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9월 1일 0

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 北 전문교육의 표상 외국어학원·예술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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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교사의 생생이야기 21 | 北 전문교육의 표상 외국어학원·예술학원

 
 
 관광산업 육성을 꾀하고 있는 북한이 관광대학과 관련학과를 만들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평양관광대가 신설되고, 김일성종합대학에는 국제경제학과가, 장철구평양상업대학에는 호텔경영학과와 호텔봉사학과 등이 생겼다는 이야기였다. 관광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이 학교들은 주로 외국어학원 출신 학생을 선발할 것이다. 외국어학원이란 우리의 특수목적고인 외국어고등학교에 해당한다.
 
 외국어학원의 전신은 혁명가유자녀 외국어학원이다. 함남도, 평북도, 함북도에 하나씩 있던 것을 1976년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각 도의 8년제 외국어학원으로 확대했다. 그러던 것이 1985년 9년제가 되었다가 1989년 다시 6년제로 하향했다. 초기에는 영어와 노어를 가르쳤지만 2004년 양강도, 함북도, 자강도, 평북도와 같은 접경지역에 중국어과를 개설했다. 외국어학원을 졸업하면 중학교 외국어 교사자격을 기본으로 준다.
 
 그만큼 입학을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과거에는 교사들이 직접 심사하고 자격을 주는 방식과 지역별로 자격을 비례 할당하는 방식이었으나, 최근에는 예비시험을 쳐서 합격하면 파견장을 받고 외국어학원에서 본시험을 치른다. 시험은 혁명역사, 국어, 수학을 평가하며, 종합담화를 할 때 읽기를 시켜보고, 발음을 평가한다.

2008년 7월 24일 미국 ‘국제전략화해연구소(ISR)’ 단원들이 북한 현지에서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수업을 진행한 모습

2008년 7월 24일 미국 ‘국제전략화해연구소(ISR)’ 단원들이 북한 현지에서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수업을 진행한 모습

선망의 외국어학원 보며 비행기 떠올려
 
 이렇게 선발된 학생들은 선택이 아닌 학교에서 지정해준 언어를 배우게 된다. 의외로 북한에서도 영어의 인기가 가장 좋고, 중국어, 노어 순으로 선호한다. 1~3학년은 기초단계로 연간 기본수업 360시간에 과외수업 1,000시간이 주어진다. 4학년부터는 강독과 청취 및 회화라는 과목으로 나뉘고 난도도 높아진다. 영어교재는 영국 옥스퍼드대학에서 출판하는 교재를 들여와 편집해서 쓰고, 노어교재는 러시아에서 만든 외국인학교용을 사용한다. 이때 일반학교들이 외국에서 들여온 교재의 이름, 내용, 명칭을 북한 실정에 맞게 수정하여 사용하는 반면, 외국어학원은 외국식 이름이나 명칭, 내용도 거의 다 그대로 사용한다. 청취과목도 일반학교들은 평양외국어대학 교수들이 녹음한 것을 쓴다면 외국어학원은 외국인들이 직접 녹음한 것을 그대로 쓰니 당연히 실력이 좋을 수밖에 없다.
 
 외국어학원 졸업생들은 반드시 대학추천을 받는다. 특히 김일성종합대학, 평양외국어대학, 김형직사범대학, 각 도 사범대 외국어대학, 장철구평양상업대학 관광학부 등 내로라하는 명문대학에 추천받는 것이 고정관례였다. 대학 졸업 후에는 교수, 외무성, 외교단사업부, 외국문도서출판사 등 외국어 인재를 요구하는 행정기관에 배치되기도 한다.
 
 이와 같은 외국어학원은 선망의 학교였다. 특히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는 북한주민들로서는 외국에 대한 환상이 컸다. 훗날 외국어학원을 졸업하면 외국에 나갈 일이 생길지도 모르니 외국어학원 하면 비행기를 떠올릴 정도로 부러워했다. 더욱이 외국어학원은 선발 과정에서 인물 심사도 겸했기에 학생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멀끔하고 키도 커 인기가 좋았다.
 
예술학원 입학? 웬만한 부모들 엄두도 못 내
 
 외국어학원 만큼이나 인기있는 북한의 특수학교로는 우리의 예술고등학교에 해당하는 예술학원이 있다. 문화예술을 중시하는 북한 사회에서 예술학원의 인기는 당연한 것이었다. 예술학원은 북한의 첫 예술학원인 ‘216예술학원’에서 시작됐다. 초기에는 평양이 아닌 자강도 강계에 있어서 강계예술학원이라고도 불렸으나, 시범단계를 거치며 1976년 각 도에 하나씩 생겨났다.
 
 초기에는 기악, 미술, 무용, 성악, 수예학과가 있었지만, 최근 화술과도 생겨났다. 모집은 소학교 1학년을 선발하는 기악을 제외하고는 모두 중학교 1학년 과정부터 뽑는다. 결국 부모님의 반대로 입학은 무산되었지만 필자도 소학교 졸업반 시절 예술학원에 뽑혀 간단한 면접을 본 기억이 있다. 당시 예술학원 선생님들이 각 학교를 돌아다니며 즉석면접을 보았다. 먼저 키와 얼굴을 정면, 좌우로 본 다음, 손을 보고 손가락 길이, 손가락 사이 간격을 보더니 돌아서게 한 후 손목시계를 머리에 대고 어느 쪽에서 소리가 나는지 간단한 청각검사를 했다.
 
 요즘은 입학시험도 교사가 아닌 문화예술부에서 직접 나와 실기 형식으로 치른다. 경쟁도 경쟁이지만 웬만한 부모들은 엄두도 못 낸다. 악기도 사야하고, 개별지도도 받아야 하는데 인물까지 받쳐줘야 하니 여간 호락호락하지 않다. 예술학원의 전공수업은 철저히 개별수업 형식이다. 개별수업이기 때문에 교사들이 학생들의 장단점을 잘 알고 그에 맞는 교수방법과 성격에 맞는 곡을 선정해주는 이점이 있다. 학생들은 해마다 치러지는 전국경연에 나가 기량을 뽐낸다. 여기에서 3등 안에만 입선하면 자동으로 평양의 대학에 추천받아 입학시험을 칠 수 있다. 졸업 후에는 대체로 중학교 교사, 예술단, 학생소년궁전 지도교사로 배치되며 예술대학을 졸업하면 중앙예술단체나 사범대학 교수로 배치된다.
 
 북한의 예술학원에 다니던 학생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북한은 소학교 시기부터 7화음까지 배우는데, 한국의 고등학교에서 화음수업은 없고 선율만 있어서 깜작 놀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국이 입시 위주의 교육에 치중해 있어서 그럴지도 모르고, 수업의 방식이 다를지도 모르고, 음악교육의 중요도가 달라서 그럴지도 모르겠다. 어찌됐든 아이러니하게도 사회주의체제 북한이 전문교육을 더 중시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자원, 기술, 자본 아무것도 없던 한국이 지금의 발전을 이룰 수 있었던 것에는 인적자원과 정책이 큰 역할을 했듯이 북한도 이에 대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외국어학원에 선발된 학생들은 선택이 아닌 학교에서 지정해준 언어를 배우게 된다. 의외로 북한에서도 영어의 인기가 가장 좋고, 중국어, 노어 순으로 선호한다.
 
 
정명호 / 전 양강도 혜산시 소재 중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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