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 | 400년 ‘보르도’ 역사 뒤흔드는 14억 중국인 용트림 2014년 6월호
영화리뷰 | 〈와인을 향한 열정〉
400년 ‘보르도’ 역사 뒤흔드는 14억 중국인 용트림
고급 와인의 경우 빈티지( 생산연도) 에 따라서 70만원부터 400만원선으로, 최고급 빈티지 같은 경우에는 훨씬 고가이기 때문에 우선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눈이 호강하는 느낌을 받는다. 한 때 시내 중심가를 중심으로 ‘와인바’가 성행했던 적이 있었다. 나름 감각적인 ‘차도남’이나 ‘차도녀’들이 몰렸었다. 하지만 술 자체를 즐기는 남자들 세계에서 남자가 와인바를 찾는다는 것은 다른 목적이 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와인은 마시는 행위 자체로 약간은 고상하고 분위기 있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에 멋쟁이 여성들이 와인바에 몰렸고 꽃을 찾아 나비들이 몰려드는 자연의 이치였다. 국내 와인열풍은 그렇게 2000년대를 풍미했다.
그리스 신화의 주신(酒神) 디오니소스를 보건대 술은 신화만큼이나 오래됐다. 역사를 거치면서 술은 다양한 신화나 전설을 낳았다. 대체적으로 풍류나 광기 등 비이성적 부분과 연관되어 있다. 분명한 것은 술은 인간의 삶, 특히 감성적 부분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이다.
세계에는 수많은 술이 존재하지만 ‘와인’은 고상함이라는 이미지를 선점했다. 우리가 어느 근사한 호텔이나 레스토랑에서 마주하고 있는 두 남녀 사이에 어떤 주류가 놓여 있을 것으로 상상하게 될까? 코냑? 위스키? 맥주? 당연히 ‘와인’이다. 와인이 점유하고 있는 이미지의 영역은 ‘넘사벽’이다.
다큐멘터리 영화 <와인을 향한 열정(Red Obsession, 2013)>은 프랑스 보르도 지역을 중심으로 한 와인을 색다른 시각에서 접근했다. 보통 프랑스의 샤토 5대 와인으로 ‘샤토 마고’, ‘샤토 라피트 로쉴드’, ‘샤토 라투르’, ‘샤토 무통 로쉴드’, ‘샤토 오 브리옹’를 꼽는다. 여기서 샤토(Chateau)는 성곽 등을 뜻하지만 번역상 ‘포도원’의 의미다. 포도원이란 와인을 생산하는 농지와 발효시설, 별장등을 모두 포함하는 지역 개념이다.
용이 깨어날 때 세계를 흔들리라?
영화 <와인을 향한 열정>은 지난 2013년 제1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소개되면서 알려졌고 내레이션은 러셀 크로우가 맡았다. 주제는 중국인들의 명품 보르도에 대한 광적인 집착과 와인시장의 미래에 관한 것이다. 중국의 전례없는 와인 수요는 보르도 와인에 커다란 혜택일까 아니면 위협일까? 동양과 서양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하는 과정에서, 이 다큐영화에는 알만한 유명 와인전문가들과 세기의 명품 와인 창고 등이 화면을 채운다.
첫 장면부터 프랑스 와인의 본고장인 보르도 지역의 포도원들이 나타나고 와인 창고의 모습이 비추어진다. 고급 와인의 경우 빈티지(생산연도)에 따라서 70만원부터 400만원선으로, 최고급 빈티지 같은 경우에는 훨씬 고가이기 때문에 우선 이 영화를 보고 있으면 눈이 호강하는 느낌을 받는다.
영화의 시작은 와인의 제작과정이나 와인 제작자의 와인에 대한 사랑 등이 그려지지만 유명한 나폴레옹의 명언 “용이 깨어날 때 세계를 흔들리라”라는 자막이 나오면서 영화의 흐름은 새로운 최고의 와인 수요자로 떠오른 중국으로 바뀐다. 2011년 미스 차이나 대회를 개최하고 선발된 미인들에게 와인 마시는 법을 가르치는 등 와인업체들의 발빠른 마케팅이 중국의 와인열풍에 불을 지핀 것은 확실하지만 그 이후 중국의 와인사랑은 프랑스 와인생산자들도 걱정할 정도로 확산되었다.
중국, 와인 소비 넘어 투자와 생산단계 들어서
중국인들의 와인사랑은 문화혁명 이후 억압당한 본능의 해방을 만끽하는 것으로도 묘사되는데 대부분 폭발적인 경제성장 이후 나타난 과시적 소비현상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프랑스 현지에서는 “400년 보르도 역사를 뒤흔드는 14억 중국인들의 용트림”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중국이 와인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면서 와인은 금과 증권, 미술품처럼 투자 가치가 있는 상품으로 떠올랐고 실제로 다우존스와 FTSE에서 보르도 레드와인 투자 효과가 반영되었다.
영화영상은 대부분 포도원의 항공영상과 주요 인물들의 인터뷰로 채워져 있는데 인상적인 것은 최근 와인수집가로 변신한 중국의 재벌인 피터 챙이다. 그는 세계 최고의 섹스장난감 재벌이다. 그동안 6,000만달러어치의 희귀 와인을 수집해왔는데 왜 와인을 수집하는가라는 질문에 “예전엔 섹스를 좋아했지만, 지금은 와인이 더 좋다”는 대답을 아주 해맑은 표정으로 껄껄껄 웃으며 답했다.
그밖에 샤토 창유라는 프랑스식 포도원을 건립한 사업가부터 서부지역에 대규모 포도농장 건립계획을 밝힌 중국공기업 사장 등 중국의 와인에 대한 집착은 소비를 넘어 투자와 생산의 단계에 접어든 모습이다. 조만간 국내 와인시장도 중국산 와인이 휩쓸 날이 멀지 않은 느낌이다.
서유석 / 북한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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