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5월 1일 0

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 콤플렉스도 잘 활용하면 자랑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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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선의 NK 애니공작소 14 | 〈개미와 왕지네〉
콤플렉스도 잘 활용하면 자랑거리

 
 
 〈개미와 왕지네〉는 2012년 ‘조선4·26아동영화촬영소’에서 제작하여 2012년 3월 18일 〈조선중앙TV〉를 통해 방영된 18분 가량의 3D만화영화이다. 이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왕지네를 주인공으로 하였다는 점이다. 북한 아동영화에서 지네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다.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지네에 대한 이미지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왜 하고 많은 동물 중 지네를 선택했을까?
 
“42개의 발을 다 이용하면 금방 만들 수 있어”

많은 발을 갖고 있는 것이 콤플렉스였던 왕지네가 오히려 발을 재능으로 삼아 자랑대회에서 1등을 하며 주변의 인정을 받는다. 일반적인 북한 아동영화와는 다른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中

많은 발을 갖고 있는 것이 콤플렉스였던 왕지네가 오히려 발을 재능으로 삼아 자랑대회에서 1등을 하며 주변의 인정을 받는다. 일반적인 북한 아동영화와는 다른 소재와 주제를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깜장개미와 왕지네> 中

 깜장개미가 즐거운 소식이 있다면서 친구들을 모이게 했다. 나비와 애벌레 등 앵두골 모든 동물이 모였다. 왕지네도 새로운 소식을 듣고자 달려갔다. 하지만 왕지네는 다른 동물보다 발이 월등히 많아 신발을 다 신지 못한 채 달려 나가고 말았다. 깜장개미는 내일모레 꽃동산에서 새들과 짐승, 곤충들이 모두 모이는 자랑대회가 열리는데, 앵두골도 참석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전했다. 동물들은 신이 나서 하나씩 자랑거리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나비는 날개를, 애벌레는 실 뽑는 자랑을, 꿀벌은 꿀 따는 자랑을, 사마귀는 무술을 자랑하였다.
 
 그때 깜장개미가 왕지네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을 자랑하겠니?” 왕지네는 무엇을 자랑할지 고민이 되었다. 깜장개미는 왕지네에게 “많은 발을 이용하여 춤을 추면 멋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왕지네의 발은 무려 42개나 되었다. 자랑할 것이 없어 고민하던 왕지네는 깜장개미의 말대로 춤을 추며 발 자랑을 하기로 했다. 하지만 발 자랑을 하려면 고운 신발이 필요했다. 자랑모임 때까지 새로운 신발을 만들기로 한 왕지네는 신이 나서 밤새도록 멋진 신발을 만들었다.
 
 다음 날이 되었다. 자랑대회를 앞두고 동물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그런데 왕지네가 보이지 않았다. 깜장개미가 왕지네를 찾아 나섰다. 왕지네는 집에서 울고 있었다. “밤새도록 신발을 만들었지만 겨우 한 켤레밖에 못 만들었어.” 낙담한 왕지네는 자랑대회 참가를 포기하겠다고 했다. 깜장개미가 친구들에게 신발 만드는 것을 도와주자고 이야기 했지만, 40짝이나 되는 신발을 하루 만에 다 만들기는 어려웠다. 보다 못한 친구들이 왕지네에게 각자의 신발을 한 켤레씩 가져왔다.
 
 친구들이 가져온 신발을 신어본 왕지네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웠다. 장화, 아기 운동화 등 제각기의 신발들이 어떤 것은 너무 커서 헐렁했고, 어떤 것은 작아서 발이 아팠다. 하물며 친구들이 가져다 준 신발을 신고 춤을 춰야 했는데, 제대로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왕지네는 친구들의 도움에도 자랑대회에 나갈 수 없을 것 같아 실망하였다.
 
 이때 깜장개미가 손풍금(아코디언)을 가지고 나타나 왕지네에게 손풍금을 연주해 보하라고 했다. 친구들은 깜장개미의 태도를 이해할 수 없었다. 왕지네는 42개의 발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며 손풍금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연주가 끝나자 깜장개미는 왕지네에게 “42개의 발을 다 이용하면 금방 만들 수 있어.”라며 신발 만드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사실 손풍금 연주는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었다. 왕지네는 깜장개미의 말대로 자기 몸에 달린 많은 손을 이용해서 신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위에서 신발재료를 오리고, 중간에서 자르고, 밑에서 바느질을 하면서 신발을 만들어 나갔다. 마침내 42개의 신발이 모두 완성되었다.
 
 자랑대회 당일, 앵두골 친구들은 제 각기 재주를 자랑하였다. 왕지네도 예쁜 신발을 신고 자랑대회에 참석하였다. 왕지네는 많은 손과 다리를 이용하여 멋진 교예를 선보이면서 1등을 차지했다. 왕지네는 기자들에게 “자기 것을 잘 알고, 써먹을 줄 알아야 자랑이 생기고, 막혔던 길도 열린다는 것을 똑똑히 알게 되었습니다.”는 소감을 밝혔다.

CS_201405_71각자 특성에 맞는 재능 찾아내는 것이 중요
 
 〈개미와 왕지네〉의 주제는 자기의 재능을 똑똑히 알고 그것을 활용하여 재주로 만들자는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 같은 주제이지만 북한 아동영화의 일반적인 주제와는 결이 다르다. 북한 아동영화의 주제는 천편일률적이다. 작고 약한 동물들이 살고 있는 마을에 힘세고 포악한 동물들이 쳐들어 와, 작은 동물들은 큰 피해를 입는다. 이때 작은 동물들은 서로 힘을 모으고 지혜를 발휘하여 적을 물리친다. 단결을 강조하고, 실제로 활용할 수 있는 실용지식을 강조하는 이것이 북한 아동영회의 가장 일반적인 구조이다. 또한 평소에 열심히 공부해서 지식을 쌓아야 한다는 교훈을 담고 있으며, 피한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개미와 왕지네〉는 다르다. 발이 많다고 해서 그것이 콤플렉스가 아니라고 말한다. 잘 이용하면 얼마든지 자랑거리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나비처럼 아름다운 날개가 없고, 꿀벌처럼 꿀을 모으는 재주는 없을지 몰라도, 발을 손처럼 자유자재로 이용할 수 있는 자신의 특징을 살려 자랑대회에서 우승한 것처럼 각자의 특성에 맞는 재능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개미와 왕지네〉가 방영된 2012년은 북한에서 새로운 교육법이 채택된 시기이다. 한 편의 작품으로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기존의 주입식 교육과는 다른 개성 있는 교육, 학생의 특성에 맞는 교육의 중요성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전영선 /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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