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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르포 | 공존의 도시 단둥, 조선한국 민속거리를 걷다 2014년 10월호

기획르포 | 접경에서 부르는 통일희망가! 2
공존의 도시 단둥, 조선한국 민속거리를 걷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의 한 북한 음식점에서 한복을 입은 여종업원이 손님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 단둥시의 한 북한 음식점에서 한복을 입은 여종업원이 손님맞이를 준비하고 있다.

단둥은 특이한 곳이다. 공존하기 때문이다. 단둥 시내에 조선한국 민속거리가 있다. 쉽게 말하자면 코리아타운이다. 단둥에 거주하는 한국인이 상대적으로 많은 편은 아니지만 코리아타운이 형성된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특히 외국에 조성된 여느 지역 코리아타운과 다른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통상 코리아타운하면 그 지역에 이주한 한국인들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는 게 보통이다. 미국 로스엔젤레스도 그렇고, 유럽의 한국 상가 밀집지역도 그렇다.

그런데 단둥은 다르다. 단둥에 이른바 ‘코리안’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네 가지 집단이 있다. 말 그대로 한국에서 이런저런 이유로 건너온 한국인, 조선족, 북한에서 건너온 탈북자 내지 사업가 그리고 마지막으로 ‘북한화교’라고 칭하는 중국 속의 북한 사람이다. 단둥을 인류학적 관점에서 연구한 강주원 박사에 따르면 이들 네 부류의 사람들이 단둥에서 코리안 그룹을 형성한 것은 1990년대 중국이 개혁·개방을 하고서부터라고 한다.

한국인, 조선족, 탈북자, 북한화교 … 코리안 융합소

역사적으로 봐도 단둥은 오래된 도시가 아닌 신생 신흥도시다. 압록강을 사이로 신의주와 맞대고 위치하고 있지만 이전에는 신의주에 비해 대외적 명성이나 지명도가 떨어졌다. 중국 내에서 차지하는 도시 위상도 미미했다. 그러나 중국이 개혁·개방을 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이 시점이 코리안들이 단둥에 자리 잡기 시작한 때이기도 하다.

다시 조선한국 민속거리로 돌아오면 이 거리에는 위에서 이야기한 네 가지 부류의 한국인들이 공존하고 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상점 간판만 해도 한국어 간판을 비롯해 북한식 표현의 간판, 조선족 간판 그리고 중국어 간판이 모두 걸려있다.

간판은 상점주인의 정체성을 나타내기도 한다. 네 가지 부류의 코리안이 공존하면서 가게를 운영하고 사업을 영위하는 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 어느 가게를 들러 물건을 사고 거래를 할 때도 아무런 장애나 차별 내지 왜곡된 시선이 없다.

한국 가게 주인의 증언에 따르면 이전에는 북한에서 온 무역상들이 한국 가게에 물건을 사려고 오면 가게 앞 먼발치에서 사방을 둘러보다가 눈에 띄지 않게 들어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다. 한국식품 가게에 북한 무역업자들이 들러 김치를 사가기도 하고 북한에서 운영하는 냉면집에 한국인이 들르기도 한다. 특별하게 다른 곳을 찾아갈 필요도 없다.

중국 내 최대 대북교역 거점인 랴오닝성 단둥 해관 (세관) 앞 도로에 화물차들이 북한으로 건너가기 위해줄지어 서 있다.

중국 내 최대 대북교역 거점인 랴오닝성 단둥 해관(세관) 앞 도로에 화물차들이 북한으로 건너가기 위해줄지어 서 있다.

마치 한국의 어느 도시에 8도 출신이 모여 융합하고 살듯 코리안들이 조선한국 민속거리에 둥지를 틀고 더불어 장사를 하고 있다. 북한의 장성택 처형 이후 대북사업 라인들이 다들 망했다고 하면서 장사가 안 된다고 푸념하지만 반드시 그렇지만은 않다는 이야기도 한다.

조선한국 민속거리가 언뜻 한산하고 조금은 처져 보이기도 하지만 본 매장 뒤로 영위하는 무역업도 만만치 않다는 게 이곳 정보에 정통한 이들의 한결같은 귀뜸이다. 수백미터를 가로세로로 늘어선 조선한국 민속거리의 식당과 인삼가게 그리고 숙박업소, 편의점, 병원 등 다양한 가게를 일일이 특성 있게 열거할 수 없지만 요체는 공존이라는 모델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 공존에 외견상 드러나는 마찰이나 불협화음은 없다. 나름대로 묵묵히 자신의 분야에서 사업이나 가게를 영위해 나간다는 것이다. 코리안타운 특유의 상호 간 질시나 견제 같은 이야기도 들을 수 없다.

이 같은 풍경을 단둥 시내로 확대해서 봐도 마찬가지다. 압록강변을 따라 능라도, 류경식당 등 북한 식당이나 호텔이 밀집해 있기도 하고 그 언저리에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식당이 즐비하다. 조선족들이 운영하는 식당 역시 단둥 시내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다. 연변에서 건너온 전주비빔밥집은 성공한 조선족 체인점이고 문전성시를 이룰 정도로 영업이 잘 되는 집이다. 이곳 주민들에 따르면 북한 음식점에서 한국 손님을 특별히 반기는 것도 아니고 그 역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실제 들어가서 먹어봐도 그렇다. 민박집 역시 조선족 출신도 운영을 하고 한국인들도 운영한다. 민박을 찾는 손님들도 그 집 주인의 출신을 굳이 묻지 않는다.

단둥에 한인문화센터 세워 보는 건 어떨까?

여기서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 바로 대부분 단둥 코리안들의 공통분모는 역시 북한이라는 점이다. 북한에서 단둥으로 무역을 나온 사람들뿐만 아니라 한국인 역시 여러모로 북한과 연관되어 있고 조선족 또한 마찬가지다. 북한과 거래를 중심으로 단둥에서 활동하고 있으니 북한 경제의 동태가 단둥 코리안들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변수를 제쳐놓고 단둥에서 코리안을 이야기하기 쉽지 않다. 그러고 보면 북한은 단둥의 코리안들에게 상수라고 할 수 있다. 중국과 북한 간의 관계가 조금은 불편해졌다고 하지만 북한에 중국은 여전히 내칠 수 없는 상수다. 압록강철교를 통해 물건이 드나들지 않으면 북한은 힘들게 되어 있는, 중국 종속의 경제 구조다. 그것이 한국에서 제조했던 중국산이든, 브랜드가 무엇이든 일단 북한행을 목표로 하는 물건이나 거래의 집합소가 단둥이다. 역으로 북한 역시 단둥을 그들의 중요한 창구로 여기고 있다.

단둥에서 이점을 주목해야 한다. 단둥이 코리안의 융합소이고 북한이라는 좁은 문으로 향하는 기점이라는 점에서 단둥은 지정학적 중요성에서 배제할 수 없는 지역이다. 특히 중국이라는, 남북이 아닌 제3의 장소이기에 단둥에서 이 같은 융합적 형성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단둥은 만남의 장소로서 필요충분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압록강과 두만강 국경에서 가장 잘 만들어진 다리가 있고 대량 이동이 가능하다. 단둥은 배후도시로서 준비가 잘 되어 있다. 중국은 전략적으로 단둥을 발전시켜왔다. 우리는 이미 자연스럽게 형성된 코리안의 둥지를 활성화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단둥에 한인문화센터라도 세워 구심점을 만들면서 서로 더 긴밀하게 소통해 나가는 것은 어떨까.

신창섭 / 중국 〈CCTV〉 한국어방송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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