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 우주에서 삶을 발견한 희망의 아이러니 2014년 1월호
영화 리뷰 | 〈그래비티(Gravity)〉
우주에서 삶을 발견한 희망의 아이러니
영화 〈그래비티〉. 제목 그대로 지구의 중력에 관한 영화다. 작년에 상영되었을 때 관객마다 평가가 달랐지만 3D로 본 사람들은 하나같이 극찬했던 영화다. 최소한의 등장인원과 아름다운 우주광경 등 기존영화와는 다른 색다른 뷰(view)포인트와 몰입감이 호평을 받았다. 이렇게 설명해 놓고 보니 무슨 과학 다큐멘터리나 독립영화 냄새가 난다.
하지만 영화 〈그래비티〉는 영화사상 처음으로 무중력 우주 상황에서의 조난 상황을 연출한 SF영화다. 눈을 사로잡는 특수효과가 나오지도 않고 어떤 외계의 존재나 가상적국 간의 갈등상황도 나오지 않는다. 그저 우주라는 시커먼 공간에 유폐된 상황만 건조하게 주어졌다. 설명만 들으면 무척 따분할 것 같으나 우주라는 삭막한 공간에 놓인 주인공과 감정이입이 되는 순간부터는 관객 본인의 호흡이 가빠져 온다. 이 영화의 재미를 제대로 느끼려면 ‘감정이입’이 필수적이다. 그게 안 되면 이 영화는 ‘별’ 재미없다.
마치 우주 속을 유영하는 듯한 영상미
이 영화에는 소수정예의 출연자만 등장한다. 주연은 산드라 블록과 조지 클루니다. 그리고 지상센터 목소리는 〈어비스〉, 〈아폴로 13〉, 〈더 록〉 등의 영화를 통해 국내에 알려진 에드 해리스가 맡았다. 이게 등장인물 전부다. 주연과 조연을 나눌 필요조차 없다. 물론 중간에 조난당한 시체로 등장하는 몇몇 승무원들이 있지만 그건 마네킹이다. 결국 이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는 산드라 블록과 조지 클루니 두 사람이다. 그리고 배경은 섭씨 125도에서 섭씨 -100도를 오르내리는 우주공간이다.
영화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칠드런 오브 맨〉 등을 연출했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연출한 영화 〈그래비티〉는 실제 관객이 무중력 상태에 있는 착각을 느낄 정도로 우주공간을 생생하게 재현했다는 측면에서 ‘SF의 혁명’이라 불렸다. 물론 우주공간을 찍기 위해 우주로케를 감행한 것은 아니다. 배우들의 무중력공간에서의 움직임은 고전적인 와이어 액션이 사용됐고 전체 장면의 80%이상이 CG다. 영국의 프레임 포커스사를 통해 CG작업과 3D 컨버팅 작업을 거쳤다. 여기에 투입된 제작비가 무려 1,000억원이다. 웬만한 블록버스터 제작비로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그래서 이 영화 주인공인 스톤 박사(산드라 블록)에 빙의된 상태에서 영화에 몰입하다보면 자신이 우주공간에 놓여있는 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이 영화전체를 평하자면 일종의 우주조난 체험기라고나 할까? 하여간 스펙터클한 특수효과도 없지만 우주 자체가 주는 긴장감과 공포감은 그대로 재현되었다.
영화 〈그래비티〉는 결국 내용이나 구성보다는 영상으로 승부한 영화다. 대부분의 호평도 그 부분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다. 특히 영화 시작 후 20여 분간 화면을 채우고 진행되는 오프닝 씬은 압권이다. 어떠한 특수효과가 사용되지도 않았지만 그 자체로 조용히 우주공간에 몰입하게 만들어준다. 또한 1964년생이니까 우리 나이로 치면 51세 지천명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타이트한 민소매 티와 핫팬츠를 소화하며 열연을 펼친 산드라 블록의 연기도 빼 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우리가 몰랐던 아름다운 지구
영화 〈그래비티〉는 우주공간을 소재로 한 SF영화지만 ‘지구사랑’으로 수렴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우주공간이 좋은 한 가지 이유는 가장 아름다운 지구를 볼 수 있는 뷰포인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매트 선장(조지 클루니)이 죽음의 표류를 하는 과정에서도 무선을 통해 갠지스 강위로 떠오르는 태양의 아름다움에 감탄사를 보내는 장면이나 스톤이 지구에 도착하자마자 흙을 강하게 움켜쥐는 장면 등은 지구에 대한 강한 애정을 드러내는 장면이다.
영화 〈그래비티〉에는 단 두 명의 배우만 등장하지만 우주의 무중력 공간이 갖고 있는 엄청난 긴장감과 공포를 잘 연출해 냈다. 현란한 CG가 사용되지도 않았고 시나리오 구성이 복잡하지도 않다. 머리 굴리면서 안 봐도 된다. 그저 본인이 대기권 밖 우주공간에 있다는 몰입만 잘 한다면 우주의 간결한 공포감을 묵직하게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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