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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짝짝짝! 박수로 가늠하는 충성도 테스트 2014년 2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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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14 | 짝짝짝! 박수로 가늠하는 충성도 테스트

북한의 모든 정치행사는 각급 당위원회 선전부 행사과에서 조직한다. 행사과 과장을 선두로 지도원들이 행사 시작 전 참가자들과 함께 맞추어 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박수이다. 행사에서 박수치는 동작이나 박수소리는 단순한 박수가 아니라 행사의 최고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수치는 방법도 아주 구체적이다. 올바른 박수는 다음과 같다.

첫째, 두 손바닥을 모아 눈앞에 올려야 한다. 둘째, 박수를 칠 때 두 손을 반드시 양쪽 어깨 너비로 벌려야 한다. 셋째, 목청껏 “만세”를 외쳐야 한다. 이때 ‘만세’는 반드시 삼창을 하며 주석단 성원들이 자리에 앉을 때까지 박수를 쳐야 한다. 이런 규칙에 맞게 연습을 몇 번씩 반복한다.

박수치는 북한 학생들의 모습

박수치는 북한 학생들의 모습

어깨 너비로, 눈 높이에, 만세 외치며

얼마 전 처형 소식이 전해진 장성택의 죄목으로 건성건성 박수와 삐딱한 자세가 거론되기도 했다. 이 죄목은 수령에 대한 충성을 신념화, 양심화, 도덕화, 생활화, 체질화하는 것에 대한 당의 방침 조항에 해당되는 것이다. 수령에 대한 충성이 몸에 푹 베인 진짜배기 충신을 만들기 위한 북한의 영구 프로젝트라 할 수 있다. 박수와 자세로 충성을 평가받는 대표적인 자리가 바로 정치행사이다.

이러한 박수를 따라해 본다면 생각보다 어려움을 알 수 있다. 실제 행사에서는 박수치는 횟수가 행사 성격에 따라 조금씩 다르다. 행사과 지도원들은 반복 동작을 시킨다. 참가자들의 행사 참가태도에 따라 자신들도 윗선에서 평가를 받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행사에 중학교 아이들도 동원된다는 것이다. 아이들은 어른들보다 참을성이 부족하기에 금세 지루함을 느끼고 몸을 뒤척이는가 하면 소곤소곤 귓속말로 잡담도 하며 옆 학생과 가볍게 장난도 친다.

한 번은 양강도 군중대회가 혜산시에 있는 기념탑에서 열렸다. 우상화, 신격화가 생명인 북한에서는 아무리 같은 성격의 대회라 해도 장소가 어떤 곳이냐에 따라 사람들의 태도가 달라진다. 김일성동상이 바로 코앞에 있으니 엄숙함은 이루 말할 여지가 없었다. 이런 성스러운 곳에서 그만 일이 터져 버렸다. 행사가 시작되기 4시간 전부터 학교에 집합하여 1차 예비 집합장소로 이동하여 지역별로 대열을 맞춘 다음 2차 장소로, 마지막 행사장인 기념탑까지 도달하다 보니 어른들에게도 힘든 노정과 시간을 아이들이 견뎌낸다는 것이 여간 힘들지 않았다.

수령에 대한 충성은 말과 행동으로 나타나

드디어 행사장인 기념탑에 올랐는데 4시간 동안 이리저리 끌려 다니며 쌓인 스트레스가 폭발했는지, 아이들끼리의 몸싸움이 벌어졌다. 장소가 어디인지, 어떤 성격의 행사인지도 다 잊은 채 온 몸을 날리는 아이들로 행사장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야말로 김일성동상 앞에서 아니, 김일성이 지켜보는 앞에서 저들의 용감함과 남성성을 과시하는 듯 했다.

하지만 문제는 싸움이 아니었다. 장소와 행사 성격이었다. 그야말로 일대가 발칵 뒤집혔다. 해당 학교의 교장과 세포비서인 부교장, 청년동맹비서, 학급담임, 싸움에 끼어든 학생 및 학부모들까지 줄줄이 시당에 출근하며 비판서를 쓰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대 사상투쟁회가 열렸으며 학급에서도 며칠에 걸쳐 회의가 열렸다. 결국 학교 부교장과 청년동맹비서, 담임이 해임되는 사태가 벌어졌으며 그나마 명성이 좀 있던 교장은 경고를 받았다. 주모자로 낙인 찍힌 학생 두 명은 가족과 함께 추방당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해당 학교는 상급당 조직으로부터 징계를 받아 교사들이 3년 동안 노동당에 입당할 수 없었고, 시 청년동맹에서는 학교와 중앙과 도 표창을 비롯한 일체의 포상을 중단했으며, 김일성, 김정일 생일마다 있는 ‘모범분단’, ‘영예의 붉은기학급’ 칭호 제정도 하지 않았다. 이 모든 것은 단순히 행사에 막대한 지장을 주었다는 것이 아니라 수령에 대한 충성을 가지고 평가하기 때문이었다. 즉 수령에 대한 충성은 말과 행동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날 학생들의 행동이 단순히 미성년자들의 성숙하지 못한 행동으로 평가되는 것이 아니라 수령에 대한 충성을 생활화, 체질화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고이며 연대적 책임을 진 관리간부들과 담임, 학부모들 역시 충성을 신념화, 양심화, 도덕화, 생활화, 체질화하도록 교수교양과 가정교양을 잘 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한국이나 국제사회의 시각으로 볼 때는 어처구니 없고, 부당한 처사라고 생각하겠지만 북한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결과이다. 북한에서는 대규모 행사마다 사람들이 동원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그러한 성격을 어려서부터 가르친다. 그러니 자라나는 아이들끼리 있을 수도 있는 싸움을 문제시하여 가족은 물론 해당 학교 관계자들까지 줄줄이 처벌을 받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어려서부터 집단화를 체질화하여 성숙한 사회 구성원이 되었을 때 체득화된 충성심이 발현될 수 있도록 가르치는 것은 교사의 몫이다.

한국의 학교에는 조회시간이 있다고 들었다. 전교생이 운동장이나 강당에 모여 훈화를 듣고, 표창을 하는 자리에서 한국 학생들 또한 많은 것을 체득할 것이다. 하지만 싸움을 한다고 하여 일가족이 추방당하지는 않으며 특정인을 향한 충성심을 강요하지도 않는다. 각 맞추어 박수치는 법을 가르치지도 않는다.

어린아이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사색과 행동의 중심이 수령이 되어야 하고 그것이 몸에 배어 있어야 하는 현실. 북한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결국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이 높으면 어린 아이들일지라도 이러한 행동을 함부로 할 수 없다는 논리다. 북한은 이 논리로 돌아간다. ‘수령’이라는 오라로 전 국민을 꽁꽁 묶어놓는, 묶어진, 묶일 수밖에 없는 북한. 말도 안되는 일들이라고 생각되어지는 일들이 실제로 벌어지는 곳이 북한이라 생각하니 괜시리 씁쓸하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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