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을 말한다 | 북한인권법, 핵심쟁점은? 2014년 2월호
연간기획 | 북한인권을 말한다 28
북한인권법, 핵심쟁점은?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지난 1월 1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민주주의와 인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는 민주당은 북한인권 문제 등에 대해서 직시하고 있으며, ‘북한인권민생법안’을 제안한다.”고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05년 당시 김문수 의원이 최초로 북한인권법안을 제안한 이후 여당 측은 모두 다섯 건의 북한인권법안을 제안하였다. 반면에 민주당 측은 북한인권법안이 북한을 자극하고 남북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고려 아래 지난 9년간 동 법안 통과를 반대하고 있다. 일부 민주당 의원들은 ‘북한인권증진법안’과 ‘북한민생법안’ 등 대체법안을 제안하기도 하였지만, 대체로 민주당 입법안은 북한인권문제 해결보다는 대북인도지원을 확대하자는 입장에 강조점이 놓여져 있다.
북한인권법, 북한 주권에 대한 부당한 개입?
그러나 이번 김한길 대표의 발언은 기존 민주당 입장과 미묘한 온도차이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 문제를 언급한 시기도 유의하여 올해 정기국회에서 북한인권법 합의통과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오고 있다.
주지하듯 북한인권법안은 2004년 미국에서 최초로 입법화되었고 2006년 일본도 유사한 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미국 측의 북한인권법안 핵심내용은 미국 정부가 탈북자에 대한 직접 지원을 가능하게 하였으며, 미국 정부가 북한인권 실태를 상시적으로 모니터링하고 북한인권대사를 통해서 미국 의회에 정기적으로 보고하는 체계를 구축한 것이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인도지원 시 엄격한 국제적 기준이 적용될 것을 명시한 것도 주목할 점이다.
반면 일본의 북한인권법안은 자국민 납치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고 항시적으로 북한인권 상황을 정부가 모니터링하면서 (납치문제에 대한)북한 정부의 협조 여부에 따라 북한에 대한 경제지원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 두고 있다. 특이한 점은 매년 12월 첫째 주에 전국적으로 북한인권주간을 정하여 국민적 차원의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이다.
이러한 외국의 북한인권법안은 유엔이 강조하는 ‘인권보호의 책임성(R2P)’을 양국 간 외교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이슈로 간주하겠다는 메시지를 북한에 전달하는 효과를 겨냥하고 있다. 즉 국내 입법을 통해서 북한 정부 당국에 대한 외교적 압력을 행사하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탈북자 지원, 일본의 경우 경제교류 제한 등이 직접적인 압력 수단이 될 수 있다.
쟁점은 대북 인권단체 지원과 인권기록 보존
이러한 외국의 북한인권법안 발효에 대해서 일부 반대자들은 북한 주권에 대한 부당한 개입이며, 또한 실질적으로 북한인권이 개선되는 효과도 없음을 주장하고 있다. 오히려 인도지원을 확대하여 장마당 쌀값을 낮추고 ‘식량권’을 해소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북한인권법안 지지자들은 북한에 대한 인도지원의 필요성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대북지원과 인권문제를 별개로 추진하자는 입장이다. 즉 취약계층에 대한 대북 인도지원은 분배투명성이 보장되는 조건에서 지속하며, 경제지원은 상호주의 원칙이 보장되는 조건 하에서 추진하자는 것이다. 현시점에서 북한인권법 제정은 단기적인 입법효과보다는 장기적이고 선언적인 입법효과를 노려야 하며, 따라서 통일한국의 가치정립과 북한의 국제사회 진입을 위한 하나의 과정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장성택 북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처형 등 극심한 인권유린 실태와 더불어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 비판이 고조되면서 국민여론의 다수는 북한인권법안에 찬성하는 쪽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번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발언도 이러한 국민여론을 충분히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극소수 세력을 제외한 여야 정치권은 북한인권 문제의 심각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아직까지 세부적인 법안 내용에 대한 정치적 입장의 차이는 상당하다. 북한인권법안이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핵심쟁점에 대한 타협이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북한인권운동단체에 대한 지원방안이다. 지금까지 야당은 탈북자단체를 포함한 북한인권단체에 대한 정부지원에 반대하고 있다. 예로서 대북 전단살포를 주도하는 단체 등에 정부지원이 행해지면 북한 측의 반발을 불러오고 남북관계가 경색될 수 있다는 논리다. 그러나 북한 땅에 인권개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민간단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비록 야당의 반대로 성사될 수 없다면, 최소한 민간단체에 대한 정부지원이 가능한 법적 토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다음으로 북한인권기록보존소 문제다. 과거 서독의 역사적 경험을 참조하여 현재 여당의 북한 인권법안은 북한인권침해 사실에 대한 사실자료 수집과 추후 형사적 소추를 위한 제도를 신설하도록 되어 있다. 이에 대해서 야당 측은 이러한 자료수집은 결국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전제로 하고 있음으로 ‘북한응징법’으로 간주될 수 있다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기록보존소는 피해자의 억울함을 해소하는 최소한의 절차일 따름이다. 실질적으로 형사소추가 이루어질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 서독의 사례를 보더라도 통일 이후 가해자에 대해서 실제로 이루어진 형사처벌은 극소수에 그친 것을 미루어 알 수 있다.
북한인권법안이 국제사회와 국민적 지지를 바탕으로 제19대 국회 회기 중에 반드시 통과될 것을 기대하면서 정치권에서 이러한 핵심 쟁점에 대한 다양하고 생산적인 논의를 통해서 극적인 타협점이 찾아질 수 있기를 희망한다.
이원웅 / 관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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