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평화가 숨 쉰다 | 서부DMZ 가을 숭어축제 주관자, 물수리 2014년 10월호
DMZ, 평화가 숨 쉰다 12 | 물수리
서부DMZ 가을 숭어축제 주관자, 물수리
올해도 기후변화로 봄 가뭄이 매우 극심하여 생태환경이 많이 변하고 있다. 봄철에 번식해야 할 곤충과 새들은 생육환경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고 이로 인해 생태구조에는 미세한 변화가 보인다. 참 걱정스럽다. 이러한 우려 속에도 올가을의 들녘은 어느 때보다 아름다운 황금벌판이다. 봄, 여름의 수고와 고통의 결실인 만큼 더 아름다운 신의 축복이 아닐 수 없다.
가을이면 보고 싶은 새들 때문에 늘 가슴이 두근거린다. 비둘기조롱이와 물수리는 가을에 만나는 대표적인 맹금으로 나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한 조류다. 이들의 존재여부는 가을 서부DMZ의 생태계 건강척도이므로 늘 긴장하면서 개체를 관찰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임진각습지 위에서 호버링하는 물수리를 만났다.
수리과는 전 세계적으로 226종이 있고, 그 중 한국에는 24종이 있다. 물수리는 전국의 해안가, 하천 등지에 드물게 관찰되며 제주도와 남해안 일대와 한강, 임진강 일대에 도래하는 나그네 새다. 물수리는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동식물 2급 보호종에 해당한다. 몸길이는 수컷 54cm, 암컷 64cm이고 날개를 폈을 때 155~175cm 정도 된다. 물가, 해안·저수지, 큰 하천가에 서식하며 주로 물고기를 사냥한다. 대부분 단독 생활을 하고 둥지는 해안 암벽이나 높은 나뭇가지에 만든다.
물수리·가숭어 가을 상징하는 대표주자
물수리의 한자 이름은 물고기를 잡는 매라고 해서 어응(魚鷹)이라고 한다. 물수리는 다른 맹금류와 같이 갯바위 틈에 먹이를 비축하는 경우도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욕심을 내지 않는다. 또한 먹이를 한꺼번에 먹지 않고 하루에 약 400g 정도만 먹는다고 한다. 만약 물수리가 곧바로 먹지 않을 경우 바닷물에 의해 자연적으로 절여진 음식이 된다. 일본 사람들이 즐겨 먹었다는 음식 중에 하나가 ‘물수리초밥’인데 이 초밥의 기원이라고 하는 설도 있다.
필자가 처음 물수리를 본 경험은 공릉천 중류에서였다. 4월 중순 경 공릉천을 탐사하다가 하늘에 정지비행을 하는 큰 수리를 만났다. 그 뒤 다시 만나기 위해 줄기차게 공릉천을 갔지만 봄철에는 쉽게 보기 힘들었다. 그러던 어느 가을날 우연히 임진강하구에서 가숭어 떼가 헤엄치는 것을 보았다. 기수역에 살다가 산란을 위해 이동하는 가숭어는 숭어와는 조금 다른 습성을 지닌 까닭에 기수역에서는 쉽게 관찰하는 대형 어류다. 가숭어 떼 위로 나는 물수리를 본격적으로 만난 것도 그 무렵이다.
가을은 조류를 촬영하는 대포부대들에게 한판의 축제기간이기도 하다. 이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은 포항의 형산강과 강릉 경포대로 이들 지역도 기수역에 해당하는 지역이다. 민통선에 찾아오는 물수리는 가숭어의 산란과 같은 시기에 어김없이 출몰하여 가을을 상징하는 수리로 손색이 없다.
천혜의 자원 초평도 … 다이빙 물수리가 펼치는 장관
초평도와 인근의 지역은 강 하구가 막혀있지 않는 천혜의 자원을 갖고 있다. 조선시대에도 존재했던 초평도는 하중도로서 다양한 생물이 서식하고 있으며, 초평도 양옆을 흐르는 물줄기 오른쪽은 강폭이 넓고 깊은 반면 반대쪽은 좁고 물살이 빠르다. 오른쪽 강폭이 넓은 곳에는 깊은 수심지역과 여울지역이 고루 분포하고 있고, 가숭어가 상류로 이동하기 위해 여울목을 지날 때를 포착하여 공중에서 쏜살같이 내려와 사냥을 한다.
물수리가 사냥을 위해서 물로 뛰어드는 장면은 정말 장관이다. 다이빙을 할 때는 그 각도가 완만한 경우도 있지만 거의 수직으로 뛰어드는 경우도 있다. 수면에 닿을 때에 다리를 아래쪽으로 치켜 뻗음으로써 고기를 잡을 수 있도록 한다.
물수리는 다른 새들처럼 앞발가락이 셋이고 뒷발가락이 하나인데, 앞발가락 중 하나를 앞뒤로 움직일 수가 있다. 물수리는 2kg이나 되는 물고기도 사냥해서 운반해갈 수 있지만, 그런 경우는 드물고 대개 230~450g정도의 물고기를 잡는다. 또한 물수리는 시력이 워낙 좋아서 물 위 5~40m 정도의 높이에서 탐색 비행을 하면서 먹잇감을 고른다.
가을 임진각습지와 초평도습지는 물수리들의 한바탕 축제에 가을이 농익는다. 쏟아지는 맑은 햇살과 남북을 이어 흐르는 통일의 강 임진강. 물수리, 흰꼬리수리의 서식지인 임진강 하구원은 최근에 준설하고 개발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농민들도 반대 의견을 내는 첨예한 생태계 혼돈지역이다. 초평도습지와 임진각습지를 준설하면 이들이 떠날텐데 어쩌나? 이들이 사라지면 추억을 더듬으면서 한숨만 몰아쉬고 웅얼거림으로 한탄만 하고 있을 것인가?
물수리가 높게 나는 아래 임진각에서는 인삼축제에 참석한 수천명의 인파가 떠들썩하다. 모두 행복해 보인다. 그런데 물수리가 가을 초평도 상공을 날며 벌이는 숭어축제는 그냥 그렇게 두면 정말 안 되는 걸까?
김승호 / DMZ생태연구소장
의견을 남겨주세요
댓글을 달기 위해서는 로그인 해야 합니다.




댓글 0개