 22일까지 5박6일 동안 금강산에서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또 2월말부터 치러지는 한·미 합동군사연습의 수위도 조절에 들어갔다. 유사시 한반도 방어를 위한 한·미 연합훈련인 키 리졸브(KR) 및 독수리(FE) 연습 때 미군 항공모함과 전략폭격기가 일단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키 리졸브 및 독수리 연습 기간에도 미국 항공모함은 참여하지 않았지만, 스텔스폭격기인 B-2와 전략폭격기인 B-52가 독수리 연습 기간 한반도에 전개된 바 있다.

모처럼 남북관계가 냉랭한 분위기를 벗어날 계기를 맞고 있는 셈이다. 특히 북한의 선제적 제안으로 시작된 평화공세는 장성택 숙청으로 외자 유치 등이 어려워진 국제적 환경을 타개하기 위한 돌파구 모색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계간지 <사회과학원 학보> 최신호는 “경제개발구에서의 정치군사적 환경은 투자의 안정성 보장을 기본목적으로 하고 있다.”며 “정치정세의 안정, 전쟁위협의 제거, 군사력의 강화 등이 중요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남북한 상호비방 및 군사훈련 중단을 골자로 하는 국방위 중대제안이 이러한 환경을 마련하는 노력의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일단 남쪽에서 가장 크게 우려하는 군사적 도발과 관련된 논의를 제안함으로써 남북관계를 풀어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장용훈 / 〈연합뉴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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