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초점 | 이란 개혁파, 경제제재 벗어날 기회 적극 활용 2014년 2월호
시사초점 | 이란 개혁파, 경제제재 벗어날 기회 적극 활용
국제사회에는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 양국의 노력으로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적대관계를 청산할 수 있다.”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44차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한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이 지난 1월 22일 스위스 공영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밝힌 말이다. 지난해 11월 서방과 핵협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이란은 빠르게 국제사회로 귀환하고 있다. 2004년 무함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의 참석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다보스포럼으로 향한 것이다. 로하니 대통령은 세계 각국의 정상과 정계, 재계, 금융계, 그리고 학계 인사가 모이는 다보스포럼을 이란 투자 유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때문에 외무장관뿐만 아니라 비잔 장가네 석유장관도 대동하고 포럼에 참석했다. 세계 굴지의 석유기업 대표들과 잇따라 면담을 가졌다.
IAEA, 대 이란 제재 잠정 해제
이란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 및 독일(P5+1)은 지난해 11월 2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이란과의 초기단계 협상을 타결했다. 핵무기 제조에 이용할 수 있는 고농축 우라늄 생산을 중단하는 대신 국제사회는 제재를 완화하는 것이 합의의 골자다. 이후 양측은 제네바와 오스트리아 빈 등에서 세부 이행 방안에 대한 실무협의를 진행한 끝에 지난 1월 10일 제네바에서 이란 핵 포기의 초기단계 이행조치를 담은 ‘공동 행동계획’을 확정했다. 양측 합의에 따르면 이란은 앞으로 6개월간 20% 농축 우라늄 비축분을 제거하고 농축에 필요한 기반 시설 일부를 해체하기로 했다.
이란은 현재 합의와 행동계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지난 1월 19일 농도 20%의 농축 우라늄 생산을 중단하고 이미 생산한 우라늄도 연료용 산화물로 전환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은 같은 날 이란의 농축 우라늄 생산 중단 조치를 확인하고 오스트리아 빈의 IAEA 본부에 이를 보고했다. 유럽연합(EU)은 외무장관 회의를 열어 다음 날인 20일 IAEA의 보고를 받고 6개월간 석유금수, 귀금속과 석유화학제품 교역 중단 등 이란에 대한 제재를 잠정 해제했다. 이란의 합의 이행이 지속될 경우, 서방과 이란은 이란 핵 문제의 최종적 해결을 위한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란이 잠정합의를 이행함에 따라 최종합의를 위한 협상을 수 주 안에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향후 진행될 최종 협상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1979년 이란의 이슬람혁명 이후부터 35년 이상 악화일로에 있던 이란과 서방의 관계를 회복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란과 미국의 강경파는 아직도 양국 지도부 간의 이번 협상과 화해에 반발하고 있다. 미국 내 강경파들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우라늄 농축 저지’라는 미국의 핵문제 접근전략의 기본 노선을 후퇴시켰다고 비난하고 있다. 이란에 대해 저농축 우라늄 농축을 허용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 강경파는 향후 협상에서 지속적으로 핵시설 완전폐쇄 등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가뜩이나 서방과의 합의로 불만을 표출하고 있는 이란의 강경파도 핵시설 완전폐쇄는 절대불가라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의 입장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이슬람 국가에 둘러싸인 이스라엘은 주변 중동국가의 우라늄 농축을 절대 허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불량국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을 허용한다면, 이런 상황이 향후 핵무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때문에 이스라엘은 미국 내 유대인 로비세력을 최대한 활용해 이란과 서방의 최종 합의를 최대한 막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낙관적이다. 미국 등 서방의 입장에서는 향후 이란핵 문제에 대한 추가적인 압박수단이 없다. 군사적 조치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에 이제 합의가 필요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다자주의 외교도 이란과의 협상과 맞아 떨어진다. 오바마 캐어 실패와 이에 따른 연방정부 폐쇄 등 국내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는 외교에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다. 또 오바마 행정부의 아시아태평양중시(Pivot to Asia) 전략과도 일치한다. 이제 중동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오바마 행정부의 의지는 강력하다. 이란도 적극적이다. 30년 이상의 경제제재의 고통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새로 취임한 개혁파 로하니 대통령이 이번 기회를 놓치려 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이 적극 나서야 북핵 돌파구 찾을 수 있어
이란과 서방의 핵협상 타결이 북한 핵문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는 못할 것이다. 이란과 북한 핵문제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란은 원자력발전을 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핵무기 개발을 하지 않겠다고 지속적으로 밝혀왔다. 반면 북한은 핵보유국으로 인정받겠다는 것이 핵개발의 목표다. 때문에 핵무기 개발을 완전히 포기하고 저농축 우라늄만 생산하겠다는 이란처럼 북한이 양보할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
국제정치경제에서 이란과 북한이 갖는 지위도 크게 다르다. 막대한 석유자원을 가지고 중동 내 패권국가로 부상할 수 있는 이란에 대해 서방은 지속적으로 큰 관심을 보여 왔다. 때문에 지속적인 동시다발적 국제사회의 제재와 협상이 이어졌다. 반면 북한의 경제적 중요성은 이란에 비해 크게 낮다. 엄밀히 말하며 국제사회의 관심이 북핵에 집중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란 사례에서처럼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한 북핵문제에 돌파구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러나 긍정적인 부분도 있다. 이란과 서방의 핵협상 타결은 북한에 심리적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북한 핵개발은 서방과 대치하는 유일한 핵문제가 된 것이다. 향후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될 수 있다.
서정민 / 한국외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아프리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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