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 대북 포용이 아니라 적극적 관여정책 추진해야 2014년 4월호
시론 | 대북 포용이 아니라 적극적 관여정책 추진해야
최근 〈게놈〉, 〈붉은 여왕〉을 집필한 세계적 과학저술가인 매트 리틀리의 저서인 〈이성적 낙관주의자(the rational optimist)〉를 정독했다. 미래에 대해 비관과 낙관론이 교차하는 현실 상황에서 리틀리의 낙관론은 진취적이고 긍정적인 측면이 강하다.
리틀리의 저서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대목은 “만일 세계의 상황이 지금과 같이 지속된다면, 모든 인류가 전쟁, 환경, 에너지 및 인구증가 등에 따라 재앙을 맞는 것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그러나 세계는 지금과 똑같은 상태로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는 인류 진보의 핵심이자 문화 진화가 보내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이며, 역동적 변화의 취지이고, 이 책 전체에서 가장 중요한 주제다. 진정한 위험은 변화의 속도를 늦추는 데서 온다.” 이었다. 사고는 감성적이지만 각종 현안에 대해 다양한 통계와 수치를 제시하여 과학적인 추론을 도출해 내는 독특한 집필 방식은 압권이었다.
매트 리틀리의 논점을 다소 비약하여 이념과 체제 등 복잡한 정치적 갈등 상황인 남북관계에 적용한다면 현재의 비정상적인 상황이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리틀리는 인간의 이성적인 힘과 판단을 신봉한다. 폭압적인 집단수용소를 운영하고 장성택 처형과 같은 반인륜적 행태가 자행되는 체제라고 해서 권선징악의 구도대로 바로 붕괴되지는 않는다. 헝가리 출신의 세계적인 사회주의 경제학자인 코르나이 교수는 계획경제의 개선과 개혁은 명백히 구분돼야 한다고 말한다. 어느 사회주의 경제 변화를 ‘개혁’이라고 부르려면 공산당 독재와 공식 이데올로기의 지배, 국가 소유, 시장에 대한 관료적 조정(통제) 우위 등 사회주의 정치·경제 체제를 지탱하고 있는 세 가지 축 중 하나 이상에 근본적이고 중대한 변화가 일어나야 한다. 셋 모두를 유지하면서 진행되는 변화는 기존 체제의 개선 혹은 완성 과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북한의 김정은 체제는 현재 세 가지 측면에서 붕괴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 세 가지 기둥은 부실하기는 하지만 외형상 철근 콘크리트와 같이 견고한 측면이 있다. 정치와 경제가 유기적이고 복합적으로 작동하고 있어 주민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한다.

박근혜 대통령을 위원장으로 하는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가 이르면 4월 중 출범한다. 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인 지난 2월 25일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며 대톨령 직속 통일준비위를 설치해 체계적이고 건설적인 통일 방향을 모색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정은 체제, 현재는 붕괴조짐 보이지 않아
미국 정보당국(DIA)은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당과 군의 세대교체를 통해 권력을 확고히 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마이클 플린 국방정보국장은 지난 2월 초 상원 군사위원회 청문회에 제출한 서면 보고서를 통해 “강력한 권력을 자랑하던 장성택의 처형은 김정일의 정권이 끝났음을 보여준 것과 동시에 자신이나 계파 조직에 대한 도전은 용납치 않겠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던진 것” 이라고 밝혔다.
결국 어떠한 과학적인 노력도 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감이 떨어지듯이 통일이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는 현재까지는 이성적 낙관주의에 부합하지 않는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기자 회견에서 언급한 ‘통일 대박’ 발언으로 최근 한반도 통일이 희망이고 미래라는 담론이 활성화되고 있다. 이어 박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통일은 우리에게도 주변국에게도 대박”이라고 선언함으로써 통일 대박론은 국제적 화두가 되었다.
박 대통령은 3월 핵안보 정상회의에 참석하여 한·중 및 한·미·일 정상회담을 통하여 한반도 비핵화와 통일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설명하였다. 독일을 방문하여 북한에 대한 비핵화와 통일방안을 제안하였다. 결국 국제사회에 우리의 통일의지를 과시하였다.
현실에서 통일은 ‘불확실성하의 동태적 연립방정식(dynamic simultaneous equation with uncertainty)’을 푸는 정도로 난해하다. 실제 현실에서 통일시점과 통일방식에 있어서는 최고 수준의 불확실성이 표출될 것이다. 통일 대박론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과제가 적지 않다. 통일 대박론은 1945년 해방부터 내년까지 분단 70년에 이르면서 누적된 국민들의 통일 무관심증을 제고하고 점차 고착화되는 분단 구조를 타파하기 위한 측면에서는 매우 긍정적이다.
다만 현실에서 치밀하고 체계적인 준비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담론만 활성화한다면 사상누각에 불과하고 차기정권에서 계승여부도 불분명할 것이다. 종합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어느 날 갑자기 북한이 붕괴하는 흡수통일 시나리오만을 전제로 한다면 통일 대박론은 매주 로또 복권을 구입하는 백수 실업자와 같이 공허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통일 대박론을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시대적 사명인 통일준비가 선행되어야 한다.
통일준비위, 시대를 선도하는 기구 되어야
실질적인 통일준비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국민 공감대가 형성되어야 한다. 첫째, 국내적으로는 통일 대박론의 필요성과 절박성이 국민 정서에 부합되어야 한다. 여·야를 비롯한 진보와 보수 진영 간의 이견이 심하다면 내부 갈등조정이 우선되어야 정책을 체계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는 4월 출범하는 통일준비위원회는 시대를 선도하는 기구가 되어야 한다.
통일준비위원회는 관료와 민간, 대북 전문가 등이 망라되어 실질적인 논의를 확산시켜야 한다. 여타의 통상적인 위원회와 같이 분기별 청와대 회의에 그쳐서는 실질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 국민들이 직접 참여하는 통일운동과 동서독 통일과정에서 유용한 성과를 도출하였던 각종 교류방안 등이 구체적으로 논의되어 실천적인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그동안 대북연구는 현실적인 한계로 이론적인 측면에 치중한 것이 사실이다. 통일준비위원회는 실현가능한 방안 창출을 중심으로 업무를 추진하여야 한다. 통일부를 중심으로 부처 간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주요 업무가 될 것이다. 범부처적인 성격의 협업체제로 정책 추진의 성과를 극대화하여야 한다. 국민들의 지혜를 모으는 역할 또한 통일준비위원회의 과제가 될 것이다.
둘째, 국제사회의 지지 기반 구축이 마련되어야 한다.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대륙과 해양세력이 충돌하는 동북아의 요충지로서 주변국들에게는 세력균형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속담과 같이 통일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과 전술이 필요하다. 우선 ‘적극적 관여정책(positive engagement policy)’을 추진하여야 한다. 단순히 북한을 ‘포용하는 정책(embracement policy)’이 아니라 북한의 인권과 경제현실에 대한민국의 입김이 들어가도록 해야 한다. 체계적이지만 조용하게 자유와 시장경제의 바람이 들어가서 북한 내부의 문이 자동으로 열리게 만드는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결국 한 사람의 희망은 꿈으로 끝나지만 모든 사람의 희망은 현실이 되듯이 전체 국민들의 지혜를 모으고 참여하는 노력만이 역사를 변화시킬 수 있다.
남성욱 /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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