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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초점 | 러시아 ‘적선 외교’ 펼치며 북한에 손짓 2014년 6월호

시사초점 | 러시아 ‘적선 외교’ 펼치며 북한에 손짓

러시아가 유리 트루트녜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의 방북에 맞춰 북한에 수십 대의 소방차를 선물하는 기증식이 지난 4월 28일 열렸다.

러시아가 유리 트루트녜프 러시아 부총리 겸 극동연방지구 대통령 전권대표의 방북에 맞춰 북한에 수십 대의 소방차를 선물하는 기증식이 지난 4월 28일 열렸다.

북한-러시아 경제협력이 눈에 띄게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남북관계는 장기적 경색국면을 이어가고 있고, 심지어 북한과 중국관계도 다소 소원한 모습을 보이는 가운데 유독 북한과 러시아 관계만 확대·발전되는 모양새다.

북·러 간의 밀착은 양국 간 활발한 고위급 인적교류와 경제협력이 가장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북·러 경제협력과 관련해 가장 주목할 대목은 지난 4월말 유리 트루트네프 부총리가 냉전 이후 최고위급 러시아 사절단을 이끌고 평양을 방문하여 다양한 경협사업을 합의한 점이다. 나아가 그의 방북 직후인 5월 5일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구소련 시절 북한정부가 빌려간 ‘차관 100억달러 탕감 협약 비준안’에 서명했다. 구소련 붕괴 이후 북·러 관계 개선의 최대 걸림돌이 공식적으로 제거된 것이다.

극동연방관구 대통령 전권대표도 맡고 있는 투루트네프 부총리는 4월 28~30일 방북해서 양측 간 무역결재 방식을 러시아 루블화로 대체하는 방안에도 합의했다. 러시아는 루블화 결제를 통해 북한을 경제적으로 지원할 수 있었다. 즉 앞으로 러시아가 대북 수출대금을 루블화로 받는다면 러시아가 얼마든지 이를 탕감하거나 아예 받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결과적으로 러시아가 북한에 상품과 물자를 지원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북한과 러시아는 무역, 경제, 과학기술 협력을 목표로 정기적으로 회담을 개최하는 방안에도 의견을 같이 했다.

푸틴, 北채무 탕감 서명 … 관계 개선 걸림돌 제거

북한의 함경북도 항구도시 나진과 러시아 극동지역 도시 하산을 연결하는 철도 선로가 5년간의 개보수를 거쳐 지난해 9월 22일 개통했다

북한의 함경북도 항구도시 나진과 러시아 극동지역 도시 하산을 연결하는 철도 선로가 5년간의 개보수를 거쳐 지난해 9월 22일 개통했다

북한은 트루트네프 부총리 일행에게 신규 차관과 러시아의 대북 수출품 가격 인하, 그리고 북한 수출품에 적용되는 품질기준 하향 조치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냉전시절 양국 사이에 적용되던 ‘우호가격 제도’를 부활해달라는 요청으로 해석된다. 이에 대해 러시아는 옛 소련 방식의 북·러 협력은 더 이상 용인되지 않으며 협력은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대응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를 양국 간 경협위원회에서 논의하기로 여지를 남겨 두고 있어 그 결과가 주목된다. 또 양국은 현재 1억달러(약 1,026억원)도 안 되는 무역량을 10배 이상 늘려 2020년까지 교역 규모를 10억달러로 확대하기로 합의했다.

트루트네프 부총리 일행은 방북 선물로 100만달러 부채 탕감과 함께 수백만 달러 상당의 소방차 10대를 기증하는 행사도 열었다. 러시아는 북한에 주로 식량, 의약품 등을 기증해왔는데 소방차를 지원하기는 처음이고, 향후 지원 물품이 다양화될 수도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어서 눈길을 끈다. 러시아는 지난해 북한에 3,689만달러(약 377억원) 규모의 석유를 수출했다. 이는 2012년(2,328만달러)보다 58.5% 늘어난 것이다. 또한 북한에 석유뿐 아니라 중국에 절대 의존해온 식량 수출도 늘리고 있다.

북한-러시아 간 협력은 지방정부 중심으로 전개될 전망이다. 북한은 아무르 주정부와 무역경제협력을 체결하고 수출입 업무와 박람회 개최, 농업 개발 및 주택지를 포함한 건설업 부흥 등을 중심으로 사업을 전개할 방침이다. 또한 북한은 러시아 사할린주 정부 대표단과도 무역·경제협조 의정서를 조인했다. 러시아연방 타타르스탄 자치공화국의 루스탐 민니하노프 대통령도 얼마 전 북한을 방문한 바 있다. 현재 하바로프스크 지역에는 건설, 임업, 무역업 관련 북한 15개 투자기업이 활동하고 있으며, 올해 하바로프스크 지역에 2천명 이상의 북한 근로자 채용이 계획돼 있다. 하바로프스크 주민들의 북한 방문이 이어지고 있어 지역에서 관광지 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가 북한에 접근하는 것은 아태지역의 진출 거점을 확보하려는 동진(東進)정책의 영향이 크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서구권과 갈등을 빚고 있는 러시아로서는 우호세력 확보의 필요성이 더 커졌다. 러시아 입장에서 북한 나진항 등의 부동항을 확보하고 한반도에서 정치, 경제적 영향력을 넓히려면 북한과 우호관계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따라서 조만간 자국 석탄을 나진-하산 간 철도로 수출할 가능성도 커 보인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태 이전부터 극동지역에서 에너지와 철도를 포함한 경제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였으며, 중장기적인 전략 측면에서 극동지역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 공급을 비롯해 잠재적인 동북아 시장을 겨냥한 다양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2002년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 액화천연가스(LNG)를 파이프라인으로 북한을 거쳐 한국과 일본으로 수송하자고 처음 제안한 이후 지속적으로 이 사업을 실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北, 대중 경제협력 축소 가능성은 없어

반면 북한도 국제적 고립을 회피하고, 경제적 실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러시아와의 협력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는 또한 중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을 줄이려는 노력의 일환일 수도 있다. 김정은 체제는 경제발전을 목표로 그간 무역 상대국의 다변화를 강조해왔다. 그렇다고 중국과의 경협을 축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러시아와의 경협은 중국과 비교할 때 실리가 적을 수밖에 없다. 북한과 길게 닿아 있는 중국 랴오닝성, 지린성 등은 풍부한 물동량과 배후 산업기지를 갖고 있지만 러시아의 극동지역은 그렇지 못하다.

결국 북한은 전반적으로 대외 경협을 확대하되, 중국이라는 특정국가와의 의존도를 줄이려 노력하는 것뿐이다. 과도한 경제적 의존은 필연적으로 정치적 의존도를 높이기 때문에 가능한 한 협력 파트너를 확대하는 것이 정상적인 국가라면 현명한 전략인 셈이다.

임을출 /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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