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임신기부터 2세까지 ‘황금기간’ 영양개선 작업 2014년 6월호
특집 | 북한 모자보건 지원 ‘1,000days’ 프로젝트
[UN 1,000days 프로그램은?] 임신기부터 2세까지 ‘황금기간’ 영양개선 작업
유엔의 ‘1,000일 프로그램’은 아이가 임신된 때부터 2살이 될 때까지의 영양의 중요성에 입각하여 임산부와 2살 미만의 영유아에게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하고, 모유수유 및 양질의 이유식을 제공하며, 치료식품을 이용하여 영양실조 아이들을 치료한다.
지난 3월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 드레스덴의 평화통일구상 연설에서 “UN과 함께 임신부터 2세까지 북한의 산모와 유아에게 영양과 보건을 지원하는 ‘모자패키지(1,000days) 사업’을 펼칠 것”임을 밝혔다. 이러한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직 알려진 바 없으나, 유엔의 1,000days(1,000일) 프로그램에 대한 이해를 통해 향후 정부가 UN과 함께 펼칠 사업에 대한 아이디어를 가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유엔의 ‘1,000일 프로그램’은 아이가 임신된 때부터 2살이 될 때까지의 영양의 중요성에 입각하여 임산부 및 영유아를 대상으로 수행되는 영양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일반적인 명칭이라 할 수 있다. 때문에 국가에 따라 참여하는 유엔의 기구와 타 기관, 공식적인 프로그램 명칭이 조금씩 다른 경우도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공통적으로 임산부와 2살 미만의 영유아에게 비타민과 무기질을 보충하고, 모유수유 및 양질의 이유식 제공과 같은 좋은 식생활 습관을 증진하며, 치료식품을 이용하여 영양실조 아이들을 치료한다는 기본적인 내용을 포함한다. 다만, 지원하는 보충식품의 종류나 지원방식 등은 사업지역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임신부터 2세까지 1,000일, 평생 건강 분수령
WFP(세계식량계획), UNICEF(유엔아동기금) 등의 유엔 기구들이 인도, 라오스 등의 국가에서 소위 ‘1,000일 프로그램’을 시작한 때가 그리 오래 전은 아니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2010년 9월 연설을 통해 생애 첫 1,000일 동안의 영양의 중요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한 이후 이러한 이름을 가진 프로그램들이 본격화된 것으로 보인다.
임신기와 아이의 생후 첫 2년을 날짜로 계산하면 임신기 38주, 즉 266일과 두 번의 365일이 되므로 총 996일, 약 1,000일이 된다. 임신한 여성의 영양상태는 태아의 건강한 출생 및 성장발달과 매우 밀접한 관계를 가진다. 영양실조인 엄마들은 사산아를 출생할 확률이 높고, 이러한 엄마로부터 태어난 아이는 영아기에 사망할 확률 또한 높다. 신체적, 정신적 발달장애 및 만성적인 건강문제를 겪을 가능성도 높다. 2세 미만 영유아가 영양실조에 의해 제대로 자라지 못하거나 지적 능력에 손상이 온 경우에는 2세 이후에 영양보충이 충분히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정상으로 회복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영양실조인 영유아는 면역력이 약해져서 쉽게 아프고 폐렴이나 설사와 같이 그리 중하지 않은 질병에도 사망할 수 있다.
생애 첫 1,000일간 적절한 영양공급을 받은 아이는 그렇지 못한 아이보다 건강하고 집중력도 좋아 학교성적도 우수하고, 신체적, 정신적으로 훌륭한 성인으로 자랄 확률이 높아지게 된다. 이런 아이들이 많아지면 국가도 장기적으로 안정되고 번영할 수 있을 것이다. 때문에 생애 첫 1,000일에 해당하는 이 시기를 ‘황금기간(golden interval)’ 또는 ‘기회의 창(window of opportunity)’이라 부르기도 한다. 따라서 임산부와 2세 미만 영유아의 영양상태를 개선하는 것은 개인, 나아가 지역사회와 국가의 미래에 투자하는 가장 경제적인 방법이라 하겠다. 이러한 1,000일의 기간 동안 영양개선에 적극적으로 투자하는 국가는 GDP를 매년 2~3%씩 증가시킬 수 있고, 이 시기의 영양에 대한 1달러의 투자는 약 140배에 달하는 생산성과 건강에 대한 혜택으로 돌아온다는 보고도 있다.
“1,000일간 1달러 투자, 140배의 생산성과 건강 혜택”
북한에서 영양지원 사업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유엔 기구는 WFP와 UNICEF다. 두 기구의 사업 내용이 일부 유사한 부분이 있기는 하나, WFP는 보다 보편적인 영양지원에, UNICEF는 주로 영양실조 어린이에 대한 영양지원에 역점을 두고 있다는 차별성이 있다. 이러한 유엔 기구들의 대북지원 사업 중 ‘1,000days’ 프로그램에 해당하는 사업은 WFP의 ‘여성 및 어린이를 위한 영양지원 사업’이라 할 수 있다.
WFP는 2010년부터 2013년 사이 21개월간, 북한 여성 및 어린이를 위한 영양지원 사업, 즉 1,000days 프로그램을 실행하였다. WFP는 이 사업의 일환으로 만성적 식품부족을 겪고 있는 85개 군, 190만 여성 및 어린이에게 북한 내 14개 공장에서 생산된 영양강화 비스킷과 복합 비타민·무기질을 함유한 곡물 시리얼을 지원하였다. 예산의 부족으로 계획한 전체 대상자에게 보충식품을 지원하지는 못했으나 전체적으로는 성공적인 사업으로 평가되고 있다. WFP는 작년 7월부터 다시 2개년 계획으로 선행 사업과의 연장선상에서 1,000days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2005년에도 ‘북한 영유아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북한 영유아와 임산부의 영양개선, 질병관리, 건강관리 사업 등을 종합적으로 추진하고자 하였다. 당시 WHO(세계보건기구)와 UNICEF를 통한 사업은 비교적 순조롭게 진행되었으나, 민간단체의 컨소시엄을 통한 사업은 2008년에 본격적인 사업이 시작되는 것처럼 보였으나 결국 정치적인 상황과 맞물려 미완의 사업으로 종결되었다. 정부 차원의 사업도 초기 지원계획에는 포함되어 있었으나 구체적인 사업으로 연결되지는 못하였다. 잘 들여다보면 이번에 제안된 북한 모자패키지 프로젝트는 사실 명칭만 조금 더 세련(?)되어졌을 뿐, 9년 전의 북한 영유아지원 사업과 대동소이하다고 생각된다. 이에 과거의 실패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는 당시의 실패 원인을 면밀히 분석, 성찰하는 작업이 새로운 계획 수립 전에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윤지현 / 서울대 생활과학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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