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9월 1일

기획 | 미국이 던진 고차원 방정식 ‘아시아 회귀’란? 2014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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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동북아의 안보질서 변화가 심상치 않다. 미국의 아시아·태평양 중시, 중국의 신형대국 및 주변국관계 정립, 일본의 적극적 평화주의, 러시아의 신동방정책과 동·남진(東南進) 그리고 북한의 지정학적 요충지론에 입각한 지전략 등이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가고 있다. 그 이면에는 이른바 지정학의 부활이 놓여있다. 이에 <통일한국>은 기획 시리즈 ‘동북아 지정학의 부활’을 통해 동북아 각국의 전환적 질서변경 움직임들을 살펴본다.
지난 호의 일본에 이어 두 번째는 미국이다. 미국은 아시아 회귀를 통해 외교안보 정책의 전략적 우선순위를 유럽, 중동, 아시아 지역별로 재조정하고 특히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군사력의 재균형을 추진하고 있다. 그 핵심 대상은 부상하고 있는 중국이다. 이로 인해 미국과 중국 간에는 경제문제를 비롯해 지구적 현안들에 대한 협력에도 불구하고 군사안보적인 측면에서는 긴장이 고조되는 양상이다. 중국에 대한 경제적 의존이 커지는 상황에서 미국과 군사 동맹을 맺고 있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매우 어려운 선택을 강요받을 수도 있다. 전략적인 안목이 매우 긴요하다.

 

 

기획 | 동북아 지정학의 부활 – 미국

미국이 던진 고차원 방정식 ‘아시아 회귀’란?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은 2011년 <외교정책(Foreign Policy)> 기고문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향후 세계정치의 중심지이므로, 이 지역에서 미국이 지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아시아 회귀의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 이렇게 ‘능동적 지역 개입전략’으로 포장된 아시아 회귀는 경기침체, 아시아 시장 확보, 역내 세력균형, 세계 지도력 유지 등 미국의 고민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반작용적인 세계전략’의 일환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탈냉전 시기 단극적 질서에서는 질서 관리에 대해 미국이 특별히 노력할 필요가 크지 않았다. 극히 예외적이었던 9·11을 제외한다면 미국 안보와 세계 지도력에 큰 위협 요인이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경제위기는 미국 패권적 지위의 물리적 기반을 붕괴시켰다. 또한 중국의 부상은 미국이 대응해야 할 가장 중요한 전략적 고려사항이 되었다. 결국 과거보다 더 적은 자산으로 과거와는 다른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딜레마에 봉착한 미국이 고심 끝에 제시한 개념이 바로 ‘아시아 회귀’이다.

지난 7월 11일 해군 부산기지에 입항한 미 해군 7함대 소속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호(9만7천t) 갑판에 전폭기인 슈퍼호넷(F/A-18E/F)과 호넷(F/A-18A/C), 조기경보기인 E-2C(호크아이 2000), 전자전투기(EA-6B), 대잠수함 초계헬기 시호크(SH-60F) 등이 줄지어 서 있다.

지난 7월 11일 해군 부산기지에 입항한 미 해군 7함대 소속 항공모함인 조지워싱턴호(9만7천t) 갑판에 전폭기인 슈퍼호넷(F/A-18E/F)과 호넷(F/A-18A/C), 조기경보기인 E-2C(호크아이 2000), 전자전투기(EA-6B), 대잠수함 초계헬기 시호크(SH-60F) 등이 줄지어 서 있다.

美 경제기반 약화와 中 부상, ‘아시아 회귀’ 촉매

미국은 한동안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동시에 전쟁을 수행하면서도 세계의 지역적 이슈들을 적절하게 관리해왔다. 그러나 경제위기 이후에는 경제 회복과 활성화에 자원을 적극적으로 투여할 수밖에 없었고, 과거 패권적 지위를 유지할 충분한 능력이 사라져 갔다. 일자리 창출과 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미국 정부의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되었다. 또한 연방 정부의 재정적자가 급증하면서 미국은 국방비를 감축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국제적 개입 능력의 감소로 이어졌다. 만약 중국의 부상이 없었다면 미국은 본격적으로 국제적 관여와 개입의 비용을 줄여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미국은 종전 이후 과대 팽창했던 국방비를 줄여왔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최근 국방비의 감축은 경제위기라는 요인이 강력하게 작용한 결과이고, 이를 자국의 쇠퇴보다는 지구적 리더십 확보로 포장하려는 미국의 고민과 결합되었다는 점이다. 미국의 경제적 기반 약화가 국방예산 효율화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중국의 부상이라는 국제적 요인과 결합하여 아시아 회귀의 촉매로 작용한 것이다. 중동 및 다른 지역의 현안들이 일단락되는 가운데 한정된 자원으로 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지역에 집중하려는 시도가 아시아 회귀의 본질인 것이다.

물론 중국의 부상이 새로운 현상은 아니지만 중국은 지속적인 경제성장으로 자국 이익의 내용과 범위를 확대했을 뿐만 아니라 국제적 영향력도 증대시키고 있는 추세여서 미국은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중국은 다양한 군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군사력을 현대화하고 있는데 그 중 미국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이 소위 반접근·지역거부 능력의 신장이다. 미국이 ‘회귀’ 대신에 ‘재균형(rebalancing)’이란 단어를 굳이 사용하는 것도, 중국의 군사력을 포함한 국력에 균형을 취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남중국해 대부분에 영유권 및 관할권을 주장하며 공격적인 행태를 보이고, 유사시 지역 내에 미국의 전력 투사를 억지할 가능성이 있는 중국의 행동은 현상을 깨는 것이다. 이에 미국은 2011년 국가군사전략 보고서에서 밝힌 것처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지역맞춤형 군사전략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핵심은 지역 내에서 양자동맹을 중심으로 미군이 전략적 유연성을 발휘하여 복합적 위협에 순발력 있게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美, 中에 책임있는 전략적 협력관계 요구

미국의 아시아 회귀는 군사적으로는 해·공군을 중심으로 한 아시아·태평양 지역 군사력의 현재 수준 유지로 대표된다. 외교적으로는 기존의 양자동맹(한국, 일본, 호주, 필리핀, 태국), 파트너십(인도네시아, 인도, 베트남,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그리고 다자주의 기구를 다변적으로 활용한 구조를 구축하여 안정화시키는 전략을 구상하고 있다. 미국은 이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거나 미국 주도의 틀 속에 묶어놓으려 한다. 따라서 미국은 중국에 책임있는 이해상관자의 역할을 기대하면서 동아시아 지역 내에서 북한 및 북핵문제의 해결, 환경 및 기후변화 대응, 테러 및 대량살상무기 등의 현안에 대해 미국과 책임을 나누는 전략적 협력관계의 유지·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미국 경제가 아시아 회귀의 핵심적 내용인 군사력 유지를 어느 정도 뒷받침할 수 있을지 불확실할 뿐만 아니라, 동맹국 및 파트너십 국가들에 대한 미국의 비용분담 요구도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한, 미국의 아시아 회귀는 당분간 지역 내에서 강대국 간 갈등의 불씨로 잠복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지역 내 미국 동맹국들이 미국의 아시아 강조에 경도되어 중국을 포함한 이해 당사자들과의 관계에서 보다 강경한 입장을 취할 경우 지역 안보 정세의 불확실성은 가중될 것이다.

세력전이나 균형붕괴가 위험한 것은 사실이지만, 균형회복에도 비용이 수반된다. 한국은 미국의 자원 축소에 능동적으로 대응하여 안보의 대미 의존성을 일정 정도 탈피하는 동시에 북핵 해결 등과 관련해서는 일본과 협력할 필요성이 있다. 하지만 과거사 및 독도 영유권 문제 등에 있어 일본의 전향적 자세가 관찰되지 않는 상황에서 미국의 아시아 회귀는 당분간 한국에 고차원 방정식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불신이 해소되지 않는 한, 미국의 아시아 회귀는 당분간 지역 내에서 강대국 간 갈등의 불씨로 잠복할 가능성이 크다.

고봉준 /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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