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3월 1일

기획 | ‘민주시민’으로 정착해야 통일 가교 될 수 있어 2014년 3월호

<편집자주>

국내 입국 북한이탈주민 2만6천명 시대. 전체 북한주민의 0.1%가 새로운 삶을 찾아 남한행을 선택했다. 과거 북한이탈주민은 정치적 선택에 따른 귀순용사로 우리사회의 극진한 대접을 받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 경제적 요인에 따른 탈북 행렬이 많아지며 현재 그들은 도와주어야 할 복지대상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따라 북한이탈주민들을 위한 각종 경제, 교육, 복지 등의 다양한 정책들이 보완되어 가며 안정된 정착을 돕고 있지만, 그들은 여전히 정책의 사각지대와 팽배한 편견 속에 정착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통일미래를 함께 열어갈 파트너로서의 북한이탈주민, 그들의 성공적인 정착이 전제되어야 희망찬 통일 한반도를 기대할 수 있다. 먼저 온 통일의 열쇠를 쥐고 있는 그들이 당당한 대한민국의 일원으로 자리잡고, 통일미래의 동반자로 제 역할을 다하기 위하여 현행 지원정책의 사각지대나 필요한 요소들은 무엇인지 알아보았다.

 

기획 | 북한이탈주민, 통일미래의 동반자
‘민주시민’으로 정착해야 통일 가교 될 수 있어

통일이 과거 추상적이고 당위적 차원이었다면 최근에는 보다 구체적이고 현실적 차원에서 다가오고 있다. 통일의 대상이자 한 축을 이루는 북한주민들이 탈북하여 한국에 들어오고 있다. 현재 2만6천명에 이르는 ‘북한이탈주민’이 한국에 입국하였다. 탈북민은 ‘먼저 온 통일’, ‘통일미래의 동반자’로서 우리 사회의 통일연습, 나아가 남북한 통합과정의 경험을 위한 중요한 정책 자산으로 자리매김되고 있다.

귀순용사에서 취약계층으로 전락

그렇다면 실제로 이들이 ‘통일미래의 동반자’로서 우리사회에 위치하고 있을까? 탈북민은 ‘귀순용사’, ‘북한동포’, ‘북한이탈주민’ 등 다양한 용어로 불리고 있다. 이 용어는 정부의 정책 변화,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를 그대로 보여준다. 1990년 초반까지 탈북민은 공산주의 체제를 버리고 자유민주주의 체제로 넘어온 ‘귀순용사’로서 영웅시되고 유공자급 대우를 받았다. 그러던 것이 1990년 중반 보건사회부에서 통일부로 주관부처의 변경을 거쳤고, 탈북민은 국가보조금을 받는 우리 사회 취약계층으로 전락하였다. 통일부는 탈북민에 대해 남북통합 대비 차원에서 국내 정착과 자립자활을 지원하고 있다. 그렇지만 일반 국민에 비해 현저하게 높은 빈곤율, 범죄율, 재입북 사태 등으로 이들의 정착현실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는 탈북민이 우리 사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도록 다양한 지원정책들을 시행해 왔다. 탈북민 정책과 지원업무는 통일부에서 총괄하고 있다. 초기에는 현금위주로 정착을 지원하는 방식이었으나 2005년을 기점으로 자립자활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하였다. 즉 정착금의 총규모는 그대로 유지하되 현금을 주는 기본금은 최소화하고 직업훈련, 취업장려금 등 자립자활과 연계된 인센티브 지급을 강화하였다.

KR_201403_26 이와 함께 정착지원 인프라를 확충해 가고 있다. 하나원 수료 이후 이들의 지역정착 어려움이 문제점으로 제기되었다. 초창기 지역에서 거주지, 취업, 신변 보호담당관이 이들의 정착을 지원하였으나 보다 실질적인 지역 지원시스템의 필요성이 제기되었다. 이에 따라 2009년을 기점으로 탈북민의 지역정착을 지원하는 시스템이 구축되었다. 각 지역에는 지역적응센터(하나센터), 전문상담사 제도가 도입되었고, 탈북민의 정착을 보다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설립되었다.

지난 15여 년간 정착지원 체계가 정비되어 왔는데, 탈북민의 정착 현실은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탈북민의 정착 현실은 꾸준히 호전되어 왔지만 일반국민의 평균 수준에는 훨씬 못 미치고 있다.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이 2013년에 2,3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경제활동 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탈북민의 월평균 소득은 일반국민 전체평균(300만원)의 절반 수준인 141만여 원으로 나타났다. 경제활동 참가율은 56.9%, 취업률 90.3%로 일반국민 전체의 62,1%와 97.3% 보다 낮으며, 고용률과 실업률은 각각 51.4%와 9.7%로 일반국민 전체의 60.4%와 2.7%에 비해 열악하다. 특히 탈북민은 생계비 수급률이 지나치게 높다. 생계비 수급률이 ‘11년 46.7%였으며 ‘12년 40.8%, ‘13년 35%로 낮아지고는 있지만 일반국민 2.7%에 비하면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탈북민이 잘 먹고 잘살기 위해서 우리 사회에 들어오지만 상당수가 국가보조금이 없이는 살 수 없는 빈곤층으로 살아가고 있다.

편견과 차별 없이 탈북민 받아들일 수 있어야

(왼쪽부터)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 이수홍 아리랑패션 대표, 손인춘, 김종태, 조명철 의원이 지난해 7월 11일 서울시에 위치한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 기업인 '아리랑 패션' 사업장을 둘러보고 있다.

(왼쪽부터) 새누리당 조원진 의원, 이수홍 아리랑패션 대표, 손인춘, 김종태, 조명철 의원이 지난해 7월 11일 서울시에 위치한 북한이탈주민의 사회적 기업인 ‘아리랑 패션’ 사업장을 둘러보고 있다.

탈북민이 한국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 현실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북한체제에서 형성된 관습과 사고방식, 탈북과정에서의 트라우마, 북한체제와 다른 한국의 사회경제시스템 등으로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탈북민의 자립자활을 목적으로 정착지원제도가 운영되고 있지만 지시와 복종에 익숙한 이들에게 생존경쟁의 자본주의 경제체제는 버거울 수밖에 없다. 북한에서의 경력을 대부분 인정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좋은 일자리를 얻기가 어렵기 때문에 사람들이 꺼리는 3D업종에서 저임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특히 한국사회의 탈북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은 이들의 적응을 더욱 어렵게 한다. 남북관계의 악화, 부정적인 언론보도가 탈북민의 정체성 및 인식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일반국민의 상당수가 탈북민과 북한체제의 특성을 동일시하여 ‘언제 공격할지 모르는 믿을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을 갖고 있고, 높은 기초생계수급율과 범죄율 등으로 우리 사회의 저소득층이나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부정적 인식은 이들의 정착을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탈북민의 부적응 원인에 대해서 제도나 정착지원금의 부족이기보다는 우리 사회의 부정적 인식과 태도에 더 문제가 있음이 지적되고 있다. 탈북민에게는 정책적으로 통일의 동반자, 가교자로서의 역할이 부과되어 있지만, 현실적으로 ‘민주시민’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보다 급선무이다. 자신이 속한 가정, 학교, 직장, 사회에서 잘 적응할 때 이후 통일의 가교자 역할도 가능하다. 생계비를 수급받는 빈곤층에서 벗어나 우리 사회의 일반국민으로 자립, 자활할 수 있도록 정착지원 체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북한출신 한국인으로서 당당하게 정착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이는 북한출신임을 편견과 차별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일반국민의 인식 변화가 이루어져야 함을 의미한다. 탈북민들이 각 사회 영역에서 친근한 동료, 이웃으로 다가갈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신효숙 / 북한이탈주민지원재단 교육연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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