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5월 1일 0

집중분석 | 6자회담,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2014년 5월호

집중분석 | 6자회담,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

북한 핵문제를 평행선이라고 비유할 수 있을까. 마치 자석의 같은 극이 서로를 밀어내듯 접점을 찾지 못하는 평행선 말이다. 접점을 만들려는 시도들은 있어왔다. 그 중 하나가 6자회담이다. 관련국들 간에 입장 차이가 좁혀지질 않아 현재 6자회담은 휴업상태다. 그래서 아직도 북핵문제는 평행선처럼 달리고 있다.

최근에도 관련국 수석대표들이 분주히 만나고는 있지만 회담재개 전망은 밝지 않다. 회담이 열린다고 하더라도 아직 갈 길이 먼데, 열릴 듯 말 듯 사람 속만 태우고 있다. 과거에도 그랬던 것처럼 기대와 실망이 반복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제는 숨을 가다듬고 6자회담의 역할을 냉정하게 점검하고 싶지만, 혹시나 하는 미련 때문에 그러기도 쉽지가 않다.

합의와 파기를 반복하던 6자회담이 마지막으로 열린 시점은 2008년 12월이었다. 그 후로도 중단된 회담을 다시 궤도에 올리려는 시도는 끊이질 않아 왔다. 최근에도 관련국들 간에 교차회동이 있었다. 지난 4월 7일에는 한·미·일 6자회담 수석대표들이 미국에 모여 회담재개의 조건을 논의하였고, 11일에는 베이징에서 한국과 중국의 수석대표가 북핵문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중국은 15일~18일 3차례의 회동을 하였지만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한다.

6자회담 재개 위한 만남 분주 … 결과는?

2008년 12월 8일, 중국 베이징에서 마지막 6자회담이 열리던 모습

2008년 12월 8일, 중국 베이징에서 마지막 6자회담이 열리던 모습

교차회동에서도 결실이 없었던 이유는 회담재개의 조건을 두고 관련국 간의 입장차이가 여전히 좁혀지질 않아서다. 한·미·일이 내세우는 회담재개의 전제조건은 ▲북한의 핵·미사일 실험 중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단 사찰 수용 등이다. 반면 북한은 이러한 조건들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한다. 중국은 조건을 달지 말고 회담을 열고 보자고 주변국들을 중재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 이후 통일부가 5·24조치의 완화 가능성을 내비쳐 입장 차이 조율에 청신호가 켜진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하지만 얼마 후 한·미·일 세 국가는 비핵화와 관련하여 북한이 실질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는 한 6자회담을 재개하지 않는다는 기존의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와중에 북한은 남한과 미국을 비난하는 데 열을 쏟고 있다. 북한은 남북 인도적 문제 해결, 민생 인프라 구축, 그리고 남북 주민 간 동질성 회복을 실현하자는 박 대통령의 드레스덴 선언을 국방위원회 성명을 통해 노골적으로 모욕하였고, 4차 핵실험을 암시하는 논평을 계속해서 쏟아내고 있다.

결국 입장 차이라는 것은 핵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자는 주장과, 그렇게는 못하겠다는 주장 간의 대립이다. 한·미·일이 앞서 말한 전제조건을 이행하라고 하는 것은 북한의 핵문제가 협상에서 다뤄져야 한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북한은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핵을 6자회담 의제로 올려놓고 흥정하려드는 미국의 주장은 “달을 보고 짖는 개소리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고 비난을 한다.

북한이 핵문제를 협상대상으로 생각하는지 그렇지 않은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에서는 북한이 협상을 하긴 하겠지만, 우선 협상 레버리지를 높이기 위해서 핵실험과 같은 도발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맞는 해석일 수도 있지만, 이 해석은 놓치고 있는 것이 하나 있다. 사실 북한은 자신들의 핵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 왔다. 그리고 핵능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핵실험이 필수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북한이 핵실험을 하는 것은 핵프로그램을 발전시키기 위한 일련의 단계를 밟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만일 이러한 추정이 맞는다면 적어도 북한이 회담재개의 전제조건을 수용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북한에게 잡힌 건지 … 미국이나 중국에 잡힌 건지

중국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지난 3월 17일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 하고 있다. 우다웨이 대표는 3월 20일 북한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부위원장과 환담했다.

중국 우다웨이 한반도사무특별대표가 지난 3월 17일 평양 순안 공항에 도착하고 있다. 우다웨이 대표는 3월 20일 북한 김영대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부위원장과 환담했다.

사정이 이럴진대 북한을 제외한 6자회담 관련국들은 그래도 북한이 협상에 나올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모양이다. 상대방이 제 역할을 해주지를 않아서 불만이다. 유일하게 중국만이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소극적으로 행동한다고 미국은 툴툴거린다. 우리도 매한가지다. 통일외교의 과제 중의 하나로 중국을 설득시키는 것을 잡고 있다. 그러나 중국의 생각은 다른 모양이다. 엄살인지 알 수는 없지만, 주미 중국대사는 중국이 북한에 압박을 가해 비핵화를 이끌어 낸다는 것은 ‘미션 임파서블’이라고 손사래를 친다. 오히려 중국은 미국을 비롯하여 한국과 일본이 보다 전향적인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렇게 서로 상대방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하고, 그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않아서 일이 진행이 되지 않는다고 투덜댄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알 수가 없다. 어쩌면 미국과 중국 어느 국가도 북한의 태도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영향력을 지니고 있지 못할 수도 있다. 이러할 경우 6자회담이 재개된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북한이 제 발로 걸어 들어오기만을 기다려야 한다. 이것이 아니라면 미국과 중국은 모두 엄살을 떠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영향력을 행사할 생각이 없기 때문에 서로 상대방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다. 만일 두 국가 모두 북한의 핵무장 때문에 동북아의 안보균형 혹은 현상유지가 무너진다고 생각하면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다. 만약에 현상유지가 지속된다고 여긴다면 6자회담은 명목상으로만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6자회담은 미국과 중국 간 현상을 유지하고 관리하는 외교적인 채널로 변모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불길함마저 든다.

북한에게 잡힌 꼴인지, 아니면 미국이나 중국에게 잡힌 꼴인지 아리송하다. 하도 6자회담이 지지부진하고 또 말도 많다 보니 이런 생각마저 든다. 만일 미국과 중국 모두 북한의 핵이 동북아 현상유지에 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면, 한숨이 나오는 것은 한국뿐이다. 6자회담을 그만하자고 독단적으로 폐기를 선언할 수도 없다. 두 바퀴로 가는 자동차처럼 괴이한데도 불구하고 6자회담이 찍힌 애드벌룬은 여전히 우리 머리 위에 떠있다.

홍우택 /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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