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 北, 대(對)일 합의로 한·미·일·중 북핵 공조체계 약화시켜 2014년 7월호
기획 | 북·일 납치문제 재조사 합의의 겉과 속
北, 대(對)일 합의로 한·미·일·중 북핵 공조체계 약화시켜

지난 5월 29일 <조선중앙TV>가 북한과 일본의 합의에 대해 보도하는 장면. 양측은 일본인 납치 문제 재조사에 합의했으며, 재조사가 시작되는 단계부터 대북 독자제재를 해제하고 대북지원을 검토키로 했다.
북한과 일본이 국교정상화에 이르는 로드맵에 합의하고 이를 동시에 발표하였다. 북한은 왜 이 시점에 일본과 국교정상화 로드맵에 합의한 것인가? 북한의 입장을 체계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신현실주의의 대부인 월츠의 주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월츠는 무정부상태인 국제사회에서 단일 행위자인 국가가 가용한 수단들을 사용하여 최소한으로 ‘자국의 보존’을 그리고 최대한으로 ‘세계의 지배’를 추구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북한의 상황은 한 마디로 말해 월츠가 주장한 ‘최소한의 자국보존’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며 그 돌파구로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선택한 것이다.
中, 대북 냉각기 끝내고 화해기로 접어든다?

일본이 대북 송금규제 조치를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힘으로써, 북한으로의 대규모 송금과 물자 조달이 조총련을 통해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은 일본 도쿄에 위치한 재일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본부 건물
국내적으로 김정은 집권 이후 북한경제는 1% 내외의 저성장을 지속하고 있으며, 식량난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2013년 3월 핵실험에 대한 안보리 결의에 근거하여 강력한 경제제재가 지속되고 있으며, 지난 3월 26일 인권 침해에 책임이 있는 사람들을 국제형사재판 메커니즘을 통해 책임지도록 하라는 내용의 대북인권결의안이 유엔 인권이사회를 통과했다. 유엔 인권이사회 결의안 통과 하루 전에는, 한·미·일 정상이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을 재확인했고, 이에 대해 북한의 동맹국인 중국도 “북핵은 중국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요인”이라고 하면서 한·미·일 공조에 동참했다. 한편 시진핑 국가주석은 7월, 역대 중국 최고지도자 가운데 최초로 혈맹국인 북한보다 한국을 먼저 방문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북한은 4월 말 ‘중국에 대한 꿈을 버리라’는 내부 포고문을 통해, “미국 편에 서서 우리(북한)의 핵 자위력을 비난하는 중국은 나쁜 이웃”이며, “제국주의자들과 동침하며 그들과 같은 꿈을 꾸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일 로드맵 합의 및 이행은 외교적, 경제적 차원에서 북한에 커다란 이득을 제공해 준다. 첫째, 한·미·일·중의 북핵 공조체계를 약화시키고, 북한이 국제적 고립에서 탈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북·일합의 발표 직후 한국, 미국, 중국 모두 일제히 당혹스럽다는 반응을 내놓았다. 3국은 루소의 사냥게임의 사례처럼, 일본이 납치자 문제 해결이라는 토끼를 잡기 위해서 북핵문제 해결이라는 사슴사냥 포위망을 허물어 버리고 있다고 느낄 것이다. 이러한 경우 나머지 국가들도 포위망에서 이탈하는 것이 자국에 유리하다.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는 중국이다. 그동안 지속해 온 대북 냉각기를 끝내고 대북 화해기로 접어들 가능성이 높다.
둘째, 일본의 제재가 완화되고 경제관계가 진전될 경우 중국에 대한 심각한 경제적 의존에서 벗어날 수 있고, 경제도약의 바탕을 마련할 수 있다. 2013년 기준 북한의 대중국 교역규모는 65억4,000만달러로 전체 대외 교역의 약 90%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무역편중을 시정하기 위해 지난 2000년과 2002년 김정일은 중국과의 교역을 축소하라고 지시한 바 있으며, 지난 2014년 4월 말 북한 당중앙위원회는 북한 기업들에 중국과의 무역을 줄이라는 명령을 하달했다. 하지만 분명한 대안이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러한 노력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제2차 북핵위기 이전 북·일교역 통계를 통해 볼 때, 일본은 북한의 중요한 교역파트너, 투자파트너가 될 것이다. 그리고 국교정상화 과정에서 확보할 식민지 지배에 대한 배상금(대일청구권자금)은 북한경제 재건의 중요한 ‘종자돈’이 될 것이다. 하지만 이 로드맵에는 2가지 커다란 장애물이 놓여 있다. 첫 번째는 납치자 송환에 대한 일본여론이고 두 번째는 북·일관계 정상화에 대한 한국과 미국의 태도이다.
북·일회담, 북핵문제로 교착상태에 빠질 수도
로드맵 마지막 단계에서 북한은 2002년 고이즈미 방북 당시처럼, 생존해 있는 납치자를 찾아내 아베 총리의 방북 때 함께 돌려보낼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북한은 2002년처럼 테러 국가, 납치범 국가, 거짓말쟁이 국가라는 국제적 오명을 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손실을 무릅쓰고 납치자를 송환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여론이 북한에 적대적일 경우, 북·일 국교정상화 회담은 다시 난항을 겪게 될 것이다.
북한의 협상 파트너인 일본은 미국의 동맹국이다. 일본에 있어 미국과의 동맹유지는 국가안보의 필수적인 사항이다. 따라서 2002년 이후 진행된 북·일 관계정상화 협상사례에서 보듯이, 미국이(또는 한국이 미국을 통하여) 일본에 북핵문제 해결을 국교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요구할 경우 일본은 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며, 북·일회담은 교착상태에 빠질 것이다.
참 우연하게도 북·일 스톡홀름 합의 발표 바로 다음날인 5월 30일,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욱 선교사가 ‘국가전복음모죄’, ‘간첩죄’, ‘반국가선전 선동죄’ 등의 혐의로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가 한국 정부에 주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북·일 국교정상화 로드맵 실행을 방해하지 말고, 남북관계 개선에 보다 우호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것이다. 현재 남북관계는 경색되어 있다. 이러한 상황유지는 우리에게 결코 유리하지 않다. 한국 정부는 북한이 국제사회에 통합되고, 궁극적으로 핵무기를 포기할 수 있도록 북·일관계 개선과 남북관계 개선을 함께 추진할 필요가 있다. 5·24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경제협력 강화의 실마리를 찾기 위한 남북접촉이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임상순 / 통일미래사회연구소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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