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5월 1일

기획 | 김정은 정권 첫 최고인민회의 … 인사·조직 안정성 강조 2014년 5월호

<편집자주>

북한은 지난 4월 9일 열린 제13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서 급격한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하였다. 권력기구의 변화 없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재추대하고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내각 총리를 유임시켰다. 또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 겸 당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국방위 부위원장에도 올라 당·정·군 3대 핵심 권력기관의 요직을 차지해 명실상부한 2인자가 됐다. 경제와 관련해서는 새로운 노선이나 정책이 천명되지 않았다. 이는 북한이 체제의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하였으며 선군정치와 핵·경제 병진노선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한다. 이에 최고인민회의 13기 1차 회의를 통해 나타난 김정은 정권의 선택을 정치와 경제 분야를 중심으로 분석해 보았다.

 

기획 | 北 최고인민회의, 김정은 선택은?
김정은 정권 첫 최고인민회의 … 인사·조직 안정성 강조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에서 유임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왼쪽)과 새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오른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오른쪽)이 재추대 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향해 박수치고 있다.

북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 회의에서 유임된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왼쪽)과 새로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에 오른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오른쪽)이 재추대 된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향해 박수치고 있다.

올해 4월 북한의 정치일정이 마무리 됐다. 지난 3월 9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들어 첫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치러져 제13기 최고인민회의를 구성한 데 이어 4월 8일에는 노동당 정치국 회의가, 9일에는 제13기 1차 최고인민회의가 열렸다.

김정은 체제에서 처음 구성된 제13기 최고인민회의 첫 회의를 통해 드러난 북한의 권력구도는 일단 변화보다는 안정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해석된다. 이번 회의가 김정은 정권 들어 처음 치러진 대의원 선거를 통해 구성된 명실공히 ‘김정은 정권의 첫 국회’ 출범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통치시스템을 유지했다.

헌법상 최고 통치기구인 국방위원회는 2년 전 김정일을 ‘영원한’ 국방위원장으로 추대하고 김정은을 제1위원장 수뇌로 하는 통치기구체계를 고수했다. 국방위원회,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내각 등 주요 권력기구 체계는 물론 김영남 상임위원장과 박봉주 총리 등 국가기구 책임자들도 자리를 지켰다.

기존 통치기구와 주요 책임자들 유지

1994년 7월 김일성 주석이 사망한 후 김정일의 국방위원장 재선출로 본격적인 김정일 시대를 연 1998년 9월 제10기 최고인민회의 1차 회의에서 주석제를 폐지하고 대대적인 권력기구 개편과 인사를 단행했던 것과 비교된다.

이는 북한이 2011년 말 김정일 위원장 사망 후 어린 김정은 체제의 출범을 의식한 듯 이듬해 열린 제12기 최고인민회의 정기회의에서 김정일을 국방위원장 및 노동당 총비서로 못 박는 헌법 개정과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 추대 등 기본적인 정치시스템을 구축해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형상 안정 추구에도 불구하고 이번 정치 일정을 통해 북한은 명실공히 김정은 권력을 본격 출범시킨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우선 노동당 정치국 회의를 통해 당 고위직의 인사개편 사실이 속속 확인되고 있다.

문경덕 평양시 당 책임비서의 해임이 공식 확인된 가운데 대표적인 최룡해 계열 인사로 평가받는 김수길 군 총정치국 조직부국장이 평양시 당 책임비서에 올랐다. 또 리수영 근로단체부장이 해임되고 김일성사회주의청년동맹 제1비서를 지낸 경험이 있는 리일환 평양시당 비서가 이 자리를 차지했다. 또 김영일 당 국제 담당 비서가 퇴출되고 이 자리를 대미외교의 대표적 인물인 강석주 내각 부총리가 차지했다.

이번 교체된 인사들은 장성택과 정치적, 인간적으로 연계된 인물로 파악되고 있어 장성택 처형의 후속조치의 하나로 보인다. 문경덕과 리수영은 장성택이 노동당 청년사업부장으로 일하며 김정일 후계체제를 만드는 과정에서 청년동맹 등에서 일하며 인연을 맺었고 당 행정부에서 일할 때도 휘하에서 활동했다.

또 최근 김 제1위원장의 기록영화에서 김경희 당 비서의 모습이 삭제된 것으로 미뤄 이 자리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조선중앙TV>는 지난 4월 15일 김 제1위원장의 금수산태양궁전 건립 업적을 다룬 기록영화 ‘영원한 태양의 성지로 만대에 빛내이시려’를 재방송하면서 김 비서가 나왔던 장면을 빼고 기존에 없던 다른 화면으로 대체했다.

북한이 과거에도 주요 간부를 숙청하고 각종 보도 매체에서 이들의 흔적을 지우는 행태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장성택 처형 이후 김 당 비서에 대한 정치적 제거 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관측을 낳는다. 백계룡 당 경공업부장이 최고인민회의 대의원에서 탈락하고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경공업성과 경공업상의 명단이 공개되지 않은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국방위원회, 김정은·최룡해 중심 체제로 재편

지난 4월 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회의가 열렸다.

지난 4월 9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최고인민회의 제13기 1차회의가 열렸다.

반면 내각 부총리를 지낸 경제통인 오수용은 이번에 최고인민회의 예산위원장으로 선출됐다. 그동안 최고인민회의 예산위원장은 주로 노동당 재정계획 담당 비서가 겸임해왔던 만큼 오수용이 전임 곽범기 자리로 가고 곽범기는 다른 업무를 맡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곽범기가 김경희 대신 당 경공업비서로 임명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여기에다 이번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국방위원회가 김정은 제1위원장의 조직으로 자리매김했다. 외견상으로는 국방위원이었던 최룡해 군 총정치국장이 국방위 부위원장이 되고 장정남 인민무력부장과 제2경제위원장으로 보이는 조춘룡이 위원에 새로 진입한 정도만 달라졌다.

그러나 국방위 멤버들을 보면 오극렬과 리용무 부위원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에 선출된 인물들이다. 국방위원회의 최룡해 부위원장과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 박도춘 당 비서 등은 모두 2012년 4월 국방위에 진입했다. 오극렬과 리용무 부위원장이 상징적 역할만 하고 있다는 점에서 국방위원회는 사실상 김 제1위원장과 최룡해 부위원장 중심 체제로 재편된 셈이다.

내각의 각 부서와 상들도 비슷하다.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박봉주 내각 총리가 유임됐고 내각의 상들도 거의 대부분 변화가 없었다. 그러나 북한이 발표한 총리와 부총리, 내각 상 명단 40명 중 9명을 제외하고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후인 2012년 1월 이후에 임명된 인물들이다. 이는 그동안 꾸준하고 점진적인 인사조치를 통해 내각 물갈이가 이뤄졌고 김정은 제1위원장 시대에 맞는 내각의 진용이 구성돼 왔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이번 인사를 통해 외무상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 일가의 비자금 관리인으로 알려진 리수용 전 스위스 대사가 새로 기용된 것도 눈길을 끈다. 리수용은 스위스에 오래 주재하며 서방외교에 밝다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고립을 탈피하고 외자 유치의 얼굴마담으로 활용하기 위해 기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당 국제비서에는 강석주가, 외무상에는 리수용이 포진함으로써 앞으로 북한 외교의 변화가 어떤 방향으로 이뤄질 지 지켜볼 대목이다.

장용훈 / 〈연합뉴스〉 기자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