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가 숨 쉰다 | 금개구리가 갖고 있는 생태 비밀코드 2014년 6월호
DMZ, 평화가 숨 쉰다 | 금개구리
금개구리가 갖고 있는 생태 비밀코드

경의선이 복원되기 전, 남방한계선 바로 앞에 위치한 논에 작은 물웅덩이가 있었다. 웅덩이라고 해봐야 직경 3.5m 정도로 작은 둠벙(천수답에서 논에 물을 대기 위해 파놓은 작은 물웅덩이)이다. 그런데 이 논은 지하수위가 높아서 1년 내내 물이 가득 고여 있었고, 농민입장에서는 여간 성가신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가을 추수할 때는 논에 물이 말라야 낟알이 잘 성숙하는데 물이 늘 축축이 있으니 물을 가두려고 파놓은 둠벙이었다. 이런 유형의 둠벙은 샘통형 둠벙으로 그 생태적인 비밀의 코드를 우리가 풀게 되었다.
6년 전 이맘때쯤 경의선 도라산역 근처 경의선둠벙을 조사하다가 참개구리와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개구리를 만났다. DMZ일원에서 처음으로 금개구리의 서식지를 발견하는 순간이었다. 조사 당시에는 금개구리인줄 모르고 있다가 같이 조사했던 한 초등학교 선생님이 사진을 찍어와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금개구리인 것을 확인했다. 금개구리의 존재는 이곳이 생태적으로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를 웅변하는 것으로, 금개구리가 DMZ에 서식하는 것은 일대의 사건이었다.
개구리 중에서 금(金)자가 붙은 금개구리는 몸길이가 6㎝ 내외로 참개구리보다 작으며 ‘금줄개구리’라고도 한다. 몸의 등쪽은 밝은 녹색이고, 고막과 등의 옆줄에 있는 융기선은 연한 갈색이며, 배쪽은 누런빛을 띤 붉은색이다. 홍채는 대개 황금색 가루를 뿌린 것 같으며, 각막은 누런빛이 도는 푸른색을 띠고 있다. 고막은 검은빛을 띤 갈색이고 타원형이며 둘레에 가는 융기가 있다. 몸통은 부풀어 올라 있고, 등쪽에 둥근 융기가 촘촘히 있다. 금개구리는 한국의 고유종으로 서부지역에 분포하며, 2012년 5월 31일 멸종위기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되어 보호받고 있다.
DMZ에서 처음 발견된 금개구리 서식지
경의선둠벙은 작지만 논과 연결되어 있는, 샘통형이면서 개방형의 구조를 보이는 전형적인 둠벙의 모습을 하고 있다. 둠벙 가장자리는 줄이 우점하고 깊이는 약 120cm 정도로 수변부에는 붕어마름과 애기마름이 70%를 덮고 있어서 금개구리의 서식환경으로는 안성맞춤인 곳이다. 이 외의 4곳에서 금개구리의 서식지가 추가 확인되었는데 공통적인 모습은 금개구리가 항상 수변 위에서 발견된다는 점이다. 작은 애기마름잎에 앉아서 몇 시간이라도 꿈쩍하지 않고 온종일 있다는 것이다. 참개구리는 뒷다리 근육이 발달하여 천적이 오면 금세 도망치지만, 앞다리가 뒷다리보다 발달되어 있는 금개구리는 좁은 웅덩이에서도 평생을 살기도 한다. 이동성이 없고 수면 위로 올라온 풀잎에 있다가 지나가는 벌레를 잡아먹는 비효율적인 생존전략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금개구리의 존재는 생태적으로 일대 서식지에 대한 생물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주요 환경지표로 꼽힌다.
희귀종 발견되어 개발 못할까봐 둠벙 메워버려
예로부터 우리는 농사를 지을 때나 추수할 때 주변에 사는 동물들을 위해 일부 수확물을 남겨두는 천성이 착한 민족이었다. 우리먹거리를 생산하면서 우리보다 약한 존재를 위해 먹을 것을 남겨 배려하는 공존의 심성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그런 아름다운 마음은 사라지고, 농민들에게는 정책적인 피해의식이 자리 잡아 다른 생물들에게 자비를 베풀지 않게 됐다. 농약과 제초제를 뿌리며 알뜰살뜰하게 작물을 수확해버리고 행여 다른 동물들이 모여들까봐 겨울이면 논을 갈아 엎기도 한다.
어느 날인가 필자가 자주 찾던 둠벙을 농민들이 메워버렸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 혹시 희귀종들이 발견되어 생태보호지역으로 지정되면 개발하지 못할까봐 메웠다고 했다. DMZ일원의 농경지를 개발하면 얼마나 할 수 있을까? 그런데도 정작 다양한 희귀동식물이 살던 그 둠벙은 메워진 상태로 7년째 방치되고 있다. 어이없게도 그곳은 지하수위가 높아서 농사짓기에 부적합한 곳이기 때문이란다.
그동안 농민들은 쌀의 증산을 목표로 농업관리를 하여 경지를 정리하고, 농약과 비료를 주는 탓에, 많은 생산량을 자랑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하지만 동시에 금개구리는 서식지를 잃어버리고 멸종위기에 처하게 되어 그 운명을 장담하지 못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금개구리는 5월 중순부터 6월 중순에 걸쳐 짝짓기를 하는데, 서남부지역의 평야지대의 늪, 물웅덩이 등지에서 그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 금개구리는 낮은 지대 논밭 주변 물웅덩이, 습지에서만 알을 낳는다. 참개구리와 같은 장소에서 살고 있으나 울음소리는 다르다. 수컷은 6월에 활발히 울며, 논둑 도랑의 풀 섶이나 웅덩이 가장자리 풀 섶에 뒷다리를 고정시킨 뒤 상체를 수면 위로 노출시킨 채 소리를 낸다.
그런데 금개구리는 암수 모두 울음주머니가 없다. 모내기 전후로 그렇게 시끄럽게 우는 개구리 틈에서조차 크게 울지도 못하는 금개구리는 앞부분의 ‘딱’하는 소리와 뒷부분의 ‘딱 끄르르’ 하는 소리로 구분된다. 서식지가 없어지고 자손이 다 죽어가는 수난을 당하면서도 맘껏 울지도 못하는 금개구리를 나는 변론한다. 금개구리가 사는 둠벙을 그냥 그렇게 두어달라고, 그곳을 없애고 벼 열댓 포기 더 심는다고 형편이 나지는 것이 아니기에.
김승호 / DMZ생태연구소장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댓글 0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