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드레스덴 모델, 통일 한반도 희망의 좌표 제시 2014년 5월호
Zoom In | 독일 드레스덴 모델, 통일 한반도 희망의 좌표 제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독일을 국빈 방문, 드레스덴공대에서 행한 연설 중 밝힌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구상’은 올해 연두기자회견에서 “통일은 대박이다”라는 화두를 던진 뒤 나온 통일 설계도의 밑그림이다. 그런데 박 대통령은 한반도 통일에 관한 연설을 왜 일반 한국 국민들에게는 생소한 도시인 드레스덴에서 발표했을까. 드레스덴이라는 도시가 갖고 있는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평화문제연구소는 독일의 한 재단과 여러 공동사업을 벌이고 있는데, 이 중 각 분야 전문가들이 독일통일 후 해당 분야의 변화를 살펴보는 연수프로그램이 있다. 필자가 처음 이 프로그램에 참여해 통일 직후의 동독지역을 방문했을 때, 도시들마다 재건 공사가 한창이어서 여기저기 수많은 크레인들 소리가 요란스럽던 게 지금도 뇌리에 남아있다. 다음 방문은 통일 20년이 되는 2010년으로 20년간 변화된 동독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마디로 드레스덴은 독일통일의 성공을 상징하는 도시다. 베를린이 ‘통일 자체를 의미’한다면 드레스덴은 ‘통일의 결과를 대변’하고 있다. 독일통일 10주년 기념행사가 여기서 개최된 것도 그런 의미와 무관치 않다. 드레스덴은 통일 후 체제변화의 어려움을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첨단과학 도시로 성장하였다. 이렇게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드레스덴, 첨단과학 도시로 성장 … ‘통일 결과 대변’
독일 작센주 주도(州都)로 8백년 역사의 드레스덴은 히틀러가 가장 좋아했다고 했을 정도로 바로크양식의 유서 깊은 건축물들이 수많은 아름다운 도시이면서도 2차 대전 때는 군수산업기지라는 점 때문에 연합군의 융단폭격으로 도시의 80~90%가 파괴되었다. 동독시절은 극소전자공업의 중심지로 연구기관, 공과대학 등이 모여 있는 과학기지로 공산국가 동독의 상징적 도시로 기능했다.
드레스덴은 통일의 도화선이 된 대규모 민주집회가 열렸던 도시이기도 하다. 특히 1989년 10월 드레스덴과 라이프치히의 대규모 시위는 다음 달 베를린 장벽을 무너뜨렸다. 그해 12월 드레스덴을 방문한 당시 헬무트 콜 총리는 독일통일의 당위성과 독일민족의 자결권을 선언하면서, 독일통일이 유럽의 평화와 안정에 도움이 됨을 역설하였다. 결국 이 연설이 있은 지 10개월 후 독일은 통일을 이루었다.
1990년 통일 후 시장경제에 적응하지 못한 동독지역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고 문을 닫게 되었으며, 실업률이 급상승하면서 서독지역으로의 대규모 인구이동으로 이어졌다. 이에 드레스덴시 정부는 첨단산업의 유치로 경제기반을 마련하고자 했다. 드레스덴공대를 독일 최대의 기술대학으로 육성하고, 독일 과학연구의 양대 산맥인 막스플랑크연구소와 프라운호퍼연구소 등 최고의 싱크탱크집단을 유치하였다. 독일의 반도체 기업인 인피네온사를 필두로, 미국 AMD사가 입주하면서 공급업체와 협력업체 등 관련 기업들이 줄줄이 들어오게 되었다. 이로써 지역 생산시스템의 글로벌 네트워크로의 통합화가 촉진되었다. 또한 탄탄한 R&D 인프라를 이용해 에너지 관련 IT나 태양전지판 제조기술 등 전도유망한 신규 기술개발에 대한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드레스덴은 첨단산업도시로 변모해 갔으며 동독지역의 대표적인 클러스터인 ‘실리콘작소니(Silicon Saxony)’가 형성되었다.
많은 전문가들이 독일경제 성장의 비결로 클러스터를 꼽고 있다. 2000년 20개 기업으로 시작된 실리콘작소니협회는 유럽 최대 클러스터 중 하나로 현재 3백여 개 회원사, 5만여 명의 인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협회는 생산자와 협력업체 및 관련 서비스업체, 대학, 연구소 그리고 작센주 경제부문 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있다. 직업훈련 및 교육을 통한 인적자원 육성, 상품 출시 이벤트부터 마케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활동을 수행한다. 회원사 총 매출은 연간 110억유로(약 15조8천억원)에 달한다. 프랑스, 벨기에, 네덜란드 등에 750개 기업, 기관, 대학, 연구소들과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이처럼 통일 후 새로운 도시로 거듭난 드레스덴은 문화와 예술의 중심도시이자 경제와 교통의 중심도시로서, 과거 사회주의의 상징에서 통일 후 번영을 입증하는 대표적 도시가 되어있다.
‘실리콘작소니’ 북한에 시사하는 바는?
동독이나 북한은 모두 공산주의 경제체제로 출발했으나 정치, 경제, 사회적 측면에서 차별성이 있다. 또한 남북한은 분명 같은 언어와 같은 민족이지만 70년 가까이 달라진 의식의 차이를 해소하는 일은 만만치 않은 일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해 나가기 위한 통일 전단계 노력으로 이번 드레스덴 구상이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통일 후 북한지역에서 있게 될 변화는 동독지역의 경험이 매우 유의미하게 적용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통일구상에는 남-북-러, 남-북-중 협력사업을 비롯해 북한지역 개발협력사업 추진을 위한 국제투자유치 및 동북아 다자협의체를 통한 동북아 평화번영 추구 등 국제협력부분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통일한국을 준비하는 데 있어 드레스덴의 경험을 모델로 북한지역의 각 도시가 가진 장점을 토대로 국제적 협력체계를 구축하는 북한 재건사업의 청사진을 그려 볼 필요가 있다. 이러한 방식의 실질적인 통일담론이 형성되는 데 있어 드레스덴은 한반도 통일에 희망의 좌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다.
손현수 / 월간 〈통일한국〉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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