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5월 1일 0

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 낳아놓기만 해서 되나? 2014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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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인 남한사회 정착기 58 | 낳아놓기만 해서 되나?

TB_201405_38 필자는 북한에 살 때 남한 출산율이 세계 최하위 수준인 줄 전혀 몰랐다. 남쪽에 와서도 한참이 지나서야 알았다. 북한처럼 굶는 세상도 아닌데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자료를 찾아보니 한국의 출산율은 223개국 중 218위, 한국 다음 순서로는 홍콩, 마카오, 대만, 싱가포르 등 도시국가 지역이었다. 그러니 실제적인 국가로는 한국이 꼴찌다. 북한은 아예 순서에도 없었다.

이유가 궁금했다. 한국에서 아이 한 명 키운다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었다. 먹고 입히는 것에 무엇보다도 사교육이 큰 문제다. 또 남과 비교해 기죽지 말라고 챙겨줘야 할 것이 너무 많다. 대학공부 뒷바라지에 결혼까지 시키려면 부모 등골이 휘게 생겼다. 이렇게 키워진 자녀들 역시 결혼하면 아이를 좀처럼 낳으려 하지 않는다. 아니, 애당초 결혼을 하지 않겠다며 그 무슨 ‘화려한 싱글’을 주절댄다. 그러니 출산율 저하가 당연한 것이다.

“배불리 먹고 학교 가는 모습만 봐도 좋았는데…”

필자는 남한에서 처음엔 아이들이 배불리 먹고 매일 학교에 가는 모습만 봐도 행복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점차 힘들어졌다. 그냥 학교에만 보내면 뭐하는가. 하루 수업이 끝나면 매일 사교육 현장에 달려가는 다른 아이들의 성적을 우리 아이들이 따라갈리 만무했다. 동네복지관과 자원봉사자들이 탈북청소년들의 방과 후 학습을 도와주기도 했지만 아무래도 돈 받고 가르치는 사교육에 비할 순 없었다.

학원에서 선행학습까지 한 아이들은 학교 수업시간에 대놓고 잠을 잤고, 반면 우리 아이들은 눈 똑바로 뜨고 열심히 설명을 들어도 수업내용을 소화하지 못했다. 이쯤 되니 학원에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사교육이 처음이라 어느 학원이 좋은지, 어디가 비용이 싼지 알 수 없었다. 인맥도 없으니 발품을 팔아 이리저리 학원가를 떠돌며 간판만 보고 아무데나 들어가 상담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두 아이를 같은 학원에 보냈다. 학원에 보내기 시작해 몇 달 지나보니 확실히 성적이 쑥 올라갔다.

그러나 사교육이 아무리 효과 있어도 비용을 감당 못하면 그림의 떡이다. 필자의 능력이 한계가 있어 어느 날 갑자기 “얘들아, 내일부터 학원 그만둬야겠다.”라고 말해야 하는데 이게 참 난감하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그것으로 아이들이 받을 상처, 그리고 못난 부모라는 자괴감에 체면이 구겨질 것도 두렵다.

북에서 고생하던 애들이라서 눈치도 빠르다. 내색 한번 안냈는데도 아빠가 힘들어 하는 것을 안다. 그리곤 자기들은 크면 결혼 안 하겠단다. 지금 시대에는 싱글이 좋다나 뭐라나. 어디서 얻어 듣고 그런 소리 하냐고 물으면 다른 친구들도 그런 말 한단다. 남한에 온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다른 아이들과 생각이 같게 되었다. 어린 녀석들부터 생각이 이러니 미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다. 아이 키우기 어려운 환경이 극복되지 않으면 출산율을 절대로 높일 수 없을 것이다.

북한은 경제난 때문에 출산율이 낮다. 남한보다 더 낮을 것이다. 남한처럼 농촌지역에 폐교가 생기진 않지만 학교들마다 학급수가 매해 줄어들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수업 중인 교실을 얼핏 들여다보면 전부 여학생만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자세히 봐야 남학생들이 드물게 보인다. 그만큼 성비가 불균형이다. 경제난이 심하면 출산을 해도 여자애를 많이 낳는 것 같다. 북한주민들은 아버지의 영양상태가 나쁘면 여자애가 많이 태어난다고 말한다. 그 말에 얼마나 과학적 근거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북한의 극심한 경제난이 반영된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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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심하면 딸 많이 낳아?

세계 최하위 출산율을 가진 남과 북, 이 상황이 지속되면 장차 한반도 인구감소가 심각한 상태에 이를 것이다. 이를 극복할 대안이 통일이다. 통일이 되면 경제회복에 힘입어 북쪽 출산율이 가파르게 오를 것이다. 식량난이 해결되고 의료 환경이 좋아지면 출산율이 오르고 어린이 사망률은 낮아질 것이다. 생활수준이 오르면 남쪽에 비해 많이 짧은 수명도 점차 길어질 것이다.

남쪽도 달라질 것이다. 불균형인 남북의 성비율이 조정 될 것이다. 남쪽은 남성이 많고 북쪽은 여성이 많아 남남북녀 결혼이 성황을 이룰 것이다. 대신 국제결혼은 줄 것이다. 결혼 가정이 많아지면 남쪽 출산율도 높아지기 마련이다. 한편 공교육을 강화하는 방법은 북쪽에서 찾아 참고할 만한 것들이 종종 있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이 되면 자식이라면 죽었다가도 깨어나는 우리 민족은 아이를 낳지 말라고 해도 낳을 것이다. 그래서 통일은 더욱 대박이다.

도명학 / 망명북한작가펜(PEN)센터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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