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2월 1일

국군포로·납북자 송환, 한국판 프라이카우프 가능할까 2014년 2월호

집중분석 | 국군포로·납북자 송환, 한국판 프라이카우프 가능할까

6·25전쟁 납북희생자 '기억의 날' 기념식이 지난해 6월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납북자 가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6·25전쟁 납북희생자 ‘기억의 날’ 기념식이 지난해 6월 2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가운데 납북자 가족들이 헌화를 하고 있다.

국군포로와 납북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지난 수십 년 동안 정부는 수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으나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근본적으로 북한이 이에 응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특별한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특히 이들 대부분이 고령으로 인해 생환의 기회가 거의 막바지에 다다른 이 시점에서, 국가는 가능한 모든 조치를 강구해야만 한다. 여기서 방법적으로는 문제를 안고 있었지만, 반인권적 상황에 놓인 정치범을 해방시키기 위하여 불가피한 조치로 추진되어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독일의 정치범 석방거래 프라이카우프(Freikauf)를 활용한 ‘한국형 석방거래(이하 K-Freikauf)’가 대안이 될 수 있다.

‘K-Freikauf’는 국군포로·납북자의 생환을 가능하게 할 수 있을 뿐 아니라, K-Freikauf가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국군포로·납북자들에게는 언젠가 생환되어 자유의 몸이 될 수 있다는 삶의 희망을 가지게 할 수 있다. K-Freikauf가 추진될 경우 제기될 수 있는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추진될 수 있는, 추진되어야 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동독, 시간 지날수록 더 적극적 태도 보여

첫째, 북한당국의 귀책사유로 인해 억류된 국군포로와 납북자를 그것도 우리가 돈이나 현물을 주면서까지 생환시킨다는 정책에는 당연히 부정적 논란이 일어날 것이다. 사람을 거래의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반인권적인 행위로 질타 받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국군포로와 납북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래를 해야 하는 상대방이 문제발생에 책임이 있는 북한의 ‘독재권력’이라는 사실이 K-Freikauf 추진에 강한 거부감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이러한 도덕적인 문제점은 K-Freikauf가 가지는 부정적인 측면이 분명하다.

그러나 현재 생환을 희망하면서도 생환될 수 없는 상황에 처한 국군포로와 납북자들을 그러한 상황으로부터 구해내는 것이 1차적으로 중요한 책무라고 본다면, 고통을 겪고 있는 그들과 가족의 아픔을 씻어주는 일이 중요하다고 본다면, 대가를 주고 이들의 자유를 산다는 사실은 부차적인 것으로 인정될 수 있다. 이들을 생환한다는 목표를 위해 추진되는 거래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용납되어질 수 있는 방법상의 문제로 간주될 수 있다.

북한당국이 이들의 인권문제를 등한시 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적극적으로 이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도덕적 책임감과 의무감이 있다. 더구나 이들을 생환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돈이나 현물을 주는 거래이기 때문에 그 기회를 활용하지 않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생환이 도덕적 평가에 선행하는 것이며, 따라서 그들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적극 그것을 활용해야 한다.

둘째, 억류된 국군포로와 납북자 및 그 가족은 북한정권에 저항할 수 있는 잠재적인 세력으로 볼 수 있고, 따라서 이들이 송환되어진다면 장기적으로 북한 내 저항세력 형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의견도 제시될 수 있다. 북한 내 반정부그룹의 정치세력화에 악영향을 미쳐 북한정권의 변화를 위한 북한 내부적 압력이 감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이론적으로는 설득력을 가질 수 있으나, 억류된 국군포로·납북자 및 그 가족의 반정부세력화 가능성을 파악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또한 이들의 생환이 1차적인 과제이지, 북한체제의 변화를 위해 이들의 인권을 외면하고 북한에 두고 활용하다는 것은 우선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K-Freikauf의 실현가능성을 논거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K-Freikauf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경제적 대가가 북한당국에게는 큰 매력이 될 것이다. 비록 정치범일지라도 자국의 국민을 돈을 받고 경쟁국인 서독에게 팔아넘기는 사업이 정권과 지도자의 정통성을 근본적으로 흔들 수 있는 위험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동독당국과 에리히 호네커 서기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적극적으로 프라이카우프를 추진했다. 그 근본적인 이유는 그것이 막대한 경제적 이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였고 통치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경제난에 직면해 있는 북한정권이 연로한 국군포로·납북자의 송환대가로 얻을 수 있는 경제적 반대급부의 매력을 거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둘째, 국군포로·납북자의 남한 송환이 가져올 정치적 영향을 북한당국은 우려할 것이다. K-Freikauf를 통해 대가를 지불받는 것이 인권적 측면에서 북한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북한당국도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K-Freikauf가 비공개로 추진될 수 있고, 그 반대급부가 크며, 일부 국군포로·납북자의 송환이 체제의 안정적 유지에 문제가 없다는 판단이 서면 북한당국도 K-Freikauf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다. 국군포로·납북자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이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어떠한 형태로건 남북 및 국제관계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북한당국은 K-Freikauf를 동독과 마찬가지로 문제의 일부 해결을 위한 ‘출구’로 인식할 수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북·일 정상회담에서 납치자문제를 일부 시인하고 송환했던 정치적 결정을 눈여겨봐야 할 것이다.

남북관계의 질 한 단계 높일 수 있어

셋째, K-Freikauf가 남북 간에 소통의 통로로 역할 할 수 있다. K-Freikauf 자체가 양측의 이해관계가 일치되어 실시되는 것인 만큼, 그리고 비공개로 진행될 것인 만큼 K-Freikauf는 양측 간의 접촉을 위한 최소한의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독일의 사례에서 보듯이 프라이카우프는 양측 최고정책결정권자의 의지가 반영되고 관심사항이었던 것인 만큼, 남북 간에도 K-Freikauf는 간접적이기는 하지만 최고정책결정권자의 의지를 전달하는 통로가 될 수 있다.

넷째, K-Freikauf가 남북관계의 질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상호 간 신뢰감 조성에 기여할 수 있다. K-Freikauf가 추진되기 위해서는 양측의 상호 협조, 공적·사적 신뢰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비공개로 어떤 절차를 거쳐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의 전 과정에 걸쳐서 신뢰관계가 절대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K-Freikauf 추진과정 자체가 남북 간의 신뢰감 조성에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남북관계에서 상호 신뢰감의 존재 유무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재론의 여지가 없다. 상호 신뢰가 필요조건이자 충분조건인 K-Freikauf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를 실질적으로 담보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정책방안일 수 있다.

손기웅 /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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