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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 평양 고층아파트 붕괴 책임자 처벌은? 2014년 6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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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 평양 고층아파트 붕괴 책임자 처벌은?

평양 아파트 공사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책임자들이 지난 5월 17일 유가족과 평천구역 주민들을 만나 위로의 뜻을 표하고 사과했다고 18일 이 보도했다. 이 아파트는 정식으로 완공되지 않았으나 92가구가 미리 입주해 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상당한 인원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평양 아파트 공사장에서 발생한 사고와 관련해 책임자들이 지난 5월 17일 유가족과 평천구역 주민들을 만나 위로의 뜻을 표하고 사과했다고 18일 <조선중앙통신>이 보도했다. 이 아파트는 정식으로 완공되지 않았으나 92가구가 미리 입주해 살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상당한 인원이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이번 사고에 대해 신속히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무엇보다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커 보인다. 김정은 체제가 권력 공고화를 위한 민심잡기에 힘써온 상황에서 대형사고가 주민의 불만을 증폭시킬 중대 사안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13일 평양시 평천구역 안산1동에서 고층아파트가 주저앉으며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해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북한은 공사장 사고 소식을 이례적으로 보도하면서 고위 간부들이 피해 주민들에게 사과했다고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사고 발생 닷새 뒤인 5월 18일 “13일 평양시 평천구역의 건설장에서는 주민들이 쓰고 살게 될 살림집(주택) 시공을 되는 대로 하고 그에 대한 감독통제를 바로 하지 않은 일꾼들의 무책임한 처사로 엄중한 사고가 발생하여 인명피해가 났다.”고 전했다. 그러나 사고의 구체적인 발생 경위와 인명피해 규모 등은 밝히지 않았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지난 13일 오후 평양시 평천구역 안산1동의 23층 아파트가 붕괴됐다.”며 “북한에서는 건물 완공 전에 입주하는 경우가 일반적인데 이 아파트에도 92세대가 살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가구당 4인 가족을 염두에 두면 이번 사고로 약 400여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신속한 사과 이례적 … 주민 불만 조기진화 의도?

평양 아파트 붕괴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사고현장을 방문한 고위 관리들의 사과를 들으며 오열하고 있다.

평양 아파트 붕괴사고 희생자 유가족들이 사고현장을 방문한 고위 관리들의 사과를 들으며 오열하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5월 18일 4면에 사고 소식과 함께 한 간부가 주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이며 사과하는 사진을 실었으며, 대내용 라디오방송인 <조선중앙방송>도 주민들에게 사고 소식을 알렸다. 북한 매체는 생존자 구조와 부상자 치료를 위한 국가적인 비상대책기구가 꾸려졌고 최부일 인민보안부장, 선우형철 인민내무군 장령(장성) 등의 간부들이 지난 5월 17일 사고현장에서 유가족과 평천구역 주민을 만나 위로 및 사과했다고 소개했다.

최부일 부장은 이 사고의 책임은 노동당의 ‘인민사랑의 정치’를 받들지 못한 자신에게 있다며 사과하고 “인민보안부가 언제나 인민의 이익과 생명·재산을 철저히 보위하는 진정한 인민의 보안기관이 되도록 하기 위하여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고 다짐했다. 또 차희림 평양시 인민위원장과 리영식 평천구역당위원회 책임비서도 각각 주민의 생명을 지켜주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주민에게 ‘지상낙원’이라고 선전하는 북한이 이처럼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사건·사고를 보도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 특이 이번에는 북한 당국의 주민에 대한 사과 수위도 매우 높다. <노동신문>에는 한 간부가 잔뜩 모인 주민들 앞에서 고개를 숙인 사진이 실렸다. 이처럼 북한 당국이 자존심을 굽히며 주민들에게 사과한 사례는 전례를 찾기가 어렵다. 2004년 4월 평안북도 룡천역 폭발사고 당시 북한은 사망자 150여 명, 부상자 1천300여 명 등의 인명피해를 보도했지만 사과 보도는 없었다. 또 2010년 초 당시 김영일 내각 총리가 평양 시내 인민반장 수천 명을 모아놓고 화폐개혁 등의 부작용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언론에 보도는 나오지 않았다.

북한이 이번 사고에 대해 신속히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한 것은 무엇보다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커 보인다. 김정은 체제는 2012년을 ‘인민의 해’로 정하고 ‘인민대중제일주의’라는 신조어를 내세우는 등 권력 공고화를 위한 민심잡기에 힘써왔다. 이런 상황에서 대형사고가 주민의 불만을 증폭시킬 중대 사안으로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평양이 북한 체제를 떠받치는 ‘핵심계층’이 거주하는 곳이기 때문에 우려가 더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에는 평양시민과 그 이외 지역 주민들이 존재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인식이고 그만큼 평양시민은 특혜계층임을 보여준다. 더군다나 사고 지역인 평천구역은 중구역, 보통강구역과 더불어 ‘북한의 강남 3구’라고 불릴 정도로 평양의 중심지로 권력이 있고 돈이 많은 주민이 많이 살고 있다.

다른 한편에서는 북한이 세월호 참사를 염두에 뒀을 것이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북한 매체가 세월호 참사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대응이 무책임하다고 연일 선전하는 상황에서 정작 북한 내부의 대형 참사를 가볍게 넘어가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얘기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사고 소식을 대내외에 공개한 상황에서 이에 대한 후속조치로 관련된 고위간부들을 어떻게 처벌할지도 관심거리다. 이번 사고의 책임자로 북한 매체에 소개된 간부는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우리의 경찰청장)과 건설을 담당한 인민내무군 장령(장성) 선우형철, 김수길 평양시 당위원회 책임비서, 차희림 평양시 인민위원장, 리영식 평천구역 당위원회 책임비서 등 5명이다.

북한법에는 건설에서 지도·감독을 잘못한 간부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건설법은 ‘건설사업에 대한 지도통제’ 부분에서 “이 법을 어겨 엄중한 결과를 일으킨 기관, 기업소, 단체의 책임 있는 일꾼과 개별적 공민에게는 정상에 따라 행정적 또는 형사적 책임을 지운다.”고 규정했다.

북한이 살인죄를 사고 책임자들에게 적용할 수도 있다. 북한 형법은 ‘과실적 살인죄’와 관련해 “과실로 여러 사람을 죽인 경우 3년 이상 8년 이하의 노동교화형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사고 관련자 5명은 역할과 권한에 따른 문책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책임간부, 김정은 측근 … 극형 가능성 작다는 지적도

특히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측근이지만 이번 사고로 정치적 타격을 받은 최부일 인민보안부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최부일은 군 체육단의 농구선수 출신으로 김정은 제1위원장의 ‘농구교사’를 지냈고 이런 배경 덕분인지 인민보안부를 관장하던 장성택 전 노동당 행정부장이 지난해 12월 처형된 이후에도 건재했다.

또 김수길은 군 총정치국 부국장으로 김 제1위원장의 공개활동을 많이 수행하다가 지난달 평양시 당 책임비서에 올랐고, 선우형철은 2012년 4월 희천발전소 완공에 기여한 공로로 노력영웅 칭호를 받은 인물이다. 평천구역 당 책임비서인 리영식의 경우 당 조직지도부에서 군사담당 제1부부장을 하다가 2010년 사망한 리용철의 장남으로 김정은 정권에서 승승장구할 인물로 주목받았다. 리용철은 김 제1위원장의 생모인 고영희의 최측근으로 1990년대 초부터 당 조직지도부에서 김정은 후계체제 구축에 일조한 공신이다. 이들 간부들의 면면과 이번 아파트 붕괴가 정치적 사건이 아닌 단순 사고라는 점에서 처형 등의 극한 처벌이 이뤄질 가능성은 작다는 지적도 있다.

장용훈 /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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