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기고 | 통일은 평화를 담는 그릇이다 2014년 7월호
독자기고 | 통일은 평화를 담는 그릇이다
우리나라는 국가 정책으로 교육현장에서도 통일을 강조하지만, 아직도 남과 북으로 나뉘어 서로 적대시하면서 살아가는 분단국가이다. 우리처럼 대립과 갈등으로 아픔을 함께하던 서독과 동독이 통일하여 독일이 되는 것을 그저 부럽게 지켜볼 뿐 우리는 아직도 분단의 아픔을 극복해내지 못하고 있다. 이처럼 분단이 오래 지속되다보니 이제는 그냥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아니 오히려 통일을 이루는 것보다는 분단된 채로 살아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많다.
얼마 전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한 통일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니, 오늘날 통일교육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통일을 바라지 않는 학생이 40%가 넘었다. 그 이유로는 남한의 경제적인 손실 위험의 가능성을 꼽았다. 이러한 경제적인 이유가 우리 학생들이 통일을 바라지 않는 주요 이유라니 참 씁쓸하다. 우리 학생들이 지나칠 정도로 경제에 민감한 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통일을 바라는 이유로도 북한의 자원개발과 관광사업 등의 경제적인 이익을 선택했다.
배려하는 마음과 다양성 전제돼야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은 탁월한 지적 능력이 아니라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이것을 조화롭게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이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여우와 학의 이야기’는 상대의 입장을 배려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가르쳐준다. 이 우화는 남을 배려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행하는 행동이 얼마나 사람을 고통스럽게 하는지를 보여준다. 여우와 학이 서로를 초청했으면 서로가 잘 먹을 수 있는 음식이나 그릇을 준비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우리는 여우와 학의 우화를 통해 배려하는 마음과 그 손님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한다는 것을 배울 수 있다.
우리는 서로의 입장을 존중해야 한다. ‘이것은 옳고 저것은 틀리다’는 식의 이분법적인 생각은 ‘다양성’을 밑바닥에 깔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역행하는 길이다. 다양성이 존중되는 사회, 개인의 창의력과 개인의 신념이 존중되는 사회풍토가 우리에게 필요하다. 절대 선과 절대 악으로 나누려는 이분법적 태도는 위험하다. 우리가 통일을 이루려면 먼저 북한에 대한 열린 자세로 이해하고 알아가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1953년 7월 27일 남북이 휴전에 합의하며 한반도에서 들려오던 총성이 멎었다. 일단 협정이 체결되면서 전쟁의 위험은 줄어들었다. 그러나 평화로 가는 길은 아직도 멀게만 느껴진다. 정전협정은 한국사회가 민주화로 가는 길을 막았다. 이념에 사로잡힌 우리 사회는 민주화로 더딘 걸음을 걸어야 했고, 국민들의 힘으로 민주주의에 도달했지만 성숙한 민주주의까지는 아직 난제(難題)가 있다. 또한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시아의 평화정착은 반드시 이뤄내야 할 과제로 꼽히고 있다. 세계적으로 냉전이 해소된 상황에서 우리만 정치학적으로 냉전을 안고 살아가는 모양새이다.
정전의 상황인 한반도를 구하기 위한 방법은 항구적인 평화정착 밖에 없다. 정부만이 아니라 우리 국민이 모두가 평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왜냐하면 정전협정의 종식과 한반도 평화 문제는 한국사회뿐만 아니라 동북아 평화를 위해서도 반드시 이뤄져야 할 과제이기 때문이다. 한반도가 평화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안보가 강조되는 분명한 힘의 평화를 토대로 성숙한 평화통일 의식이 갖춰져야만 한다.
우리는 한반도 분단의 역사적 비극을 통해 분단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를 위협하는 일들을 목격했고, 정치대립·체제대립·이념대립으로 인한 소모적 갈등에 시달렸으며, 시간이 지나면서 비정상적인 분단현실이 어느덧 우리 가운데 내면화되고 일상화되는 것을 경험했다. 한반도에 고착된 분단체제는 상대편을 향한 미움과 증오를 증폭시켰고 또 상대방을 힘으로 굴복시키려는 시도로 이어졌다. 한반도에 ‘잠시 중단된 전쟁’으로 인한 긴장상태가 계속되고 있는 이때, 우리는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을 한 걸음씩 해야 한다. 북한은 비핵화와 경제발전을 통해, 남한은 대국민화합과 통일준비를 착실히 하여 분단의 망령에서 벗어나야 한다. 더 이상의 무모하고 무익한 핵무기 개발과 군사훈련과 군비증강은 즉각 중단하고, 군비증강과 무기구입에 쓰이는 비용을 가난한 주민을 위해 평화의 확산과 사회 복지에 전용함으로 평화를 정착시키도록 북한당국에 촉구해야 한다.
강한 쪽의 관용 있어야 진정한 화해 이뤄
남북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와 다름을 서로 인정하고 그것을 받아들일 때, 한반도에는 지속가능한 평화가 정착될 것이다. 미래지향적 평화 교육이야 말로 다음 세대로 하여금 폭력을 극복할 대안을 찾게 만들고, 인권에 대한 존중 의식을 고양시킬 것이며, 정의에 기초한 평화 정신을 함양시킬 것이다. 이처럼 다음 세대가 화해와 평화의 정신을 토대로 자라나야만 한반도 통일의 초석이 든든히 마련될 것이다.
만일 두 사람이 다투었다고 했을 때 양쪽이 똑같이 노력해서 화해를 한다는 것은 말로는 그럴 듯해도 현실에서는 그게 그렇게 되지 않는다. 어느 한 쪽이 일방통행으로 자기를 꺾어 상대방 무릎 아래로 들어가지 전에는 안 되는데 그게 약한 쪽일 경우에는 참된 화해가 이루어지기 어렵다. 힘이 더 센 쪽에서 먼저 사과하고 관용을 베풀어야 비로소 화해가 이루어질 수 있다.
남북한이 하나의 경제공동체를 완성하기까지 부담해야 하는 통일비용의 문제는 통일논의에서 갈등의 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우리는 통일의 문제를 실용주의적 경제논리가 아닌, 사람의 문제로 전환해야 한다. 학생들에게도 경제적 이득을 희생할 수 있는 힘과 용기와 당위를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통일의 과정은 평화적이어야 한다. 통일의 목표도 평화여야 한다. 통일은 평화를 담는 그릇이다.
한승진 / 황등중학교 통일교육 담당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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