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6월 1일

특집 | 만성 영양불량 상태 성인기 만성질환도 유발 2014년 6월호

<편집자주>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3월 28일 독일 드레스덴 공대에서 북한주민들에 대한 인도적 차원의 지원 확대와 관련, 북한의 산모와 영유아를 위한 ‘모자패키지(1,000days) 사업’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임신 시점부터 출생아가 만 2세가 되는 1,000일의 기간 동안 북한 임산부 및 영유아의 영양과 보건에 대한 지속적인 맞춤형 지원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인도적인 측면뿐 아니라 통일기반 조성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에 이번 호에서는 북한 산모와 영유아의 영양·보건 실태와 함께 ‘모자패키지(1,000days) 사업’의 추진방향과 향후과제에 대해 살펴봤다.

 

특집 | 북한 모자보건 지원 ‘1,000days’ 프로젝트
[현재 북한 상황은?] 만성 영양불량 상태 성인기 만성질환도 유발

월드비전 등 미국의 대북지원 NGO 5개 단체가 지난 2011년 9월 6일 공개한 사진으로 북한 황해북도 금천군의 한 소아병동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가 음식물을 섭취하고 있다.

월드비전 등 미국의 대북지원 NGO 5개 단체가 지난 2011년 9월 6일 공개한 사진으로 북한 황해북도 금천군의 한 소아병동에서 영양실조에 걸린 어린이가 음식물을 섭취하고 있다.

생애초기 동안의 영양상태 및 성장패턴은 성장 이후 성인기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적인 영양불량 상태가 만연해 있는 북한 영유아의 영양문제는 이러한 점에서 미래 보건문제에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

극단적으로 폐쇄적이었던 북한이 이례적으로 국제사회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하게 된 것은 지난 1995년 이후 연이은 자연재해로 인해 식량문제가 표면화되면서다. 국제사회뿐만 아니라 남한 정부와 민간단체의 지원이 시작되었고, 한정된 자원을 효과적으로 배분하기 위해 영양지원 사업은 영유아 및 임산부 등의 취약계층에게 우선적으로 이루어졌다. 국제사회의 지원은 분배투명성 확보를 위한 모니터링을 전제로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북한 어린이와 가임기 여성의 영양상태에 대한 조사가 수행되었고, 결과보고서를 통해 알려진 북한 어린이들의 만성영양불량 상태가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인간의 성장잠재력은 환경적인 요인의 영향에 따라 발현되는 정도에 차이를 나타낸다. 영양상태도 이러한 환경적인 요인의 한 가지라는 점에서 신장, 체중, 윗팔둘레와 같은 신체 크기를 측정하여 영양상태를 평가한다. 그러나 각각의 측정치만으로는 성장상태를 평가하기에 충분하지 않아 연령과 성별을 고려한 지수형태의 값을 일정한 기준치와 비교하거나 표준이 되는 건강한 인구의 신체크기 분포와 비교한다.

성장 중에 있는 영유아의 평가에는 표준집단의 분포와 비교하는 방법을 주로 사용하며 하위 3%에 속하는 경우 영양불량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영유아의 성장상태 측정에 이용되는 대표적인 지표로 ‘연령대비 신장’, ‘신장대비 체중’ 등이 있다. 연령에 맞는 신장을 가지고 있으나 신장에 비해 체중이 적은 경우는 급성 영양불량의 지표가 된다. 단기적으로는 섭취하는 에너지의 부족을 만회하기 위해 신체의 지방조직 및 근육이 에너지를 내는데 소모되어 체중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영양불량 상태에서는 키가 자라지 않아 연령에 비해 작은 ‘저신장’을 나타내게 된다.

북한 영유아 키, 정상치 하위 3%에도 못 미쳐

북한 어린이와 가임기 여성의 영양상태에 대한 공식적인 첫 조사결과가 보고된 1998년, ‘연령대비 신장’으로 평가한 만 5세 이하 북한 유아의 만성 영양불량 비율은 62%에 달했고, 2000년 조사에서 45%로 감소 후 완만한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보고된 2009년 조사에서는 32%까지 감소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결과가 의미하는 바를 잘 생각하면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상 영유아의 1/3은 동일 연령의 정상적인 집단에서 키가 제일 작은 3%의 영유아가 나타내는 키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고 나머지의 상당수도 그 수준 근처에 분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급성 영양불량을 나타내는 ‘신장대비 체중’으로 평가할 때 북한은 영양불량의 위험성이 보통 정도인 지역으로 분류되는 수준까지 개선되었으나 이 역시 관찰된 수치를 그대로 해석하는 것은 위험하다. 동일 민족으로 유전적 배경이 같음에도 불구하고 남한 인구에 비해 상당한 신장의 격차를 나타내고 있으며, 이미 영양불량이 만성적으로 만연해 있는 상태에서 작은 키에 알맞은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 그리 중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영양불량 상태에 노출되어 있는 동안 영양부족으로 인해 키만 자라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인지발달의 저해와 정서적인 손상 등 눈에 보이지 않는 결함을 가지게 되어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제 몫을 기대하기 어렵다.

또한 생애초기 성장의 실패는 사춘기와 함께 일생에 두 번 있는 급속한 성장기회 중 하나를 영구적으로 잃어버렸다는 의미다. 그래서 여성의 경우 키가 작은 성인으로 자라게 되면 골반의 크기 역시 작기 때문에 출산의 위험이 증가되고 태아 성장에 제한을 가져와 저체중아 출산의 가능성을 높인다. 저체중아로 출생된 영아는 다시 키가 작은 성인으로 성장하게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세대를 거쳐 반복되는 결과가 초래된다.

20~34세의 북한 가임기 여성을 대상으로 윗팔둘레를 계측하여 영양상태를 평가한 결과를 보면 영양불량의 비율은 연령에 따라 30~40%에 이른다. 동일한 지표를 이용하여 평가한 남한 여성의 영양불량 비율이 20~24세 10% 수준, 25~39세 5% 수준, 30~34세 1%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북한 가임기 여성에게 만연한 영양불량 문제를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성의 영양불량에 특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모성의 영양불량이 태아의 영양불량을 초래하여 그 성장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북한 영유아의 영양지원 사업 후 유아기에 비해 영아기는 영양불량이 쉽게 개선되지 않았는데,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생애초기 동안의 영양상태 및 성장패턴은 성장 이후 성인기 만성질환의 원인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양불량은 생애초기 발달과정에서 비만하거나 다른 영양관련 만성질환에 걸리기 쉬운 생리적, 구조적 변화를 초래한다는 것이다. 영국의 데이비드 바커 박사가 이러한 가설을 제기하게 된 배경에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기아를 경험하였던 유럽의 여러 국가에서 그 당시 출생한 인구가 중년이 된 이후 만성질병이 폭발적으로 증가하였다는 사실이 있다.

생애초기 성장 가장 중요 … 영양지원, 앞당길수록 유리

저체중 출산아의 성장과 질병 발생에 관한 관찰적 연구와 실험적 근거를 바탕으로 이제는 질병발생을 설명하는 중요한 이론으로 널리 수용되고 있다. 현재에도 소득수준이 낮은 여러 개발도상국은 경제성장 과정 중에 영양부족으로 인한 성장지연의 문제와 만성질환의 증가 양상을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만성적인 영양불량 상태가 만연해 있는 북한 영유아의 영양문제는 이러한 점에서 미래 보건문제에 잠재적인 위험요소가 되고 있다.

생애초기 영양은 신체적 정신적 성장발달과 일생의 건강상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태내를 포함한 생애초기의 성장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이는 영유아 대상의 영양지원 시 개입시점을 앞당길수록 유리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임기 여성의 영양상태 회복이 첫 단추라 할 수 있다.

심재은 / 대전대 식품영양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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