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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북·일합의로 동북아 지역 내 중국 리더십 타격 받아 2014년 7월호

시론 | 북·일합의로 동북아 지역 내 중국 리더십 타격 받아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한과의 국장급 협의에서 납북자에 관해 전면 재조사하기로 약속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북한과의 국장급 협의에서 납북자에 관해 전면 재조사하기로 약속했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북한과 일본이 ‘일본인 납치문제’의 재조사에 극적으로 합의했다. 지난 5월 말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북·일 양국은 △일본인 납치문제에 대해 북한이 전면적인 재조사를 실시하여 결과를 일본에 통보하고, 유골 처리 및 생존자 귀국조치의 실시 △일본은 독자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대북 제재조치, 즉 송금제한, 북한 선박의 입항금지 등을 해제 △일본은 적절한 시기에 인도적 지원을 실시하며, 쌍방은 국교정상화를 실현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한다는 3개 항에 합의했다. 스톡홀름 합의에 따라 국교정상화 교섭이 조만간 재개될 전망이며, 이러한 북·일관계의 변화는 한·미·일의 대북 정책공조는 물론 한반도의 안보 상황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스톡홀름 합의는 중·일관계, 한·일관계의 경색 속에서 외교적 탈출구를 모색하려는 일본의 적극적인 노력과 북한이 당면한 국내외의 난관을 돌파하려는 김정은의 이익이 결합된 결과이다. 따라서 가까운 시일 안에 국교정상화 교섭의 재개 등 의미 있는 진전이 이뤄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02년 고이즈미 전 총리의 방북으로 물꼬를 튼 북·일 교섭이 북한이 보내 온 가짜 유골문제로 중단된 이후 다시 시작된 북·일 협상에서 일본은 상당한 성과를 내려할 것이다. 아베 총리는 과거사 문제 등으로 한국, 중국으로부터 고립되어 있는 일본의 현 상황을 북한을 이용해 탈피하려 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이 유엔의 대북제재에 부분적으로 참여하면서 북·중관계가 소원해진 틈을 타서 대북 제재중단과 인도적 지원을 내세워 북한을 끌어안겠다는 시도로 해석된다. 즉 일본은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통해 한국을 외교적으로 고립시키고 동북아 외교의 중심축으로 재부상하려는 전략적 의도를 가지고 북·일관계를 개선시키려 하는 것이다.

중국의 대북영향력 약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

북한 역시 납치문제의 해결 없이 일본과의 국교정상화나 관계 개선은 있을 수 없다는 교훈을 이미 얻었기 때문에, 양국은 의미 있는 결과를 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특히 사망한 납치자의 유골을 발굴하기 위해 일본의 민간단체가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하여 조사하고 있기 때문에 유골반환 문제에 상당한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북·일 간의 급격한 관계 개선 시도가 미국이나 우리나라와의 사전협의 없이 이루어져 한·미·일의 대북 공조체제가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은 가장 우려스러운 점이다. 일본은 스톡홀름 합의에서 독자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대북 제재조치를 해제하기로 약속하였는데, 반면 미국은 스톡홀름 합의 직후 대북 제재조치를 1년 연장하기로 결정하였다.

미국의 대북 제재조치 연장과 일본의 제재 해제가 충돌하고 있어, 대북정책을 둘러싼 한·미·일의 공조가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6자회담이 표류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 핵을 둘러싼 미·일 간의 해법 차이는 한·미·일의 대북 정책공조를 약화시키는 역작용을 할 것이다.

한·미·일의 대북 정책공조 외에도 동북아 지역에서의 중국 리더십에도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중국은 일본, 북한으로부터도 스톡홀름 합의에 대한 사전 통보를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스톡홀름 합의에 대해 중국과 사전에 협의하지 않았다는 것은 중국과 북한과의 관계가 긴밀하지 않으며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6자회담 재개 등을 위해 중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한·미·일에 중국의 대북 영향력 약화는 새로운 악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 변화에도 불구하고 중국은 북·일관계의 개선이 동아시아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유리하다는 인식을 견지하고 있다.

북·일관계 개선은 북·미관계 개선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미국도 아베 총리의 기자회견 직전에 스톡홀름 합의에 대해 통보 받았지만 사전협의는 없었다고 전해지고 있다. 미국은 일본의 독자적인 대북접근이 한·미·일의 대북 정책공조를 약화시킬지 모른다는 우려를 하고 있지만, 공식적으로는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일본의 노력을 지지하며, 향후 일본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조만간 미·일은 북·일 교섭과 대북제재에 대해 협의할 것이며, 북·일관계 개선은 미국의 대북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북핵문제 둘러싼 갈등, 향후 지속 전망

스톡홀름 합의에 대해 우리 정부는 과소평가도, 과대평가도 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나, 북·일 교섭에 의해 일본의 국내 여론이 받아들일 수 있는 결과가 나올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북·일 접근을 한반도 안보 상황만으로 살펴보면, 북·일 국교정상화 등에 의해 북한의 고립이 해소되는 것은 한반도 안보 상황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며, 6자회담 재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남북관계의 진전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북·일의 급속한 접근에 대한 우려는 있을 것이다. 북·일관계의 진전이 장기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겠지만, 남북 간의 대화채널이 붕괴되어 있으며, 북·미 간의 관계정상화 노력이 병행되지 않은 급속한 북·일 접근이 실효를 거둘지도 의문이다. 일본은 북·미관계 및 남북관계 개선 정도를 지켜보면서 북·일 국교정상화의 속도를 조절하려 할 것이다.

한편, 북한의 핵 포기 문제가 스톡홀름 합의에 포함되지 않은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일본은 북한의 핵 개발과 미사일 발사에 대한 언급 없이 대북제재를 해제하는 데 합의했고, 따라서 북·일 접근에도 불구하고 북핵문제를 둘러싼 갈등은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

북·일관계의 진전이 장기적으로는 남북관계 개선에 기여하겠지만, 남북 간의 대화채널이 붕괴되어 있으며, 북·미 간의 관계정상화 노력이 병행되지 않은 급속한 북·일 접근이 실효를 거둘지도 의문이다.

전진호 / 광운대 국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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