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9월 1일 0

집중분석 | 아세안안보포럼, 미·중 경쟁 재현 … 북핵 우려 공감 2014년 9월호

집중분석 | 아세안안보포럼, 미·중 경쟁 재현 … 북핵 우려 공감

지난 8월 10일 미얀마 네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각국 외교장관들이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10일 미얀마 네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각국 외교장관들이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아세안안보포럼(ARF)은 매년 한국을 찾아오는 태풍을 닮았다. 매년 여름 회의가 열리는 것도 그렇고 대비를 잘하지 못했을 경우 외교적 후폭풍이 심심치 않게 발생한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지난 8월 10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제21차 아세안안보포럼과 아세안+3, EAS, 아세안외교장관회의, 양자 외교장관회의 등 관련된 일련의 외교장관회의가 막을 내렸다. 올해 아세안안보포럼이란 태풍은 무사히 지나간 듯하다. 정리해보면 크게 세 가지 초점에 대해서 이야기 할 수 있다.

한국의 입장에서 ARF의 태풍은 주로 한반도 문제, 북한 문제에서 발생한다. 예년에 비해 올해는 천안함 사건이나 연평도 포격과 같은 남북한 사이 큰 충돌이나 이슈가 없었다. 따라서 한반도 문제에 관한 ARF에서 남북 사이의 외교전은 비교적 두드러지지 않았다. 올해 새로 등장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의 행보가 다소 화제가 되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RF 회원국들 사이에서 북한 핵문제에 관한 우려는 일정한 공감대를 형성했고, 적절하게 ARF 의장성명에 반영되었다.

美·中, 남중국해 해양 분쟁 놓고 팽팽한 ‘설전’

지난 8월 10일 미얀마 네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입장하고 있다.

지난 8월 10일 미얀마 네피도 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서 리수용 북한 외무상이 입장하고 있다.

두 번째로 미국과 중국 사이 전략 경쟁은 올해도 되풀이 되었다. 특히 올해 4월 중국이 베트남 근해에 석유시추선을 보냈고 이로 인해 중국-베트남 간 충돌이 벌어진 이후 남중국해 문제가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남중국해 갈등 문제는 안보 측면에서 미국이 동아시아 문제에 개입하는 단골 메뉴이다. 이미 중국과 미국은 ARF 이전에 한차례 설전을 주고받은 바 있다. 남중국해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관리를 위해 미국은 남중국해에서 관련 국가의 추가 행동에 대한 모라토리움(moratorium)을 제안한 바 있다. 필리핀 등은 3단계 해법을 주장하면서 이런 제안에 적극 찬성의사를 나타냈다.

반면 중국은 이런 미국의 제안에 대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미국의 제안은 동남아 국가들이 이미 남중국해에서 영유권 주장을 위한 건설 등 다양한 행동을 취한 이후 중국의 대응이 나올 때 취해진 것으로 중국의 이익을 불공정하게 제한한다는 반발이었다. 더 나아가 중국은 동남아 국가들이 미국의 제안에 동조할 경우 동남아 국가들이 요구하는 남중국해에서 행동 규약(code of conduct)에 관한 논의를 좌초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지역 국가가 아닌 미국이 남중국해 문제에 관여하는 것이 이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행위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번 ARF에서는 이런 주장들이 똑같이 미국과 중국에 의해서 되풀이 되었다.

세 번째로 이번 ARF에서는 유난히 지역 외 안보, 평화 문제에 관한 언급과 논의들이 많았다. 정확하게 지금의 ‘불타는 세계(world on fire)’를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의장성명이나 회의 내용에서 빈번히 우크라이나 사태, 팔레스타인 문제, 이라크 문제 등이 언급되었다. 특히 말레이시아를 포함한 아세안 국가들이 ARF를 주도하는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상공에서 말레이시아 항공기가 피격된 사건은 동남아 국가들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ARF 통해 ‘동북아평화협력구상’ 구체화 해야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8월 10일 미얀마 네피도 레이크가든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오른쪽)이 지난 8월 10일 미얀마 네피도 레이크가든 호텔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존 케리 미국 국무부 장관(가운데),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올해처럼 한반도 문제가 ARF에 대한 우리의 관심사를 뒤덮어 버리지 않았을 때 오히려 장기적으로 ARF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좋은 시점이다. 세 가지 방향성을 언급해야 할 것이다. 우선 ARF에서 늘 벌어지는 한국과 북한의 외교전과 관련하여 장기적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북한 사이에 핫 이슈가 있을 때만 달려가 동남아 국가들이나 ARF 회원국들에 우리의 입장을 지지해달라고 요청하고 설득해서는 한계가 있다. 특히 ARF를 주도하는 동남아 국가들과의 평소 관계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우리의 입장을 알리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동남아 국가들이 지속적으로 한반도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주의를 꾸준히 환기해야만 ARF에서 우리 편이 되어 줄 수 있다.

두 번째로 ARF를 동북아 문제에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우리 정부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을 통해서 동북아의 긴장관계 해소와 신뢰구축을 주요한 외교 사안으로 추진하고 있다. ARF는 창설 초기 지역안보 문제 해결을 위한 3단계 해법을 제시했다. 1단계는 신뢰구축, 2단계는 예방외교, 그리고 3단계는 갈등의 해결 모색이다. 동북아평화협력구상도 정확하게 국가 간 신뢰구축에서부터 시작한다. 또 ARF는 2009년 1단계를 넘어 2단계로 진화하고 있다고 선언한 바 있다. 동북아에서 혹시나 있을지 모르는 국가 간의 충돌을 막는데 예방외교가 긴요하다.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이 먼저 유사한 경험을 한 ARF로부터 배울 점이 있을 것이다. 또한 동북아까지 포괄하는 ARF의 향후 발전을 위해서도 동북아 국가 간의 갈등 해소가 필요하므로 이점을 활용해 동북아평화협력구상에 대한 ARF 회원국의 강력한 지지를 확보할 필요도 있다.

마지막으로 아·태지역의 다자안보협의체, 대표적으로 ARF는 행동보다는 말에 그친다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 안보협의체로서 효과가 없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이는 ARF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국가들의 문제다. 6자회담 등 무수히 제기되었던 다자 안보기구들이 모두 유명무실하게 종료되었거나 무력화되었다. 오직 양자 안보협력만 살아 있는 상태다. 그나마 ARF는 다자 안보기구로 지난 20년간 명맥을 유지하고 지역 국가들이 모이는 장을 제공해왔다. ARF의 효과성에 대해서 비판하느라 시간을 허비하기보다는 우리 입장에서 ARF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어떻게 우리 안보이익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할 것인가, 중견국인 한국이 ARF를 통해 지역 다자안보에 기여할 부분은 무엇인가에 관한 고민을 하는 것이 더 생산적일 것이다.

올해처럼 한반도 문제가 ARF에 대한 우리의 관심사를 뒤덮어 버리지 않았을 때 오히려 장기적으로 ARF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좋은 시점이다. ARF에서 늘 벌어지는 한국과 북한의 외교전 관련하여 장기적 전략으로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재현 /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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