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내각 경제팀 유임 … 기존 경제정책 유지 2014년 5월호
기획 | 北 최고인민회의, 김정은 선택은?
내각 경제팀 유임 … 기존 경제정책 유지

북한과 중국이 공동 개발·관리하기로 한 북한 황금평 경제특구 건설 현장의 지난 4월 3일 모습 .
2층짜리 임시 청사를 완공한 뒤 공사가 1년 넘게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9일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제13기 제1차 회의가 김정은 제1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개최됐다. 이번 회의는 김정은 체제 들어 처음 선출된 제1기 최고인민회의이고 세대교체와 장성택 처형 이후 열렸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그러나 회의 결과는 싱겁게 끝났다. 대대적인 권력기관 인사교체와 정책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안정을 택했다. 이는 김정은 제1위원장이 기존 시스템을 크게 흔들 만큼 독자적인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권한 가운데 국정운영의 정책기조 확정과 인민경제발전계획, 국가예산 심의·승인 등이 있다. 이번 회의에서 작년 국가예산 집행 결과, 수입 67억6천만달러, 지출 66억2천만달러로 6년 연속 재정 흑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지출 총액의 16%가 국방비였고, 경제건설 부문에 45.2%, 문화건설부문에 38.8%를 지출한 것으로 나왔다. 올해 예산 및 경제 분야에서는 큰 변화가 없었다. 국가예산 수입·지출은 지난해 대비 각각 104.3%·106.5% 증가했다. 예산편성과 관련하여 주목할 점은 예산수입에서 부동산 사용료 109.5%, 국가기업이익금 107.9%, 경제무역지대수입 105.1%, 사회보험료 105.1%, 협동단체이익금 104.8%, 거래수입금 104.5%의 증가율은 전체 평균증가율(104.3%)보다 높게 잡았다는 점이다. 지출 부문에서는 국방비가 15.9%로 지난해보다 0.1% 줄였으나 0.1%포인트의 차이로 경제회생을 하기는 어려울 듯하다. 체육부문의 예산 증가율이 다른 부문의 증가율보다 월등히 높은 17.1%를 기록한 것은 특이할 만하다.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 지속
장성택 처형으로 인해 경질이 유력했던 박봉주 내각 총리는 유임됐다. 경제를 중시하려는 의도로 판단된다. 경제개혁의 대명사인 박봉주 총리는 인민생활 향상에 더 매진할 것이다. 박 총리는 유임 이후 경제행보에 적극 나서고 있다.
4월 말에는 순천시멘트연합기업소를 시찰하여 설비 가동과 전기 및 원료 보장을 강조했다. 평양 문수물놀이장도 찾아 관리운영과 이용 상황을 점검하기도 했다. 내각 전원회의 확대회의도 직접 주재했다. 올해 1/4분기 인민경제계획의 수행 상황을 평가하고 2/4분기 경제대책을 다뤘으며, 올해 국가 예산을 집행하는 문제도 토의했다.
내각 구성에 있어 경공업상이 발표되지 않았다. 경공업성을 폐지했다기보다는 김경희의 흔적을 지우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김정은 시대에 인민생활 향상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에 조만간 경공업상을 임명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번 회의에서 새로운 경제정책 안건이 들어가지 않았다. 이는 기존 노선의 연장선에서 경제정책이 추진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지난해 3월 당중앙위원회에서 국가발전 전략으로 야심차게 채택한 ‘경제-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지속하면서 경제 회생에 더욱 노력할 것이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추가로 국방비를 늘리지 않고도 전쟁 억제력과 방위력을 높여 경제건설과 인민생활 향상에 힘을 집중할 수 있게 되었다고 강조해 왔다.
북한은 과학기술 개발을 통해 경제재제 국면을 돌파하고 내부 경제개혁 조치인 6·28방침을 확대 실시하며, 13개 경제개발구와 신의주 및 원산 경제특구 개발을 통해 외자유치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공장을 비롯한 모든 생산단위의 독자경영체제, 분조관리제, 각 지역의 경제개발구 조성 등은 계속 추진될 것이다.
북한주민 체감 경기 호전 조짐 전혀 없어
하지만, 국제사회의 대북제제와 북한 인프라 미흡, 외자유치를 받을 만한 법·제도 미비 등 온간 난관 때문에 외자유치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정은 제1위원장은 2012년 4월 첫 공개연설에서 “다시는 우리 인민들이 허리띠를 조지 않고 사회주의 부위영화를 누리게 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2년이 지났지만 북한 주민들이 체감하는 경제 호전의 조짐은 전혀 없다.
김 제1위원장은 최고 권좌에 앉은 3년차인 올해에 경제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절박함에 놓여있다. 조급함에 밀려 ‘전시성 사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부 특권층을 위해 마식령스키장, 문수물놀이장, 미림승마구락부, 고급 해당화관 등과 같은 곳에 자원을 집중 투입하는 것이다. 핵심은 민생과 동 떨어진다는 것이다. 북한 민생경제는 더욱 악화되는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북한주민들은 더 이상 북한 지도부와 당국을 믿지 않고 스스로 생존 방도를 찾고 있다. 그것이 시장경제를 확산시키는 요인이다. 밑으로부터의 시장화가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장마당’은 사람이 운집하는 곳이면 언제 어디서나 열리면서 늘어나고 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유엔의 2008년 북한 인구조사 통계를 토대로 북한의 시장화 진전 정도를 계산한 결과 시장화 비율은 83%로 추산했다.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의 탈북자 조사에 따르면 시장에서 장사를 해본 경험자가 74%를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시장을 비롯한 비공식 경제활동으로 벌어들인 소득이 70~80%에 달했다. 공식 시장이 아닌 시장에서 지출하는 금액도 소득의 80~90%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북한의 시장화는 기호지세(騎虎之勢)처럼 중간에 그만두거나 물러설 수 없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
북한은 앞으로 농업 개선, 무역 및 경제협력의 다각화 추진, 수입대체산업 육성, 원료 및 자재 등 국산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다. 중국 의존도에서 탈피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경제협력 확대 움직임도 일고 있다. 러시아의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가 곧 방북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북한과 러시아는 나진항을 통해 석탄 수출을 시작하는 등 눈에 띄게 경제교류가 활기를 찾아 가고 있다.
북한은 경제 실리를 얻기 위해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관광 재개 등 남쪽과의 협력 재개에 나서려 할 것이다. 그 해답의 열쇠는 북한이 갖고 있다. 신뢰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이미 합의한 개성공단 발전적 정상화와 국제화가 실현되도록 북한은 전향적인 태도로 나서야 한다. DMZ세계평화공원 조성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 이행이 북한의 대외 신뢰도 제고와 경제 회생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인식하고 적극 협력해야 한다.
우리도 인내심을 갖고 북한경제를 올바로 유도하며, 남북한 경제의 새 성장 동력을 창출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봉산개도 우수가교(逢山開道 遇水架橋)’의 사고가 중요하다. 한반도 평화와 번영을 위해 북한과 협력의 길을 걷다보면 우리 앞에 산이 가로 막히고, 물이 놓여 주춤할 때가 있다. 큰 어려움이 닥쳐와도 좌절하지 않고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지혜가 필요하다.
조봉현 / IBK경제연구소 수석연구위원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