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가 숨 쉰다 | 독수리의 겸손에 놀라고 허세에 안심하다 2014년 2월호
DMZ, 평화가 숨 쉰다 4 | 독수리
독수리의 겸손에 놀라고 허세에 안심하다
독수리(禿―, Vulture)는 겨울철새이다. 멸종위기야생동식물 Ⅱ급이며, 천연기념물 243호로 지정되어 있다. 한반도에는 독수리들이 겨울이면 늘 찾아왔는데 집단적으로 독수리들이 발견된 것은 한국전쟁 이후 비무장지대일원에서다. DMZ일원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서식한다. 그만큼 독수리의 먹잇감인 동물의 사체가 상대적으로 많다. 이들은 무리를 이루어 행동하는 경우가 많고 날갯짓을 거의 하지 않으며 상승기류를 이용해 비행하여 먹이를 찾는다.
꾸준한 노력으로 한반도를 다시 찾다
몸길이 100~110cm, 날개 편 길이 250~310cm로서 우리나라에 찾아오는 수리류 중 가장 크다. 몸 색깔은 전체적으로 검은색을 띠며 나이가 들수록 색이 옅어져 갈색으로 된다. 대가리는 피부가 드러나 회갈색으로 보인다. 그래서 영어권에서 검은 독수리, 수도승 독수리, 유라시아 검은 독수리라고 불린다. 우리말 독수리라는 언어는, “대머리 독(禿)”에서부터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독수리는 유럽 남부, 중앙아시아, 티베트, 몽골, 중국 북동부에 서식한다. 1960~70년대만 해도 겨울철이면 우리나라 낙동강·한강하구의 삼각주 갈대밭 주변과 갯벌, 비무장지대와 그 인접지역에서 독수리가 소규모로 관찰되곤 했는데, 매립과 개발로 인하여 환경이 크게 변한 까닭에 이 지역에서 독수리 등 많은 철새들의 개체수가 줄었었다. 하지만 철원평야, 연천, 파주 등 경기도와 강원도 비무장지대를 중심으로 많은 양의 먹이주기를 꾸준히 하여 파주에서만 한때 1,300마리까지 월동하기도 했다.
파주에 많은 개체수가 오게 된 것은 2003년 겨울 낙농가에서 폐사 가축을 적성우회도로 건설공사 하던 곳에 불법적으로 버렸는데 남하하던 수 십마리의 독수리들이 찾아오면서부터이다. 이후 지속적으로 폐사한 가축들을 먹이로 주면서 대규모로 찾아오게 되는 상황이 되었고, 독수리 월동지로 장단반도 일대에서 갖가지 먹이주기행사를 유도하여 현재에 이르게 되었다. 2014년 1월 현재 약 312마리가 관찰되었다. 철원도 같은 경우이며, 경상남도 고성, 산청, 고령, 전라남도 광양, 순천, 경기도 안성, 이천 및 천수만 등 전국적으로 퍼져나가고, 각 지역에서 독수리 먹이주기행사를 꾸준히 하여 많은 수가 한국에서 월동을 하게 되었다.
이렇게 현재 지구상에 남아있는 멸종위기동식물들은 사람의 극진한 보호가 없으면 사라지게 될 위험에 있는 존재들이다. 생태학자들은 산업혁명 이전과 이후의 생물종들의 상황이 매우 다르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다. 인간의 물질문명의 발달로 많은 사람이 행복하고 안전할 줄 알았는데 더 근본적인 위기를 초래했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그것은 생명의 가치가 도구화되었기 때문이다.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의 교만과 무모함이 극심한 힘의 편중으로 생명공동체들의 공존을 방해한 까닭이다. 멸종위기동식물들의 증가는 최상위포식자인 인간에게 주는 경고라고 할 수 있다. 다음이 바로 우리차례이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이들 생물종들을 거치기 전에 우리가 먼저 멸종위기동물이 될 수 있다.
위풍당당 웅장함 뒤 겸손한 모습도
독수리가 나는 모습은 매우 위풍당당하고 웅장한 포스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날개를 폈을 때 3m가 넘는 거대함과 당당함, 날개짓 없이 조용히 기류를 이용해 날고 있는 모습, 전봇대를 횃대삼아 검은 망토 같은 날개를 접고 하루 종일 조용히 자리를 지키는 모습, 먹이에 집착하는 집요함은 한편으로 경외감을 갖게 할 만큼 매력적이다.
그런데 독수리 참으로 풍기는 외형과 다르게 어처구니가 없는 면이 많다. 독수리는 암벽이나 나무 위에 나뭇가지로 둥지를 틀고 2월 알을 낳지만, 해마다 번식하지는 않는다. 암수 함께 52~55일간 알을 품으며 부화 후 약 4개월간 둥지에서 자란 후 독립한다. 보통 한 배에 1개의 알을 낳는다. 그래서 독수리는 형제가 없다. 따라서 집단으로 월동하는 모습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광경이다. 한반도의 맹금류 중 가장 크며 동물의 사체를 먹는 벌처류의 맹금류다. 머리가 저렇게 벗겨진 이유도 동물의 사체를 먹는 습성 때문이다. 살아있는 동물은 사냥을 하지 않기 때문에 독수리와 닭을 함께 키워도 굶주려 죽을지언정 닭을 사냥하지는 못한다. 덩치만 저렇게 컸지 까치나 까마귀가 떼로 덤비면 혼비백산하고 도망가기가 일쑤다.
그런데 전 세계에 현존하는, 날아다니는 새 중에서는, 독수리(Cinereous Vulture)가 가장 크고 무겁다. 날개를 폈을 때 3m가 넘는 거대한 몸짓으로 만약에 공격해서 사냥을 했더라면 지구상에는 아마도 독수리와 같은 거대한 포식자만 남았을 것이다. 물론 인간도 아마도 진작 멸종했을 터이다. 그런데 신은 독수리에게 거대한 몸짓으로 까치의 공격에 도망치도록 만들었으며, 생태계의 청소부 임무를 주었다. 이것은 축복이다. 그래서 자연은 참으로 정교한 질서를 갖고 있다. 거대한 힘의 사용이 아주 제한되도록 프로그램된 생태적 질서는 아름답기까지 하다. 힘을 과시하고 타 생명을 지배하려하지 않는 힘의 내면화로 겸손함이 독수리를 아름다운 동물로 만들었다. 위풍당당한 허세가 참으로 고맙다. 나는 오늘도 독수리를 보면서 생명공동체의 공존을 꿈꾸며 겸손함을 배운다.
김승호 / DMZ생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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