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세히보기 2014년 9월 1일 2

북한 맛지도 | 특별했던 북한의 라면 ‘꼬부랑국수’ 2014년 9월호

print
북한 맛지도 25 | 특별했던 북한의 라면 ‘꼬부랑국수’

CS_201409_68 요즘 아이들은 굶는다는 말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북한의 아이들이 식량난으로 몹시 고생하며 굶는다고 이야기하면 오히려 “왜 굶어요? 쌀이 없으면 라면 끓여 먹으면 되지.”라고 한다는데, 정말 그런 아이들도 있을 것 같다.

필자는 배고픈 북한 사람들에게 남한의 라면을 좀 많이 보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땔거리도 부족하고 양념감도 부족한데 라면은 그냥 끓는 물만 부으면 되니까 얼마나 조리가 간편한지 모르겠다.

북한에서는 이런 라면을 ‘꼬부랑국수’라고 부르는데 정말 인기가 많다. 남한에서 라면을 뇌물로 주는 사람은 없겠지만 북한에서는 꼬부랑국수가 평양사람들만 구경할 수 있는 특별 음식인지라 뇌물이 되기도 한다. 양념스프가 들어있는 남한의 라면은 상당한 고급 뇌물로 취급된다.

평양 사람들만 라면 구경 … 뇌물이 되기도

꼬부랑국수를 생산하는 북한의 수성천종합식료공장

꼬부랑국수를 생산하는 북한의 수성천종합식료공장

사실 북한의 꼬부랑국수는 스프나 양념이 전혀 없고 오직 국수뿐인데다가 낱개 포장도 되어있지 않고 큰 박스에 종이 한 장이 감싸져 있는 게 전부이다. 반면 남한의 라면은 스프와 양념까지 일색으로 갖추어져 있어 한 끼 식사로 충분한데다가 포장 또한 화려하니 북한주민들에게는 특별한 음식으로 통할 수밖에.

뿐만 아니라 라면은 북한의 실정에 꼭 맞는 음식이다. 북한사람들은 상당히 바쁘게 생활하기 때문에 항상 즉석에서 만들어 먹는 식품이 간절히 필요하다. 배급을 주던 시절에도 북한사람들은 직장에 출근을 하려면 평양을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지역 사람들이 2~4㎞정도를 걸어서 통근을 하기 때문에 아침저녁 시간이 항상 부족했다.

거기다 1990년대부터는 자본주의적 생활방식인 ‘장사’가 등장해 사람들이 더욱 정신없이 바쁜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이때 중국에서 건너온 중국산 꼬부랑국수는 북한주민들에게 한 끼를 간편하게 해결해주는 음식으로 그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

중국에 친척이 있는 사람들은 부탁을 해서 라면을 조용히 들여다 놓고, 취직, 직장 이동, 대학입학 그리고 증명서 발급이나 뺏긴 장사물건을 찾을 때 아주 긴요하게 사용했다. 라면의 무게와 부피는 뇌물을 전달해야 하는 사람의입장에서 볼 때 운반이나 품위 면에서 상당히 효과적인 조건으로 작용하기도 했다.

남한에서 선물을 보낼 때 큰 물건의 경우 배달을 시키면 되지만 북한에서는 택배도 없고 개인용 자동차도 없이 본인이 직접 들고 가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너무 무거워도 안 된다. 또 그것이 뇌물이 되었든 선물이 되었든 근사하게 보이려면 부피감도 있어야 하는데 라면은 그런 면에서 제격이었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처음 남한 생활을 시작했을 때 라면에 얽힌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아이가 아파 거리가 다소 먼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하고 오던 길에 근처 마트에서 라면을 문 앞에 내놓고 파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나는 라면이 그곳에서만 파는 특별한 것일 줄 알고 상당히 많은 양을 사가지고 나왔다. 아픈 아이를 등에 업고 커다란 라면 보따리 짐은 손에 들고 지하철을 타고 집에 오는데 정말 많은 땀을 흘렸다. 며칠 뒤 집 근처 마트에서도 라면에 천지인 것을 보고는 정말 기가 막혔던 웃지 못할 기억이 있다.

이런 에피소드는 탈북민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 봤을 것이다. 북에서 남으로 처음 왔을 때는 이곳의 실정을 모르기 때문에 북한처럼 마음대로 살 수 없다고 생각해, 북한식 사재기 근성으로 무엇이든지 물건을 많이 사려는 경향을 보인다. 최근에는 북한에서도 남한의 라면과 비슷한 제품을 생산한다고 하는데 일반주민들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인 것 같다.

그렇게나 특별했던 북한의 라면, 꼬부랑국수. 북한의 꼬부랑국수는 양념과 스프가 별도로 없기 때문에 남한의 라면을 끓이는 방법과는 조금 다르다. 집에서 가끔 평양식으로 라면을 끓여 먹는데, 나만의 특별한 방법으로 끓인 라면을 맛본 사람들이 독특하고 새로운 맛이라면서 집에 올 때마다 끓여 달라곤 한다. 몇 년 전 일본에 갔을 때 도쿄의 아주 유명한 라면 바에 간 적이 있는데 그곳의 라면이 바로 평양식 라면이어서 깜짝 놀랐다.

양념과 스프 없어 독특하고 새로운 맛

평양식 꼬부랑국수 끓이는 방법은 먼저 양파를 채 썰어 식용유를 두르고 달달 볶다가 채 썬 채소를 넣어 볶은 다음 물을 붓고 끓이다가 국수사리를 넣고 끓인다. 간장으로 간을 맞추고 형편이 된다면 돼지고기를 넣어 끓이는 것이 가장 맛있다.

평양사람들은 지방에서 친척들이 찾아왔을 때 꼬부랑국수를 끓여 주곤 하는데 이보다 더한 손님접대가 없다. 조리법도 간단하고 지방에 살면서 꼬부랑국수를 구경도 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엄청나게 특별한 음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이애란 /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



댓글 0개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좋아요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