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남북 농업협력, 21세기 풍으로 질적 전환 시도할 때 2014년 5월호
특집 | 북한 복합농촌단지, 첫걸음은?
남북 농업협력, 21세기 풍으로 질적 전환 시도할 때
2014년 북한에 필요한 곡물의 양이 약 538만t 정도인데 곡물생산량이 503만t에 달한다고 한다(FAO 및 WFP). 식량난이 최고조에 이른 1995년도의 북한 곡물생산량은 345만t 정도였고, 한국의 곡물생산량이 약 468만t(2012년 기준)이었다. 이러한 점에 비추어 보면 북한 식량은 더 이상 부족하지 않을 것이고, 따라서 인도적 식량지원은 이미 과거의 담론일 뿐이라는 지적도 무리는 아니다. 북한의 식량상황이 이렇게 호전된 이유 두 가지를 꼽으라면 분조관리제, 포전담당제 등의 도입을 통한 집단농장 운영관리 방식의 변화 노력과 인도적 지원과 북한농업 개발지원 등 국제사회의 노력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 정부도 민간단체 및 국제기구와 공동으로 인도적 지원과 북한농업 개발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초기에는 북한 식량난 해결을 위한 식량 및 비료지원에서 출발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북한농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협력으로까지 확대되었다. 트랙터, 비료, 종자 등의 농자재 지원은 물론 씨감자 재배기술 등의 선진기술을 전수해주기도 했고, 금강산과 개성의 협동농장에서는 남북이 공동으로 영농사업을 펼치기도 했다. 특히 개성시 송도리에서는 벼농사와 양돈을 결합하는 모델을 적극 도입하여 큰 성과를 내기도 하였다.
지나온 역사에 ‘만약’을 설정하는 것이 부질없긴 하지만 그간 남북 간에 진행되어 온 다양한 형태의 농업협력이 2008년 이후에도 단절되지 않고 지속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농업협력의 단절이 아쉬운 이유는 남북 간 농업협력이 단순히 북한의 농업생산을 복구하는 것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간 농업협력을 통해 쌓아온 노하우와 신뢰를 토대로 남북한이 함께 번영할 수 있는 큰 기회가 미뤄지게 된 것이기 때문이다.
北, 최소비용으로 고품질 농산물 생산 및 유통 가능해
지난 3월 독일 드레스덴에서 발표한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구상’에 포함된 북한 복합농촌단지 조성 문제가 이런 아쉬움을 묻어버릴 수 있는 계기점이 되었으면 하는 기대감이 매우 크다. 드레스덴 구상만을 토대로 살펴볼 때 북한 복합농촌단지는 첫째, 남북한의 공동번영을 위한 민생인프라 구축 중의 하나이며, 둘째, 농업, 축산, 그리고 산림을 함께 개발하자는 것이며, 셋째,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과 자원을 유기적으로 결합하여 남북이 공동으로 조성하자는 것으로 이해된다.
향후 보다 구체화될 것으로 생각되지만 사실 복합농촌단지 조성이란 용어자체가 아직은 설익은 밥알 같은 느낌이다. 필자의 경우 복합농촌단지를 듣고 언뜻 연상되는 단어가 한국 농촌지역 곳곳에 있는 ‘농공단지’와 ‘개성공단’이었다. 뭔가를 계획적이고 집단적으로 만들어 놓은 곳을 의미하는 ‘단지’라는 말 때문인 듯하다.
한편 언론에서는 복합농촌단지 조성이란 제안이 북한의 농촌시스템 개조를 기치로 내건 ‘북한판 새마을운동’이라고 해석하기도 하고, 과거 금강산과 개성지구에서 벌여오다 중단된 공동영농시범사업의 재개를 의미한다며 소박하게 해석하기도 했다. 제안을 받은 당사자인 북한 당국이 복합농촌단지마저도 흡수통일 논리로 오해하지 않도록 내용과 이미지를 보다 구체화하고, 올바른 이해를 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향후 남북 농업협력이 경제공동체 건설의 밑거름이 되기 위해서는 복합농촌단지 조성 문제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점이 고려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선 복합농촌단지 조성이 낙후된 농촌개발과 소득을 증대시키기 위해 한국 사회가 1970년대에 전개된 새마을운동과 비슷한 것이라는 인상을 줄 이유가 하나도 없다. 모르긴 해도 그런 류의 운동을 전개하는 데 있어서는 천리마운동 등에서 보다시피 북한이 한 수 위가 아닌가 싶다. 우리 정부가 ODA 등을 통해 농업개발 협력을 추진하고 있는 개발도상국과 북한을 동일하게만 볼 수 없다는 점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각 기관 구상 종합해 시너지 효과 낼 수 있어야
다음으로 복합농촌단지가 표방한 ‘농업, 축산, 산림의 유기적 개발’의 의미를 보다 구체화해야 한다. 적어도 벼농사도 짓고, 닭·염소·돼지도 함께 기르며, 산에 소득작물을 재배하는 복합영농방식을 북한에 도입하자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홀로 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과 공동으로 조성하자고 제안한 복합농촌단지라고 한다면 21세기 풍으로 질적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21세기 풍이라 하여 고가의 자재를 갖춘 최첨단 시설원예단지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적어도 축산분뇨를 바로 처리하여 에너지화 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에너지를 곧바로 농업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복합농촌단지여야 한다.
그 과정에서 한국이 개발 중이거나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본과 기술이 제공될 수 있을 것이고, 북한 역시 최소의 비용으로,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 및 유통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농촌주민들의 삶의 질이 향상되어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남북 간의 농업협력이 미얀마-한국의 농업협력과 다른 점은 그러한 성과가 통일한반도의 자산으로써 지속 유지된다는 점이라는 것을 큰 비전으로 삼고 추진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복합농촌단지는 재배기술, 종자 등의 농자재에 대해 연구개발 할 수 있는 기능과 설비와 인력을 포함하여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미 북한 농업개발을 위해 정부의 각급기관에서 발표한 바 있는 각종 사업들이 복합농촌단지로 종합되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 볼 만 하다.
복합농촌단지 조성 문제가 그간 중단되었던 남북공동영농사업을 재개하는 형태로 추진되건 새로운 방식의 농업협력모델이 되건 어떠한 경우에도 가장 중요한 문제는 어느 일방의 주장만으로는 성사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북공동번영을 위한 실천적 방안을 남북이 머리를 맞대고 협의할 수 있는 기회를 적극 확보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 하겠다.
북한이 홀로 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과 공동으로 조성하자고 제안한 복합농촌단지라고 한다면 21세기 풍으로 질적 전환을 시도해야 한다. 적어도 축산분뇨를 바로 처리하여 에너지화 할 수 있어야 하고, 그 에너지를 곧바로 농업생산에 활용할 수 있는 복합농촌단지여야 한다.
최정남 / 농림수산식품기술기획평가원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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