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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 여전한 남북 불신의 골, 경색된 남북관계 풀 수 있을까? 2014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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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훈의 취재수첩 | 여전한 남북 불신의 골, 경색된 남북관계 풀 수 있을까?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8월 11일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북한에 제2차 남북 고위급접촉을 8월 19일 판문점에서 개최하자고 전격 제의했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지난 8월 11일 정부서울청사 통일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날 정부는 북한에 제2차 남북 고위급접촉을 8월 19일 판문점에서 개최하자고 전격 제의했다.

정부가 지난 8월 11일 ‘느닷 없이’ 고위급 접촉을 북한에 제의했다. 불과 20여 일 전 열렸던 인천 아시안게임 북한선수단 및 응원단의 참가를 위한 실무접촉이 성과 없이 끝나면서 남북관계가 냉랭한 상황. 정부는 8월 11일 오전 9시10분께 김규현(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 수석대표 명의의 통지문을 통해 북한에 제2차 남북 고위급 접촉을 판문점에서 개최하자고 제의했다.

정부는 회담 준비에 필요한 기간 등을 고려해 8월 19일을 회담 일자로 일단 제시했으며, 북측에 편리한 날짜가 있다면 제시해 줄 것을 요청하는 한편 회담 장소는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으로 할 것을 제의했다. 이번 고위급 접촉의 의제는 추석 계기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비롯한 쌍방의 관심 사항에 대해 논의하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南, 고위급접촉 제의 … “이산상봉 등 관심사항 논의”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이 요구해 온 5·24조치 해제나 금강산관광 재개 문제의 논의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특정 의제는 안 된다고 배제하지 않는다.”며 “북측이 그런 의제를 제기하면 충분히 논의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는 이전 접촉에서 5·24조치나 금강산관광 문제에 대해 상대적으로 선을 그었던 것과는 달리 논의의 문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는다.

이 당국자는 ‘논의 가능 자체가 재개 문제에 대한 긍정 검토냐’는 질문에 “폭넓게 의견을 교환하기 위해 의제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것으로, 긍정적으로 전망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라면서 “회담 결과를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고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접촉의 일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한·미 합동군사연습이 8월 18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그동안 키리졸브나 독수리, UFG 등 한·미 합동군사연습 기간에는 ‘화약 냄새 속에서 남북 간 화해와 협력을 논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며 회담을 개최하지 않았다. 2005년에는 사전에 합의됐던 제4차 2단계 6자회담을 UFG 한·미 합동군사연습을 이유로 연기하기도 했다.

북한은 역시나 답을 하지 않았고 정부는 8월 18일 통일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북한이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인다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어떠한 현안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북한이 남북 고위급 접촉에 하루속히 호응해 나올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또한 “북한은 5·24조치부터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말로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먼저 대화 테이블에 나와서 남북 간 협의부터 하는 것이 순서”라고도 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8월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우리 정부가 제안한 남북 고위급 접촉에 응해 새로운 한반도를 위한 건설적 대화의 계기를 만들 수 있기를 바란다.”며 남북 고위급 접촉에 응할 것을 촉구했다. 또 “우선적으로 한반도의 생태계를 연결하고 복원하기 위한 환경협력의 통로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남북을 가로지르는 하천과 산림을 공동으로 관리하는 일부터 시작해 서로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협력사업을 확대해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남북한 주민들의 삶이 진정으로 융합되기 위해서는 문화의 통로를 통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 통일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소중한 우리의 문화유산을 남북이 함께 발굴·보존할 것을 제안하고자 한다.”면서 “특히 내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한이 함께 광복을 기념할 수 있는 문화사업을 준비한다면 그 의미가 매우 클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공동행사 기획과 준비를 제안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5주기를 맞아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화환과 조전문을 전달했다. 김양건 노동당 대남 비서 겸 통일전선부장은 8월 17일 개성공단 내 북측 중앙특구개발지도총국 사무소에서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을 만나 화환 등을 전달하고 남북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김양건 부장은 “6·15선언은 북남관계 개선을 위한 선언인데 빛을 보지 못하고 있다. 우리는 일관되게 하고 있다. 계속 그 선언이 이어져 온 민족이 화해와 번영을 바라는 그런 세상을 이뤄야 되는데 그렇게 이뤄지지 않고 있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에 임 전 장관은 과거 정부와 달리 박근혜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 뒤 “먼저 쉬운 것부터 해나가자. 박근혜 정부도 해 나가려고 하기 때문에 북측도 이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박근혜 정부가) 남북 고위급 회담 제안을 한 것은 시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냐.”면서 “거기에는 5·24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등의 제안도 포함돼 있다.”고 북측에 고위급 회담 제안 수용을 촉구했다.

北, “하필 한·미 군사훈련 중 고위급접촉 제의 하는가”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훈련이 지난 8월 18일 진행된 가운데 국군 장병들이 대테러 훈련을 위해 트럭에서 하차하고 있다.

한·미연합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훈련이 지난 8월 18일 진행된 가운데 국군 장병들이 대테러 훈련을 위해 트럭에서 하차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 부장은 “(남북) 양측이 노력해야 하는데 무슨 일이 자꾸 생긴다. 진전에 도움이 되는 일이 아니다.”면서 “남쪽에서 하는 소리가 반가운 소리가 없다. 방송·언론도 자꾸 시비를 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도 이러한 것을 허용하지 않고 격노한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그러자 박 의원은 “북한에 고위급 회담을 제의하며 이산가족 상봉, 5·24조치 해제, 금강산관광 재개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한 것은 박근혜 정부가 확실히 이명박 정부와는 다르다는 것”이라면서 “이를 김 비서가 확실히 김정은 제1위원장에게 설명해야 한다. 쉬운 것부터 풀지 않으면 기회가 없다.”고 다시 강조했다. 또 “북한이 8월 18일부터 있는 을지훈련을 비난하고 로켓을 발사하는데 북한도 군사훈련을 하지 않는가.”라면서 “어떤 경우에도 이런 기회를 포착, 교류협력을 해야 상호이익”이라고 말했다.

김양건 부장은 그런 접촉(제안)에 대해 당 중앙위에 보고했다고 언급한 뒤 “8·15 경축사에서 핵문제를 거론하면서 어떤 것을 하자고 하는 것은 그 내용이 실현될 수 있겠느냐는 의심을 (평양에서) 한다. (한·미) 군사훈련도 왜 하필이면 2차 (고위급) 접촉을 제안하면서 하려는가.”라며 재차 남측을 비판했다.

남북 간에 불신의 골이 남아있는 상황에서 남북관계가 쉽게 풀리기는 어려워 보이는 대목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8·15 경축사에서 “특히 내년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한이 함께 광복을 기념할 수 있는 문화사업을 준비한다면 그 의미가 매우 클 것”이라고 밝혀 사실상 공동행사 기획과 준비를 제안했다.

장용훈 / 〈연합뉴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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