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9월 1일 0

북한여성 패션 트렌드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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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m In | 북한여성 패션 트렌드 엿보기
 
 
 북한주민의 옷차림과 머리단장 하면 자유분방함보다 어둡고 획일적이고 단순함을 떠올리게 된다. 그것은 북한주민들의 옷차림과 머리단장이 사상, 정신 상태를 보여주는 상징으로 국가권력이 개입되고, 노동과 활동, 생활에 편리한 실용성에 중점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한주민들이 흔히 하는 ‘먹은 티 안 나도 입은 티는 난다.’는 말은 체면을 중시하고 자존감이 강한 심성이 제대로 읽혀지는 대목으로, 못 먹는 건 감출 수 있어도 옷차림은 그 사람의 품격과 삶의 질을 나타내기 때문에 외형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말이다.
 
하이킬·미니스커트·눈썹문신으로 북한 차도녀 완성?

OR_201409_37 최근 북한주민은 옷차림이나 머리단장에서 상당히 많은 변화를 일으키고 있는데 그 요인은 무엇일까? 북한에선 이미 1980년대 초반 7~8cm높이의 ‘하이킬(하이힐의 북한식 표현)’이 생산, 판매되었다. 평양구두공장에서 생산되는 하이킬은 중국에서 인기를 얻어 친척 방문차 나온 조선족들이 1985년까지 만해도 당시 돈 150원에 사들여 가고는 하였다. 최근엔 시장에 염색약이 판매되고 노랑머리를 하고 다니는 여성들도 아주 희귀하게 거리에 등장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은데, 길 가던 사람들이 모두 멈춰서 혀를 차며 바라볼 정도이다.
 
 머리유행은 남한 드라마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한 미용사들의 술수에 의해 빠르게 전파되는데 단발머리(송혜교머리), 커튼머리(거지머리), 꼬시시머리(서울여자머리), 셋팅머리, 수탉머리가 대표적이다. 셋팅머리는 쌀 9~10kg 살 수 있는 고가여서 일반인들은 엄두를 못 낸다. ‘머리를 사회주의자답게 기르라’는 당국의 통제는 이미 화폐·물질중심주의에 젖은 주민들에게 통하지 않는다. 북한사회의 폐쇄적 특성으로 남한에 뒤늦게 알려졌을 뿐, 그리 새삼스런 현상은 아니다. 인간의 욕망을 권력의 힘으로 막는 데는 한계가 있으며 자본주의 영향을 차단하기 위한 모기장론이 도로나무아미타불임을 보여주고 있다.
 
 유행을 쫓고 예뻐지려는 노력은 어느 곳의 여성에게나 마찬가지이다. 북한 시장에서는 ‘아랫동네 화장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산 화장품이 좋다는 것을 평양 돈주들은 다 알고 있다. 다른 물건들과 달리 저녁까지 화장이 지워지지 않고 그대로 유지될 만큼 품질이 좋기 때문이다. 물론 무조건 한국산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다. 이에 못지않게 인기 있는 것이 북한의 유명 천연 화장품이다.
 
 또한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단속을 피해가며 통이 좁은 일명 종대바지, 뺑대바지가 유행한다. 이러한 청년들은 많지는 않지만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또한 젊은 여성들은 짧은 스커트를 선호한다. 이설주의 등장 이전 1990년대 초반부터 이미 유행이 번졌다. 물론 단속을 하지만 개개인을 쫓는 데에 한계가 있으니 나름 단속을 피하며 입고 다닌다. 또 하나 여성들 사이에 유행하는 것은 문신이다. 눈썹문신, 속눈썹문신은 이미 일반적이다. 종종 코성형이나 사각턱성형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왕성한 편은 아니다.
 
 북한주민들의 옷차림 변화는 상업자본주의 역동성에 의해 팽창되는 시장의 힘이다. 다양한 경로를 통해 외부에서 유입되는 의류는 과거에 비해 색깔과 모양에서 다양성을 띠는 자본주의 상품이며 그에 따라 의류선택의 폭이 넓어지면서 소비자의 요구도 다양해지기 마련이다. 시장의 힘은 집단주의적 방식의 소비생활에서 억제되었던 소비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물질적 조건을 형성하였고, 주민들의 신체에 침투하여 판매실현을 위해 끊임없는 소비를 강요하면서 그들의 겉모습과 사회분위기를 변화시키고 있다.
 
소비욕구 충족 위해 北 시장 빠르게 변화 중

OR_201409_37 북한주민의 90%이상이 시장을 통한 장사활동으로 부를 축적한다. 이전에는 일본, 중국을 비롯한 해외 친척의 물질적 방조나, 출신성분이 좋아 혁명적 담론의 틀 내에서만 충족될 수 있었던 특정계층의 ‘자존감 욕구’와 ‘자아실현의 욕구’가 지금은 시장 활동을 통한 자산의 축적과 소비행위를 통해 충족되고 표현되고 있다. 자신의 경제적 부나 사회적 지위를 물질적 상징의 소유를 통해 과시하고자 하는 주민들의 욕망이 옷차림을 통해 차별화된 소비행태로 드러나고 있다.
 
 드라마나 문물을 통해 상상하고 동경하던 외부세계에 들어가 보고 싶고, 자신의 생활공간에서 재현해보고 싶은 모방심리는 그에 따른 상품소비를 통해 대리만족을 느끼게 된다. 즉 현재 북한주민들의 옷차림과 머리단장은 경제적 부와 사회적 지위의 상징성, 상품판매 실현을 위한 마케팅전략, 외부세계의 동경과 모방심리의 반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시장상인들의 주체적 역할은 이러한 욕구들을 실현시킨다.
 
 북한도 돈만 있으면 시장에서 상상했던 모든 걸 다 살 수 있다. 시장에는 일본산 명품코트, 한국산 가죽점퍼, 이탈리아 스웨터들이 마네킹에 걸려있어 보는 이로 하여금 빚을 내서라도 사고 싶은 소비욕구를 자극하며, 사 입는 이로 하여금 상품생산국의 일원으로 동일시하게 되는 착시효과를 일으키며 경제·지위적 우월감을 가지게 한다.
 
 이에 따라 구매자들의 다양한 심리와 요구를 재빨리 읽어내고 그에 따른 상품과 구매자를 확보하는 시장법칙이 작용하게 된다. 만인이 시장에 매달리면서 판매자가 구매자를 초월하여 판매를 실현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고객요구와 시장변화에 민감하고 그에 맞는 상품을 확보할 줄 아는 빠른 두뇌전, 서비스, 언변을 비롯한 일종의 술수와 마케팅전략이 요구된다.
 
 마케팅전략으로 옷차림과 머리단장은 필수이다. 옷차림에 대한 시각적 효과는 시장의 상품 선택과 가격을 좌우한다. 판매자의 허름한 옷차림새는 상품가치를 떨어뜨리며 상대를 얕잡아보고 달려드는 구매자의 집요한 흥정 끝에 결국 싼 가격에 팔게 되는 반면, 세련된 옷차림과 머리단장을 한 판매자의 상품은 비싸게 팔려나가게 된다. 특히 의류판매자들은 그들 자체가 시장에서 모델역할을 겸하기 때문에 옷차림과 외모에 투자를 집중한다. 생존을 위한 북한여성들의 자생적 힘과 시장에서의 주체적 역할은 자본주의, 수정주의, 날라리문화를 막으려고 전력을 다하던 국가권력을 약화시키며 어둡고 칙칙하던 북한주민의 이미지를 자본주의 이미지로 바꾸고 밑으로부터 변화를 일으키며 서서히 북한사회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생존을 위한 북한여성들의 자생적 힘과 시장에서의 주체적 역할은 자본주의, 수정주의, 날라리문화를 막으려고 전력을 다하던 국가권력을 약화시키며 어둡고 칙칙하던 북한주민의 이미지를 자본주의 이미지로 바꾸고 밑으로부터 서서히 북한사회 전체를 변화시키고 있다.
 
 
김은별 / 평안남도 출신 북한이탈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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